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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71화 (71/230)

〈 71화 〉 추적(??) (4)

* * *

“잠자리는 괜찮으십니까, 소 소저.”

“흐흥... 조금 불편한 것이에요.”

“그게 노숙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흥, 불편한 게 무슨 묘미인 것이에요. 바보 허접.”

옆에 가슴 크고 예쁜 여자가 누워있는 게 묘미긴 하지 사실.

‘그래도 뭐... 좆빠지게 a형 텐트 치던 그때보다야.’

먼저 불침번을 선 걸견을 뒤로 하고.

조금 붙어서 누운 나와 소소유.

의외로 싫어하지는 않는 걸 보니 그동안 마음 변화가 좀 있었나 보다.

슬쩍 돌아보자 불편함에 이리저리 뒤척거리면서도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녀.

‘존나 크군.’

맹에서처럼 윗가슴을 드러낸 옷은 아니지만.

검은 무복 위로도 충분히 그 크기를 드러내는 소소유의 젖가슴.

“...뭐, 뭘 보는 것이에요.”

“여기 벌레가.”

“꺄악!!”

“장난입니다.”

“씨잉...”

울긋불긋해지는 소소유의 볼따구.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왜 따라오셨습니까. 위험할 텐데.”

“그러는 허접은 왜 추적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에요?”

“두 분이 저를 믿고 있으니까요.”

“...”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보는 그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하지만.

소서화와 담소율이 나밖에 없다고 했을 땐 솔직히 조금 뿌듯했다.

그리고...

‘왠지 장두식이랑 마주칠 것 같아서 말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감이 그랬다.

무당파에서 내쫓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인연이 늘어질 줄은 몰랐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끊어내주지.’

어느새 잠이 든 소소유의 목 끝까지 모포를 덮어주고.

나도 잠깐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 물을 빼러온 나를 또 찾아온 걸견.

“부탁드리겠소, 소협.”

“하... 윽...”

빙긋 웃음 지은 걸견의 입술이 내 자지를 덮었다.

게걸스럽게 자지를 빨아들이는 그녀의 입보지.

걸견의 목 깊숙이 자지를 짓누르며 물었다.

“어제 뭘 들으셨습니까.”

“우급, 푸흐... 별 것, 아니오... 츄릅, 그냥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도만...”

“내용은?”

“쪼옵, 츄루룹... 못 들었소...”

딱히 거짓말을 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어차피 어제 했던 이야기 중에 딱히 위험한 건 없었으니까.

야영지로 돌아오자 소소유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출발하는 것이에요.”

“사천까지 쉬지 않고 가겠소이다.”

아침 정액 두 발에 힘이 솟는 듯한 걸견.

그대로 그녀의 뒤를 쫓아 사천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개방의 사천 분타.

이미 이야기가 다 되어있는 듯, 거지년들 여럿이 우리를 안내했다.

“반갑소. 개방 사천분타주 유개(?)라 하오.”

어둡고 으슥한 굴다리. 여섯 개의 매듭을 지닌 거지가 등장했다.

걸견의 매듭 또한 여섯 개.

그녀가 먼저 손을 붙였다.

“오랜만이오, 언니.”

“그래. 소식은 들었다. 따라오거라. 두 분도, 따라오시오.”

유개가 안내한 곳은 닭 홰치는 소리가 가득한 비둘기 사육장.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온갖 종이들이 한가득 쌓여있는 곳이 보였다.

거지 새끼들 아니랄까봐 정리도 개판인데, 용케 편지를 하나 찾아서 가져오는 유개.

“여기, 어제 저녁에 보내온 마지막 전서다.”

“고맙소. 쓰으읍...”

다짜고짜 편지에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는 걸견.

유개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정화향(?化?)은 안 맡아도 되겠냐?”

“괜찮소. 아주 찐한 정화향을 구했으니까.”

슬쩍 나를 향하는 걸견의 시선.

따라 움직인 유개 또한 나를 쳐다봤다.

‘정화향이 뭔데 씹...’

대충 알 것 같기도 한데...

더 생각하기는 싫었다.

“후우... 스으읍, 후움...”

그렇게 잠시 서서 냄새를 음미하는 듯 하더니, 걸견의 고개가 한 방향으로 휙 돌아갔다.

“가입시다.”

“어찌, 사람을 붙여주랴?”

“오늘 밤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사람을 보내주십쇼. 분타주님.”

“알겠네. 일단 혹시 모르니... 이것들을 묻혀두게나.”

그녀가 건네준 하얀 분말.

살짝 고개를 갸웃하자 유개가 말을 덧붙였다.

“천리추향(????)이네. 혹시 모르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한, 것이에요.”

떠나기 전 살짝 눈이 마주친 소소유.

그녀답지 않게 조금 긴장한 것이 보였다.

“괜찮을 겁니다. 혹시 무서우면 저한테 붙으십쇼, 소 소저.”

“흐, 흥! 소녀가 언제 무섭다고 했냐는 것이에요!”

“그런 것치곤 목소리가 떨리는데요.”

“이, 이건...”

불안한 듯 소매 끝자락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등을 살그머니 쓸어냈다.

가만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소소유.

“무슨 일이라도 나면 제가 맹주님을 뵐 낯이 없으니까요. 아시겠습니까.”

“...칫. 어, 얼른 출발하는 것이에요 걸견님!”

부끄러운 듯 살짝 볼을 붉히는 그녀가 뛰쳐나가고.

걸견의 뒤를 따라 사천 인근의 숲으로 향했다.

*

“이쪽이오.”

사천에 도착했을 때 늦은 오후였던지라, 산속의 어둠은 빠르게 찾아왔다.

그나마 달빛이 좀 있어서 다행이지.

안구에 내공을 집중하고, 네 발로 땅을 기며 연신 킁킁대는 걸견을 뒤쫓았다.

‘혈동자 하나 정도는 나를 따라다니게 해야했나.’

혹시나 양광이 녀석들을 아직도 제어할 수 있다면 큰일이기에 우선은 떼어뒀는데.

어차피 지나간 일, 걱정은 그만두고 감각을 날카롭게 벼렸다.

풀벌레 소리. 나뭇잎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

‘신기하네 진짜.’

소율과의 짜릿한 일체감 이후 전반적인 오감이 상향된 느낌.

흑천묵지신공의 패도적인 흐름을 아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쉬잇...”

그때 들려오는 걸견의 신호.

내 뒤에 멈춰선 소소유가 가쁜 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하아, 하아... 허, 허접, 무슨 일...”

“전방에 뭐가 있다는군요.”

걸견의 전진 신호에 따라 어둑어둑한 산길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조금씩 들려오는 소리.

타닥, 타닥하고... 무언가 뜨거운...

“불?”

“저기, 마을이 있소 백 소협.”

바위 하나를 앞에 두고 고개만 빼꼼 내민 걸견에게로 붙었다.

그녀처럼 나란히 고개만 쑤욱하고 빼내는 나와 소소유.

멀리 불타고 있는 작은 마을이 보였다.

이런 산골 오지에 마을이 있다니.

수탈에 못 이겨 도망친 사람들이 사는 곳인 듯 했다.

“...누군가, 있는 것이에요.”

“그렇군요.”

그녀의 말대로, 불타는 마을의 한가운데.

누군가가 머리를 풀어헤친 채로 휘청휘청 서있었다.

날카롭게 벼린 검날이 불빛에 반짝였다.

‘...운휘다.’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몇 번 보지도 않았고, 딱히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건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마치 우리가 올 걸 알았다는 것처럼 불타고 있는 마을.

불쾌한 감각이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함정?’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확인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

“백 소협.”

“...일단, 사숙인지부터 확인하죠. 함께 움직입시다.”

“...알겠소.”

“소 소저.”

“...알겠다는 것이에요.”

소소유는 검을, 걸견은 어디서 꺼냈는지 봉을 하나 든 채였다.

우리는 삼방위를 점한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여전히 갈대처럼 흔들흔들 휘청이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든 불명의 여인.

‘역시...’

나는 전신에 강기를 두르며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운휘 사숙.”

“...백무진.”

“운휘 도사가 맞소?”

피가 끓는 듯한 거친 목소리.

그녀의 눈동자엔 초점이 없었고, 혈색마저 창백했다.

결정적으로, 그녀의 새하얬던 무복은 원래 붉은색인 듯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도저히 산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몰골.

“...어떻게 되신 겁니까.”

“도망가게. 내 자네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자네가 죽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아.”

“운휘 사숙, 소녀 소소유에요. 어서 저희와 함께 이곳을...”

“멈추시오, 소 소저. 운휘 도사의 상세가 심상치 않아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소소유를 걸견이 서둘러 제지했다.

이 마을에 떠도는 진한 피비린내와 불쾌함을 느꼈는지, 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걸견의 얼굴.

나는 언제라도 반응할 수 있게 운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입을 열었다.

“...걸견님. 신호탄을.”

“아, 알겠네.”

“...소용없을 걸세. 모두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제발 서둘러 도망치게나.”

“해봐야 아는 거죠.”

“제발.”

절망에 찬 목소리.

이곳에 모든 것이 소용없는 존재가 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역시 양광이 있는 건가.’

아득한 격차 때문인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에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돼, 됐소.”

근처에 불붙은 나무토막으로 신호탄을 점화시키는 걸견.

이내 폭죽처럼 쏘아져 올라간 신호탄이...

“안되지, 안돼.”

콰드득, 펑.

아직 무너지지 않는 건물 위로, 빨려들어가는 신호탄.

미세하게 터져나온 폭죽마저도 붉은 기운에 먹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가볍게 뛰어 바닥에 착지하는 조그만 인영.

“...양광.”

“이놈이고 저놈이고. 늙은이에 대한 예의가 없구나.”

카가가각!!

“크윽...!?”

“호오?”

순간 눈앞에서 번뜩인 붉은 섬광.

팔 전체를 감싸던 칠흑빛 강기가 속절없이 깨어져 나갔다.

‘씨발.’

오른팔의 무복이 찢어지고, 팔뚝에 귀신이 훑고 지나간 것 마냥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욱신거리며 올라오는 끔찍한 통증.

“본보기로 팔을 하나 가져가려 했건만... 그래, 네가 백무진이라는 놈이구나.”

“크으... 그쪽은 양광이 맞는 것 같군.”

“허허... 그래. 본좌가 양광이다.”

“어서 도망치래도!!!”

살벌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들려오는 운휘의 처절한 외침.

초점없는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사숙, 왜 함께 가지 않고...!”

“소 소저. 운휘 도사께선 함께 갈 수 없을게요.”

무언가 안다는 듯 입을 여는 걸견.

양광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클클, 거기 거지년이 뭘 좀 아는구나. 생사혈고라 들어는 보았는고?”

“생사...혈고.”

한순간 희망을 잃은 듯한 걸견의 목소리.

생사혈고라는 말에 나도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기생충.’

혈기로 사람을 조종하고, 피를 매개로 사람을 폭발시킬 수도 있는 벌레.

혈교 아니랄까봐 하는 짓거리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소소유 또한 그것을 알고 있는지, 한껏 내기를 뿜어내며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이, 이... 감히 그런 추악한 물건을 사숙에게...!! 당장 그만두라는 것이에요, 이 간악한 마두!!”

“시끄럽구나, 아해야.”

양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에서 다시 한 번 붉은 섬광이 스쳐지나갔다.

“소 소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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