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77화 (77/230)

“음...”

뒤진 게 아니었나?

아니면 소설에서 뒤져서, 다시 현실로 가는 타이밍인가?

사실 진짜 나는 소설 속의 백무진이고, 현대의 삶을 꿈꾼 것인가?

“이게 바로 그 나비가 나고, 내가 나비인... 허접지몽?”

정체 모를 헛소리에 눈이 번쩍 뜨여졌다.

‘허접지몽은 시발...’

뒤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은 게 소소유의 허접소리였나?

깨질듯 찾아오는 두통에 머리를 짚었다.

‘...머리?’

뒤졌는데 머리가... 있네?

그것도 원래의 내가 아닌, 백무진의 머리인 레게 머리.

아래로 내려다본 시선에 흑룡도 얌전히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내 새끼, 잘 있었구나.”

가부좌를 튼 다리 위에 튼실하게 자리잡은 녀석.

깊은 안도감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흠...”

무색의 공간.

하지만 곧 내가 깨어났다는 걸 인지라도 하는 듯.

주변이 검게 물들어갔다.

‘...이건.’

곧 우주와도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저 멀리.

묵빛의 거신이 보였다.

이렇게나 떨어져 있는데도 저 크기면, 가까이 가면 얼마나 클까.

그렇게 눈싸움이라도 하자는지 한참을 쳐다보고 있자.

점점 내 몸이 거신에게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씹...”

허우적대고, 발을 딛고 싶어도 마치 우주공간처럼 허공을 유영하는 내 몸.

결국 거신의 몸에 닿아 안쪽으로 흡수되듯 빨려들어갔다.

*

“아들?”

“...음?”

눈을 뜨자, 오래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으신 어머니가 보였다.

‘...뭐야.’

분명 거신에게 빨려들어가고, 그러고 난 다음...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욘석아. 언제까지 누워있을래!”

찰싹!

가슴팍을 강타하는 어머니의 손찌검.

결국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옷을 입고, 밥을 먹었다.

익숙한 교복과 익숙한 식사.

“얼른 양치해라.”

“...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 이를 닦고, 뱉어낸 다음 고개를 들었다.

“깜짝아.”

거울에 비친 모습은 원래의 내가 아닌 백무진의 몸.

이어 원래의 내가 흐릿해진 채로 화장실을 나서더니, 시간이 빠르게 휘감기기 시작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군대, 그리고 회사.

마지막으로, 내가 댓글을 남기던 그 순간까지.

“다시 봐도 개새끼지, 저건.”

“...”

“씨발!”

그러다 갑자기 불쑥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무언가.

놈은 그 묵빛의 거신처럼, 온몸이 새카맸다.

“...너, 너 뭐야.”

“...”

여전히 말이 없는 놈.

녀석이 손짓하자, 내 시야가 점점 하늘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컴퓨터 앞을 떠나, 아파트의 옥상으로.

옥상에서 다시금 하늘의 구름으로.

그리고, 마침내 새카만 우주로.

“...뭔데.”

원래의 거대한 몸집으로 변한 녀석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리자.

놈이 멀리 떨어진 동그란 지구를 가리키고선, 다시 나를 가리켰다.

“뭐, 어쩌라는...”

문득, 번개처럼 뇌리를 관통하는 것이 있었다.

지금껏 이 환상, 아니 환상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저 안에 속해있다가, 이 우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라면?’

놈의 손짓이 의미하는 것.

내가 나온 게 아니라.

지구가, 우주가 내 몸에서 빠져나온 거라면?

‘근데, 그게 무슨 뜻인데?’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이 망할 환상에서 벗어나서, 정신을 차리는 것.

‘이딴 걸 보는 걸 보면 뒤진 건 아닌 것 같은데...’

밖에서 누가 내 생명을 유지시켜주고 있는 걸까.

이딴 개지랄 그만하고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소리치려는 찰나.

-저것이, 네 가능성의 근원이다.

“큭...!?”

수만, 수억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리는 듯한 목소리.

직후, 다시 한 번 놈에게 빨려들어가며 공간이 일변했다.

“하, 하아... 이게 뭔...”

맨처음 눈을 떴던 무색의 공간.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우선 가부좌를 틀었다.

방금 느꼈던 걸 잊지 않기 위해선 서둘러야 했다.

하도 많이 했더니 이젠 이 자세가 오히려 몸과 마음이 편한 기분.

잠시 눈을 감고, 일련의 일들을 되새김질 했다.

‘내... 가능성의 근원?’

가능성이라. 암만 생각해도 이것과 치환되는 말은 재능밖에 없었다.

이 몸뚱아리에 담긴 이해되지 않는 미친 재능과 정력.

그리고.

‘...근원.’

거신이 가리켰던 지구, 아니면 우주.

이제 와서 딱히 돌아가고 싶은 곳은 아니지만.

놈이 말했던 것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

“...다 무슨 소용이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가능성이고 지랄이고, 일단 이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나갈 궁리를 해야했다.

이런 곳에서 남자가 먼저 할 일은 그거지.

“딸딸... 아니, 흠... 운기가 가능하네.”

그리고 이게 가능하단 말은...

우우우웅...!

흑천묵지신공의 내기가 태극과 파둔에 결합해 순식간에 팔에 덧씌워졌다.

“음?”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항상 공격 전에 태극을 그리고, 파둔을 쌓고.

파륜을 회전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던 거에 비하면.

생각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수준이었다.

그 외에도 혈기나, 색금태양공의 내기조차도 한순간에 발현이 가능했다.

“이거, 설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생각한 것은 단순한 검 한 자루.

눈을 뜨자, 담소율의 애검인 송문고검이 땅에 박혀있었다.

“오...”

단단한 검의 손잡이도 느껴지고, 날에 살짝 가운데 손가락을 대자 핏방울이 배어나왔다.

이쯤이면 거의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

“...사람도, 되려나?”

다시금 눈을 감고, 간절히 바라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살며시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보이는 것은 군청빛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

“...소율.”

직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이 덮쳐왔다.

그리고 신기루처럼 사라진 소율.

“큭...”

무릎까지 꿇고 한참을 뒹굴거리자 그나마 고통이 가셨다.

사람을 소환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싶었다.

‘그럼 뭘 해야하나...’

문득, 아까 상처가 났던 손가락이 멀쩡해진 것이 보였다.

이러면 다칠 일도 없으니 수련하기 딱 좋은 환경인데.

일단 사람을 소환하는 건 접어두고,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혈기를 써봐야겠구만.”

마지막에 광룡만천을 날렸을 때.

거기에 혈교의 폭혈강기를 담아서 공격했으면 어땠을까.

‘양광 그 씹새끼 아주 피떡으로 만드는 건데.’

놈은 분명 광룡만천으로 거진 빈사상태에 달했었다.

결국 뒷심이 딸려 패배한 건 나였지만.

‘다음번에 보면 뒤진다.’

늙은이 새끼가 그동안 얼마나 강해질 지는 몰라도, 나에겐 재능과 시간이 있었다.

미칠 듯한 재능과, 언제 끝날지 모를 이곳에서의 시간이.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은 걸 보면...

분명 소율이나 세령, 소소유가 날 찾아낼 것이다.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우선, 혈기부터 시작하자.”

이 공간은 배고픔도, 갈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도때도 없이 자꾸 발기하는 자지가 고역이긴 했지만...

이건 옷을 소환해 입는 걸로 해결했다.

“흠... 분명, 양광 그 새끼가 이렇게...”

남는 시간은 오롯이 양광과의 전투와, 놈이 쓰던 핏빛 강환, 그리고 혈기에 몰두했다.

놈이 숨 쉬듯 사용하던 혈기와, 거기서 한 단계 나아간 폭혈강기.

초식과는 다르게 아무래도 내공심법에 가까운 폭혈강기는 훔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크...”

터진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말 그대로 진짜 팔이 터져나가는 이 공간.

그나마 장점은, 터트리면 터트릴수록 감이 오기 시작했다는 거다.

덤으로 팔도 다시 멀쩡하게 돌아오고.

“그렇지.”

기본적으로 혈기는 핏속에 담긴 생기를 사용하는 거다.

그걸 내공으로 이끌고 움직여서 초식에 담아내는 혈교의 비술에 가까운 심법.

결국 어렵게 생각할 게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면 됐었다.

“후우...”

수많은 시행착오가 길을 트고, 방향을 만들어 갔다.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드디어.”

익숙하다면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핏빛 아지랑이가 전신에서 피어올랐다.

온몸의 피가 몸 구석구석을 약동하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후... 좀 덥네.”

피가 빨리 돌아서 그런지 열이 오른다.

살짝 흥분되기도 하고.

나는 적당한 크기의 바위 하나를 소화해서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흠.”

평소에 쓰던 파륜을 담은 칠흑강기보다는 조금 약한 파괴력.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이 색깔이면 대놓고 쓸 수도 없고.’

마지막으로 할 것은, 칠흑강기와 폭혈강기를 합치는 것.

허나 이미 절세신공인 태극신공과 단천파둔신공을 합쳐본 나로서는.

“쉽네.”

하품이 나올만큼 쉬웠다.

묵천흑지신공을 운용함과 동시에, 손가락 끝에서 화르륵 피어오른 검붉은 색의 횃불.

아까와 똑같은 바위를 소환해 손끝에 핀 검붉은 꽃을 그대로 퉁겨냈다.

화륵, 콰아아아아앙!!!

“쒯...”

바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까지 패인 방금의 공격.

여기에 파륜을 섞으면 어떻게 될지,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넌 묵혈강기(墨血罡氣)다.’

바로바로 이름을 지어두는 것이 적응하는 데에 빨랐다.

그리고 연이어 파륜까지 적용해보려는 찰나.

“윽...?”

갑자기 바지가 찢어질 듯 팽팽해지며 사타구니가 딱딱하게 솟아올랐다.

곧바로 자지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

“씹... 무슨?”

귀두를 장난치듯 오물오물 물어오는 느낌이, 마치 애를 태우는 담소율의 보지 같았다.

뒤이어 뿌리 끝까지 무언가에 처박히는 느낌.

자지가 끊어질 듯 격한 조임이 느껴졌다.

‘시바 굶주렸나? 깨울 생각도 안 하고 떡을 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씹...

가는 보지 안 잡고, 오는 보지 안 막는 나지만.

지금처럼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보지한테 강간당하는 건 취향이 아니었다.

“허윽, 큭...”

그러나 그런 내 생각 따위는 개무시하고 미친 듯이 조여오는 귀신 보지.

결국 받아들이고 허리를 쳐올리며 사정감을 풀어냈다.

“크으...”

바깥의 나는 상당히 오래 참은 건지, 절로 신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격한 사정.

정작 내 앞에서 나오는 건 없는데 짜릿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쿨럭...?”

그리고 동시에 찾아오는 허탈함.

이건 사정 직후 찾아오는 남자의 현자타임이 아니었다.

무언가 내 존재가 사라져가는 듯한 끔찍한 허망함.

희끄무레해진 내 발을 보자, 본능적으로 좆됐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이거, 정기가 빨리고 있는 건가?’

소율이 보지가 아니라 왠 요물년이 내 자지를 문 듯했다.

나는 다급히 색금태양공을 일으켜, 채음보양술을 운기했다.

“허억, 헉... 씹... 어떤 년이...!”

다행히 금방 원기가 돌아오고, 발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그야말로 아찔했던 순간.

나는 다급히 발기를 좀 죽이려 했지만, 바깥의 내가 아직 떡을 치는 중인지 녀석이 죽지를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요물년의 정기나 빨아먹자.

자지의 촉감으로 보아 아직 보지속인게 확실했다.

그냥 그대로 허공에 좆질하기는 뭐 해서, 담소율의 보지를 떠올리며 오나홀을 하나 소환했다.

“넌 뒤졌다.”

감히 내 정기를 탐하려 한 죄.

보지로 갚아야 할 거다.

그렇게 느낌상 다섯 번쯤 사정했을까.

자지에 쩍쩍 달라붙던 질벽의 감촉이 사라졌다.

“변변찮은 보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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