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80화 (80/230)

눈앞의 상황은 명확했다.

뭐가 됐든 우리 만두 소녀가 만두를 빼앗길 위기였고.

나는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꺼져 씹새끼들아!!”

심즉동.

그야말로 찰나라고 부를 수 있는 순간에, 묵혈강기가 팔을 휘감고.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소소유의 주변으로 날아갔다.

‘조금 늦네.’

아직 완벽한 심즉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만족스러운 수준.

콰아아앙!!

짙은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나는 재빨리 소소유를 안아들었다.

“안돼, 안돼에...! 저리가아아!!!”

“소 소저, 소 소저!”

“안돼, 안... 오, 오라버니?”

“...”

갑자기 왠 오라버니?

당황을 감출 새도 없이, 젖은 휴지 같은 새끼들이 내게 달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적당히 해라.”

쿵. 가볍게 내딛은 진각.

주변을 뒤덮은 흙먼지가 한순간에 흩어지고.

밝아진 시야에 놈들이 보였다.

‘귀신인가?’

하긴 요물도 있는 판에.

나는 본능적으로 가슴속의 우윳빛 기운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후우...”

급박한 시간.

아주 약간의 기운만을 모아, 사방을 점하고 달려드는 놈들을 수도로 베어냈다.

-끼아아악!!

-끄악! 끄아아!!!

소름끼치는 괴성.

진짜 귀신 새끼들인가?

-안돼, 안된다아아!!!

-계집! 아기를 내놔라!!!

무언가 아주 간절한 듯, 끝까지 소소유의 몸에 손을 대려는 씹새끼들.

하지만 사방을 점한 내 기운에 결국 부나방처럼 불타며 사라져갔다.

‘시발, 원작엔 이런 거 없었다고.’

애초에 이 절벽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무튼 그렇게 달려드는 새끼들을 정리하고 나니, 갑작스레 찾아드는 침묵.

슬쩍 시선을 내려 소소유를 바라봤다.

“하아, 하... 다행, 무진 오라버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픽 고개를 숙이는 소소유.

놀래서 맥을 짚으니 미약하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휴.”

하지만 곧 죽을 듯 너무나도 연약한 박동.

이제 보니 안긴 몸도 이전의 풍만함은 어디 갔는지 앙상하게 메말라있었다.

“아니, 뭘했길래...”

잠깐만.

‘...설마 요물이?’

그러고 보니 요물치고는, 너무 세심하고 인간답게 떡을 치긴 했었다.

그리고 마치 내게 일부러 주려는 듯.

채음보양술을 쓸 때마다 진기를 뭉텅이로 넘겨줬었고.

“제기랄...”

요물이 아니라 소소유의 진기를 내가 빨아먹고 있던 거였다.

‘...나를 살리려고?’

도대체 어디서 채음보양술을 배운 건지는 몰라도.

소소유가 나를 위해 희생하고 있던 건 분명했다.

“음...?”

그때 순식간에 다가오는 기척 하나.

문이 열리고, 웬 노파가 뛰어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기운을 한껏 끌어올리며 그쪽으로 자세를 잡았다.

“소유야... 아? 이놈!!”

“...누구십니까?”

딱봐도 걱정 어린 말투와 다급해 보이는 얼굴.

조금 긴장감을 풀어냈다.

“소유, 소유는 괜찮느냐!”

“...네.”

통통했던 볼이 움푹 패이긴 했지만.

그래도 잠든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곁눈질로 그녀의 상세를 살핀 노파가 다시금 물어왔다.

“...잠깐, 악귀들이 전부 어디로 간 게야?”

“그게 악귀였습니까? 제가 전부 소멸시켰습니다.”

“...무슨 개씹소리를, 허어?”

홍 노야가 말을 하다말고 어이가 없다는 듯 의문을 내뱉었다.

죽다 살아난 놈에게서 영안(靈眼)과 더불어 영기(靈氣)까지 느껴진다니.

그녀가 들고있던 부채와 법구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다 소멸시킨 것이 참이더냐?”

“네. 소 소저를 덮치는 새끼들이라면, 전부 죽였습니다.”

“...그래, 잘했다.”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했던 홍 노야는, 허탈함과 함께 실소를 흘렸다.

방금까지 미친 것처럼 달려들던 악귀들이 씻은 듯이 자취를 감췄다.

“허어... 이놈들이, 게눈 감추듯 물러나는구나.”

눈앞의 사내에게서 뿜어지는 정광(正光)과 패도적인 내력.

그리고 심장에 자리잡은 새하얀 영기까지.

‘괴물이로다.’

과연 이쯤 되니 그토록 많은 음기를 집어삼킨 것이 이해가 갔다.

허나, 아직 깨어날 만한 기운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아니.’

의문은 나중에 해소하면 될 터.

지금은 급한 것이 있었다.

“우선... 뒷정리부터 도와주게나.”

“...네.”

나는 새하얀 백발의 노파를 따라 동굴을 거닐었다.

척봐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노인네.

‘색금태양공이랑 기운이 비슷한데...’

살짝 결이 다른 느낌.

아마도 그녀가 소소유에게 채음보양술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나는 한없이 가벼워진 소소유를 품에 꼬옥 끌어안았다.

“저는 백무진이라 합니다. 고인께서는...”

“홍 노야라 부르게나. 아, 그래 거기. 조심히 눕혀놓게.”

다 해진 잠행복을 두르고 있던 소소유.

풀로 엮은 듯한 침대 위에 올려두자 메마른 몸이 더욱 더 눈에 밟혔다.

‘괜히 너무 미안한데.’

아직 무서운 듯 잘게 떨리는 가느다란 손가락.

굳게 쥐어주자, 그제서야 떨림이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깨어나면 곧바로 채양보음을 시작하게나.”

“...음. 바로요?”

“그래, 바로. 지나치게 기운이 부족하니 자네가 제대로 해야할 것이야.”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게, 맞습니까?”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노인네.

찬찬히 고개를 젓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될 때까지 자네를 살리려 노력한 것은 소유의 선택이었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아이를 지키겠다 맹세한 것 또한 소유의 선택이었네.”

내 죄책감이라도 덜어내주려는 건가.

아니, 근데...

“...아이요?”

뭔가 뉘앙스가 이상했다.

아까 그 귀신 새끼들 중에 하나가 아기를 내놔라 어쩌라 하던데...

노인이 거침없이 답했다.

“그래. 자네의 아이일세.”

“...”

순간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맨날 임신시켜주겠다느니, 뭐 그런 말은 많이 했지만.

솔직히 떡칠 때 꼴리니까 그렇게 말한 거고.

‘...진짜 아빠가 될 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소율이나 세령이 아닌 소소유가 첫 타자라니.

“어쩐지, 갑자기 오라버니가 어쩌고 하던 게...”

내 아기를 배서라니.

이 세계를 떠날 생각도 없고.

누군가 아이를 갖게 되면 분명 책임지리라 다짐도 했었는데.

‘막상 되니까 얼떨떨하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

따지고 보면 소소유의 잘못이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그렇게 여기고 싶진 않았다.

아무튼, 내 옷을 벗어 소유에게 이불처럼 덮어주고 홍 노야를 따라나섰다.

아주 개판이 된 동굴 안쪽.

쓰러진 집기들과 여러 물건들을 정리하며 노인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벌써 한달은 넘게 누워있었단 소리지?'

소유에게서 진기를 갈취한 건 3주가 넘었고.

그정도면 애가 저리 될만했다.

“지금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한 상황일세.”

“...그래 보입니다.”

“다행히 못 먹어 굶은 것은 아니고, 자네가 진기를 나눠주면 차차 나아질 일이지.”

“...네.”

마무리로 청소까지 하며 대화를 잇는 홍 노야.

“허나 근시일 내로 만령곡을 나가야할 걸세. 산모에게 언제까지 풀때기만 먹일 수는 없지않나.”

“...방법이 있을까요.”

“본래는 내가 희생하는 것말고는 답이 없었으나.”

상의를 벗은 내 가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노인네.

슬쩍 가슴을 가리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것이 보였다.

“...자네가 영기와 영안을 트이게 되었으니, 방법이 생겼네.”

“영기... 아하.”

홍 노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심장에 자리잡은 우윳빛 기운.

‘이게 영기고.’

아까 그 귀신 새끼들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게 영안이 트였다는 뜻이겠지.

“후우... 오래 살다보니 이 동굴도 잡기가 많아졌구먼.”

“다 되었습니까.”

“이제 가보시게. 산모에게 소홀히 하면 평생 간다는 것 잊지말게나.”

“크흠...”

나는 괜스레 헛기침을 남기며 소소유에게로 돌아갔다.

*

홍 노야가 안내해준 동굴.

척봐도 의식을 잃었던 내가 소소유와 질리도록 했을 그 동굴이 분명했다.

“으슬으슬하네.”

귀신 새끼들이 왔다가서 그런가.

나는 차분히 내기를 풀어내 체온을 높였다.

“우웅...”

마치 아기처럼 내 품에 쏙 안겨들어와있는 소소유.

침상 위로 올라와 가만히 그녀를 품에 안았다.

토닥토닥. 가냘픈 몸을 조심스레 다독였다.

“하...”

죽었다 깨어나니 내 아기를 밴 여자가 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상황이란 말인가.

“네가 따라와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뱃속에 있을 아기만큼이나, 그녀에 대한 애정도 뭉클 샘솟았다.

윤기 넘치던 장발도 푸석푸석해진 게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만했다.

가볍게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깨어날 때까지 연신 그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가슴은 그대로네...’

조상님이 보우하신 건가.

아무튼 그렇게 멍하니 인형 껴안 듯 껴안고 있자, 곧 나지막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웅... 음?”

“깨셨...습니까?”

“헤... 꾸, 꿈이 아닌 것이에요...?”

“...네.”

눈시울이 발갛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방울방울 차오르기 시작하는 눈물.

뭐라 할 말이 없어 더욱 세게 끌어안아주니, 가슴팍에 고개를 처박는다.

“우으... 흐끅, 흡...”

“...”

“흐아앙... 흐끕, 훌쩍...”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드는 소소유.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

“풉...”

“훌쩍... 크흥...”

소매를 끌어당겨 슥슥 문질러주자, 그제야 조금 깔끔해진 얼굴.

앙상한 손가락이 내 볼을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무, 무진 오라버니...”

“...회임을 했다는 건 들었습니다.”

“네... 죄송한 것이에요...”

“아뇨.”

아무리 날 살리려고 했다지만, 내 동의 없이 덜컥 임신한 건 사과할 만한 일이긴 했다.

더군다나 운기조식만 해도 피임이 가능한 이 편리한 세계에서.

그렇다고 그녀의 사과를 받아줄 마음은 없었다.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소 소저.”

“오, 오라버니...”

허리를 받쳐주지 않으면 뒤로 휙 쓰러질 것 같은 그녀를 단단히 껴안고.

남은 손으론 어쩔 줄 몰라하는 가느다란 손을 감싸안았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긴 하지만...”

“꿀꺽...”

긴장한 듯 마른 침을 삼키는 소소유.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잘 키워보죠.”

“...아.”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애를 가져본 건 진짜 처음이니까.

소소유가 내 병신같은 대답에 함박웃음을 짓는 것이 보였다.

이게 이렇게 좋아할만한 일인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거 임신공격 아닌가?’

나 완전 설계 당해버린 거야?

애널 조교로 설계 치다가 임신공격으로 역습이라니.

“바, 받아주시는 것이에요...?”

“네. 세령이랑 소율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는데...”

“...소, 소율?”

“...아.”

어차피 알게 될테니까...

결국, 소소유에게 찬찬히 소율과의 관계도 풀어서 설명해냈다.

당연히 이미 깊은 사이라는 것도 함께.

그 말에 이리저리 커다란 눈망울이 굴러가더니, 툭하고 튀어나온 단어.

“사, 사제덮밥... 호에에...”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아, 갑자기 머리가...”

“...”

대답하기 싫다는 듯 내 품으로 파고드는 소소유.

평소 모습이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었을 텐데.

‘안쓰럽네...’

그래도 음기만 가득 채워주면 되니까.

한참을 그렇게 꼼지락대던 그녀의 손가락이, 내 사타구니를 더듬기 시작했다.

“흐응...”

“...소 소저.”

“말씀 편하게 하시는 것이에요, 오라버니.”

“...그럴까.”

서로의 관계가 바뀌었으니, 호칭도 바뀌어야겠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소유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내 자지가 수십 수백 번이고 들락거리며 맛있게 여문 뒷구멍.

꾸욱 눌러주자, 옷 위로도 야금야금 손가락을 집어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흐으읏... 이런, 기분이었던 것이에요...”

“무슨 기분?”

“오라버니의 커다란 손에, 마구마구 주물러지는 기분... 앗.”

그녀의 끈적한 목소리에 순식간에 솟아오르는 자지.

다른 것보다도, 바지 위로 기둥을 더듬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후... 내가 쓰러져 있는 동안 얼마나 해댄 거야.”

찬찬히 미끄러지듯 내려와, 익숙하게 바지를 벗겨내는 그녀.

툭 튀어나온 자지 기둥을 요염하게 타고올라오는 붉은 혓바닥.

“입안에 정액 냄새가 배이고, 비부 속을 매일 가득 채울 만큼...♥”

“...”

가느다란 손가락이 기둥과 불알을 더듬고.

혀끝이 힘줄을 애타게 간질였다.

순식간에 귀두 끝에서 울컥 새어나오는 쿠퍼액.

그것을 맛있는 음료처럼 질척하게 핥아낸 그녀가 속삭였다.

“오라버니의 양물은, 소녀의 몸처럼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이에요♥”

...요물 맞는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