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96화 (96/230)

“나를 이기세요. 무인 대 무인으로. 지면 깔끔하게 승복하지요.”

깔끔하게 승복이라.

투지에 불타는 눈동자를 보며 답했다.

“고래고래 화를 내시던 것 치고는 마음 정리가 빠르시군요.”

“왜요, 아주 그냥 강기라도 뽑으면서 난리를 칠까요.”

“...아닙니다.”

알아서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이끄는 운연.

길게 한숨을 내쉬는 그녀가 소율을 슬쩍 흘겼다.

“애를 이제 와서 어쩔 수도 없고. 젊은 놈이랑 질펀하게 떡치는 철없는 장문인을 내가 혼이라도 낼까요.”

“...일장로.”

“장문인직이 힘드셨으면 미리 귀띔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한 대칠 거면 쳐보라는 듯한 그녀의 말에 소율이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적나라하게 말할 줄은 몰랐나 보다.

‘꽤 충격이 컸나보구만.’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늘 같은 선배이자 장문인한테 저렇게까지.

“사람 마음이 어찌 뜻대로 되더냐. 나쁜 것...”

“아무튼...”

뾰로통한 입술을 삐죽이며 궁시렁대는 소율.

그런 그녀를 보던 운연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향했다.

“하시겠소?”

“당연한 말씀을. 대신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보시오.”

“장로님들 모두와 싸워보고 싶습니다.”

이쯤에서 살짝 도발을 걸었다.

“모두?”

순간 싸늘하게 내려앉는 정적.

장로들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너무 그렇게들 보지마요.’

다 개처럼 따먹어 줄 테니까.

아무튼, 다가올 봉룡지회 전에 확실하게 위아래를 정해놔야 했다.

이제 어디서 맞고 다닐 실력도 아니고.

앞으로 따먹을 여자가 많은데 겨우 무당파 장로들한테 발목을 잡혀서야 되겠는가.

“백 소협께서는 자신감이 넘치는 건지, 아니면 오만한 건지 모르겠소.”

그녀의 입장에선 오만인 편이 훨씬 낫겠지만.

아까 손을 맞대어 본 결과로는...

나는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답했다.

“만약 제가 패배한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흠...”

“딱히 장로님들을 깔보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무당의 진전을 이을 만한 재목인지 직접 판단하시라는 겁니다.”

이렇게 말해도 심기불편한 장로들의 마음이 한번에 풀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납득하라고 합당한 이유를 갖다붙여줬다.

‘다 죽이고 갈 것도 아니니까.’

이 정파라는 족속들은 체면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비위를 맞춰주는 게 나았다.

그렇게 얻은 체면과 정당성은 나한테도 나쁠 것 없고.

대뜸 폭탄선언을 던진 소율과 세령이 미안함을 더는 데도 도움을 줄 거다.

“...알겠소. 다만 전부와 붙는 것도 조금 그러니, 삼장로까지만 대련을 하도록 하지.”

“저야 상관없습니다.”

사실 해봤자 운연이나 운휘가 아니면 별로 신경 쓸 것도 없었다.

장로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수준 차이가 현격했으니까.

이내 장로들끼리 모여 쑥덕쑥덕대더니, 어느새 슬그머니 내 옆에 와있던 소율에게로 시선이 모였다.

“시각은 내일 정오, 혜원각 뒤편의 연무장으로 할까합니다.”

“좋을대로 하시게. 어차피 무진이가 이길 테니까.”

내 팔을 꼬옥 붙잡고는 답하는 소율.

운연이 허탈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인, 행복해 보이시오.”

“갑작스레 알려서 미안하구나, 본녀도.”

마치 자매같은 모습의 둘.

딱히 앙금없이 해결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그럼 정례 회의를 시작해야하니, 백 소협과 세령이는 나가주시겠는가.”

“...회, 회의할 게 있었느냐?”

“당연한 것 아니오. 장문인께서 출타하신 동안 일이 아주 많이 쌓였소이다.”

“...”

비릿한 미소를 짓는 운연.

소율이 내게로 찰싹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무, 무진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간절히 구해달라 소리치는 소율의 눈빛.

가볍게 볼을 쓸어주며 속삭였다.

“일 다 끝내고 오시면 상을 드리겠습니다.”

“지, 지금 같이 나가는게 상이다.”

“한 것도 없는데 무슨 상입니까.”

“이, 이 나쁜 놈이...!!”

운연과 운휘에게 잡혀가며 허우적대는 소율.

세령과 함께 그녀를 배웅했다.

*

다음 날 새벽, 잠든 소율과 세령을 두고 연무장으로 나왔다.

여름이지만 선선한 새벽 공기.

“하아...”

이리저리 산발한 레게 머리를 몰래 챙겨온 소율의 가슴 속곳으로 묶고.

어제 하루 열심히 허리를 흔든 몸뚱아리를 가볍게 풀어냈다.

“훅, 후욱...!”

온갖 기괴하고 아크로바틱한 자세마저도 해내는 미친 육체.

내공 한 줌 쓰지 않고 전신의 근육을 팽팽하게 조여가며 땀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혈동자들을 사방에 뿌려놨었는데.’

오늘 일이 끝나면 한 번 확인해봐야할 듯 싶었다.

주인공 놈이 뭘하고 있을지도 궁금하고, 기연들이 잘 있는지도 확인해야지.

‘소령단은 보관했다가 세령이나 소유를 주고...’

큼직한 것들은 내가 먹던가 나중을 위해 기약하기로 했다.

혈교와의 싸움이 벌어지면 누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 전에 다들 수준을 끌어올려놔야지.

그렇게 고민거리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바닥에 땀으로 웅덩이를 만들 때쯤.

자박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뭔가 심통이 난 듯 빠른 발걸음.

일부러 천천히 걷는 세령은 아니고.

발끝에서 살랑거리는 군청빛 머리칼을 보니 역시 소율인 듯 했다.

“어느 미친놈이 본녀의 속곳을 훔쳐갔나 했더니, 역시 네놈이었구나.”

“바닥에 내팽개치셨길래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네놈이 벗겨서 던져놓고는...”

몸을 일으키자 살랑거리는 도포 한 자락만 입고 나온 소율의 모습.

잠이 덜 깬 듯 살짝 감긴 눈에, 헐렁하게 여민 옷 틈새로 언뜻언뜻 비치는 유두가 상당히 꼴릿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본녀가 그런 것도 모르겠느냐, 바보 녀석.”

살짝 추운지 부르르 떠는 그녀.

“흠...”

이내 느긋이 내 몸을 관찰하더니, 소율이 가볍게 자세를 잡았다.

사실 자세랄 것도 없이 편하게 한 손을 늘어트린 모습.

“어디, 오랜만에 한 번 해보겠느냐?”

하지만 저 한 마디 이후로, 그녀의 몸에선 빈틈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좋지요.”

나 역시, 주먹을 그러쥐며 소율을 바라봤다.

옷은 금방이라도 벗겨내고 자빠트리고 싶을만큼 하늘하늘한데.

그 기세는 도저히 뚫고 나갈 틈이 보이질 않았다.

‘아직 이정도나 차이가 나는 건가?’

힘으로 뚫으라면, 진짜 죽일 기세로 하면 못 뚫을 것도 없어보이긴 하지만...

“생각이 길구나.”

“큿?”

잠깐의 상념을 파고드는 소율의 손날.

스각,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갈라졌다.

‘조금만 깊었으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는 섬뜩함.

머릿속을 채웠던 상념과 잡생각이 말끔하게 날아갔다.

“방심하지 말거라. 만령곡을 빠져나온 이후, 네가 더 강해졌다는 걸 본녀도 안다.”

쉴틈없이 쏟아지는 연격.

받아치는 내 양손을 소율이 한 손으로 전부 흘려낸다.

‘제기랄...!’

그럴수록 근육을 더 쥐어짜고, 그녀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소율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거스르지 않으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훙! 후웅!

“허나.”

살벌한 주먹질이 그녀의 몸 곳곳을 노렸다.

일반인이 맞으면 아마 몸이 그대로 펑 터져나갈 정도의 힘과 속력.

하지만 소율은 그마저도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피해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옷자락.

그러다 살짝 흐트러진 내 중심을, 소율이 낚아챘다.

“큽...!”

툭, 투둑. 순식간에 품으로 파고들어온 소율의 손바닥이 명치와 심장을 두들겼다.

평소의 손찌검 마냥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어안이 벙벙했다.

“아직 본녀의 품을 벗어나기는 이르구나. 후후후.”

소율의 입가에 맺힌 장난스러운 미소.

강해질수록, 그녀의 강함이 더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졌습니다.”

“밤에는 몰라도, 아직 무공은 본녀가 몇 수 위이니라. 알겠느냐?”

밤마다 자지에 깔아뭉개지는 게 내심 불만이었는지 콧대를 세우는 그녀.

나도 살짝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제자가 깔려드리지요.”

“암암, 그래야지.”

폴짝 내게로 뛰어드는 그녀.

자연스럽게 허리에 휘감긴 매끈한 다리를 손으로 받쳤다.

“땀이 묻습니다, 태사부.”

“괜찮다. 이따 같이 씻으러 가자꾸나.”

자그만 손으로 이리저리 내 얼굴을 쪼물딱 대는 소율.

나도 질 수 없어 보드라운 젖가슴에 입술을 묻었다.

“하으... 미친놈도 아니고 이걸 왜 머리끈으로 쓰는 게야.”

“달리 묶을 게 없지 않습니까.”

“하여간... 못 말리는구나.”

소율이 살며시 내 몸을 쓰다듬으며 신음을 흘려냈다.

나 또한 딱딱하게 솟은 유두를 깨물고 빨고.

허벅지를 받친 손으론 습기찬 아래쪽을 느긋이 지분댔다.

“읏... 젖가슴이 그리도 맛있더냐.”

“역시 아직 태사부의 품을 벗어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아핫... 음흉한 녀석...”

그렇게 한참 서로를 물고빨던 도중, 소율이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으응... 그거, 아느냐...?”

“뭘 말입니까?”

“본녀가 아직 수련생일 시절... 제일 불같았던 것이 운연이었다.”

처음으로 듣는 과거의 이야기.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소율을 바라봤다.

“일단 속곳부터 내놓거라. 응큼한 놈.”

머리에 묶어둔 속곳을 끌르더니 뺏어서 도로 입는 그녀.

타액으로 젖은 젖가슴이 속곳에 착 달라붙어 훨씬 음탕한 모습이 되었다.

“녀석의... 별명이, 야차였느니라...”

“...의외군요.”

“그렇지? 대련 때도 가장 살벌했던 것이 고녀석이었다. 항상 질까봐 내심 가슴을 졸였었지.”

이내 나를 툭하고 밀치더니, 사타구니 위에 슬쩍 비부를 비비적대는 소율.

하얀 손가락이 가슴팍을 간질였다.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끝까지 이기려고 발악을 해댔어. 응, 그래... 사실 본녀가 강해질 수 있던 것도, 녀석 덕이 컸지.”

“태사부가 노력한 덕이지요.”

“흐응, 그리 말하면 뭐라도 해줄 줄 아느냐.”

점점 딱딱하게 발기해가는 자지 위로, 이젠 촉촉한 보짓살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결국 못 참겠는지 슬쩍 허리를 들어 자지를 빼내는 소율.

꺼떡대는 자지를 꼬옥 붙잡곤 이리저리 맞춰대는 것이 보였다.

“응, 자꾸 힘주지 말거라... 옳지...”

하늘하늘한 도포 자락으로 안쪽이 가려져서.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균열에 비벼지는 느낌이 꽤나 색달랐다.

“아무튼, 요지는... 응, 하아악...”

“크...”

그러다 한순간 깊숙이 들어오는 부드러움.

뜨겁고 쫀득한 육벽이 자지에 쩍쩍 달라붙어왔다.

“방심하지, 말라는 게다. 운연이 녀석이... 후으으, 한 번 불이 붙으면 멈출 생각을 안 하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운휘랑 혜민이는...”

“소율.”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입을 다무는 그녀.

질질 흘려낸 애액으로 착 달라붙은 사타구니가 보드랍게 비벼졌다.

“걱정하지마. 내가 다 이길 거니까.”

“...그래. 그래야 본녀의 남자가 될 자격이 있지.”

야릇한 미소를 지은 소율이, 그대로 내게 쓰러져왔다.

그렇게 정오.

나는 소율과 몸을 섞던 연무장 위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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