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01화 (101/230)

“...저걸 어떻게 한단 말이냐.”

“시킬 사람들 많잖습니까. 하나 잡아서 시키시죠.”

신당의 구석.

내 품 속에서 축 늘어진 소율이 물어왔다.

“지금 본녀와 네가 흘린 체액을 당당하게 남들에게 보이란 말이더냐...!”

“뭐... 알아서 마르겠죠.”

“어, 얼룩이 남잖느냐!”

안개가 낀 이른 아침부터, 달밤이 뜬 지금까지.

밥도 거르고, 쉬지도 않고 서로를 탐했다.

그녀도 나도, 탈수 아닌가 싶을 정도로 땀을 흘렸었고.

당연히 신당의 바닥은 나와 그녀가 쏟아낸 체액으로 흥건했다.

'사실 얼룩이 원래도 있긴 했는데...'

이곳에 와서 떡친 게 몇 번인데.

그저... 오늘은 조금 정도가 심했다.

‘아마...’

소율이 싸지른 골든-애액이 문제 아닐까?

“다음엔 이불보라도 갖다두죠.”

“여기서 떡친다고 광고할 일이라도 있느냐!”

“...자꾸 소리만 지르시면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역시 소율도 답이 없는지 꾸욱 입을 다물었다.

대신 댓발 튀어나온 주둥아리.

“흥!”

자지 물려줄 땐 그렇게 좋다고 아양을 떨어대더니, 아주 괘씸하다 괘씸해.

“네가 방법을 좀 찾아 보거라. 본녀는 쉬고 싶으니.”

“애처럼 칭얼대시더니, 귀찮으셨습니까.”

“그게 아니라...”

끙끙대며 몸을 돌리는 소율.

봉긋 솟은 유두가 차갑게 식은 살결에 착 달라붙어왔다.

교태롭게 젖가슴을 비비적대며 말을 잇는 그녀.

“본녀도...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느니라.”

“뭘요?”

“다.”

“다?”

소율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본녀가 올해로 장문인직을 맡은지 어언... 음, 아무튼. 아주 오래니라.”

“회의고 뭐고 별로 참여 안 하시는 것 같던데.”

“그, 그건 네놈이 가지 말라고 하도 애원해서 그랬던 것 아니더냐!”

애원까진 아닌데... 아무튼.

내가 붙잡은 날이 많기는 했다.

“하여튼, 원래는 일 많이 했다. 네가 오고나서 조금... 소홀해진 것 뿐이지.”

“일보단 역시 제 자지 아니겠습니까.”

“...”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한 자지를 조물조물 만져보더니.

슬쩍 웃으며 답하는 소율.

“이게 낫긴 하지. 아니, 아무튼 간에. 본녀는 오래오래 소처럼 일해왔단 말이다.”

“그럼 장문인직을... 대리하던가 하면 되잖습니까.”

마침 운휘가 거의 뒷선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경지는 무인의 끝이라는 절대지경, 배분도 소율과 같은 운자배의 지위.

꽤나 괜찮은 후보잔데.

“그건... 안되느니라. 아직은 본녀가 자리를 지켜야해.”

“흠...”

역시나 혈교쪽의 문제려나.

대뜸 그녀가 은퇴를 선언하면 뭔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럼 뭐 장문인 자리는 꿰차고, 일은 하기 싫고.

“결국은... 책임 없는 쾌락을 느끼고 싶으시다는 거잖습니까.”

“쾌, 쾌락이 왜 나오느냐!”

“일 안 하고 저랑 있으실 거 아닙니까?”

“읏... 아, 아니다!”

차마 바로 인정할 순 없는지 부정하는 그녀.

조금 상처 받은 얼굴을 하며 다시 물었다.

“...진심이십니까?”

“...아, 그게... 너, 너랑도 있을 것이다.”

“도?”

“...너랑만.”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소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갸릉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소율.

“아니면 뭐... 세령을 미리 배운다 치고 좀 가르쳐주시던가요.”

“흠... 아기엄마를 일 시키기가 조금 그렇지 않느냐.”

“가만히 앉아있는 걸 세령은 더 싫어하지 않겠습니까.”

그 좋아하는 무공도 아기 때문에 일절 금지당한 상태인데.

뭐라도 일거리를 던져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뭐... 같이 고민을 해보자꾸나.”

“아무튼 슬슬 내려가시죠.”

“...안아줄 것이냐?”

이미 목덜미를 꼬옥 끌어안은 주제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물어오는 그녀.

수도 없이 맞춘 입술을 다시 한 번 진하게 부비고 몸을 일으켰다.

“꺅!”

“이 상태로 한 바퀴 돌고 가겠습니다.”

“아, 아으... 조, 좋을 대로 하거라.”

전신에 치덕치덕 달라붙은 비릿한 냄새 좀 가시게 할 겸.

무당산 근처를 산책하고 세령이 기다리고 있는 혜원각으로 돌아왔다.

*

“어머어머, 백 대협. 어딜 가시는 거에요?”

“아... 소천각주님.”

“아이참. 딱딱하게 그러지 말구, 혜연 누님이라고 해봐요.”

며칠 뒤, 혈동자들이 다 모여있다는 전서를 받고 산을 내려가는 와중.

딱딱이라는 단어에 내 고간을 흘기는 아줌마 하나가 앞길을 막아섰다.

“한참은 높으신 분께 제가 어찌.”

“어머? 이번에 혜진이라는 도호를 받은 것 다 알아요. 같은 배분이네?”

그녀의 직책은 소천각주.

본산이 아닌 속가 제자들을 전담하는 각의 주인이다.

또한 이미 몇 없는 운자배가 아닌 혜자배의 인물.

“오늘은 조금 바쁩니다만...”

“그럼... 시간이 언제 될까?”

유혹하듯 내 가슴팍을 간질이는 그녀.

이제 보니 분냄새까지 풀풀 나는 게 열심히 꽃단장을 한 모양이었다.

“저녁쯤... 되십니까?”

“그럼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소천각으로 와요.”

“...알겠습니다, 소천각주님.”

“혜연 누님이라고 하래두!”

“아하하...”

그렇게 간신히 그녀를 떼어놓고 호북성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날 한 번 따먹겠다는 일념의 눈빛.

떡협지와 내공의 보정으로 30대 미시처럼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오늘 저녁은... 잘 먹어야겠네...”

사실 소천각주가 튀어나왔던 곳에서 다수의 기척이 느껴졌었다.

전원 그녀와 비스무리한 수준의 무인들.

아마 저녁에 가면, 미시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바지춤을 매만지며 미리 약속을 잡아둔 객잔으로 들어섰다.

“흠...”

이름도 처음 들어본 변변찮은 호북성 변두리의 객잔.

쪼그만 혈동자들 8명이 한 자리씩 맡아서 앉아있는 걸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주인장 계시오.”

“아... 소, 손님... 그, 자리가 다 차서...”

“여기.”

“헛...”

무당에서 챙겨온 묵직한 은화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주인장.

이런 허접한 가게는 몇십 채고 살만한 돈을 건넸다.

“가게를 파시오. 지금 당장 팔면 전부 다 주지.”

“팔겠습니다!”

어디 땅 몇 마지기 사서 평생 편안하게 살만한 금액.

세령이 그리 말해줬었으니 그럴 거다.

그렇게 단출한 짐을 싸는 것까지 도와주고, 주인장을 내보냈다.

“다들 잘 있었나.”

“충!!”

내 한 마디에 바람같이 달려와 무릎을 꿇는 8명의 혈동자들.

영기까지 깨우친만큼, 미색령의 위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미파는 어떻게 됐으려나.

떠나간 아우를 추억하며 객잔에 있던 술을 한 잔 걸쳤다.

“각자 조사한 것들, 보고할 수 있도록.”

“여기 있습니다.”

두꺼운 서책을 하나 내미는 일호.

역시 대가리로 뽑은 만큼 가장 유능해 보였다.

“편히 앉아들 있어. 요거 좀 볼테니.”

“존명!!”

우선 확인해볼 건 기연들의 안전.

보통 굉장히 좆같은 곳에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나 어떠한 기운, 진법 등의 유무로 알아내라고 했었다.

“용린갑은 다행히 그대로구만.”

뭐가 됐든 맹주에게서 용권갑은 받아낼 작정이라, 함께 짝을 이루는 용린갑은 꼭 챙겨가야했다.

다른 영약이나 내단은 솔직히 막 필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곰곰이 살펴본 결과 전부 제자리에 있는 기연들.

몇 장 넘겨 이번엔 주인공에 관한 내용을 찾아냈다.

‘원래라면 진즉에 소율한테 구해졌을 텐데...’

내가 만령곡에서 좆돼버리는 바람에 많이 늦어졌다.

“흐음... 지금이라도 가볼까?”

병신같은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산적들한테 강간 당하면서 사는 건 좀 그런데.

아무튼 그렇게 내용을 읽던 도중,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주서진은 없고, 대신 주서현이라는 계집이 있었다고?”

“예.”

“...뭐하고 살고 있는데?”

“식모살이 중이었습니다.”

일호의 똘망똘망한 눈으로 보아 구라를 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혈동자들은 나한테 거짓을 말할 수도 없고.

‘맥락상 주서진이 주서현이 된 것 같은데...’

원작에서 산적 누님들이 개처럼 달려드는 미소년이라 했으니, 아마 예쁘지 않을까.

그럼 자지 큰 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빨통이 커지나?’

나는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결국 물어보고 말았다.

“...이뻐?”

“속하의 기준으로도 가히 절색이라 할만했습니다.”

내가 니 새끼 기준을 어떻게 알아...

‘역시, 가봐야겠구만.’

아무래도 다음 출타의 목적지가 정해진 듯 했다.

그 밖에도 이것저것 정보를 습득하고, 앞으로의 일을 지시했다.

“앞으로 너희들은 지속적으로 중원의 정보를 수집해라. 여기는 진짜 객잔처럼 꾸미고.”

“존명.”

“저번에 잡은 개방의 거지년 둘도 붙여줄 테니 잘 써먹고.”

그밖에도 이호는 세령의 호위를 맡기고, 삼호는 내 부관으로 써먹기로 했다.

“일호가 총대장이니 여기서 정보를 취합한다. 나머지는 전부 밖에서 정보 수집하고.”

“존명!”

슬슬 다 마치고 돌아가려는 찰나, 일호가 나를 붙잡았다.

“주군. 객잔은... 뭘 팔면 될까요? 그리고 우선적으로 수집할 정보의 종류를...”

“아... 그렇지.”

이런 건 나도 처음이라.

그새 수염이 자라 까슬한 턱을 쓸어내리며 답했다.

“대충... 동자객잔? 그래 그게 좋겠다. 이름은 그렇게 하고... 소면이나 팔아. 비빔 하나 국물 하나. 숙수는 보내주지. 그리고 정보는...”

뭐가 좋을까.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게...

“아, 봉룡들. 그 연놈들 정보를 최우선적으로 수집하도록. 2개월간 조사하고 보고하도록 해.”

“존명!!”

“참고로 선녀봉과 유녀봉은 제외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세뇌당한 놈들은 자율성이 떨어지니까.

그렇게 지시를 마치고, 보수를 위해 은자를 조금 던져준 뒤 무당으로 돌아왔다.

해검지를 지나자마자 득달같이 달라붙는 소천각주.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백 대협. 혹시 저녁 먹은 건 아니죠?”

“든든하게 먹고 왔습니다만.”

“어머, 그러면 주안상을 차려야겠네.”

“술이요?”

여기 무당 아닌가?

되묻는 내게 음흉한 눈빛을 보이는 그녀.

“우리가 소림의 땡중년들도 아니고. 간단한 약주 정도는 괜찮아요, 백 대협.”

뭐... 소율도 저번에 술 꺼내서 세령을 잔뜩 먹였으니까.

나는 불이 밝게 켜진 소천각으로 들어가기 전, 시종 하나를 붙잡았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발갛게 물드는 시종의 얼굴.

수줍어하는 표정이 보였다.

“아, 배, 백 대협...! 제게 지, 지시하실 것이라도...?”

“아... 네. 그러니까...”

얼굴이 알려지니 새삼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시비까지 나를 알아보다니.

“혜원각에서 가서, 오늘은 늦게 올라갈 것 같다고 전해줘요.”

“그, 그거면 될까요?”

동그란 눈망울이 꽤나 아름다운 그녀.

빙긋 웃어주며 답했다.

“네. 아, 그리고... 전하고 돌아오면, 그쪽도 안으로 들어와요.”

“네? 전...”

“괜찮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럼 백 대협, 다녀올게요...!”

총총거리며 사라지는 시비를 뒤로 하고, 소천각으로 들어섰다.

“어머머!! 백 대협!!”

“정말 와줬네요!!”

들어오기가 무섭게 양옆에서 젖탱이를 들이미는 각주들.

8명쯤 되는 각주들이, 각자의 최선을 다한 것이 보였다.

빨통을 드러낸 건 기본이고, 소율이 입은 옷처럼 밑단이 그냥 없는 수준인 옷도 많았다.

안쪽 가득한 분내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

‘올라가려면 새벽은 되야겠구만.’

뚝, 뚜둑.

가볍게 목을 풀어주고.

바지를 훌렁 벗어던지며 호쾌하게 선언했다.

“다 벗어, 암캐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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