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일장로, 운연.
그녀 역시 오래전 남편을 잃었다.
다만 그 과정이, 다른 미망인들과는 조금 달랐다.
혈사가 벌어졌던 그 시절, 혈교는 집요했고.
중원 무림인들의 몸과 정신을 흔들기위해 무슨 짓이든 했었다.
그들의 가족을 암살하는 일쯤은,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다.
그 결과 전장에 나섰던 많은 무림인들이 미망인이 되었고, 구슬피 울었다.
허나 운연, 아니 진소현의 남편은 살아남았었다.
그녀의 남편은 해남의 사람이었고, 우연찮게도 그곳에 있던 터라 화를 피해갔다.
소현은 그 사실에 감사하며 안도의 편지를 비둘기의 다리에 매달아 몇 번이고 보냈더랬다.
그렇게 몇 년 뒤 종식된 혈사.
남편을 찾기 위해 돌아간 해남에, 더 이상 그녀의 남편은 없었다.
해남파의 어느 여시종 하나와 새살림을 차린 남자가 있었을 뿐.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운연 사숙. 그리 화내지 마십쇼.”
“이, 이 천박한 꼴을 보고도 지금 그런 소리가 나오시오!!!”
짧은 순간 과거의 일이 떠오른 운연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녀에게 남자란 있으면 있는 거고, 없어도 나쁠 것 없는.
딱 그런 정도의 가치였다.
“천박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겁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내를 찾는 것은 계집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지요.”
그렇게 남녀간의 감정이 있을 자리엔 검이 들어섰고, 그리 만족하며 세월을 보냈다.
아니, 실은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감정을 밀어냈다고 봐도 좋으리라.
하지만 눈앞의 사내는 오로지 감정뿐인 사내였다.
정신적인 것이 아닌, 오직 육체적인.
더럽고 추잡한, 그러면서도 가슴에 불을 지피는 그런 격정적인 감정들.
열띤 얼굴로 나신을 늘어트린 장로들의 얼굴에도, 그 격정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닥치시오!! 내 당장 장문인께...”
“소율에게 말하면, 뭐가 달라질 것 같습니까?”
“큭...”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사내의 반문.
그의 말대로였다.
난생 처음 격정을 느껴본 그녀의 사저는 이 사내에게 깊이 빠져있었다.
평생 입어본 적 없는 부끄러운 옷을 입고.
그의 손짓 하나하나에 교태스럽게 아양을 떨며.
저, 고간에 달린 흉측한 것에 몸을 허락했다.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백무진이라는 사내의 추잡함과 성욕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보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무력함과 죄책감.
왜 처음에 제대로 막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이 자는 무당의 홍복을 가져올 용이 아니라, 모든 걸 집어삼키는 아귀였다.
‘어쩌다, 어쩌다... 이 무당이...’
문파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장로들이 죄다 사내의 아래에 깔려 계집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장문인조차도, 더해서 장문인의 제자까지... 모두.
“하아, 하아... 백 소협.”
“예, 운연 사숙.”
운연이 거칠게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힘겹게 읊조렸다.
“그리 많이 쥐려하다가, 전부... 전부 놓칠 것이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잠깐 외로움을 달래는 것 뿐인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장로들의 젖가슴과 비부를 주물럭대는 사내.
두터운 손에 짓눌리는 유방과, 쓸어내릴 때마다 진한 정을 토해내는 그녀들의 비부.
“네, 맞아요.”
“맞아요, 백 대협...”
“아응...”
그녀들 또한 저 사내에게 아양을 떠는 한낱 계집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결국, 운연이 주먹을 부들거리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당장 옷을 입지 못하겠소!! 무당의 장로들께서 이 무슨 추태요!!”
허나 그녀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자신의 호통에 설설 기며 고개를 숙였을 텐데.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사내의 곁으로 모이는 것이 보였다.
“움, 츄우...”
“혜민 사저가 대표로 말씀드리시지요.”
“알았어요, 백 대협.”
거칠게 얼굴을 쓰다듬는 사내의 손에 오히려 입술을 맞추는 삼장로.
그녀가 자신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답해왔다.
“싫습니다, 일장로.”
“...싫다, 라? 지금, 한낱 주색에 빠져...”
“주색이라뇨. 단순히... 서로에게 해주는 봉사에 가까운 겁니다, 일장로.”
봉사라니.
볼을 붉히며 답하는 그녀의 얼굴엔 한 치의 거짓도 보이지 않았다.
“맞아요. 왜 그리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장로님.”
“네. 남녀가 마음이 맞아 하룻밤 같이 보내는 것이, 그리 노하실 일인가요?”
따라 답을 더하는 다른 장로들 또한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만져달라는 듯 그에게 달라붙고.
교태롭게 아양을 떨며 젖가슴을 사내의 등과 배에 부벼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흡족한 얼굴로 받아들이는 백무진.
그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들 그렇다고 하시는데. 운연 사숙께서도 어찌, 저와 하룻밤 보내시렵니까?”
“...”
늦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던가.
반쯤 포기해버린 마음에, 약해진 틈으로 그의 속삭임이 파고드는 듯 했다.
“장로분들께서 괜히 이러시겠습니까. 다 제가 여자로서의 기쁨을 알려드려서 그런 거지요.”
“아읏... 하아...”
“백 대협, 거긴... 앙!!”
그의 천박한 손짓에 자지러지는 그녀들의 얼굴에.
순간 운연 자신의 얼굴이 겹치는 듯 했다.
“읏... 집어치우시오!”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문득 외로워지시면, 절 찾아오십쇼.”
저것은 아귀, 아니 마귀의 속삭임이었다.
눈과 정신을 어지럽히는 미몽.
차마 더 있을 수 없었던 운연이 몸을 돌렸다.
“갑시다, 이장로. 더 이상은... 이장로?”
성큼 내딛은 자신의 뒤에 따라붙지 않는 이장로의 기척.
뒤를 돌아보니, 운휘마저 백무진에게로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흠흠.”
“잘 선택하셨습니다.”
“...이런 외팔이 년이라도, 달래주는 것이오?”
차라리, 하자가 있는 여자는 싫다고 답한다면.
하지만 사내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운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물론입니다. 저를 구하기 위해 이리 되셨는데요. 밤마다 환상통에 시달리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걸 어찌.”
“명색이 무인인데, 그런 것 하나 모르겠습니까. 그런 아픔쯤은 전부 잊게 만들어드리죠.”
“운휘!!”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그녀가 멀게만 느껴졌다.
“미안하오, 운연 사저.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오지 않았소? 이젠, 조금 즐기고 싶어졌소.”
“원없이 즐기게 해드리죠.”
우악스런 손에 이끌려 사내의 품으로 떨어지는 운휘.
운연의 입가에서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 하하...”
마지막으로 자신을 흘깃 쳐다본 사내의 눈빛을 끝으로.
탁, 하고 삼장로의 방문이 굳게 닫혔다.
망부석처럼 굳어버린 운연.
그녀의 머릿속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되짚어 갔지만.
끝내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나 따위가 무어라고.’
닫힌 방문 틈으로, 익숙한 목소리의 교성이 들려왔다.
함께 수련하고, 고련하며 내던 고통의 신음과는 달리.
한껏 쾌락과 기쁨으로 가득 차있는 탄성.
듣는 이의 비부마저도 저릿해질 정도로.
야릇하고 열띤 교성.
그 짐승 같은 소리에 취한 듯 한참을 서있다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작스레 방의 문이 열렸다.
드르륵.
“아...”
“...”
“지, 지나가겠습니다.”
한껏 숨을 헐떡이며, 건강한 피부 위로 땀을 흘려내는 젊은 여자.
아마 삼장로의 시종 중 하나일까.
그녀가 지나간 뒤로, 열린 문의 틈새로 적나라한 남녀간의 정사가 보였다.
“읏...”
사내 하나에, 도대체 몇의 여인이 달라붙어 봉사를 하고 있는 걸까.
모두가 황홀한 표정으로 사내의 전신을 매만지고 핥고, 주물러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그의 아래에 깔린 운휘, 자매처럼 지내온 사매의 음탕한 얼굴.
“하악, 카흑...! 배, 백 소협...!!”
“크으... 세 발째, 갑니다...!”
그녀의 허리가 바짝 휘어지고, 아랫배가 볼록 솟아나올 정도로 사내의 것이 깊게 파고들어갔다.
이내 남은 한 팔로 애원하듯 사내의 몸을 끌어안는 운휘.
커다란 사내의 몸에 집어삼켜진 그녀에게서 격정적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하아앙...!! 가앗, 언제까지잇...!”
“후우, 후...”
마치 보란 듯이 펼쳐지는 추잡한 교접.
사정을 끝낸 사내가 운휘의 배 위에 양물을 올려놓자, 장로들이 혀를 들이미는 것이 보였다.
맛난 먹이를 받아먹듯 사내의 정을 핥아먹는 그녀들.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지나가겠습니다... 아앗! 저만 빼고 사정을 하시면 어떡해요!!”
“운휘 사저가 너무 조여대서. 이리와.”
정액을 먹지 못한 대신이라는 듯 짙게 입술을 맞추는 둘.
자신은 없는 사람처럼, 그저 육욕에 충실한 방 안의 광경.
이내 자신을 향한 사내의 눈동자가 보였다.
-원하신다면, 직접 문을 열고 들어오십쇼.
달칵. 사내의 손짓에 문이 닫히고.
그가 소근거린 은밀한 속삭임만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원한다면...”
이미 운연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자매처럼 지내오던 동문들도, 함께 무당을 이끌었던 장로들도.
존경하며 따랐던 장문인도. 평생 자부심을 가졌던 무(武)마저도.
전부 문 너머의 사내가 가져가버렸으니까.
“흣... 하아, 하아...”
달그락.
문의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아니... 이미, 돌이킬 수 없었어.’
자신도 한낱 계집으로 전락해, 저런... 음탕한 모습을 보이겠지.
사내의 정을 갈구하고, 애달프게 사랑을 조르는, 나약한 모습으로.
하지만... 혼자라는 이 아픈 감정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거다.
드르륵.
“흐으, 오셨습니까.”
그녀가 쾌락과 교성이 휘몰아치는 방안으로, 조심스레 몸을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