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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07화 (107/230)

‘저년인가?’

내게 뛰어들어 안기는 소유의 뒤로 마차에서 내리는 녹빛의 여인.

차분히 감겨있는 눈에, 은은한 연둣빛 궁장을 입은 여자.

‘녹옥봉 당하린.’

다른 이름으로, 절근봉.

남자의 양물을 끊어낸다는 잔악무도한 계집년.

‘원작에선 하렘인 만큼 주인공의 여자가 되기는 했는데...’

사실 됐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어디까지나 친한 동료쯤? 그정도의 수준이었으니까.

거기다 여리여리한 중성적인 주인공의 모습에, 남성을 혐오하는 당하린의 성격이 조금 중화되기도 했고.

‘그에 반해...’

나는 온몸으로 남자라는 걸 뿜어내는 모습.

멀리서 느껴지는 시선부터가, 이미 나를 탐탁치 않게 보는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이미 무당의 내 것이 되었고.

본산의 제자들까지 하나둘 좆맛을 알려주는 중이었으니까.

덕분에 하루에 몸이 열 개라도 바쁠 지경이다.

“오라버니!!”

“소유!!”

“꺄앗!!”

오히려 지금 급한 건 오자마자 내가 전신을 부벼대는 소유였다.

그동안 못 본 만큼 안겨있으려는 건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녀.

이전보다 훨씬 부른 배를 쓰다듬고 있으려니 옆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 주작단 단주... 당하린입니다.”

“...주작단 부단주, 이가령입니다.”

“어서들 오시게. 이미 서화에게서 전서를 받았으니, 봉룡지회까지 편히 쉬게나.”

“감사...합니다.”

척봐도 당황한 게 보이는 주작단, 아니 정절단의 두 여자.

필시 헐벗은 소율의 모습때문이리라.

소율도 부끄러울 법한데, 그동안 계속 저 옷만 입혔더니 이젠 익숙한 모습.

나는 소유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그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네놈은 인사부터 해야지 어딜 가있었느냐!”

“소유가 자꾸...”

“헤헷, 죄송한 것이에요, 사숙.”

소유의 얼굴을 보더니 혀를 한 번 차고는 마는 그녀.

슬쩍 시선을 돌려, 당하린을 바라보았다.

얇게 뜨여있는 실눈 탓인지, 감정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 얼굴.

무진이 두터운 손으로 포권을 올렸다.

“반갑습니다. 백무진이라 합니다.”

“...당하린이에요.”

“이가령입니다.”

“무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당하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자기가 무당에서 뭐라도 되는 듯, 환영한다는 건방진 소리를 하다니.

그에 반해 이가령은, 무진의 벌어진 옷 틈새로 갈라진 근육들에게서 눈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리고 그 아래로, 무복 바지 위로도 두꺼운 존재감을 드러내는...

“흠흠.”

“앗...”

노골적인 시선을 느꼈는지 슬그머니 무진의 앞을 가리는 소유.

이가령이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그럼 식당으로 가지.”

그들은 곧 식사를 준비해두었다며 인솔하는 담소율의 뒤를 따라 걸었다.

주변을 살피며 당하린의 곁에 따라붙는 이가령.

“...단주, 뭔가 이상합니다.”

이상한 것은 아까부터 당하린 자신도 진즉에 느끼고 있었다.

미묘하게 저 사내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듯한 대형.

그의 옆에서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담소율과 소소유, 그리고... 백세령.

‘당신도... 쓸모 없는 계집이 되었군요.’

선녀봉 백세령. 그녀의 표정 또한 사내에게 굴복한 계집의 얼굴이었다.

입술을 짓씹는 당하린의 귀로, 이가령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복식도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담 장문인의... 옷은 확실히...”

“아뇨. 다른 장로분들이나, 선녀봉의 도포 뒤쪽을 보십쇼. 태극 문양이 조금...”

도포의 문양?

분명 언제나와 같은 흑백의 태극이... 아니었다.

요상한 문양과 그 가운데에 자그맣게 그려진 태극.

지난번에 보았던, 아니 중원에서 활동하는 어떤 무당의 무인도 저런 문양의 도포를 입지는 않았었다.

‘대체 저게 무슨 해괴한 문양인 거죠?’

무당에 들어올 때부터 느껴졌던 작은 불안함이, 자꾸만 그 덩치를 키워갔다.

어느새 도착한 식당.

자리에 앉은 담소율이 말을 걸어왔다.

“많이들 들게. 우리 숙수들이 힘을 내주었으니.”

“아... 감사합니다.”

“어디 불편한 것이라도 있는가?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네만.”

“아닙니다. 오랜만에... 오는 무당이라서요. 주변 경치를 조금 둘러보았습니다.”

“그래, 그럼 식사들 하지.”

장문인의 첫술과 함께 식사를 시작하는 무당의 일원들.

분명 이상할 것 없는 광경이지만, 딱 하나.

‘자리 배치가...?’

이번에도 미묘하게, 사내의 곁으로 몰린 것이 보였다.

소소유나 백세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담소율마저 사내의 곁에 자리하여 식사를 하는 모습.

‘무언가 잘못됐어요. 이건 명백히 이상한...’

그런 당하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가령의 시선 또한 무진을 향했다.

이상하게도, 저 벌어진 옷 틈새가 자꾸만 그녀의 눈길을 자극했다.

한 번 만져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저 두터운 손으로,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져 보고싶은...

“가령.”

“네, 넷!”

“너무 노골적으로 보지마요. 가령답지 않게, 왜 그러죠?”

“아, 죄, 죄송합니다. 단주.”

“둘만 있으니 편히 대해요. 저 쓰레기의 실체를 밝혀내려면, 우리 둘이 힘을 합쳐야 하니까요.”

이가령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내는 적. 사랑하는 하린 언니의 적.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령의 시선은 자꾸만 그에게로 향했다.

“오라버니, 아~.”

“...아.”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은 전부 한 번씩 떠먹여줄 생각인지 자꾸만 젓가락을 들이대는 소유.

근 한달만에 보는 얼굴이니 나도 거부할 수가 없어 전부 받아먹었다.

“아주 쌍으로 지랄을 하는구나.”

“태사부도 해주시지요, 그럼.”

“...흥.”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정절단 둘의 시선이 느껴지는지.

낯간지러운 짓은 자제하는 소율.

대신 세령과 소유가 내게 찰싹 달라붙어 밥을 먹여줬다.

‘이게 행복이지.’

어미가 주는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새 마냥 끈덕지게 둘의 가슴과 엉덩이를 주무르며 식사를 끝냈다.

곧 당하린과 이가령을 시비가 숙소로 안내하고.

나와 그녀들은 혜원각으로 향했다.

“오라버니, 올라가면...”

이때다 하고 잔뜩 부푼 젖가슴을 부벼오는 소유.

가볍게 입을 맞춰주며 그녀를 달랬다.

“잠깐 두 분 좀 보고 올게. 참을 수 있지?”

“히잉...”

“무진... 설마...”

“설마가 그 설마겠지. 다른 설마겠느냐?”

“스승님. 무진은 그렇게 음란한 사람이...”

열심히 변호해주는 세령에겐 미안하지만, 그 설마가 맞았다.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자마자 그러진 않겠죠.”

변호가 아니었구나.

나는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잠깐이면 됩니다.”

“...무진.”

“오라버니!”

“금방 갔다올게.”

볼을 잔뜩 부풀리는 소유와, 그 옆에서 같이 나를 째려보는 세령.

그리고 그 모두를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소율까지.

“그새를 못 참고 진짜, 암캐년들이.”

결국 셋을 안고 한바탕 땀을 흘린 뒤에야, 당하린에게 갈 수 있었다.

*

“이상해요, 이상해. 설마... 장문인께서도 그 쓰레기에게...?”

“음음...”

“가령!”

“네엣!!”

아까부터 자꾸 한눈을 파는 듯한 이가령의 모습.

보다못한 당하린이 한바탕 쏘아붙이려는 찰나, 밖에서 시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작단주님, 백무진 대협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갑작스런 백무진의 방문 소식.

놀란 듯한 가령의 표정이 보였다.

“어, 언니, 어떡하죠?”

“...일단 만나봐야겠죠. 들어오라 하세요!”

곧 문이 열리고, 부딪히지 않게 고개를 숙이며 들어오는 남자.

짙은 어둠을 사람으로 빚어내면 이런 모습일까.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마저도, 그 거대한 체구에 가려져 사그라드는 듯 했다.

‘근데 왜 자꾸 벗고 있는... 읏...!’

사내를 관찰하던 시선이 괜한 곳에 닿아 눈살을 찌푸렸다.

괜스레 소름이 돋는 팔뚝을 비비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까 경치를 보고 계시길래요. 직접 안내를 해드릴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앗... 저는 좋은 생각인 것 같...”

“필요 없습니다. 오늘은 피곤하네요.”

아까부터 가령은 자꾸만 왜 그러는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잘라내며 축객령을 내렸다.

직접 얼굴을 맞대본 바, 아직 저 사내와 대화하기엔 준비가 부족했다.

“그러지 말고 나와보시죠. 딱 노을이 지는 시간대라, 경관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도 노을이 지겠죠. 나가주세요.”

“...흠.”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은 사내의 얼굴.

자신과 가령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피곤하실텐데 실례했습니다. 저녁 식사도 이쪽으로 보내드리죠. 푹 쉬시길.”

사내가 나가고, 왠지 모르게 바싹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났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사내였다.

일부러 조금 살기를 담아보내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기처럼 드러낸 근육질의 상체와 하반신의...

“큭... 가령!”

“네, 넷...”

“아까부터 자꾸 왜 그러는 건가요!”

“죄송합니닷...!!”

그것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서, 가령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단주가 아니라... 부단주 쪽이구만.”

곧바로 꾀어내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아리까리하던 게 확실해졌다.

‘아까부터 자지에서 눈을 떼지를 못하던데.’

주작단 부단주 이가령.

원작에서는 그저 이름만 스쳐가는 엑스트라지만.

이곳에선... 당하린을 굴복시키기 위한 좋은 패로 쓸 수 있어보였다.

‘이가령은 딱히 들어오는 정보가 없어.’

원작에서도 언급이 별로 없고, 그다지 할애한 페이지가 없어서겠지.

하지만 딱히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 눈빛.’

흥미와 궁금증, 그리고 열망이 담긴 눈동자.

그거면 충분했다.

이 세계에서의 남자란 나같은 근육질 몸뚱아리를 갖는 게 불가능하다.

사실 무림인들이 외공을 배운 게 아닌 이상 이렇게 몸을 단련하지도 않지만.

태생이 약하게 태어나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게 맞겠지.

‘그런 면에서 이 몸은 최고의 섹스 어필이고.’

더불어 하반신에서 단단한 볼륨감을 보여주는 자지까지.

원작이 떡협지라 그런지 몰라도, 다들 성에 관해선 상당히 해이하다.

물론 진짜 명성 높은 여고수들은 자신만의 프라이드가 있어 숨기지만.

이 몸과 자지는 그 본능을 날 것 그대로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럼 밤에 다시 한 번 찾아와볼까.”

새콤달콤한 맹독뷰지를 어떻게 따먹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며 혜원각에서 쉬고 있을 내 여자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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