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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08화 (108/230)

“사람은 몰라도, 경치는 정말 명불허전이네요, 언니.”

“그러게요. 산의 야경은 역시 좋아요.”

백무진이라는 사내를 만나고 난 뒤 느껴진 갑갑함.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더러움을 치우기 위해 나온 산보는 꽤나 괜찮았다.

역시 도가의 영지인 무당산이랄까.

맑고 깨끗한 기운에 근심걱정이 훨훨 날아가는 기분.

한여름에 접어들어 뜨거웠던 공기도, 차갑게 가라앉아 왠지 모를 열기를 식혀주는 듯 했다.

“흠흠, 당분간 어쩌실 생각인가요, 언니?”

잔잔해진 자신의 감정을 느낀 걸까.

가령이 슬그머니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사내가 채 하루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들을 찾아온 것을 보면.

분명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 확실했다.

‘그게 어떤 종류의 관심일지는... 모르겠지만요.’

녹옥봉 당하린에 관한 관심일지, 절근봉이라는 별호에 관한 관심일지.

아니면 그 사내의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성적인 관심이지 않을까.

주변에 그렇게 여자를 두고 또 여자를 찾다니.

“쓰레기 놈...”

“...네?”

“가령에게 한 말이 아니에요.”

“그, 그렇죠?”

아직 경지가 낮아 그런가, 무당에 온 이후로 도통 집중을 못하는 듯한 가령.

지그시 눈을 감고는, 백무진이라는 쓰레기를 어떻게 치워내야할까 머리를 굴렸다.

‘둘만 있는 상황은... 만들기 쉬울 것 같네요.’

척봐도 계집질에 미친 놈인 것은 분명했다.

식사 내내 상스럽게 젖가슴을 주무르던 모습을 떠올리면...

주변의 시선은 생각하지도 않는 건가.

그래도 그런만큼 기회를 만들긴 쉬울 거고, 자신을 겁탈하려하는 그를 독으로 어떻게든 한다면.

'헌데... 그러다 실패하면요?'

상상만 해도 헛구역질이 나오는 가정.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가능성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후...”

차분히 가라앉히고 몇 가지 수를 떠올려 보는데, 가령의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쓰레기 놈...?”

“가령. 제가 분명 가령에게 한 말이 아니라고...”

“아뇨, 언니. 저기... 저거 백무진 아닌가요?”

“백무진?”

가령의 손가락을 쫓아간 시선의 끝에.

밤인데도 달빛에 비춰 선명히 드러난 흑색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밤중에 어디를?’

다행히 이쪽은 길이 난 곳에서 조금 빠진 장소라, 나무가 우거져 아직 들키진 않은 모양.

둘은 나무에 슬며시 몸을 숨기고 눈으로 사내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가령, 같이 있는 자는 누구죠?”

“잠시...”

섣불리 기감을 일으켰다간 들킬 수도 있으니 육안으로 관찰해야했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부관으로서 은신잠행에 능통한 가령의 일.

곧 가령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매에... 일(一)자가 새겨져있어요. 아무래도, 일장로이신 운연 장로님 같습니다.”

“운연... 장로님이요?”

무당파 일장로 운연. 본래의 이름은 진소현.

장문인인 운령자 담소율과 동문수학했으며, 절대에 들지 못한 초절정의 무인.

‘그런 분이, 어째서 저 자와?’

강렬하고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 저 둘을 따라가면, 무당에 얽혀있는 이 이상한 기류를 파헤칠 수 있을 거라는.

“따라가죠.”

“네.”

짧은 대답과 함께, 둘의 신형이 밤의 산속으로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은신잠행이 주력인 가령만은 못하지만, 사천당가의 직전제자인 자신도 그에 못지 않았다.

더군다나 독과 암기는 은밀이 생명.

도구를 다루는 자가 도구보다 못하다니, 어불성설이다.

‘어디까지 가는 거죠?’

자신들이 원래 걸어나왔던 산보길도 꽤나 외졌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는 백무진과 운연.

그나마 정상적인 것은 운연이 사내를 이끌고 있다는 점일까.

‘하지만 왜일까요. 급한 것은... 운연 장로님 같아보이는데...’

조급한 사람은 가만히 있더라도 그 티가 나는 법이다.

심지어 저리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라면, 더욱 더.

“정지.”

상념에 빠지던 도중 가령의 작은 신호가 들려왔다.

조금 넓은 공터에서 멈춘 둘.

최대한 귀에 내력을 집중해 청력을 높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

-각에서 하시면 될 일이지, 여기까지 와서요?

이런 으슥한 곳까지 와서 할 일이라.

장로인 운연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혹시라도.

사내가 자신의 비밀이나 약점을 스스로 불어주기를 잠깐 소망했다.

-그 뒤로 벌써 며칠이다. 내, 내 생각은 안 해주는 것이냐?

내... 생각? 뭐란 말인가.

이 연인 사이에서나 할 법한 낯간지러운 말은.

그리고 그에 태연하게 답하는 사내.

-아, 그 얘기셨습니까. 일장로님, 제게는 소율과 세령이 언제까지나 먼저입니다. 오늘은 소유까지 왔는데. 혹시, 본인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아, 아니다. 그건! 그저, 그저... 네가...

이상한 기류가, 점점 선명하게 머릿속을 휘감기 시작했다.

일장로 운연, 자신이 알기로 과묵하고 근엄한, 그런 무당의 법도 같은 이라 들었었다.

장문인 운령자 담소율과, 그 뒤를 묵묵히 받쳐주는 무당의 기둥 같은 존재.

‘헌데 저것은 마치...’

소유와 세령, 그 둘과 같은...

-네가, 내게 다시 알려주지 않았느냐. 여자로서의 기쁨을...

...한낱 계집.

-밤마다, 몸이, 이곳이 애달파서... 너무나 괴롭단 말이다...

한낱, 수컷 따위에게 굴복한 패배자.

절로 숨이 턱턱 막혀왔다.

저 사내가 뻗은 마수가 도대체 어디까지 닿아있는 건지.

‘아...’

그러고 보니, 그녀가 입은 도포의 등 뒤에는 예의 그 해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분명, 낮에 보았던 무당의 장로들도 전부.

그리고, 그리고...

‘담 장문인도, 분명 저 문양이 그려진 도포를...’

그때, 가령이 헉하고 깊게 숨을 들이키는 것이 들려왔다.

서둘러 상념에서 빠져나와 둘에게로 눈을 돌렸다.

“흐읍...”

“미, 미친...”

욕설이 절로 튀어나올만 했다.

그야, 눈앞의 광경은 그만큼 충격적이었으니까.

-그리 애걸복걸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자, 어디 힘껏 세워보십쇼.

-아... 자, 자지... 하아, 움...

사내가 바지를 벗었고, 그 안에서 자신의 팔뚝만한 양물이 튀어나왔다.

무복 위로도 그 윤곽이 선명해 고개를 돌렸었는데.

밖으로 훤히 드러난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흉측했다.

-츄릅, 쮸우웁... 쪽...

그리고 그것에 부나방처럼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빨기 시작하는 운연.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아, 읏...”

“가령. 내, 내가 보고 있는 게... 지, 진짜인가요?”

“하아, 하... 네, 분명... 흣...”

무당의 장로가, 저 시커먼 사내의 양물을 빨고 있는 모습이라니.

추잡한 물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고, 이내... 완전히 단단해진 양물.

운연이 스스로 옷을 벗어 자신의 치부를 훤히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하아, 하아... 어서, 어서 이 계집의 안에...

-벌써 이렇게나 젖으시고. 암캐가 따로 없군요.

-읏... 하아앙!!

더는 볼 수가 없어 시선을 돌렸다.

어린 시절의, 그 더러운 서책들이 떠올라 구역질이 올라왔다.

“우웁...”

“읏, 저, 저런 무지막지한...”

“가령, 가령도 보기 싫으면 그만 보아도 돼요. 끝날 때까지만... 가령?”

허나 자신과는 달리, 가쁜 숨을 내쉬며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

놀란 마음에 어깨를 잡아당기고 나서야, 가령이 정신을 차리는 것이 보였다.

“죄, 죄송해요. 처음... 보는 것이라 그만...”

“...이해해요. 역겹고 추잡한 짓이죠. 우선 돌아가요.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네, 네. 얼른, 돌아가요...”

왠지 모르게 발을 떼는 것을 주저하는 가령을 데리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하아, 하아...”

급히 달려오느라 난 땀인지.

당황에서 난 식은땀인지.

숙소에 도착한 당하린이 황급히 겉옷을 벗어내며 입을 열었다.

“같이... 씻을까요, 가령?”

“아, 아뇨. 먼저 씻으세요, 언니. 저는 조금 있다...”

“...알겠어요.”

그녀가 욕탕으로 들어가고, 구석으로 몸을 옮긴 이가령이 슬쩍 치마속을 매만졌다.

“읏...”

후끈 느껴지는 열기와, 손가락에 질척하게 묻어난 투명한 액체.

당하린을 떠올리며 몇 번 수음을 해보았던 그녀이기에, 이 끈적하고 비릿한 액체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어, 어째서... 저는 언니를 좋아하는데...?’

방금 보았던 그것은, 언니와 꿈꿨던 그런...

부드럽고, 상냥한, 서로를 채워주는 그런 잔잔한 관계가 아니었다.

오로지 쾌감만이 가득한, 육체적이고 폭력적인 관계.

마치, 마치 사내에게 잡아먹히는 듯한 일방적인 상하관계.

‘하지만 장로님의 표정은 분명...’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한 마디로 창녀같은 표정이었다.

그 굵직한 것이 안쪽을 쑤실 때마다 터져나오는 교성.

벌어진 입가로 뚝뚝 흐르는 타액.

반쯤 뒤집힌 눈동자까지.

그건 싫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되려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느끼고 있는 얼굴이었지.

“흐읏...”

운연의 모습을 떠올리자 아랫배가 찡하고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촉촉하게 젖어든 속곳이 느껴졌다.

‘이, 이래선 안돼요!’

이래서야 자신이 마치 그런 쓰레기 같은 사내 따위에게 흥분한 것 같지 않은가.

잠시 뒤, 밖으로 나온 하린의 뒤를 따라 도망치듯 들어간 욕탕.

“읏... 하으, 흣...!”

자꾸만 달아오르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평소처럼 하린을 생각하며 비부를 매만졌다.

한참을 매만지고 쑤셔서야 겨우 절정에 다다른 육체.

“하아, 하...”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왠지 모르게 불만족스럽고.

채워지지 못한 갈증이 느껴졌다.

축 늘어진 몸과, 다 식은 목욕물.

문득 떠오른 운연과 백무진의 정사.

'그 커다란 것에 박히면 분명...'

그런 표정을 지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

"아, 아니야...!"

다급히 몸을 일으킨 가령이 서둘러 물기를 닦아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

“크으... 만족하셨습니까.”

“...하아, 하아. 응...”

대답없이,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운연.

대뜸 끌고 갈 때는 조금 귀찮았는데, 뜻밖의 횡재라 조금 기분을 냈다.

‘분명 그 둘이었지?’

내게 박히느라 정신이 없던 운연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듯 했지만.

적당히 박아주던 나는 확실히 당하린과 이가령의 기척을 느꼈다.

달뜬 숨소리와, 뚫어질 듯 강렬한 시선.

운연이 제 욕구를 참지 못해 나를 끌고온 것이 생각 외로 큰 효과를 볼 듯 했다.

‘그래도...’

욕망을 참지 못하는 암캐는 제대로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

암캐들에게 자지를 주는 건 내 선택이지, 암캐가 내게 강요할 게 아니니까.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다음부터 이러시면, 자지 압수할 겁니다.”

“읏... 그, 그딴 말을 당당하게...”

욕구 좀 채웠다고 바로 투덜거리는 운연.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쥐어짜며 말을 잘랐다.

“운연 사저. 아시겠습니까.”

“아읏... 흣, 하아... 알겠네.”

“네?”

“...아, 알겠어요, 백 대협...”

“옳지.”

고개를 푹 숙인 채 굴복한 운연의 머리를 쓰다듬어 달래주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며 무당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나는 어김없이 당하린과 이가령에게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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