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12화 (112/230)

“...가령.”

“네, 언니...”

조금 멍한 듯한 눈빛의 그녀.

당하린이 거칠게 입술을 짓씹었다.

‘나 때문에...’

어찌나 강하게 깨물었는지, 찝찌름한 피맛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비릿한 혈향에 확 깨는 정신.

분노로 날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가령을 쳐다보았다.

“...언니?”

멍하니 초점 없는 눈동자와 야릇하게 벌어진 입술.

하얀 무복으로 가려진 목덜미 곳곳에 울긋불긋한 흔적이 보였다.

‘대가를... 치뤘다고 했지.’

가령은 모르겠지만, 그녀를 가까이 한 순간부터 이상야릇한 냄새가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당하린은 그것이, 최근에 맡았던 냄새라는 것 또한 기억해냈다.

‘분명, 그 쓰레기가... 찾아왔을 때.’

얼굴이 붉던 시비에게서 진하게 풍겨오던 그 냄새였다.

이토록, 진하고, 또 머릿속을 쿡쿡 찌르는 듯한 건 처음이었지만.

오랜 정절단주 생활로 확신했다. 분명, 그 사내의 정액 내음이라고.

‘더러운 강간범 자식...!’

당장이라도 찾아가 한바탕하고 싶었지만, 따지고 보면 이 일은 자신의 탓이었다.

경망스럽게 입을 놀리고, 수양이 부족해 화를 참지 못한... 자신의 죄.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떠나온 자신 대신에, 가령이... 그 대가를 치룬 것이고.

“...괜찮, 괜찮아요 가령?”

“신경... 쓰실 것 없어요, 언니. 저는 괜찮으니까요.”

애써 밝게 웃어주는 그녀.

가늘게 몸을 떠는 것이, 아직 사내에게 범해진 충격이 다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차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사과를 건넸지만.

“미안, 미안해요... 나는...”

“먼저, 좀 씻을게요... 언니.”

“아, 그래요. 응응...”

가령은 조금 굳은 얼굴로 자리를 피했다.

그녀는 정말 오래, 정말로 오래도록 욕탕에서 몸을 씻어냈다.

새벽녘까지, 자지 않고 기다린 끝에야 가령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언니...? 안 주무셨어요...?”

“...응. 정말, 괜찮은 거죠?”

“...네.”

“이부자리 펴놨어요, 같이 잘래요?”

거칠던 숨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가령.

등을 돌린 채로, 가령이 자신의 옆에 조심스레 누웠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가령의 슬픔을 덜어줄 수 있을까.

아무리 헤프게 몸을 쓰는 여성들이 많더라도, 처음이란 것은 소중한 법이었다.

그것을 저런 쓰레기에게, 거부할 수도 없이 강제로 범해지다니.

자매처럼 지내온 그녀의 안타까운 모습에 가슴이 찢기는 듯 했다.

“...가령.”

“넷...!?”

슬쩍 어깨에 손만 댔을 뿐인데도 화들짝 놀라는 그녀.

얼마나 폭력적이고, 아픈 경험을 했으면...

그 독하다는 당가의 무인인 가령이 이렇게 반응할까.

잡을 새도 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복수, 하고 싶어요?”

“...”

“그럼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요. 당가의 소가주 자리도, 맹의 단주 자리도 필요없어요. 가령이 원한다면. 가령을 이렇게 만든 그 쓰레기를...”

“...아뇨. 그렇게까지 하실 것 없어요, 언니.”

하지만 오히려 가령이 자신의 손을 꼬옥 붙잡아왔다.

왠지 모르게 열띤 눈빛과, 발그레진 볼.

따뜻함보다 조금 뜨거운 체온이 손을 타고 넘어왔다.

“언니는... 그대로 있어주세요. 제가, 제가 어떻게든 견뎌낼 테니까...”

“가령... 나는...”

“제가 좋아하는, 하린 언니 그대로 있어주세요.”

“흑... 흐읍...”

같은 당씨 성의 인물들보다도, 훨씬 가족같은 가령의 말에 결국 눈물이 터져나왔다.

“가령, 가령... 흐윽...”

당하린은 어떻게든, 내일 또 온다는 백무진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잠들었고.

이가령은, 당하린이 잠든 새 몰래 일어나 욕탕으로 향했다.

“하아, 하아...”

치마를 벗겨내자, 음란한 향기 물씬 풍겨오는 하반신이 드러났다.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로 잔뜩 젖어있는 속곳.

“아으, 왜, 왜...”

이곳에 온 이후부터 다리 사이가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백무진에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범해지고, 깨어나 다시 실신할 때까지 범해졌다.

입이며, 젖가슴, 비부까지 그의 정액이 덧칠해지고 또 덧칠해졌다.

“으읏, 응... 제발, 제발...”

찌걱찌걱찌걱찌걱.

역겹고 불쾌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감당할 수 없는 쾌락에 몸을 비틀고 짐승처럼 교성을 내질렀다.

마침내 만족한 그가 자신을 놔주고.

숙소로 돌아와 계속해서 사내의 정액을 닦아냈다.

“흐으읏... 읏, 흐으...”

질척질척하고 미끈미끈한 정액을 손가락에 가득 묻혀 비부를 쑤셨다.

사내의 모양대로 잔뜩 벌어진 안쪽을 긁어내고.

사내가 선사해주던 짜릿한 절정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왜... 왜, 갈 수가 없는 거야아...”

자신의 작고 얇은 손가락으론 불가능했다.

‘그 남자는, 손가락도 크고 굵었는데...’

하린에게서 벗어나 욕탕에서 짐승처럼 비부를 쑤시고 있는 지금도.

가벼운 쾌감만이 전신을 두드릴 뿐.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의 격렬한 쾌락은 어림도 없었다.

‘가고싶어, 가고싶어, 가고싶어, 가고싶어...’

사내의, 백무진의 두껍고 커다란 자지로 머리가 망가져버릴 정도로 잔뜩 절정하고 싶었다.

처음엔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건가 싶어 하린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신기루처럼 떠돌던 연심이 사라지고.

그 안에 강렬한 쾌락이 자리잡아 끝없이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내가, 내가 바라는 건...’

지금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그의 자지에 한 번 더 쑤셔지는 걸 바랬다.

“헤으, 흐...”

결국 이번에도 제풀에 지쳐 욕탕을 빠져나왔다.

가지 못한 채 거칠게 쑤셔댄 비부가 붉게 달아올라 아릿함을 선사했다.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깐 잠에서 깬 듯 하린이 손을 잡아왔지만.

‘자지...’

잡아먹힐 듯 커다란 백무진의 손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그저 어서, 이 새벽이 끝나고 동이 트기를 바랬다.

*

“계십니까.”

“백 소협...!”

“...?”

아침을 먹고 느긋이 찾아온 당하린의 숙소.

밖에서 부르자마자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여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런 여자의 뒤로 다급히 쫓아오는 당하린.

표독스런 입술이 열리며 한바탕 쏟아내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당장 꺼지지 못ㅎ...”

“언니!”

“...가, 가령?”

하지만 단호하게 당하린의 말을 잘라내는 이가령.

그녀가 내 곁에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백 소협을... 욕한다고 변하는 건 없어요. 장문인의 화가 풀리셔야... 이 사내가 그만 찾아올 거에요. 그렇죠, 백 소협?”

얼른 호응해달라는 듯 내게 시선을 보내는 그녀.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가 만족 못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가령 소저가 저와 함께하는 날이 길어지겠죠.”

“큭... 그딴, 그딴 개짓거리를...”

“그러게, 주둥아리 간수를 잘 하셨어야죠. 아니면 가령 소저 대신 제대로 대가를 치루시던가요, 당 소저께서.”

“...”

차마 나한테 따먹히는 건 받아들일 수 없는지 입을 다무는 당하린.

이가령의 허리를 단단히 휘감아 안고선 안으로 향했다.

“꺅!”

“가령!”

어째 비명 소리가 밝아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결국 죽일 것 마냥 살기를 쏘아보내던 당하린이 한 발 물러나고.

나는 이가령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그녀를 따먹을 장소는 당하린의 바로 옆방.

“...여기서, 하겠다고요?”

“네.”

방문을 닫기 전, 당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옆에서 그녀가 새된 교성을 들으며 분노해줘야 된다.

매일매일 이가령을 죽을 것처럼 범하다보면 분명 반응이 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마시고, 그 안에서 계십쇼.”

“...저는 괜찮아요, 언니.”

탁. 혼이 빠진 듯한 당하린의 눈동자가 문에 막혀 사라지고.

곧바로 내게 달라붙는 말랑한 살결이 느껴졌다.

“배, 백 소협...”

“흠. 아까부터 애액 비린내가 진동을 하더니, 가령 소저였군요.”

“네에... 저, 저 못 참, 겠어요...”

스스로 치마를 들어올려 암캐마냥 보지를 드러내는 그녀.

발갛게 부어올라선, 애액으로 번들번들한 보지가 눈에 들어왔다.

“읏, 하아...”

뻐끔대며 끈적한 조수를 뚝뚝 흘려내는 음탕한 보짓살.

가볍게 손가락을 가져가 짓누르자, 푸슛하며 손바닥에 분수가 뿜어졌다.

“아흣...!”

“벌을 받으시는 건데, 이렇게 좋아하셔서야.”

“어서, 어서요...”

“그럼 어제 배운대로 암캐답게 보지를 벌리고 누워보십쇼.”

“네엣...”

손님용으로 가져둔 침대에 바로 다리를 벌리고 눕는 이가령.

색욕에 푹 빠져버린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며칠 더 걸릴 줄 알았더만.”

빳빳한 자지에 그녀의 애액을 덕지덕지 펴바르고.

봐줄 것 없이 단숨에 자궁구까지 처박았다.

“카흑...! 읏, 하아앙...!!”

“후...”

어제까지만 해도 처녀였던 주제에, 푹 젖어서 눅진눅진한 보짓살.

꼬라지를 보아하니, 밤새 자위를 하며 나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또오, 읏... 간닷, 가앗...!!”

가볍게 안쪽을 쑤셔주자 곧바로 허리를 꺾는 그녀.

좁다란 구멍이 있는 힘껏 조여오며 사정을 재촉했다.

“큭... 정액 달라고 보채기는...!”

“아학... 아아아앙...!!”

어차피 참을 필요도 없기에 그대로 그녀를 찍어누르며 정액을 토해냈다.

울컥대는 자지를 꼬옥꼬옥 물어오는 보짓살.

첫 사정 직후, 이가령이 나를 껴안으며 헐떡였다.

“이거, 이거에요...”

“이거라뇨?”

“어제, 어제 밤새 수십 번 자위해도 전혀 가버리질 못해서... 헤엑, 힉...!”

남성혐오증에 걸린 상사 밑에서 얼마나 참았을까.

천박한 모습으로 내게 안겨오는 그녀의 안에 몇 번이고 정액을 싸질렀다.

*

-벌을 받으시는 건데, 이렇게 좋아하셔서야.

-그럼 어제 배운 대로 암캐답게 보지를 벌리고 누워보십쇼.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사내의 역겨운 목소리.

가령이 얼마나 크나큰 수치심과 모욕을 느낄지.

당하린이 주먹을 피가 나도록 세게 쥐었다.

“쓰레기, 쓰레기 새끼...”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이 멈추질 않고 흘렀다.

-아학... 아아아앙...!!

마치 창부같은 교성이 방이 떠나가도록 내질러졌다.

그 목소리만으로도 숨이 가빠오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기분.

해가 꼭대기에 다다르고, 점심을 먹은 이들이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려올 때까지도.

추잡한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대체, 언제까지...’

다 쉬어버린 목소리마저 들려왔다.

저런 끔찍한 짓을 당하는 가령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차라리, 차라리 내가...’

“우웁...”

역겨운 상상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저런 쓰레기에게 깔린다는 상상만으로도 토할 것만 같았다.

“언니...”

“가령?”

언제부터 귀를 닫고 눈을 감았을까.

녹초가 된 가령이 어느새 자신의 곁에 있었다.

고작, 두 번의 대가로 만신창이가 된 듯한 그녀.

“가령, 내가... 내가 대신...”

“아뇨. 더, 버틸 수 있으니까요... 백 소협이 이대로, 일주일 정도만 더 자기를 받아주면 그만하겠다고... 했어요.”

“흐읍... 흑... 미안, 미안해요...”

일주일. 얼마나 지옥같은 일주일일지.

당하린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괜찮아요, 언니. 정말로요.”

당하린의 품에 안긴 이가령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함이나, 죄책감 같은 감정은 진즉에 씻겨져 내려갔다.

사내가 주는 쾌락은 그딴 것쯤, 전부 잊게 만들 정도로 폭력적이었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이렇게 된 건, 당하린의 탓이 아니던가.

-일주일이 지나고 마지막 날, 버티지 못하겠다며 당하린을 제게 보내십쇼.

격렬한 정사로 지친 머릿속에 그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뭐라고 답했더라.

대답 대신 사내와 거칠게 물고 빨았던 저릿한 감각만이 입술에 남아.

그녀를 잠의 늪으로 끌고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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