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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18화 (118/230)

“무슨 짓입니까?”

“그만, 그만하라고... 흐윽, 했잖아요...”

어지간히 당황한 듯 깊게 박혀진 두려움과 떨림이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거기다가, 활짝 뜨여져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진한 녹색의 두 눈동자.

어째서 그녀의 별호가 녹옥봉인지 알 것만 같았다.

“...흠.”

“하아, 하아... 흐윽, 흡...”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아내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씹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을 천천히 빼내었다.

비부에 고여있던 애액이 울컥 터져나오며, 나와 그녀를 적셨다.

“하아아... 읏...”

음란한 냄새를 한가득 풍기는 자신의 몸뚱아리에 기묘한 시선을 보내는 그녀.

남은 절정의 여운에 허리가 부들부들 비틀리는 것이 보였다.

필사적으로 몸을 통제하려는 당하린을 보며 천천히 그녀의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

“읏, 또...!”

색마의 서책에는 여인네를 흥분시키는 혈도들이 있었다.

사타구니나 치골, 자궁과 비부의 혈류를 자극해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종류의 혈도들.

반대로 말하면 흥분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고.

차분히 그녀의 몸을 진정시켜주며 널따란 손으로 배를 토닥였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진정시켜드리는 겁니다. 기분 좋자고 하는 일인데, 무서워하시니까요.”

“더러운... 위선자 같은 소리를 하는군요.”

“그럼 하루종일 여기를 쑤셔드릴까요?”

“읏...”

거칠게 쑤셔댄 탓에 조금 부어오른 비부.

분명 무감할텐데도, 내 손가락이 그곳에 닿자 당하린이 크게 흠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뇨, 하, 하지...마세요.”

“왜죠?”

방금의 일에 굉장히 충격을 먹었는지 아직까지도 떨리는 목소리.

사타구니쪽에 밀어놓은 속곳을 제대로 입혀주며 답을 기다렸다.

“...부탁, 이에요.”

“으음...”

그녀가 그저 내 시선을 회피하며 답했다.

그리고 곧 진정이 된 듯 다시 감겨져있는 당하린의 눈동자.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내기는 제가 이긴 걸로 하겠습니다.”

“...네.”

“뭐, 가령 소저로 더 이상 협박도 하지 않도록 하죠. 전 순수하게 당 소저가 치료되었으면 하거든요.”

“역겨운 소리 작작 하세요.”

패배를 인정한 침울한 목소리에서, 곧바로 앙칼진 독설을 날리는 그녀.

슬슬 이야기를 끝마치려다가 내게 안긴 자세를 좀 더 유지할까 싶어 물었다.

“아까 춘약을 썼는데, 해독을 하지 않으신 겁니까?”

“뻔뻔하게 약을 썼다고 지금 되묻는...”

“해독하신 것 아니었습니까? 당연히 해독하실 줄 알고 기분만 내려고 썼는데요.”

그녀의 말대로 뻔뻔하게 되묻자.

도리어 당하린이 입술만 질끈 깨물며 답하질 못했다.

설마 해독을 ‘못’한 건가.

“그건 그렇고, 혐오증이 많이 가신 듯 합니다.”

“네...? 아니, 으읏!!”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자신이 마치 연인같은 자세로 안겨있는 걸 보고 기겁하는 그녀.

벌떡 일어나 비틀대더니 주방의 벽에 기대 서는 것이 보였다.

“조금 쉬었다 올라갈까요?”

“용무가 끝났으면 꺼지세요, 어서.”

“제가 가면 당 소저도 따라와야죠.”

“아...”

다시 한 번 자신의 처지를 자각했는지 안타까운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뭐, 오늘은 이쯤하죠. 내기의 소원은 내일 전해드리겠습니다.”

“...어서 눈앞에서 사라지기나 하세요.”

표독스러운 얼굴의 그녀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 혜원각으로 향했다.

“후... 좆될 뻔했네.”

당하린에게 잡혔던 팔이 겨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 터져나왔던 암혈마라신공의 암혈독수.

흑혈심법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대로 팔 한짝이 녹아내렸을 거다.

‘그래도... 이득이네, 이 정도면.’

위기는 곧 기회.

흑혈심법이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암혈마라신공의 독을 흡수하며 한층 더 진일보한 것이 느껴졌다.

투둑, 치이익...

“와씨...”

손 끝에 흑혈심법의 기운을 모아 근처의 나무에 흩뿌리자.

순식간에 나무가 녹아들어가고 종래엔 그대로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반쪽짜리 암혈독으로도 이정도인데, 진짜배기는 어떨지 감도 안 잡혔다.

아무튼 그렇게 다시 혜원각에 도착하자, 소율이 마중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서방님 기다렸어?”

“오셨나요, 상공.”

나긋한 목소리로 내게 인사하는 그녀.

잠시 뒤,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소율의 얼굴.

내 가슴을 콩콩 쳐대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이건 본녀도 지랄맞구나. 그날은 뭔가에 홀렸던 것이 틀림없느니라.”

“크흠, 아무튼 왜 나와계시는 겁니까.”

“혈동자가 왔느니라.”

“...?”

혈동자들은 정문으로 오면 진법 때문에 들어오질 못하니, 뒷문을 알려줬었다.

그런데 이렇게 안쪽까지 들어올 이유는 없을 텐데.

“오라버니!!”

“무진.”

혜원각 안으로 들어서자, 더운지 살랑살랑 부채를 부치고 있던 두 여인이 내게 달려들었다.

이젠 가슴과 배가 내게 엇비슷하게 맞닿는 둘.

그녀들의 입술과 배꼽에 한 차례 입을 맞춘 뒤 시선을 돌렸다.

“주군을 뵙습니다.”

“웬만하면 들어오지는 말라고 했을텐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시급한 사안이라 생각해서...”

급히 고개를 숙이는 혈동자.

옆에서 세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진, 혈동자가 어떤 여성을 데리고 왔어요.”

“...여자요?”

“오라버니! 그새 또 여자를 찾은 것이에요!?”

“아니, 그게...”

갑자기 왠 여자?

고개를 까딱하자 혈동자가 여자를 놔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단숨에 그녀가 누군지 파악했다.

‘주서진...? 아니, 지금은 주서현인가.’

꽤나 고생했는지 꾀죄죄한 얼굴에 상당히 해진 옷과 거친 피부가 보였다.

원본이 워낙 좋아서 그래도 이쁘긴 했지만.

“앗... 역시 미녀인 것이에요...!”

“크흠, 아니래도.”

“무진.”

양옆에서 내 팔을 가슴과 배로 꾹꾹 짓누르는 마누라들.

하양이와 까망이의 이중 공격에 나는 우선 변명을 시도했다.

“...처음, 중원에 왔을 때... 만났던 여자야.”

“...처음!”

“읏... 그럼...”

“아니, 그런 쪽으로 말고. 그냥 안면만 튼 사이.”

일러스트라도 얼굴은 봤으니, 안면을 튼 사이는 맞겠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들을 회피하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산적단이 관군에 의해 해체되고 도망가는 산적 하나에게 끌려가는 것을 데려왔습니다.”

“흠...”

언제 구하러 가기로 하긴 했는데, 당하린 때문에 또 늦어진 구출.

갑작스런 원작 주인공의 등장에 고심하자 혈동자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주제 넘은 짓이라면...”

“아니, 잘했어. 그밖에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래, 좀 쉬다가 일호에게 합류해.”

“존명.”

혈동자가 사라지고, 나는 둘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방문을 닫았다.

곧 바깥의 기척이 잠잠해지자 나직이 입을 열었다.

“깨있는 걸 알고 있소.”

흠칫. 곤히 잠들어 보였던 여인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혈동자도 알아챈 듯 했지만, 내가 알아서 할 걸 알았기에 그냥 나간 거겠지.

잠시 뒤 여자, 아니 주서현이 몸을 일으켰다.

“...알고 계셨군요.”

“심장소리가 그리도 크니.”

“흠흠...”

차분히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말을 잇는 그녀.

“아무튼, 저 혈동자라는 분이 저를 구해주셨고, 백 대협께서 그의 주군이신 거군요.”

“맞소.”

“...감사합니다, 은공.”

벌떡 일어나 내게 절을 하는 주서현.

어색해진 기운에 다급히 그녀를 일으켜세웠다.

“별 것 아니오.”

“그래도 구해주신 것은 구해주신 것. 언제든 갚겠습니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을 보니 자지가 껄떡댔다.

원래는 남자였다 해도 애초에 중성적으로 예쁜 얼굴.

그게 진짜 여자로 바뀌니 소율이나 세령, 소유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미녀였다.

‘쓰읍... 에반데.’

이게 바로 예쁜 여장남자를 보는 느낌일까.

나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주서현을 침대에 앉히고 그 옆에 걸터앉았다.

“가족이나, 친지가 있소?”

“없습니다.”

“음... 뭐, 몸을 맡길 친우나,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없겠지... 보통의 소설들처럼, 주서현도 고아니까.

이 세상에 뚝 떨어진 나처럼, 아무런 인연도 없는 고아.

그녀를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공, 혹시 단도가 있나요?”

“...있기는 하다만, 왜 물으시오?”

“머리를 자르고 싶습니다.”

“자결은 안되오.”

“머리카락이요.”

“아...”

깜짝아.

설마 산적들에게 겁탈당해서 자진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시비를 불러 단도를 가져다주자, 치렁했던 흑발이 깔끔하게 잘리는 것이 보였다.

‘역시 재능이 있네.’

그동안 소율에게 수련받으며 무공이란 것을 알게된 나다.

그녀의 칼질은 처음 칼을 잡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깔끔하고 매끄러웠다.

“감사해요, 은공.”

어깻죽지 보다도 훨씬 짧게 친 단발.

하지만 얼굴이 돼서 그런가, 오히려 단아한 느낌이 들었다.

“꽤 관리가 잘된 듯한 머리였는데...”

“불편해서요.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흠...”

원래의 주인공, 주서진과도 비슷한 느낌.

예의 바르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앞으로의 거취는 어떻게 하고 싶소?”

“...은공이 제 목숨을 구하셨으니, 은공의 뜻대로 하소서.”

실질적으로 내가 구해준 것도 아닌데, 너무 극존칭 아닌가.

나는 왠지 모를 무안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우선은... 여기서 지내시오.”

“네. 감사해요, 은공.”

“참고로 내 옛 친우라고 소개를 해놨으니, 적당히 말을 맞춰주시오.”

“네.”

곧 그녀들을 불렀고, 주서현을 소개했다.

“뭐... 중원에서 처음 만난 친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안 따먹었느냐?”

“...예.”

꼴리긴 한데, 원래 남자잖아.

ts히로인은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꼴림인 거다.

주인공이 나쁜 놈인 어딘가의 용사님이 아닌 이상.

“그래, 뭐... 무진이의 친구라니 무당에 기거하는 것을 허하마.”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ㅅ... 아니, 장문인.”

“흠...”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멈칫하는 그녀.

소율의 입술이 달싹이는 걸 보니 전음이라도 보내는 듯했다.

잠시 뒤, 주서현을 방으로 안내하며 물었다.

“장문인께서 뭐라 하셨소?”

“음... 은공과 몸을 섞으면 지옥을 보게 될 거라고...”

“허허...”

아무래도 조만간 우리 소율이 보지를 좀 혼내줘야 할 듯 싶었다.

“아무튼 편하게 지내고,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시오.”

“계속 말씀드리지만, 또 감사해요, 은공.”

“아니오. 그럼.”

남은 시간, 세령과 소유를 찾아가 한참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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