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25화 (125/230)

“맹후봉 팽가인, 무희봉 연화란, 혈화봉 서문비연...”

육봉이룡 중 남은 삼봉의 이름과 별호.

어차피 고추 새끼들은 신경 쓸 것 없다.

사실 북창룡 남궁악인가, 그 새끼가 세령을 남몰래 흠모하고 있긴 하다만.

‘지가 뭐 어쩔 거야, 이제와서.’

떡협지답지 않게 따먹지도 않고 썸만 타니 원작에선 주인공과 녀석 사이에서 다툼이 조금 있긴 했다.

그 결과로 세령과 주인공이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깝치면 패배자위나 시킬까.”

“우움, 쯉... 네에?”

“아니야, 계속 빨아.”

“후우움, 쪽...”

남해룡 오도결은 더 신경 쓸 거 없다.

기합이 잔뜩 들어가있는 녀석이라 여자같은 거 신경 안 쓰니까.

오히려 나중엔 주인공도 도와주는 착한 녀석이다.

‘해병의 전우애는 무시할 수 없지.’

느긋하게 당하린의 진공펠라를 받으며 보고서를 계속 흝었다.

지난 몇 달간 혈동자들과 당하린이 합심해서 만들어온 봉룡들의 보고서.

내 머릿속의 정보로 알아낼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각화된 자료가 보기는 편하니까.

‘뭐, 다들 초절정 수준인가.’

봉룡지회는 도전자를 정하고, 봉룡들이 맞상대해주는 형식이다.

즉 이미 봉룡의 칭호를 얻으면 굳이 초반부터 싸울 필요는 없다는 것.

그러니 나도 도전자의 자격으로 비무를 치루게 될 거다.

‘그렇게 해서 올라가면...’

아마 남궁악이나 오도결과의 비무가 벌어질 거고.

거기서 이기면 내가 용의 칭호를 얻게 된다.

그 뒤에 벌어지는 봉룡지회의 백미.

봉룡대전.

소서화가 말했던 최종 우승이 여기서 우승한다는 의미다.

‘무조건 해야지.’

2등이든 3등이든 필요없었다.

목표는 오로지 우승.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 절대지경의 수준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했지만.

그 밑으로는, 충분히 자신있었다.

“흠...”

“우급... 큽...”

열심히 목구멍을 조여대며 정액을 갈구하는 당하린의 입보지.

사정의 여운을 즐기며 그녀의 입안을 농락하던 도중, 문이 벌컥 열렸다.

“읏... 말이라도, 하고...”

“후읍...”

“무진 공자님, 장문인께서... 앗...”

“가령 소저, 잠깐...”

이미 사정하던 중이라 그냥 그대로 당하린의 입속에 싸질렀다.

숨이 막혀 괴로운 듯 떨어대는 머리를 단단히 붙들고, 목구멍 안쪽을 진한 백탁액으로 채웠다.

“커흡... 후으, 꿀꺽...”

“잘했어.”

“네에... 하아, 하아... 츕, 츄르릅...”

요도에 남은 것까지 살뜰하게 빨아대는 그녀에게서 눈을 돌렸다.

“무슨 일로?”

“아... 그, 장문인께서 급하게 찾으셔요.”

“금방 가지.”

자기도 빨게해달라는 눈빛을 슬며시 무시하고 바지춤을 끌어올렸다.

“어머, 가령이었어요?”

“흥.”

당하린이 내 노예가 된 이후로 조금 안 좋아진 둘의 사이.

그렇게 따먹히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막상 자기가 나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드니 심통이 난 모양이다.

‘애초부터 별로 줄 시간도 없지만.’

어디까지나 소율과 세령, 소유가 우선이지.

다른 심심풀이 보지들에게까지 쉽게 할애할 정액은 없다.

“근데 가령 소저, 갑자기 무슨 일인지?”

“음... 잘 모르겠어요. 근데 다들 안색이 좋지는 않으셔서...”

뭔가 일이 터진 건가.

둘에게 알아서 따라오라 말하고 순식간에 산을 올랐다.

“역시 주인님만한 사내가 없다니까.”

“씨받이 주제에 조용히 해요, 언니.”

“어머, 넌 주인님이 찾아주지도 않잖아?”

“읏...”

둘의 날선 대화를 애써 무시하며 도착한 혜원각.

야밤중이라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시비가 나를 안내했다.

안쪽엔 소율과 장로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왔느냐.”

“예. 갑자기 무슨 일로...”

침중한 얼굴의 장로들.

소율만이 착잡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봉황이, 납치당했다.”

*

“아가씨, 곧 호북성입니다.”

“나도 알아.”

마부의 말에 당찬 대답이 들려왔다.

다만 특이한 점은 마차의 안이 아닌 지붕에서 들려왔다는 것.

마차의 덜컹거림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던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무당은 오랜만인 걸.”

어깨에 걸쳐둔 도포가 흘러내리고, 흉터와 잔상처가 가득한 육체가 드러났다.

팔부터 팔뚝까지 칭칭 동여맨 붕대엔 핏자국이 묻어있었고.

상체 또한 커다란 흉부를 붕대로 압박해놓은 모습이었다.

“바로 무당으로 올라가는 거야, 아저씨?”

“어차피 자리는 신경 쓰실 것 없으니 호북에서 조금 관광을 하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하긴, 자리야 무당으로 올라가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자신은 구경만 하러온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봉룡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 것이니까.

“근데... 소유랑 세령이, 정말로 회임한 걸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습니까. 심지어 회임이라는 중대사라면...”

“거참, 그 둘이 뭐가 부족하다고...”

둘 모두 스승을 닮아 절대지경이라는 지고한 경지를 노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작스런 둘의 회임 소식이 암암리에 중원에 퍼졌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어디의 이름 없는 자식과 관계를 가져 애를 뱄을 리는 없고.

애초에 그런다면 둘의 스승이 허락할 리도 없었다.

“역시, 그 소문의 흑룡이라는 놈을 만나봐야겠구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절대라는 무인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욕망을 꺾게 만들고.

둘에게 도리어 자신의 씨앗까지 배게 만든 남자가.

“꺄아아아아악!!!!”

은근슬쩍 사내의 모습을 상상하던 여인, 맹후봉 팽가인의 귀에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마부가 다급히 말을 멈추며 그녀를 불렀다.

“아가씨...! ...이미 가셨군.”

하지만 이미 마차를 떠나 비명의 근원지로 달려나간 팽가인.

그녀의 발걸음이 멈춰섰다.

“...혈교!!”

그곳엔 수많은 양민들이 학살당하고 있었다.

흑의를 입은 인영들은 그들의 심장에 손을 박아넣어 무언가 빨아들이는 듯 했고.

곧 목내이처럼 변한 양민이 퍼석거리며 쓰러졌다.

강호에서 저런 짓을 할 개종자들은 딱 한 종류 뿐이었다.

“쓰레기 새끼들!!”

순식간에 그녀의 허리춤에서 길다란 장도가 뽑혀져나왔다.

그리고 전신에 서리는 패도적인 기운.

하북팽가의 절기인 오호단문도가 혈교의 무리들에게 쏟아졌다.

“끄아악!!”

“오호단문도! 팽가인가!”

“그래, 혈교의 개새끼들아!!”

폭력적이기까지한 도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정확히 쓰러진 양민들을 피해 흑의인들에게 쇄도하는 날카로운 기운.

몇몇은 간신히 막아내는 듯 했고, 나머지는 전부 피분수를 뿜으며 몸이 수십조각으로 갈라졌다.

‘호참만륙(虎斬萬戮)을 버텨?’

하북팽가의 무공인 오호단문도의 절기.

호랑이의 발톱으로 적의 사지를 찢어발기는 기술을 버티다니.

“그래, 이정도는 되야 죽일 맛이 있지.”

하지만 팽가인은 오히려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숫제 짐승의 살기처럼 거칠게 폭사되는 기운.

“모두 흩어져라!!”

더 이상 맞붙기를 포기했는지 흑의인들이 사방으로 뛰쳐나갔다.

“씹... 쫄보 새끼들아!!”

무언가 명령이라도 받은 듯 일사분란한 움직임.

단숨에 짓쳐든 그녀의 도가 흑의인 하나를 찢어버렸고, 다급히 다른 자의 뒤를 쫓았다.

“카학, 이, 이 짐승년...!!”

“뒈져.”

잠깐의 추적 끝에 그녀가 잡아낸 것은 살아남은 여섯 중 넷.

고작 둘밖에 놓치지 않았지만, 그 둘이라면 수십 수백의 양민을 학살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제길... 무당은 뭐하는 거야!”

아무리 호북의 권역에서 조금 떨어진 산간이라지만.

대놓고 양민을 학살하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니.

입술을 짓씹은 팽가인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을 쫓으려 하는 순간.

콰아앙!!!

“뭣...?!”

커다란 불기둥이 멀리서 솟아났다.

그녀는 곧바로 그쪽을 향해 달려갔고, 곧 매캐한 연기와 함께 고기 굽는 냄새가 맡아졌다.

“흠... 이건, 분명...”

카가각...!

“뭐냐.”

“그러는 그쪽은요?”

연기 사이로 짓쳐드는 날카로운 검격.

팽가인이 다급히 칼날을 쳐냈다.

‘고수!’

그녀가 연기 사이를 노려보며 차분히 성명별호를 읊었다.

“하북팽가의 팽가인. 맹후봉이라는 별호로도 불린다.”

“아, 맹후봉 팽가인 소저셨군요!!”

“읏...!?”

자신의 이름을 듣자마자 불쑥하고 튀어나오는 여인.

붉은색 궁장에, 머리카락마저도 타는 듯 화려한 적발의 여인이었다.

“...누구냐.”

“다짜고짜 공격해서 죄송합니다, 팽 소저. 전 천화령이라 해요.”

정말 미안하다는 얼굴로 포권을 하는 여인.

팽가인이 슬쩍 도를 내리며 물었다.

“방금의 폭발은...”

“아, 제 진신무공인 염천화령도(炎天火囹刀)에요.”

“...”

“사죄의 의미로 알려드리는 거랍니다.”

본래 무인이 자신의 진신 무공을 말하는 건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 걸 보니, 사과가 진심인 건 확실해보였다.

“미안하지만 처음 들어보는군.”

“산골짝의 기연을 얻었답니다.”

더 말해주기는 싫다는 건가.

“흑의인을 네가 처리한 건가?”

“네. 실은, 저 또한 봉룡지회에 참가하러 산길을 타고 오던 도중, 저들을 발견해 추적해왔던 거랍니다.”

“그렇군.”

연기가 걷히자 천화령이 말한대로였다.

남은 흑의인 둘이 거의 잿더미나 다름없게 변해있었다.

‘엄청난 화기(火氣)군.’

그녀가 처리했다는 점은 이견이 없어보였다.

남은 것은 사후처리인데...

고민하던 팽가인에게 천화령이 조심스레 물었다.

“팽 소저. 멀지 않은 곳에 그들의 본거지가 따로 있어요.”

“...함께 토벌해달라는 건가?”

“네. 분하지만... 제 실력으론 모두를 죽이기엔 불가능하답니다. 도와주세요.”

진심으로 분한 듯 투명한 눈물까지 비치는 그녀.

팽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

“감사해요, 팽 소저!”

마차를 끌고 있을 황 아저씨가 조금 걱정이었지만.

주변은 확실히 처리했으니 괜찮을 거다.

팽가인은 천화령을 따라 산 깊숙한 곳으로 발을 내딛었다.

상당히 깊이 들어가는 그녀.

‘이정도면, 못 찾을만도 하군.’

그렇게 정신없이 천화령을 따라가던 그녀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깊숙한데...?’

갑작스레 의심이 폭증했다.

홀연히 등장한 여고수에, 짜맞춰진 듯 양민을 죽이고 있는 혈교.

팽가인의 도가 슬며시 손에 쥐어지려는 순간,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으윽...!! 내가 누군줄 알아!! 혈교의 호로 씹새끼들이!!!”

“...서문비연?”

몇 년전 봉룡지회에서 싸웠던, 그 앙칼진 목소리의 주인공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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