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였다.
주서현이 먼저 내게 심중을 털어놓을 줄이야.
‘원작을 꿈의 형태로 기억하고 있는 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주인공이었기에 그런 건지.
아니면 나를 여기로 끌어들인 작가 새끼가 그랬는지는 몰라도.
‘자기 이야기에 확신이 없구만.’
자기가 꿈으로 본 세계와 내가 뒤틀어버린 세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내가 올바른 길로 이끌어줘야겠지.
“믿어주겠소. 다만...”
“...다만?”
“주 소저도 내게 믿음을 보여줘야겠지.”
턱끝만 살짝 쥐었는데도 살결의 부드러움이 여실히 느껴졌다.
붉은 혈색이 도는 입술과 뽀얗게 올라온 솜털같은 피부.
소율과 하다 나온터라 잠깐 억눌러뒀던 성욕이 들끓었다.
‘빨아달라고 하면 빨아줄라나.’
상상만 해도 자지가 뻐근하게 달아올랐다.
소율의 애액이 말라붙은 자지를 원래 그녀의 제자였던 주서현의 입에 쑤셔박으면.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가 바지 위로 솟아올랐다.
그녀의 고혹적인 눈매가 당황으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으, 은공?”
“후... 미안하오.”
어차피 혈기도 쓸 줄 알기에 자지가 쏠린 피만 빼면 되지만.
일부러 자지를 손으로 만지작대며 허벅지 옆으로 위치를 옮겼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주서현.
그녀의 눈동자에서 희미한 욕망이 일렁이고 있었다.
‘갑자기...? 아니, 잠깐만...’
지금 주서현이 익힌 건 음양신공.
어째서 그녀가 음양옥을 벌써 깨우친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어떻게 구슬릴 지도.
나는 일부러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선천적으로 양기를 강하게 타고난 탓에,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조금 고통스럽다오.”
“아...”
“혼자 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장문인께서 도와주고 계셨소.”
“그, 그렇군요...”
음양신공이 강해지기 위해선 양기와 음기가 골고루 필요하다.
원작의 녀석은 그걸 본인의 거대한 양기와 수많은 히로인들로 채운 거고.
‘하지만 지금의 주서현은...’
양기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미모의 암컷.
아마도 내가 가진 양기를 조금 흡수해서 음양옥을 만들어낸 거겠지.
허나 그 이상으로 가려면, 당연히 더욱 더 많은 양기가 필요하고.
이 세계에서 그럴만한 양기를 가진 남자는...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결국 천화령, 아니 앙천화와 맞서기 위해서는 본인도 강해져야할텐데.
성장의 필수적인 요소에 내가 필요한 거다.
이러면 굳이 내가 밀어붙일게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 애원하게 만드는 편이 좋겠지.
“못 볼 꼴을 보여서 미안하오. 대신 믿음에 관한 것은, 내가 그저 주 소저를 믿도록 하겠소.”
“...가, 감사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천 소저를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거요?”
방금까지 있던 야릇한 분위기를 치워내듯 담담히 물었다.
그에 왠지 모르게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답하는 주서현.
“아, 그... 네. 섣불리 건드렸다간 끔찍한 참사가 일어날 거에요.”
“일단 지켜보자는 말이군.”
“네. 그녀의 의도가 뭔지... 조금 지켜봐야 알 것 같아요.”
“알겠소. 헌데 주 소저.”
“...네?”
“안다고 해서, 막을 수 있겠소?”
간단한 질문에 입을 다무는 그녀.
하기야 원작에서도 혈옥신마 앙천화는 인세 최강의 무력을 가진 채 나타난다.
담소율과 소서화가 합공해도 간단히 이겨내는 미친 괴물.
“어, 어떻게든...”
“어떻게든이라. 나는 주 소저를 믿겠지만, 너무 무책임하지않소?”
“...아까 말씀드렸듯이, 교주의 혈옥신마공과 저의 음양신공은 상극의 무공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그걸 이겨내는 게 주서현의 음양신공이다.
혈교주의 혈기는 이치를 벗어나는 역천(逆天)의 힘.
주서현의 음양(陰陽)은 이치를 따르는 천명(天命)의 힘.
‘서로가 서로를 거스르는 무공.’
박터지게 싸우고, 결국 이겨냈던 게 주서현이었던 거다.
하지만 지금은 주서현도 앙천화도 원래의 흐름을 벗어나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리 서로를 카운터치는 능력이라고 해도, 한쪽의 힘이 월등하게 강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리고 지금 월등하게 강한 건... 당연히 앙천화일테고.
“혈교주가 주 소저가 말한대로의 강함을 지녔다면, 주 소저는 그녀의 일초지적조차 되지 않소.”
“...그건.”
“장문인조차도 이기지 못하는 괴물을, 나보다도 약해보이는 주 소저께서 감당하실 수 있소?”
반박하려는 듯 벌어졌던 입이 그대로 닫혔다.
자기가 생각해도 아닌 건 아닌 거라는 거겠지.
나는 침울한 표정의 그녀를 달랬다.
“그래도... 아직은 천화령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려는 게 확실한 것 같으니, 그 사이에 강해질 방법을 마련해봅시다.”
“...”
주서현도 알고있을 거다.
너무 빨리 각성한 음양신공을 연마하려면 별로 방법이 없다는 걸.
떡밥은 전부 던져줬으니 이제 낚이기만 기다리면 되겠지.
“이야기 다 했으면 이만 돌아가보겠소. 양기를 처리해야돼서.”
“아... 으, 은공!”
“왜 그러시오?”
미련없이 몸을 돌린 나를 부르는 주서현.
까만 눈동자가 필요와 이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아니에요. 살펴가세요.”
“흠, 알겠소. 그럼 이만.”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면 쉽사리 결정하기는 힘들 테지.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자리를 떴다.
*
“어쩐 일이시오?”
“...은공,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보시오.”
주서현과 비밀친구가 된지 이틀째.
새벽의 연무장에 그녀가 찾아왔다.
나는 전신에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발게진 볼로 한 발자국 물러나는 주서현.
“으음...”
“주 소저?”
“아, 아... 네. 혹시, 곁에서 같이... 수련해도 될까요?”
꼼수를 쓰겠다 이거구만.
내가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양기를 흡수할 수 있는게 분명했다.
하긴 원작에서도 떡은 안 치고 그냥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강해졌었으니까.
이래서야 재미가 없겠지만, 나도 나대로 방안을 마련한 게 있었다.
“나는 괜찮소만... 장문인께 먼저 허락을 받고 오시오.”
“어제 허락을 받았습니다. 괜찮으시다고...”
“흠, 알겠소.”
어제 소율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 얘기였나.
나는 흔쾌히 연무장에 그녀의 자리를 마련해줬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련.
나는 색금태양공의 채음보양술을 운기했다.
‘최대한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게...’
본래 교접 상태에서 여성의 음기와 남성의 양기를 순환시키는게 채음보양술이지만.
이젠 내 수족처럼 다룰 수 있는 태극의 흐름을 이용해 양기만을 내 몸 안에서 순환시켰다.
‘역시 가능하네.’
역시 이 미친 몸뚱아리는 가볍게 그것을 해냈다.
양기라고 영기나 내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조금 더 따뜻함이 느껴지는 기운이랄까.
“음...”
그래도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주서현과의 어색한 합동 수련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완전히 양기를 통제한지 일주일.
조금씩 성장해가던 그녀의 성장이 멈춘지 이틀.
주서현이 다시금 내게 물어왔다.
“...은공. 혹시 대련은, 어떠신가요?”
신체적인 접촉이 가미되면 양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각보다 그녀가 마음이 달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좋소.”
그녀와 내가 삼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신공의 수련은 잘되가오?”
“...그럭저럭요.”
“그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
입을 다문 채 차분히 가라앉은 눈동자.
주서현이 순식간에 내게 짓쳐들어왔다.
“하압!”
단순 대련이기에 아무런 기운도 씌워지지 않은 수도가 내 명치를 노리고 찔러들어왔다.
원래 검을 사용하는 주제에, 조금이라도 접촉을 늘리겠다는 게 뻔히 보이는 의도.
“박투 좋지.”
“읏...!”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그 흐름을 타고 반대쪽 손바닥을 곧게 뻗어오는 주서현.
‘장법인가.’
피할 것도 없이 나도 마주 손바닥을 가져갔다.
“큭...”
이어지는 힘싸움.
육체의 완력이야 당연히 온몸이 근육으로 가득찬 내가 우월하겠지만.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해 무공을 배우는 것 아니겠는가.
하물며 서로가 배운 것은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정수인 태극.
유려한 몸짓으로 내 힘을 흘려보내던 주서현이 다시금 손바닥을 펼쳐냈다.
“하아... 흐읍!!”
한쌍의 검고 하얀 원이 빙글 돌아가는 듯한 환상.
‘음양장(陰陽掌)!’
떡협지답게 성의없었던 초식명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얕보지마세요!”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내 복부를 파괴할 것만 같은 그녀의 손바닥.
나는 아무런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채양보음술을 끌어올렸다.
“...읏?!”
턱.
작고 가녀린 손바닥이 단단한 복근이 들어찬 내 배에 맞닿았다.
마치 어린 아이가 내려치듯 간지럽기만한 공격력.
주서현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역시 음양의 조화가 완벽해야 신공의 파괴력이 증가하나보구려.”
“...무슨 짓을, 하신 거죠?”
“별 것 없소. 주 소저가 앗아간 내 양기를 그대로 돌려받은 것 뿐.”
“...”
그렇다.
아까부터 초근접 박투를 하며 잡고있던 주서현의 손.
음양장이 적중되는 순간, 조화를 이루고 있던 그녀의 양기를 한가득 채양보음술로 빨아들였다.
‘색공을 여따 써먹을 줄이야.’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아내며 말했다.
“내가 모르고 있을 줄 알았소?”
“...은공.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알고 있소. 그래도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소. 난 분명 그대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했었을 텐데.”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주서현의 표정이 물들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자꾸만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깨달았다.
‘음기가 장난 아니구만.’
원작의 그녀가 가졌던 거대한 양기처럼, 주서현은 그와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음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음기는 본인 걸로 충당한다 쳐도, 양기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겠지.
“주 소저.”
“...은공. 저는 그저...”
“책하지 않겠소.”
“저, 정말이신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슬며시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가져갔다.
등허리를 쓸어내는 두툼한 손에 바짝 허리를 세우는 주서현.
어느새 딱딱하게 양각을 세운 자지를 그녀의 배에 짓눌렀다.
“읏...?!”
“마음껏 내 양기를 가져가도 좋소.”
“으, 은공...”
“왜 그러시오? 저번엔 내게 몸을 허락해도 괜찮다 하지 않았소?”
뒤로 물러나려는 그녀를 바짝 끌어안아 자지를 부볐다.
여름날의 더위에 얇아진 옷 위로 주서현의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주 소저는 양기를 얻어 좋고, 나는 고통을 덜어낼 수 있어서 좋고. 안 그렇소?”
“하, 하지만... 전...”
“꿈은 꿈일 뿐이오. 허상이지. 나는 그대가 마음에 드오, 주 소저.”
바지 앞섬이 쿠퍼액으로 찐득하게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양기를 순환시킨 부작용이랄까.
시도때도 없이 발기를 해대고, 가끔 성욕이 주체가 안됐다.
‘원래 그랬나?’
뭐, 아무튼.
“으, 은공. 저, 적어도 안쪽에서...”
“아니, 지금 해주시오. 손으로라도.”
“아, 아으...”
“그대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지.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최대요.”
바들바들 떠는 주서현의 손을 잡아 내 바지춤 안으로 집어넣었다.
뜨끈하게 김을 내뿜는 듯한 자지에 서늘하고 보드라운 손이 맞닿았다.
“흐읏...”
“흐... 부드럽구려. 그럼 부탁드리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