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하아...”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지 숨을 고르는 주서현.
나는 그녀를 꽉 껴안은 채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참기 힘드네.’
당장이라도 그녀를 눕혀서 여린 비부에 커다란 자지를 우겨넣고 싶었다.
잠깐도 버티지 못할 처녀막을 거칠게 찢어버리고.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질벽을 뭉개고, 자궁을 정액으로 적셔서 그녀가 헐떡대는 꼴을 보고 싶었다.
‘음기 탓이려나.’
마음을 다잡으며 끈덕지게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괜히 강간하듯 따먹어서 사이를 망칠 필요는 없었다.
‘남성혐오증에 무감증인 년보단 쉽겠지.’
결국 주서현은 나를 필요로 할 터.
천화령이 앙천화라는 의심에 나도 확신을 가지는 이상, 진심으로 나를 원하게 만드는 게 더 좋은 방향이었다.
‘그래도 음기가 엄청나긴 하네.’
내가 이 남녀역전의 세계에서 자지 하나로 우세를 잡은 것처럼.
그녀도 평범한 세계라면 이 음기 하나로 탕녀마냥 사내들을 집어삼킬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음양신공이 있었기에 그러지 않을 수 있는 거겠지.
도리어 음기 때문에 골수에 미칠 성욕도 적절히 통제할 수 있고.
“...후우, 후... 하아...”
“주 소저?”
너무 안 일어나서 한발만 더 뽑아볼까 하던 찰나.
“하아아...”
길게 빠져나온 숨에 담겨있던 내기가 그녀의 주위를 둥글게 휘돌기 시작했다.
눈을 반개한 채 남은 양기를 빨아들이는 주서현.
곧 그녀의 머리 위쪽으로 저번에 보았던 음양옥이 떠올랐다.
“오...”
빙글빙글 그녀의 머리 위를 돌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주서현의 머릿속으로 다시금 쑤욱하고 들어가는 음양옥.
그 순간 그녀의 반개한 눈동자에서 정광(正光)이 뿜어져나왔다.
“큭...”
거대한 힘의 파동.
그녀의 신체가 저절로 공중에 떠오르자, 어쩔 수 없이 포옹을 풀고 뒤로 물러섰다.
뒤이어 주서현의 등 뒤에 붉고 푸른 두 개의 구슬이 추가로 떠올랐고.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화(火)와 수(水)인가?’
음양과 오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오행의 구슬을 전부 지니게 되면, 그때부터의 주서현은 담소율 이상의 무위를 선보인다.
원작에서도 그랬고.
아마 음양신공을 익힌 지금도 그렇겠지.
‘역시 주인공은 주인공. 성장 속도가 장난아니구만.’
저 오행의 구슬 하나하나를 만들어내는데 시간이 꽤 걸릴텐데.
내가 양기가 그만큼 컸다는 소리려나.
‘그럼 당연히 내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고.’
나는 음흉한 미소와 함께 자지에 끈적하게 묻어난 정액을 닦아내고 바지를 입었다.
이 자리에서 날밤 깔 때까지 양기를 줄 수 있지만.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후우...”
곧 주서현이 천천히 연무장의 바닥에 발을 딛었다.
천천히 뜨여진 밤하늘빛의 눈동자.
그녀가 우아한 몸짓으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은공.”
“성취를 얻은 것 같구려.”
“...네. 오행의 구슬을 벌써 두 개나 얻다니... 은공의 덕입니다.”
깨달음을 얻었는지 한층 고혹적이고 현묘해진 눈빛.
오늘은 더 이상 힘들다는 걸 깨닫고 인사를 했다.
“이만 끝내야겠군. 잘 갈무리하시오.”
“...네. 살펴가세요, 은공.”
남은 건 당하린에게 풀어볼까 생각하며 자리를 떴다.
*
그가 떠나가고, 주서현이 제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후들대는 다리로는 더 이상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하아, 아으으... 흣...”
사내의 정이 잔뜩 묻어난 비부에서 참기 힘든 욱씬거림이 느껴졌다.
이윽고 욱씬거림은 전신으로 파도처럼 퍼져나갔고.
그 가운데에 있을 잉태의 장소는 누가 손으로 쥐기라도 하듯 강렬한 자극이 덮쳐들었다.
“아, 하윽... 응, 응앗...”
치맛자락을 꾸욱 짓누르며 당장이라도 거칠게 비부를 매만지고 싶은 충동을 참아냈다.
‘참아야해... 전보다, 더 욕구가...’
이곳에서 깨어나 호기심에 처음 수음을 해본 날.
자신의 몸이 장난아니게 예민한 육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몸속 가득히 쌓여있는 음기 때문에.
손끝 하나하나까지 가득 채운 음기는 그 자체로 힘이 되었지만.
“흣, 안돼... 참아, 참아으...”
반대로 말하면 조금만 건드려도 탕녀가 될 정도의 색욕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때문에 그 이후로 혈도를 눌러 간신히 감각을 억제하고 있었는데.
‘이토록 무지막지한 양기라니...!’
사내의 정에 담긴 막대한 양기가 혈도에 있던 자신의 내기를 전부 불태워버리고도 모자라 안쪽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저릿한 열기를 선사했다.
“하아, 하앙... 흡...”
필사적으로 음양신공을 운용해 음기를 가라앉혔다.
전신에 가득한 음기가 마치 양기의 주인을 찾으려는 듯 온몸을 헤집고 다니는 통에 더더욱 힘들었다.
주인을 만나려는 듯 헐떡이며 달려가는 암캐같달까.
‘무슨 생각을...!’
거칠게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그만, 그마안...!!”
콰득.
입가에서 주르륵 선혈이 흘러내렸다.
혀끝을 씹어가며 고통으로 간신히 되찾은 정신.
‘반도 흡수하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어.’
음양신공으로 통제하고 있던 남은 양기를 전부 내보냈다.
그제야 점점 가라앉기 시작하는 음기의 파도.
한참을 헐떡이고 나서야 겨우 몸과 심장이 진정하는 듯 했다.
‘...아직, 많이 부족해. 그 괴물같은 여자를 이겨내려면...’
그럼에도 아까운 양기를 허공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칫 그 고삐를 놓쳤을 때 다가올 미래가 두려웠다.
“읏...?”
아래로 향한 시선에, 흰색 도복의 사타구니 부분이 온통 푹 젖어든 것이 보였다.
비릿하게 코끝을 감싸는 애액내음.
조용히 주변을 살피며 벗어뒀던 도포를 몸에 둘렀다.
“하아, 하아... 그래도... 벌써 오행 중 두 개를 성취했어.”
놀라운 일이었다.
반 이상 날려보낸 양기로도 오행 중 하나를 또 각성할 줄이야.
하지만 아마도 다음의 오행은 더더욱 큰 양기가 필요할 터.
입가에 가득찬 찝찌름한 핏물을 퉤 뱉어냈다.
‘그때도 이정도라면, 이겨낼 자신이 없어...’
조금이라도 음양신공의 성취가 부족했다면 골수까지 음기가 뻗쳐 탕녀가 되었을 거다.
자신을 범하듯 유린하고 떠난 그 사내에게 다가가 스스로 음부를 드러내겠지.
넘치는 음기를 해소시켜줄 양기를 지닌 그 남자에게.
‘...방금도 그랬... 아냐!’
인정하면 지는 것이다.
오늘은 대의를 위해서 감수한 거니까.
성욕 따위에 져서 스스로 남자에게 아양을 떠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다.
‘...없겠지. 없을 거야.’
주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굳게 다짐했다.
“...일단 빨리 돌아가자.”
이런 꼴을 들켜서 좋을 게 없으니까.
*
그로부터 며칠, 주서현은 나를 피했다.
의도적으로 내 눈에 띄지 않으려는 게 훤히 보일 정도로 나를 피했다.
“이장로. 서현이는 요즘 괜찮은가?”
“네. 재능이 좋아 가르치는 맛이 쏠쏠합니다, 장문인.”
“...그래도 장문인이 오면 인사 정도는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러게 말입니다.”
하도 피해대서 소율과 함께 왔더니 그래도 도망쳤다.
그렇게 날 보기가 싫은가.
“흠... 아무리 봐도 네놈 탓인데 말이다.”
“전 당당합니다.”
대의를 위해서 보지에 정액 좀 싸지른 게 뭐 대수란 말인가.
나는 떳떳한 행동을 했다.
소율은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본 듯 은근히 물어왔다.
“진실로 당당하느냐? 본녀가 아닌 다른 이에게 떳떳하게 고할 수 있어?”
“네. 대의를 위한 일이었으니까요.”
“흠... 대의는 염병...”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흘기는 소율.
결국 심증만 가지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가 화제를 돌렸다.
“흥, 되었다. 아무튼 서현이가 오면 본녀에게 좀 들르라 하게.”
“네. 혹, 봉룡지회에...”
“맞네. 참가를 시킬 예정이지. 좋은 경험이 될 게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운휘와 인사를 나누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잠깐 무당 주변이나 함께 산책하려는 찰나, 멀리서부터 시비 하나가 오는 것이 보였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무슨 일인가?”
“세령 소저가 찾고 계십니다. 물어볼 것이 있으시다고...”
“흠.”
본래라면 장문인의 제자라도 장문인을 막 부르는 게 말이 안되지만.
‘벌써 꽤 배가 불렀지.’
임산부가 일일이 산을 오르고 내릴 수도 없으니 소율이 특별히 이야기해둔 것이다.
애초에 그녀가 그런 걸로 꼬장부릴 성격도 아니고.
“갔다올 터이니 서현이나 찾아보거라.”
“알겠습니다.”
소율과 가볍게 입을 맞춘 후, 주서현의 기를 추적하며 느긋이 무당을 거닐었다.
이제는 완전히 내 색으로 물든 도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눈을 마주치면 수줍게 인사해오기 일쑤였고.
더러는 치맛자락을 들추며 나를 유혹해오는 제자들도 있었다.
‘뒤지게 따먹고 다닌게 실감이 나는구만.’
각주들과 장로들을 필두로 무당의 여자 중에 내 손길을 안 거친 여자가 없었다.
덕분에 무지막지하게 늘어난 내공으로 양광한테 한 방 먹여주기도 했고.
그렇게 산보하듯 걸어다니다가, 문득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저, 봉룡회에 초대할 테니 받아주시오.”
“비키세요. 갈 곳이 있습니다.”
“받아주신다면 비키겠소.”
“으으... 성명별호도 안 밝히시고 대뜸 들이대면 누가 받겠나요?”
멀리서 주서현이 누군가와 옥신각신하는 것이 보였다.
안력을 돋우어 살펴보니, 꽤나 잘생겼다고 할 수 있는 남자놈 둘이 눈에 들어왔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 하나랑.
꽤나 근육을 단련했는지 덩치가 있어보이는 놈 하나.
그중 기생오라비같은 놈이 계속 입을 열었다.
“아, 미안하오. 소저를 본 순간 본인도 모르게...”
“...으.”
잔뜩 일그러지는 주서현의 얼굴.
놈이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본인은 북창룡 남궁악. 이쪽의 친우는 남해룡 오도결이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