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39화 (139/230)

“...네?”

“그, 그것이... 백 소협, 나는 그런 말을 하려는 의도가...”

“그럼 뭐라도 덮어주던가, 뭘 자꾸 힐끔거리나?”

오도결이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귀까지 새빨개진 오도결의 얼굴.

‘...보, 보여? 보지가?’

마치 기계처럼 덜컥이며 내려간 주서현의 시선이 사타구니를 향했다.

평소처럼 살짝 벌어져있는 양다리.

치골까지 올라와있는 옆트임과, 왼쪽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치맛자락.

‘...매, 맨살?’

뽀얀 살결을 타고 내려간 시선의 끝에, 도톰하게 갈라진 둔덕이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남궁악이 자꾸만 자신을 힐끔거리던 것도.

오도결이 시선을 가만두지 못했던 것도.

“꺄아... 읍!”

두툼한 손이 터져나오는 비명을 틀어막았다.

커다란 장포가 다리를 덮었다.

“남의 사매 그만 쳐다보고 꺼져라, 오도결.”

“아, 알겠소.”

“우웁! 우우우웁!!”

“조용히 해줘, 사매. 동네방네 치녀라고 자랑할 셈이야?”

왜일까.

장난스런 말투인데도,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끄러운 상황인데도, 입술에 닿는 그의 손의 감촉이 익숙해서, 금세 놀람이 가라앉았다.

“으으읍.”

“놔줘?”

“읍!”

“조용히 할 거지?”

“으읍!”

한차례 촌극을 벌이고서야 그의 손이 입에서 떼어졌다.

코 끝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야릇한 비린내가 느껴졌다.

“푸하...”

허벅지 위를 살포시 덮은 장포를 그러쥐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배, 백 사형... 대,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아니, 쟤네들 시선이 이상하더라고. 그래서 아까 사매가 입은 옷을 떠올려봤더니, 왠지 이럴 것 같더라. 저 새끼도 무양이한테 말해놔야지.”

다른 말보다, 떠올려봤다는 말이 더 신경 쓰였다.

눈길 하나 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날 봐줬던 거에요?

“...봐, 봤어요?”

“봤지. 이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오는데 어떻게 못봐.”

“...흥, 부, 부인들이랑 즐겁게 놀던데요, 사형은.”

“그러면서도 너만 봤는데?”

“...흥이에요.”

그의 손이 천천히 목선을 타고 내려와 팔뚝부터 허벅지까지 쓸어냈다.

까슬하고 거친 느낌에 살짝 소름이 돋아났다.

오도결이 앉고있던 의자를 끌고와선, 자신의 옆에 가까이 붙어 앉는 무진.

시끌벅적한 연회장의 한가운데에서, 둘만 따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났다.

“평소에도 이렇게 꾸며줘, 사매. 정말 이쁘네.”

“백 소저랑 소 소저를 챙겨야죠, 사형은.”

“하린이가 알아서 해줄 거야. 무양이도 있고.”

움찔움찔거리며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최대한 참아냈다.

우의각주님께 길들이겠다 다짐한 지가 한 시진도 안되었을 텐데.

다른 이들을 두고 온 것이 내심 기뻐서 자꾸만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정신차려 주서현! 사형은 양기보관통일 뿐이야!'

바보 같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언제나 바라던 입장에서, 그가 먼저 자신을 바래주기를 원하는 작은 욕심이다.

그것이 들킬까봐, 일부러 까칠하게 내뱉었다.

“흥, 괜히 다른 사내들이 꼬일까봐 온 거잖아요.”

“칠칠맞게 보지 드러내고 다닐뻔한 사매를 도와주러 온 거야. 저 두 놈은 내가 따로 혼내줄게.”

“으읏... 시, 시끄ㄹ... 히잇...”

덮어진 장포 아래로 투박하고 까칠한 감촉이 느껴졌다.

입을 맞출 때마다 등을 단단히 받쳐주던 그의 손이 분명했다.

“아으... 이, 이상하게 만지지 마요...”

“누구 보여주려고 이렇게 입고 온 거야, 사매?”

“사, 사형은 아니거든요.”

착 붙여놓은 허벅지 틈을 자꾸만 그의 손이 비집고 들어오려 했다.

도대체 이 사람 많은 장소에서 부끄럽지도 않은 건지!

자신은 연회장에서 대놓고 입을 맞추거나.

몰래 자, 자지를 빨거나 하는 치녀가 아니었다.

아무리 사형을, 무진을 내심 원한다고 해도 그런 짓은...

“아, 저기 남궁놈 온다. 눈에 불이 켜졌네.”

봉룡회에 대한 이야기로 바쁘던 남궁악이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사형을 봤는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무진의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사매까지 뺏기긴 싫다는 눈빛이네.”

“...흥. 제, 제가 무슨 사형 껀가요?”

“뭐, 그건 아니지. 우린 연기중일 뿐이잖아?”

“...”

미련없다는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슬쩍 빠져나가자 가슴이 철렁하는 듯 했다.

우의각에 가기 전, 그가 자신을 놓아줬던 것처럼.

허전함에 저도 모르게 그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사, 사형?”

“왜?”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

그 미소를 보자마자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으... 아니에요, 아무것도!”

“정말? 정말 아무것도 아니어도 돼?”

“...”

...아니, 아무것도 아닌 건 싫었다.

연기라고 속이면 속일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 같았다.

“주 소저, 괜찮소?”

“괜찮고말고. 동문끼리 이야기 나누는 것도 불편한 건가, 남궁악?”

“그쪽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오.”

옆에서 남궁악이 뭐라고 떠들던 말던, 사형의 말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까...’

결국, 거짓된 관계인 그와 자신의 사이.

한꺼풀 걷어내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

“주 소저, 크흠... 여기 앉아있지 말고 본인을 따라오시오. 이런 파렴치한 변태놈 곁에 있을 필요 없소.”

맞다. 이런 변태같은 사형이 뭐가 좋다고.

그깟 양기쯤, 여기 있는 사내들에게서 몰래몰래 흡수하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고민하는 자신이 바보같았다.

하지만...

“싫어요.”

“주 소저?”

익숙하게만 느껴지는 그의 체온과 손의 모양, 크기.

그리고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허전함.

사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뿐이다.

“괜찮아요, 남궁 소협. 저는 사형 곁에 있는 걸로 충분해요.”

“그, 그게 무슨 소리요. 내 초대를 받아들였다는 건, 봉룡회에 들어오겠다는 것 아니었소? 주 소저가 이자에게 매달릴 이유가...”

“있어요. 그쪽한테서 느껴지는 양기는 너무 처참하거든요.”

딱히 음양신공으로 건드려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아까의 의도치 않은 노출 때문에 느껴졌던 남궁악과 오도결의 양기는, 수준 이하였으니까.

“야, 양기...?”

“푸핫, 사매. 말이 심하잖아.”

“봉룡회 가입은 생각해볼테니, 이만 가주세요. 조용히 연회를 즐기고 싶네요.”

“하...”

그와의 사이가 연기여도 좋다.

어쨌든 그와 자신은 상부상조하는 관계 아니던가.

자신은 양기를 취하고, 그는 양기를 처리하고.

사실 이제 와서는 처리 같은 건 핑계같지만...

‘그래도, 진짜가 아니라고 목맬 필요 없지.’

오롯이 둘만이 있을 때, 그는 정말로 연인처럼 자신을 대해주지 않던가.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걸레같은 년. 이딴 시커먼 걸레놈이랑 붙어먹는 걸보니, 역시 상종 못할 년이었군.”

“남궁악.”

“괜찮아요, 사형.”

이젠 다른 의미로 눈에 불이 켜진 남궁악이 독설을 내뱉으며 자리를 떠났다.

남궁악이 만들 봉룡회가 얼마나 대단하든 간에, 옆에서 자신을 바라봐주는 그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왜 말렸어, 사매.”

“지금은 둘뿐이니까,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가가.”

“그럼 야한 짓 해도 돼?”

“그게 목적이죠? 변태 사형. 흥!”

“싫다는 거군.”

노골적으로 실망했다는 말투가 역력했다.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커다란 몸뚱이가 작게 쪼그라들어 있었다.

‘...진짜 엄청 아쉬워하네.’

참 본능적인 모습에 실소가 새어나왔다.

뒤쪽에서 몰래 그렇게 즐겨놓고선, 또 그런 짓을 하고싶은 건지.

어울리지 않게 불쌍한 모습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충동이 들었다.

“...사형.”

“왜?”

“그럼 모, 몰래 만져보실래요...?”

“뭘?”

슬그머니 그의 손을 잡아 다시 장포 아래로 집어넣었다.

착 붙여놓았던 허벅지를 살며시 열어내며 까슬한 손을 그 사이에 끼워넣었다.

‘무슨 손 크기가...’

비부와는 채 한 치도 벌어지지 않은 아슬아슬한 거리.

울퉁불퉁하고 거친 손이 허벅지의 살결에 눌려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제, 제 보지요...”

“...연기중이야?”

“부, 불륜 보지 말고 사매 보지는 싫어요?”

“...”

미쳤어, 미쳤어!!

지금 내가 뭐라고 한 거야?

시무룩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불쌍해서 무심코 내뱉은 말이, 한참을 선을 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그의 표정이 먹잇감을 찾은 짐승처럼 변했다.

“사매가 시작한 거야.”

“아, 아니 잠끄힛!”

새된 비명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몰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남궁악 쪽에 몰려있던 이들은 더러운 걸 바라보는 얼굴이었고.

나머지는 그냥저냥 뭔가 싶은 표정.

“우으으...”

입술을 꾸욱 짓누르며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다.

“사, 사형...”

“사매가 시작한 거야. 질릴 때까지 만져줄게.”

마디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비부를 길게 쓸어냈다.

찌릿찌릿하게 퍼지는 이상한 감각.

“맨들맨들해서 기분 좋아, 사매의 보지.”

“히잇... 시, 시끄러워욧...!”

실수를 깨닫고 다급히 그의 손을 밀어냈지만, 마치 태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으으... 제, 제가 잠깐 미쳤던 것 같으읏... 아응...”

장포 아래로 점점 찰팍이는 물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이리저리 꼬집고 찰싹찰싹 때려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꾸만 비부를 간질이는 손길.

여체 따위는 익숙하다는 듯 거침없이 느껴지는 자극에 점점 멍해져만 갔다.

“사, 사형... 앗, 읏... 흣....”

“엄청 젖었네, 사매. 그렇게 좋아?”

“시, 시끄럽다니까욧... 흐앙...!”

간드러지게 터져나오는 교성에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한번도 허락한 적 없는 곳일텐데, 마치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듯 민감한 곳만 톡톡 건드려대는 그의 손가락.

‘왜,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데...!’

그와 입술을 맞추고 방에 들어가 몰래 매만져대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어디를, 어떻게, 어떤 세기로 만져질지 몰라서.

긴장과 동시에 저릿한 쾌감이 몰아쳤다.

“응, 앗, 흐읍...”

“야한 얼굴이네, 사매. 입맞출 때보다 더 야해.”

“으응... 그, 그마안... 사형, 사형... 응...”

“주변에서 엄청 쳐다보는 거 알아?”

“흐읏...?!”

아랫배가 꾸욱하고 옥죄이며 뜨뜻한 물줄기가 쏘아지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찾아오는 눅진하고 끈적이는 해방감.

‘미쳤어, 미쳤어 주서현...! 다들 보고 있는데...!!’

그의 말과 함께 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느껴지며 절정에 다다랐다.

오싹오싹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머리끝까지 단숨에 질주하는 느낌.

중독될 것만 같은 야릇한 자극에 고개를 붕붕 휘저었다.

“후으, 흐... 읏, 사형... 그, 그만...”

“질릴 때까지 만져준다니까?”

안돼, 안된다.

이 변태 사형이 만족할 때까지면 아마 주변 모두에게 변태녀라고 낙인이 찍힐 지도 모른다.

“으으읏... 하아, 자, 잘못해써여... 사혀엉...”

풀린 혀로 그를 말리려 애썼다.

아직까진 버틸만 하지만, 이런 게 몇 번이고 이어지면...

“흐흥,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네요.”

그리고 그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요염한 미소를 지은 천화령과.

“으음... 반갑습니다, 주 소저. 그리고... 백 소협. 연화란이라 합니다.”

뭔가 언짢은 듯한 표정의 연화란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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