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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43화 (143/230)

“야이 미친 놈아!!!”

“...또 오셨습니까, 태사부님.”

“또 오셨습니까? 그래 또 왔다 이놈아!!”

빠악!!

“컥...”

소율의 수도가 정수리를 강타했다.

피하려면 피했겠지만, 난 맞아주는 걸 택했다.

“오냐, 피해봐라.”

“예?”

생각이 들켰나보다.

그렇게 잠시간 소율의 구타가 이어졌다.

역시 절대고수.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무리였다.

내가 피하는 족족 물 흐르듯 다가와 고통을 자아낸다.

“할 거면! 몰래! 몰래! 하던가!!”

나도 할 말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매가 음기에 미쳐서 대탕녀가 되려고 발악을 하는데, 사형된 자로써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아니, 그게...”

“닥치거라!! 본녀가, 어! 언제 떡치지 말랬더냐!!”

“아니, 서현이가...”

“닥치래도!!!”

“커헉...!”

내 방어를 뚫고 단숨에 명치를 찌르는 소율의 밤주먹.

작고 앙증맞은 주먹질에 숨이 턱하고 막혔다.

“후우, 후우...”

“애정싸움은, 이만하면 됐잖아... 소율...”

존나 아프다.

이게 사랑의 매...

“하아, 하아... 항간에서, 벌써, 너를... 어떻게 부르는지 아느냐.”

“색룡?”

“잘 아는구나!!”

빠각!

“카학...!”

우리 소율이, 쪼인트도 깔 줄 아는구나.

하긴, 우리 소율이 짬밥이 얼만데.

“본녀가 말이다, 다 용인했느니라.”

“...”

“본녀를, 세령이를, 장로들, 각주들, 제자들. 네놈이 다 건드려도 뭐라 안했느니라.”

“...그렇죠.”

열이 나는지 앞섬을 팔락이며 자리에 앉는 그녀.

뽀얀 젖가슴이 언뜻언뜻 시야에 비쳤다.

“본녀가 너를 사랑하니까. 이 무당을, 본녀의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

“그래도, 그렇게... 당당하게... 밖에서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

소율이 침울한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남궁악의 봉룡회 이후 이틀.

나도 당하린이 건네준 정보로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는 걸 알고 있다.

“그 단 하루만에 무당으로 온 서찰이 수십이 넘는다. 정파무림의 태산북두라 불리는 무당의 정기가 바닥을 긴다고!”

“...죄송합니다, 태사부.”

아무리 서현이를 구하기 위한 거긴 했어도.

솔직히 나도 중간부터 즐기긴 했다.

“하아... 무진아.”

“네.”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다가오는 그녀.

또 때릴까봐 마음에 준비를 했지만, 대신 다정한 손길이 볼을 쓰다듬었다.

은은한 기운이 몸을 타고 퍼지며 소율이 때린 자리에 아픔이 가셨다.

이내 차분히 나를 바라보는 소율의 눈동자.

“무진아. 아니, 상공. 그리도 문란하시면... 이, 부인 될 사람은 어찌하란 겁니까.”

“...크흠.”

“애를 가진 부인이 둘이나 더 있는데, 네?”

“거, 뭐... 하나 더 늘리면 되지.”

“하아... 그걸 말이라고...”

털썩. 소율이 내 허벅지 위에 걸터앉았다.

내 손을 잡아 자기 배 위에 얹는 그녀.

말랑한 뱃살을 조물대자 소율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봉룡지회 우승 못하면... 상공의 물건... 잘라버릴 겁니다. 아시겠어요?”

“...네.”

“하아, 정말이지... 야한 것만 좋아하셔서는.”

슬쩍 손을 뒤로 뻗어 내 목덜미를 잡아끄는 소율.

고개를 뒤로 젖힌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

“움, 츄우... 후...”

“소율도 좋아하면서.”

“상공이 이렇게 만든 거지요, 흥.”

살짝 내 볼을 꼬집어주고는 시선을 돌리는 그녀.

“일어나있는 것 안다, 서현아.”

“...코오.”

“코오는 옘병.”

날카로운 기세가 누워있던 서현을 향하자 그녀가 벌떡 몸을 일으켜세웠다.

화장도 지우고 원래의 수수한 모습으로 돌아온 서현.

그녀는 나랑 떡친 뒤 하루를 꼬박 기절하듯 잤다.

“아, 아하하... 어, 언제 오셨어요... 장문인?”

“몸은 괜찮으냐.”

“...네.”

“음기는.”

“...여전히 많긴 하지만, 저번처럼 터져나오진 않을 거에요.”

어제 하루 동안 서현의 상황을 소율에게 말해놨다.

진즉에 떡쳤으면 될 걸, 내 생각엔 나도 서현도 미루다가 오히려 터진 느낌이었다.

“괜찮아, 사매?”

“네? 아, 네... 네, 사형...”

서현의 시선이 자꾸만 나를 피했다.

참고로 그녀는 밖에서 색봉(色鳳)으로 불리고 있다.

색룡을 잡아먹은 색봉.

“다음부턴 쌓일 것 같으면 바로바로 풀거라, 알았지.”

“...네.”

“그래, 쉬거라.”

얼마 안 남은 봉룡지회 일로 바쁜지 금방 일어서려는 소율.

그런 그녀에게 서현이 조그맣게 물었다.

“...호, 혼내지 않으시는 건가요?”

“저 못된 놈이 대신 맞았으니 되었다. 대회전에 몸관리나 잘하거라.”

“대, 대회... 아. 저, 참가는 안 하려...”

“참가하거라. 최소한 봉황전 준우승이 아니면 특별히 본녀가 지옥을 경험하게 해주지.”

서현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봉황전은 말 그대로 여자들의 비무.

물론 그녀의 실력이면 충분하겠지만... 나가기 싫은 건 다른 이유겠지.

색녀로 동네방네 소문이 다났는데 대회에 나가고 싶은 사람이 어딨을까.

“수고들 하려무나.”

“살펴가십시오, 태사부.”

“살펴가십시오, 장문인...”

“오냐.”

그렇게 소율을 보내고, 이불을 끌어안은 채 울상인 서현에게 말했다.

“색봉에게 그정도는 쉽지, 안 그래?”

“새, 색봉이요...?”

“응, 나는 색룡. 사매는 색봉. 이미 쫙 퍼졌던데.”

“아아... 꺄아아앙아아아악!!”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는 그녀가 조금 진정한 건, 두 시진이나 지나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엉겨붙어 찡찡대는 서현.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부비대며 칭얼댄다.

“저희, 저희 어떡하죠 사형... 이대로는 얼굴도 못 들고 다닌다구요!!”

“어쩔 수 없지. 불륜 연기하다가 원시천존께 벌 받았나봐.”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원시천존님...”

“그 양반 뒤진 지가 언젠데 불러싸.”

“흐어어엉!!”

질질 짜대는 주서현은 상당히 귀찮은 여자였다.

그래도 어느새 거리감 같은 것 없이 내게 안겨든 걸 보면, 이제 내가 편해졌다는 거겠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등을 토닥여주니 그렇게 다시금 잠이든 서현.

앞머리 꼬랑지 하나가 하얗게 물든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시간을 죽였다.

“역시 화끈하세요, 주인님. 저라면 언제고 해드릴 수 있는데.”

“즐기는 년이랑 하면 안 꼴려.”

“아핫, 역시 흑룡보단 색룡이란 별호가 잘 어울리세요.”

하... 저년까지.

애초에 무당에서는 다 날 알고 있기에 괜찮았지만, 이게 전 무림으로 퍼지는 소문이 되어버리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고작 하루 만에 항의 서찰 수십 개는 조금... 너무한 거 아닌가.

혹시 남궁악 씹새끼가 퍼트린 건가.

‘됐다, 뭐.’

애초에 각오하고 한 일 아니었나.

남궁악과 오도결은 무양에게 말해두었으니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주서현도 완전히 내 여자로 만들었으니까 손해볼 일은 아니었다.

앞으론 자지 들이밀어도 못 이기는 척 보지 대주려나.

‘덤으로... 이것도 얻었고 말이야.’

당하린을 내보내고 슬쩍 기운을 끌어올렸다.

내 손가락 끝에서 빙글빙글 휘도는 두 개의 흑백구슬.

그날 주서현의 음기를 처리한 건 그녀가 아니라 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얻어낸 음양신공(陰陽神功).

정확히는 나중에 얻을 다섯 개의 오행(五行)까지 합쳐 음양오행신공(陰陽五行神功).

인간의 몸으로 자연의 다섯 가지 기운을 다루고, 음양을 이루어 마침내 절대에 다다르는.

‘그야말로 주인공을 위한 무공이자, 혈교를 이길 무공.’

앙천화의 혈기는 그야말로 극양(極陽).

이미 조화가 깨어진 그녀는 동수의 주인공에게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주서현의 음기를 몽땅 집어삼키는 바람에, 당분간 강해질 예정이 없다는 게 문제지.

‘나도 그거 소화하느라 어제 하루 꼬박 운기만 했으니까.’

체내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의 흐름.

흑천묵지신공을 끌어올리며, 동시에 그동안 익힌 것들을 순차적으로 끌어올렸다.

태극, 단천파둔, 암혈마라, 혈기 그리고 음양신공.

내가 원하는데로 재빠르게 변화하며 각각의 특성을 지니는 내공들.

잡다한 걸 다 빼고도 이만한 신공을 모은 게 놀랍긴 했다.

‘흠, 자꾸 쓸 게 늘어나네.’

가진 수단이 많아지는 건 좋지만, 그걸 잘 써야 진짜 힘이 되는 거다.

역시 제대로 한 번 배운 걸 다질 필요가 있었다.

천화령, 아니 앙천화가 슬슬 무언가를 하려는 낌새가 엿보였으니까.

‘연화란과 같이 등장한 게 우연은 아니겠지.’

무희봉 연화란은 연검을 사용하는 무무검법(武舞劍法)의 일인전승자.

봉룡들 중에서 뒷배가 없는 건 그녀가 유일했다.

그러니 천화령이 쉽게 접근했을 거고, 마침 그녀의 임무도 혈교와 관련된 것이니 옳다구나 했겠지.

‘이제와서 천화령을 털어낼 순 없어.’

차라리 연화란과 나, 서현까지 함께 움직이며 천화령을 감시하는 편이 좋을 거다.

같이 지내다보면 약점이나, 습관 같은 걸 알아낼 수도 있겠지.

‘덤으로 연화란도 맛보고.’

급할 건 없지만, 곁에 먹음직스러운 여자를 두고 가만히 놔두는 건 아깝지 않은가.

취할 수 있는 건 다 취하는 게 내 모토지.

“아, 섹스만 하면서 살고 싶다.”

편하게 살자고 다 꼬시는 건데, 일이 언제 이렇게 커졌을까.

그렇게 며칠, 시간은 막힘없이 흘러갔다.

잡다하게 퍼진 무공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고.

호북과 무당은 연일 사람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리고 마침내 봉룡지회 당일.

혜원각에도 손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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