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룡전 예선은 하루만에 끝났다.
애초에 남자들 숫자가 적기도 하고, 이렇게 빨리 끝내려고 단체전을 하는 거니까.
그렇게 해서 봉황전 총원 67명.
태룡전 총원 31명으로 예선이 마무리가 됐다.
‘내가 아는 인간들은 전부 올라왔구만.’
적어도 원작에 나왔었던, 내가 당하린의 보고로 알아낸 이들은 전부 본선에 진출했다.
거기에 덧붙여서 무양과, 소림의 청하 또한 본선에 올랐다.
그밖의 고수들도 많긴 했지만, 적어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수준의 고수는 없었다.
“역시 본선은 형님과 오도결, 남궁악 그리고 빈승까지 사강으로 예상되는구려.”
“그렇지. 솔직히 그 두 놈만한 실력은 너밖에 없어.”
“과찬이시오, 형님.”
“아니, 진심이야.”
역시 남역세계랄까.
남궁악과 오도결을 제외한 남자쪽의 초절정 고수는 나와 무양이 말고는 전무했다.
여자쪽은 그래도 몇몇 괜찮은 무인들이 있기는 했는데...
‘그래도 시발, 좀 너무한 거 아니냐...’
애초에 처음의 성비를 보고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만.
남자쪽은 절망적일 정도로 고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형님께 허락을 받고싶은 것이 있소.”
“뭔데?”
“남궁 소협을 꼬실 미끼가 필요한데, 형님의 이름을 좀 팔아도 되겠소?”
“내 이름을?”
“그놈이라면 분명 걸려들 것이니 말이오.”
무양이 마치 부처와도 같은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시작하는 건가.
내가 시키는 거지만 그래도 양심에 조금 찔렸다.
‘아니지, 이럴 때일수록 강하게 마음 먹어야해.’
감히 서현이의 비부를 본 개새끼 아닌가.
눈깔을 파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하리라.
“뭐, 마음대로 해라. 오도결도 조져야 되는 거 알지?”
“물론이오. 한놈만 떨어트리면, 그 뒤는 볼 것도 없소이다.”
무양의 말에 팔뚝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 새끼... 진심으로 즐기는구나.’
둘의 후장에 명복을 빌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혜원각으로 돌아오는 길,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맞아. 연화란... 어제 왜 안 왔지?”
청하와의 대화때문인가, 분명 그날 연화란이 찾아오기로 했었다.
그녀가 약속을 쉽게 잊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좋지 않아.’
꺼림칙한 기분이 뇌리를 쿡쿡 찔러댔다.
그렇다고 무작정 찾아가볼 수도 없는 법.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오히려 내가 찾아가는 게 위험했다.
‘맹주 때문에 하린을 못 쓰니 시야가 좁아지는군.’
공화춘 MK.2의 위력으로 보아 길어도 일주일 안에 맹주가 스스로 찾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먼저 미끼를 던져봐야할 듯 싶었다.
*
“읏, 하아... 으응...!!”
-맹주님, 부르셨나요?
“아, 아닐세!”
크게 소리가 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하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무인 나부랭이 아니랄까봐 귀는 밝아가지고.
찰랑이는 욕탕의 물을 기로 가라앉히며 숨을 골랐다.
‘...손이, 자꾸...’
한 번 감각을 되찾은 비부는 쉽게 가라앉지를 않았다.
소율을 한창 때의 육체라고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자신의 육체도 젊은 시절보다 훨씬 민감하고 활동적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매만져본 비부는 여전히 그때의 쾌감을, 열락을, 절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소율의 모습이 꼭꼭 숨기고 있던 욕망에 불을 부친 걸까.
검으로 달래보아도 안쪽에서부터 퍼진 열기는 그 열을 더해갈 뿐 해소되지 않았다.
‘흐으... 본인이, 어쩌다 이리 궁상맞게...’
하지만 가진바 지위가 있고, 체면이 있거늘.
자신은 도저히 그 음란한 친우마냥 대놓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욕탕.
씻으면서 몰래 수음을 한다면 힘들게 치울 일도, 들키지 않을까 골머리를 싸맬 일도 없었다.
“으음... 흡, 흐읏...”
바깥 뿐만 아니라 속 깊숙한 곳까지 젖어든 것이 느껴졌다.
검을 쥐던 손이 비부로 파고들어 이리저리 예민한 곳을 긁어내자, 저릿한 자극이 등골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갔다.
그만하자, 그만하자 마음 먹던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마치 남편을 통해 성을 처음 알게 된 젊은 아낙처럼 연신 비부를 만지고 또 만졌다.
음핵을 굴리던 손이 비부를 파고들어가 찌걱이고.
닿을 듯 닿지 않는 곳을 애타게 간질이며 쾌락의 끝을 찾아헤맸다.
“하아, 아읏... 응...!!”
-맹주님?
“흐읏, 읍... 으읏...”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절정.
손가락 끝이 팅팅 불도록 쑤신 손을 간신히 빼내었다.
‘내가 원래 이리도 잘 느꼈었나...’
비부에 남은 여운으로도 몇 번이고 몸이 애액을 토해내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은 하린이도 이상하게 생각할 터, 급히 그녀를 아예 물렸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맹주님.
눈앞에 들어올려진 손에 끈적한 애액이 가득했다.
투명하고 점도가 높아 물에 씻기지도 않은 질척한...
“미쳤구나, 미쳤어...”
이래서야 욕하고 구박하던 친우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남자만 탐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내라.’
언뜻 그놈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칼침도 안 들어갈 듯 단단하고 탄력있는 근육.
적어도 육척은 되어보이는 커다란 장신과, 사타구니 사이의...
“미친... 본인이 정녕 미친 게로구나...”
하필 왜 그딴 것이 생각이 나는 건지.
제깟놈이 숨긴다고 했겠지만, 그 노골적인 굴곡은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굴곡이었다.
“...”
짝!
저도 모르게 팔로 그 길이를 재보다가, 퍼뜩 정신이 들어 볼을 가볍게 치고는.
욕탕 안에서 출렁이는 수면을 쳐다보다 벌떡 일어섰다.
“나가자꾸나.”
욕탕 안의 열기가 더 사람을 미치게 하는 듯 했다.
그렇게 나가려다가, 문득 옆에 세워진 거울에 눈이 갔다.
“이 비싼 것이 욕탕에...?”
손거울 정도야 저잣거리에서도 쉽게 살 수는 있지만.
이리도 커다랗게 전신을 비추는 거울은 우습게 낼만한 가격이 절대로 아니다.
“흠...”
손녀보다는 큰 키와, 비슷한 크기의 커다란 유방.
남편이 안겨서 자는 걸 참 좋아했었는데.
살짝 조물거려보니 옛날과 다를 바 없이 탄력있고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졌다.
“읏...”
찌릿한 느낌에 서둘러 손을 떼고, 자욱한 수증기를 치워냈다.
환골탈태를 거친 나신은 잡티 하나 없이 뽀얗고, 물에 젖어 반짝거렸다.
어느모로 보나 손녀보다 못할 것 하나 없는 육감적인 몸매였다.
또한 이상하게도 비부의 음모가 없는 가족력.
딸아이도 없었고, 손녀도 가끔 욕탕에 함께 들어가면 아래엔 음모가 없었다.
‘이, 이상하려나...’
그러진 않을 듯 했다.
똑같이 음모가 없을 손녀를 잘도 임신시킨 놈아니던가.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역시 이상했다.
정말로 이상했다.
이제와서, 욕구...불만이라니.
“...혼자 해결하면 될 일이지.”
괜히 그딴 색마놈의 손을 빌릴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빌린다는 것 자체가... 그놈과 몸을 섞으라는 뜻 아니던가.
놈의 아래에 깔려서, 그... 커다란 것을 받아들이고.
소율이년처럼, 그렇게 기쁘다는 듯 음탕한 신음 소리를...
“후우우....”
다급히 기를 통제해 욕탕에 가득한 수증기를 창밖으로 날려보냈다.
서늘한 산바람에 맑아지는 듯한 정신.
“괜히 트집 잡힐 일이나 만들지 말아야겠구나.”
경고를 주었으니 눈앞에서 그딴 짓을 또 할 리는 없을 터.
이렇게 적당히 몰래 욕구를 풀어내고, 정신만 바짝 차리면 괜찮을 터다.
그렇게 젖은 몸을 닦아내고, 침상에 누운 소서화의 손이.
다시금 아랫배를 만지작거렸다.
*
“어때?”
“연신 자위중이에요. 목욕물에도 풀어놨으니, 더 심해질 거구요. 후훗.”
“좋아. 아무래도 계획을 앞당겨야겠어.”
“흐응, 일주일만 더 놔둬도 맹주는 스스로 주인님께 찾아올 거에요.”
“아니, 일이 생겼어.”
잘했냐는 듯 연신 머리를 비비적거리던 당하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일이요...?”
“응. 연화란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죄송해요, 제가 더 살폈어야...”
“아니야. 맹주가 의심 없이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지.”
곧바로 무릎을 꿇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녀.
순종적인 노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었다.
“당분간 천화령이랑 붙어있던 인간들을 감시해. 본선이 시작되면 맹주도 널 계속 끼고다니진 않을테니.”
“네, 주인님.”
“누구누군지만 알아서 나한테 보고해. 위험하게 더 파고들지 말고.”
“아... 저, 저같은 걸 걱정해주시다니... 감사해요, 주인님.”
쪽, 하고 내 발등에 입을 맞추는 당하린.
게슴츠레하게 뜬 연둣빛 눈동자에 천박한 욕망이 엿보였다.
슬쩍 발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자, 달콤한 당과를 먹듯 추잡하게 빨아들인다.
구석구석 깨끗하게 핥아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까지 일하다 왔는데, 하고 싶어?”
“츄릅, 주제도 모르고 주인님을 해하려했던... 츄르릅, 씨받이년을 걱정해주시니, 봉사해드리고 싶어요♥”
“네가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쪼옵... 푸흐, 주인님께서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천천히 입을 맞추며 올라와 내 허벅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
달뜬 숨을 내뱉는 입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안쪽을 휘저었다.
“아우으... 쥬인님...”
“음? 이거 안 지웠어?”
그러다 시야에 들어온 허벅지 쪽의 정(正)자 글씨.
저번에 실신하도록 박아준 뒤 몇 번 질싸했는지 적어둔 거였다.
“네헤... 쥬인님께서, 직접 적으신 거니까요...♥”
정(正)자 하나에 더해서 3획 추가.
총 8번의 질내사정을 했다는 표식.
가뜩이나 얇고 짧은 옷 때문에 가려지지도 않을 텐데 잘도 안 지웠네.
“아, 요샌 궁장 입고 다니느라 안 보였겠구나.”
“다시 벗을까요?”
“아냐, 입고 다녀. 대신 안에는 다 벗자.”
“하으... 네에...”
그렇게 발정난 씨받이년의 입과 보지에 잔뜩 싸질러주고, 본선 첫째날이 밝았다.
다시금 모인 귀빈실의 멤버들.
이전과는 달리 맹주의 기색에서 어색함이 잔뜩 느껴졌다.
“흠, 향이라도 뿌리셨습니까. 평소와는 조금...”
“시, 신경 쓰지 말거라!”
“...왜 화를 내고 그러십니까.”
“신경 쓰지 말래도...!”
허나 붉어진 얼굴의 소서화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겨우 그정도로는 사타구니와 몸뚱아리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야릇한 향기를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애써 모른 척 해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어진 본선의 첫 번째 경기.
심판의 부름에 맞춰 비무장으로 올라오는 참가자들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