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57화 (157/230)

“아니, 그 꼴로 어떻게 자려고... 자네?”

진짜 피곤했는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빠져든 소서화.

평범한 스윗흑남이라면 잠든 그녀를 면간하겠지만, 내 내면은 평범한 한남이므로 그녀를 씻기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고 자면 감기 걸려요, 누님.”

“우으웅...”

귀찮다는 듯 내 손을 피하는 그녀.

환골탈태까지 한 사람한테 감기가 뭐겠냐만은.

정액범벅인 채로 잠에 드는 건 자는 사람이나 이불을 빨래할 사람이나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어우... 많이도 쌌네.”

오랜만에 남편을 그리는 유부녀를 따먹어서 그런가.

평소보다 배는 흥분한 듯 싶었다.

그렇게 잠든 소서화를 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몸 곳곳에 덕지덕지 말라붙은 정액을 닦고, 잔뜩 벌어져 움찔대는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은 다시 밀어넣었다.

‘아깝잖아. 임신하면 조금 위험하긴 한데...’

깨어났을 때 보지에 가득한 정액에 임신을 걱정하는 소서화를 떠올리며 밀어넣었다.

“읏챠.”

침실로 나온 뒤 방을 뒤져 속곳부터 겉옷까지 꼼꼼하게 입혀둔 뒤 침대에 눕혔다.

몸에 가득 차있던 미약은 전부 회수했으니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겠지.

“으음... 웅...”

애액이랑 정액으로 푹 젖은 축축한 이불은 그냥 갖다버렸다.

폭신한 새 이불의 감촉이 좋은지 옅은 신음성을 내뱉는 그녀.

나이에 안 맞게 귀여운 모습에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서화가 임신하면 소유한텐... 뭐지? 이몬가? 삼촌?”

답이 없는 개족보에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튼 소서화 또한 확실히 내 수중으로 떨어트렸다는 것에 만족하며 일어섰다.

“음... 어디로 갔지. 아, 여깄다.”

방을 나서기 전 바닥을 더듬어 반지를 찾아냈다.

모용(慕容)이라는 글씨가 음각된 비싸 보이는 옥가락지.

전리품을 챙기듯 주머니에 집어넣고 소서화의 침실을 나섰다.

‘시간 날 때 나도 반지를 준비해놔야겠네...’

신부가 셋이니, 세 개나 준비해야된다.

뭐 돈이야 무당파 창고가 전부 내 꺼니까 상관은 없지만.

밖으로 나오고 나선 바로 의각으로 향했다.

명상을 하는 듯 싶더니 내 기척에 곧바로 달려오는 그녀.

“오셨어요, 주인님.”

“응. 연 소저는 어때?”

“많이 괜찮아졌어요. 맥도 정상이고 호흡도 안정됐어요. 주인님께선, 성공하셨나요?”

“그럼, 내가 누군데.”

주머니에 있던 소서화의 반지를 꺼내 당하린에게 보여줬다.

감긴 실눈 대신 입가가 크게 벌어지며 놀라는 그녀.

“역시, 주인님이세요.”

내게 안겨드는 당하린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연화란의 자궁에 손을 얹었다.

잠시 힘을 집중하자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혈기(血氣).

사나운 짐승같던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히 내게 복종한 듯 순종적으로 연화란의 내부를 돌아다녔다.

‘역시, 천화령의 혈기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야.’

나와 같이 연화란의 안쪽에도 순종적으로 변한 혈기가 잠들어있었다.

아마 그녀가 이 힘을 제대로 다루면, 꽤나 유의미한 실력향상이 될 거다.

“넌 오늘 비무 없지?”

“네, 주인님. 전 모레... 아니, 내일이에요.”

“연 소저 깨어날 때까지 붙어있어. 이상 있으면 보고하고.”

“네에... 주인님...”

떠나려는 나를 붙잡아 쭈뼛대며 입술을 내미는 그녀.

마주 입술을 포개어 게걸스럽게 타액을 나누고는, 봉룡각으로 향했다.

‘어제까지가 10경기째였지.’

봉황전은 67명이 올라왔으니 33번의 비무가 있을 거고, 부전승이 한 명 있다.

사실 어떻게 운이 좋아 올라온 연놈들이 있을 테니 판정으로 떨어트리면 되지만.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눈치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그렇게 올라온 녀석들은 본선 비무에서 이기지도 못하긴 하지만.

‘원작에서도 어부지리로 올라온 놈들은 죄다 떨어졌다고 쓰여있었지.’

부전승도 걱정할 건 없다.

심한 부상 때문에 다음 비무에 출전하지 못하는 참가자들도 있으니.

어느새 관중석의 함성이 가까워졌다.

“이제야 왔느냐.”

“어제 밤이 좀 길어서요.”

“흐응, 못된 녀석. 다른 여자 냄새나 풀풀 풍기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달라붙는 소율을 껴안으며 귀빈실로 들어왔다.

뒤이어 소유와 세령과도 인사를 나누고, 구석에 짱박혀있는 부끄럼쟁이 사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잘 쉬었어, 사매?”

“아, 네! 네, 사형. 자, 잘 쉬었어요.”

그렇게 부끄러운 짓을 함께 한 주제에 뭘 눈도 못 마주치는 건지.

옆에 마련된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사매, 오늘은 보지 안 보여줘?”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왜, 그때 그 옷 예쁘던데.”

“시, 시끄러워욧!!”

성을 내며 의자 구석으로 착 달라붙는 그녀.

나도 슬그머니 서현의 옆으로 가까이 엉덩이를 붙이며 물었다.

“소원은, 아직이야?”

“나, 나중에... 정말 소원다운 걸로 말할 거에요.”

“그래? 그럼 저번 소원은 뭐였는데?”

“우으... 비, 비밀이에요.”

또다시 귓불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서현.

그 야밤에 찾아와 빌 소원이 뭐겠냐만은, 반응이 참 좋아서 놀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쪽으로 와봐.”

“비무는 여, 여기서도 잘 보이는 걸요.”

“야한 짓 하려는 거 아니야.”

슬쩍 나를 흘기는 주서현의 눈동자.

흑단빛 눈동자에 의심이 한가득 들어찬 것이 보였다.

“혈교 일이야.”

“...진작 그렇게 말씀하시지.”

비무장은 한창 쇳소리와 관중의 고함소리로 뜨겁게 달아올라있었다.

승리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두 명의 여인.

나 또한 내게 달라붙어 치열한 자리경쟁을 벌이는 네 명의 여인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거기 앉으실 겁니까?”

“그럼, 여기가 특등석 아니겠느냐.”

결국 내 허벅지 위에 앉은 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소율.

세령과 소유는 어차피 배가 불러 옆에 자리했고, 서현은 머뭇거리다 그냥 왼쪽에 의자를 끌고왔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무엇이더냐.”

“혹시 혈교의... 일인가요, 무진?”

역시나 감이 좋은 세령이 먼저 물어왔다.

팔뚝에 얹어진 가녀린 손을 잡아주며 답했다.

“네, 혈교의 간자가 봉룡지회에 참가했어요.”

“...망할 혈교 놈들. 소녀에게 혼나놓고도 정신을 못차리는 것이에요.”

뭐... 소유도 혼내주기는 했었지.

“그런 것쯤은 열 때마다 있는 일이다만.”

“어제 비무에서 연화란 소저가 조금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맞아요. 연 소저가 그렇게 잔인하게 손속을 둘 무인이 아닌데도...”

“흠...”

그렇게 적당히 혈교의 교주니, 천화령이 사실 교주니 하는 것은 숨긴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서현이 의아한 듯 전음으로 살짝 물어왔다.

-사형? 왜 전부 말씀하시지 않고...

-둘한테는 너무 위험해. 차라리 아예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

괜히 정체를 안 채로 천화령을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 지를 몰라 위험해질 수도 있다.

‘세령은 몰라도, 소유는... 조금 걱정이 되지.’

출산이 가까워진 둘에게 그런 커다란 위험을 안길 수는 없었다.

소율에게는 어차피 따로 진실을 알릴 예정이고.

“아무튼, 간자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니 둘은 안심해도 돼.”

“...미안해요, 무진. 도움이 못돼서...”

“소녀도 죄송한 것이에요...”

도움이 못될망정 짐만 된다고 생각하는지 어두워진 둘의 얼굴.

“아냐. 둘은 여기, 요녀석들만 신경 써주면 돼.”

세령과 소유의 배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입술을 맞췄다.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남길 내 아이들.

약점이 늘어난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건만, 이렇게 그녀들의 배를 매만지고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네 여자들에게 둘러쌓인 채로 시선을 돌렸다.

“봉황전 본선 제15경기!! 천화령!! 남궁연!! 비무장으로!!”

마침 심판의 외침에 따라 두 명의 여인이 비무장으로 올라왔다.

한 명은 불꽃을 머리카락으로 삼은 듯 화려한 선홍색의 여인이었고.

한 명은 단아한 인상의 검은 머리의 여인이었다.

‘잠깐, 남궁이면...’

남궁악의 여동생인가?

느끼하고 뺀질해보이는 놈과는 달리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전형적인 미인상이었다.

음흉한 생각이 드는 걸 자제하며 소율에게 전음을 날렸다.

-저 여잡니다. 아까 혈교의 이야기.

-천화령?

-네. 그리고 아까 말씀 안 드린게 있는데...

-호법 따위가 아니라 더 위. 교주란 소리겠지. 안 그렇느냐?

소율의 허리춤을 안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괜찮다며 내 팔뚝을 토닥거려주는 그녀.

-듣고 나니 확실히 알겠구나. 왜 양광이 갑자기 나타나 지랄을 했는지. 네가 왜 말을 숨겼는지도 말이다.

-알고 계셨습니까.

-고작 호법 따위로는 여기까지 들어와 본녀를 속일 수는 없느니라.

평소엔 자꾸 따먹어달라며 보지 비벼대는 암캐에 불과했지만.

이럴 때마다 새삼 정파 무림의 기둥인 절대 고수 담소율이라는 걸 느꼈다.

보답으로 아랫도리에 딱딱한 자지를 비벼주며 비무를 관람했다.

“안녕하세요, 남궁 소저.”

“그래요.”

미소 띤 얼굴로 인사하는 천화령.

반면에 한껏 오만한 얼굴로 고개만 까딱하는 남궁연.

벌써부터 비무의 결과가 그려졌다.

“흐응, 자신감이 넘쳐보이시네요, 남궁 소저.”

“듣도 보도 못한 사문의 무인 따위는 가볍게 이기고 올라가야 하거든요.”

“아하하하, 재밌으셔라.”

저걸 보니 남매가 쌍으로 지랄일 게 틀림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천화령에게로 시선을 돌리던 중, 소율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셈이냐?

-일단 지켜볼 생각입니다. 맹주님까지 두 분이 힘을 합쳐도... 어려운 상대 아닙니까.

-...시간이 지나서 우리 둘다 강해졌겠지만, 그래. 장담할 수는 없구나.

아마 과거의 혈교주가 비교대상일테지.

그때와는 많은 시간이 흘렀건만, 소율이 손이 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응? 후훗... 괜찮다, 무진아.”

손을 잡아주니 엷은 미소와 함께 몸을 기대는 그녀.

포근하게 감겨오는 살결과 향긋한 살내음이 콧가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들려오는 심판의 목소리.

“비무, 시작!!”

그와 함께, 비무장 한가운데서 커다란 불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