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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59화 (159/230)

“허억, 허억... 좋은... 대결이었습니다, 청하사태님.”

“아미타불, 부처께서 보살피심입니다.”

이어진 본선에서는 소림의 청하가 출전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상대를 제압했다.

애병인 검조차 뽑지 않고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압도적인 실력.

“역시 소림이구나. 저런 녀석을 꿍쳐두고 있었다니.”

“저랑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너도 진심을 다해야할 게다. 공부가 전혀 부족하지 않아.”

소율도 청하의 부동명왕(不動明王)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무가 끝나고 이쪽을 향해 포권을 올리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스승인 명정사태가 죽어 실질적인 소림의 주인이 되었을 청하.

그녀가 건넨 염주를 살살 굴리며 생각했다.

‘저것도 배워보고 싶긴한데...’

목숨 대신 보지로 달라 그러면 줄까?

딱 한 번만 보지에 박으면 평생 박아줄 자신이 있는데.

‘스님은 결혼을 못하는데... 흠.’

뭐, 섹파가 더 꼴리는 관계 아니겠는가.

그렇게 하릴없이 시간은 흘러 본선 둘째날도 마지막 경기를 치뤘다.

부상 때문에 두 명의 추가 탈락자가 나왔고, 이대로 간다면 아마 16강부터는 인원 수가 맞을 거다.

“슬슬 돌아가자꾸나. 방법을 찾아야지.”

“우선 연 소저한테 가보죠, 태사부.”

“그래.”

세령과 소유를 혜원각에 데려다주고, 다시 내려와 의각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니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당하린과, 멀뚱히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연화란이 보였다.

“연 소저.”

“배, 백 소협... 아, 장문인을 뵙습니다. 주 소저도 반가워요.”

“편히 있게. 좀 괜찮은가?”

소율의 손짓에 연화란이 다시 침대에 앉았다.

그 소음에 막 잠에서 깼는지 멍한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는 당하린.

“에... 주, 주인님, 츄릅... 아, 안 잤어요...”

“너도 쉬어. 어제 잠도 못 잤을 텐데.”

“에, 헤헤...”

멋쩍은 웃음을 짓는 그녀를 옆에 세우고, 소율이 침대 옆에 앉았다.

손을 만지작거리다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는 연화란.

“몸은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내기가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아마 그럴 게다. 뒤에 있는 녀석이 격체전력(隔體傳力)을 네게 행했으니 말이다.”

“겨, 격체전력이요?! 왜, 왜 그런 선택을...”

연화란이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야 내공이 넘쳐나기에 버틸만한 방법이지만.

원래 격체전력은 한쪽의 내공을 꽤나 큰 손실을 감수하고 타인에게 넘겨주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내공의 소모가 아니라 완전한 양도.

그래서 곧 죽을 스승이 제자에게나 행하는 그런 기술.

나는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연 소저를 살릴 방법은 그것뿐이었으니까 말이오.”

“아... 가, 감사해요, 백 소협...”

뭐라 말 못할 얼굴로 깊게 고개를 숙이는 연화란.

이 기회에 빚을 지워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살며시 그녀의 손을 쥐어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몸에 다른 기운 또한 느껴질 것이오. 운기조식을 해보시오.”

“또 다른 기운...? 일단 알겠습니다.”

확실히 몸이 괜찮기는 한지 곧바로 가부좌를 틀어 운기조식을 시작하는 그녀.

일주천을 한바퀴 돌려낸 연화란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살짝 떠는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이건... 분명, 혈기(血氣)군요. 혹시 전... 혈교에게 당했던 건가요?”

“본선 비무 이전의 기억이 없으시오?”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두통이 오는지 머리를 붙잡는 연화란.

인상을 찌푸린 그녀가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흐릿...해요.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 듯 하고... 아윽...”

“무리하지 마시오. 몸은 몰라도, 머리쪽의 부상은 쉬이 치료하기가 힘드니.”

“...네. 하지만, 뭔가 중요한 걸... 잊은 듯한 기분이...”

“당분간 의각에서 머물면서 약을 타드시오. 그럼 좀 괜찮겠지.”

분명 그 관종년이 뭐라뭐라 씨부리면서 연화란을 굴복시켰을 거다.

거기서 들은 이야기를 중요하다고 착각할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면, 진짜로 뭐가 있을 수도.’

이미 원작과 달라진 전개.

알아둘 수 있다면 알아내야 했다.

“우선은 푹 쉬고, 무언가 생각나면 여기 당 소저를 통해 내게 전해주시오.”

“알겠어요, 백 소협.”

“이만 가보겠소. 다음 비무까지 몸조리 잘하시오.”

“그래, 그리고 아마 그 혈기 때문에... 한 번 우리를 다시 보아야할 게다.”

“네, 장문인.”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문을 나서기 전 들려오는 연화란의 목소리.

뒤를 돌아보자 그녀가 일어서서 포권을 올리고 있었다.

“백 소협, 이 은혜는...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

하린에겐 하루만 더 그녀를 돌보도록 명령을 내리고 의각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미리 말해둔 데로 혜원각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

내내 옆에서 조용히 있던 서현이 입을 열었다.

“장문인, 어딜 가시는 건가요?”

“응? 서현이 너 아직 있었느냐?”

“아... 계, 계속 있었는데... 아니, 죄, 죄송합니다...”

“장난이다, 욘석아.”

요전의 봉룡회에서의 사건 때문에 소율에게 상당히 미안해하는 서현.

하긴 사문의 명예같은 걸 나야 신경 안 쓰지만, 서현은 좀 다르려나.

“왜 우리 사매 기를 죽이고 그러십니까, 태사부.”

서현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소율을 구박했다.

이젠 일부러 내 손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만히 안겨있는 서현.

그 모습을 보던 소율이 눈을 부라렸다.

“아주 염병을 떠는 구나, 무진아.”

“어떡합니까 그럼. 색봉이랑 색룡이 서로 감싸줘야지.”

“헛소리는 아주 뚫린 입이라고...”

"히익..."

소율의 주먹이 올라가자 서현이 움찔했다.

겁먹은 강아지 마냥 내게 안겨드는 그녀.

“...쯧, 못된 놈. 잘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야한 짓거리만...”

“저는 이게 잘 챙겨주는 겁니다.”

서로 살 비비면서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게 나와 그녀에게는 진짜 도움이다.

내 입장에선 충분히 챙겨주고 있는 거지.

아랫도리에 그득한 양기를 살짝 그녀에게 건네줬다.

“으응...”

“또 음기가 가득 찼네, 사매.”

“아, 아니에요...”

아니긴. 살결이 평소보다 따뜻한 게 꽤나 올라온 게 틀림없었다.

쭈뼛대는 그녀의 등허리를 쓰다듬고 있자 소율이 다시 발을 뗐다.

“얼른 가기나 하자꾸나. 지금쯤이면 깨어났겠지.”

“오랜만이라 아직일지도 모르잖습니까.”

“...사형, 무슨 얘기를...”

“있어, 그런게.”

“아읏... 바, 밖에선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대답과 함께 엉덩이를 주무르자 화들짝 놀라며 찰싹 내 손등을 쳐내는 서현.

내렸던 손으로 다시 허리를 감싸안으며 속삭였다.

“그럼 안에선 보지 만져도 돼?”

“...”

“...사매?”

“두, 둘만 있을 땐요...”

서현의 대답에 소율이 걸음을 멈추고 살짝 뒤를 봤다.

“하아...”

“고마워, 사매.”

“하읏... 사형!”

보답의 의미로 엉덩이를 주무르자 또 찰진 손맛을 보여주는 그녀.

앞서가던 소율까지 옆구리에 끼고 걸어가자 곧 어제 새벽을 지새웠던 건물이 보였다.

“서화는?”

“맹주님께서는 일어나신지 꽤 되었습니다.”

마중 나온 시비의 대답에 뒷짐을 진 채 당당히 안으로 들어가는 소율.

“이년은 깨어났으면 와서 대회나 볼 것이지 뭘 하는 게야.”

나 또한 그녀의 혼잣말에 공감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어젯밤 소서화를 두고 갔던 방문 앞, 소율이 손을 올렸다.

“흠... 잠시 바깥에 있자꾸나.”

“예.”

안쪽에서 웅혼한 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소유와 비슷하지만, 그 힘의 크기와 그릇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

얼마 뒤 긴 숨소리와 함께 기운이 가라앉았다.

“들어오거라.”

“무당 전부가 본녀의 안방인데 네년이 뭘 들어오라 마라냐.”

소서화의 목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문을 열어젖히는 소율.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소서화가 보였다.

곧 옷매무새를 다듬고 긴 생머리를 하나로 쪽진 그녀가 낮게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이야기했다.”

“본녀가 먼저 들어왔느니라.”

“말보다 행동이 빠르니 네가 그 나이까지 혼인을 못한 게다.”

“아니 이년이... 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와! 그, 그리고... 고, 곧 할 거다!”

“애들 자리나 뺏으면서?”

“읏...”

애새끼 마냥 싸우는 둘에게서 슬며시 떨어져 서현의 뒤에 숨었다.

“사, 사형?”

“쎄해서.”

그때 소서화와 눈을 부라리던 소율이 내게로 홱 고개를 돌렸다.

“무진아, 말해보거라. 본녀가 먼저 들어왔지?”

“무진아, 내가 먼저 말했느니라.”

“무진아? 언제부터 그렇게 친근했다고...”

“어제 부로... 치, 친해졌지.”

살짝 볼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는 소서화.

그 모습을 보던 소율이 성큼 다가와 서현의 뒤에 숨은 나를 잡아끌었다.

내 팔을 젖가슴 사이에 끼운 뒤 다시금 묻는 그녀.

“자, 얼른 말해보거라.”

“...당연히 우리 태사부가 먼저 들어오셨지요.”

“...흥, 유치하기는.”

“후후후, 이게 너와 본녀의 차이다.”

기분 좋은 듯 높은 톤으로 웃어재끼는 소율.

이번엔 소서화가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뭐, 뭐냐.”

“다른 건 다 봐줘도, 이건 내가 너보다 크다, 담소율.”

“으음...”

“뭐가, 더 크다는... 아...”

패배감에 찬 소율의 목소리와 함께.

물컹, 정도로는 한참 부족한 거대한 질량이 팔을 감쌌다.

소율도 나름 큰 편이지만 내 육체가 워낙 큰 탓에 팔 절반 정도가 끝이거늘.

소서화의 젖가슴은 내 팔을 전부 품은 채 묵직하게 다가왔다.

‘소유보다 크네.’

이건 프로 젖탱이 감별사인 내가 느껴본 바 확실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얼빠진 얼굴로 보고 있는 주서현.

그 얼굴을 보니 정신이 확 들었다.

“크흠, 앞에 사매도 있는데 두 분다 그만하시죠. 추합니다.”

“추, 추하다니! 이 못된 놈아!!”

“아까도 그렇고, 자중 좀 하십쇼.”

“이, 이... 썩을 놈의 새끼!!”

간신히 소율을 먼저 떼어놓고, 소서화에게로 시선을 내렸다.

얇은 무복 위로 젖탱이가 꾸욱 짓눌려 올라온 천박한 모습.

살짝 입술을 핥아내는 혓바닥을 당장이라도 게걸스럽게 빨아내고 싶었다.

“맹주님답지 않게 왜 태사부와 그런 아이같은 말장난을 하고 그러십니까.”

슬쩍 떼어내려하자 더 깊숙이 달라붙는 늪같은 젖탱이.

소서화가 한숨을 내쉬듯 내 귓가에 숨을 불어넣었다.

“...누님이라고, 부르거라. 그러기로... 하지 않았더냐.”

“누, 누님? 백무진 야 이 개새끼야!!”

“자, 장문인!!”

당장이라도 칼을 들고 달려들 것만 같은 소율을 서현이 간신히 말렸다.

그런 소율의 모습에 푸훗, 하고 비웃음을 날리고 가슴을 떼어내는 소서화.

그녀가 소율의 곁을 지나쳐 의자에 앉았다.

“흠흠, 같잖은 가슴으로 나서길래 장난 좀 쳤다.”

“이년이 진짜...!”

결국 내가 무릎 위에 앉혀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서야 화를 식히는 소율.

연신 정수리에 키스를 날려주며 그녀를 달랬다.

“그래, 이제 장난은 됐으니 온 이유나 말해봐라.”

조금 뒤 소서화가 여유롭게 차까지 마시며 물어왔다.

이제 그녀도 내 전용보지가 됐으니, 슬슬 말해줄 때가 됐다.

서현과 눈빛을 나누고 입을 열었다.

“다같이 포썸... 아니, 다같이 제 수련을 좀 도와주십쇼,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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