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만족스러운 비무였느니라, 흑노.”
“감사합니다, 교주님.”
텅 빈 대기실에서 요염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앙천화.
피처럼 붉은 머릿결을 바라보며 그녀의 발아래에 부복했다.
“모두 교주님의 은혜지요.”
눈처럼 하얀 그녀의 발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흐흥, 인사할 때마다 그리 예를 차릴 필요없대도.”
긴 치맛자락을 살짝 걷어내 발목과 종아리까지 입술을 맞추며 고개를 숙였다.
“교주님의 옥체를 허하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아핫, 되었다. 돌아가자꾸나.”
마치 가마꾼처럼 그녀를 안아들어 비무장 밖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장문인, 적안검녀와 흑룡의 사이가 아주 각별하군요. 혹시...”
“그만. 본녀의 제자가 누구와 연을 맺든 남궁련 자네가 무슨 상관이지?”
“아니, 이미 두 봉황을 취했음에도 저리 욕심을 부리는 이유가 궁금해서 그러지요.”
“원래 여색을 좋아하는 놈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담소율이 불퉁한 목소리로 답했다.
자신도 대놓고 저런 부끄러운 짓은 못해봤는데, 혈교의 교주라는 년이 앙큼하기 짝이 없었다.
‘...괜찮은 게냐, 무진아.’
이쪽으론 얼굴 한 번 제대로 안 비치는 것이 참 못된 놈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할 일은, 그를 믿고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후...”
수군수군대는 늙다리 년들에게로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텅 비어있던 귀빈실에는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련과 몇몇 다른 세가와 문파의 장로들이 자리했다.
슬슬 봉룡지회의 끝이 보이자 높이 올라온 이들의 가문과 문파가 관람을 위해 나선 것이다.
실은, 그저 무진이 없는 자리가 적적해 일부러 부른 거지만.
애초에 5층 귀빈실에 저들을 들일 생각도 없었다.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남궁 가주. 흑룡의 실력이 저리도 출중하니, 삼처사첩을 들인들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고작 사내 주제에요? 봉황 둘도 심히 과하거늘... 쯧!”
“뭐, 요즘 소문을 들으니 아주...”
“되었고! 곧 자식 놈의 비무가 아니던가? 집중들이나 하게.”
싸늘한 담소율의 목소리에 귀빈실의 시선이 비무장을 향했다.
누가 뭐라해도 소율은 이 자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실력자였다.
“당연히 악이가 승리하겠지요! 지난 몇십년간 아미에서 쓸만한 인재가 나오기는 했답니까?”
“그렇긴 하지만, 무양이란 아이도 꽤나 출중하더이다.”
“흥, 그래봤자 우리 악이만 하겠습니까. 곧 창궁을 넘어서 창천에 다다를 아이지요!”
남궁련이 부채를 촥 피며 연신 아들 자랑을 했다.
이상하게도 딸복이 없는 그녀에게 초절정에 다다른 남궁악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이었다.
곧 비무장 위로 두 명의 사내가 올라왔다.
“태룡전 준결승, 남궁악! 무양! 비무를 시작하시오!!”
반질반질한 머리를 가볍게 쓸어올리며 합장하는 무양.
그리고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궁악.
잠시 둘 사이에 말이 오가는 것이 보였다.
“...놈의 약점을 알려주겠다고?”
“그렇소이다. 대신 남궁 시주는 빈승의 요청을 한 번 들어주면 되는 것이오.”
“굳이 비무장까지 와서, 그런 거래를...”
“요 몇 주간 남궁 시주께서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잖소?”
무양의 허허로운 말투에 남궁악이 입을 닫았다.
반드시 결승에 올라 그 시커먼 쓰레기를 이기기 위해 잠시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었다.
“무리한 요구라면 약점을 듣더라도 도와줄 수 없다.”
“허허, 별것 아니라오. 잠깐... 땀이 흐를 수도 있겠소만.”
“...흥, 알았다. 되었으니 슬슬 시작하지.”
거래는 거래고, 비무는 비무였다.
검을 고쳐잡는 남궁악을 바라보며 무양이 웃음을 지었다.
‘담긴 화가 보통이 아니구려.’
흑룡이라 불리는 자신의 의형이 비무에서 한 짓을 생각하면 저리 분노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사납고 거칠긴해도, 그런 마음씀씀이를 가진 사람은 아니라 믿고있지만.
요즘 백무진의 행태는 차마 말로 담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도 아우된 도리로 형님의 뜻을 거스를 수야 없지.’
백무진은 결승전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남궁악을 조지길 원했다.
그 뒤, 패배한 남궁악의 몸에 몰래 미약을 뿌려 자신이 취하기 쉽게 만들어준다는 약조도 나눴었다.
‘초절정에 이른 사내의 정기는 쉽사리 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아미에는 고작 둘뿐이었다.
스승과 방장대사만이 초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무인이었다.
그러니, 이번의 패배는 상당히 값진 패배였다.
“오시오, 시주.”
“금방 끝내주지.”
무양이 가볍게 손을 합장하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
“아흐흣...”
“어떠십니까?”
“적당하구나. 음, 좋아...”
비싼 기름을 발라서 그런지 앙천화의 피부가 반질반질 윤이 났다.
“물 좀 더 떠와줄래요?”
“네, 흑노.”
사타구니까지 올라간 앙천화의 치맛자락을 잡고있던 비연이 고개를 숙였다.
잠시 그녀가 맡고있던 옷을 기름이 묻지않게 잡으며 시선을 돌렸다.
“본녀의 육체를 보고 음심이 들지는 않더냐?”
“교주님의 옥체에 제가 어찌 감히.”
“흐응, 교주가 아니면 얼마든지 취할 거라는 뜻이렸다?”
꾸욱하고 자지를 짓누르는 새하얀 발이 보였다.
향유가 묻어 매끄러운 발가락이 길다란 자지기둥을 쓸어냈다.
“사내라면 누구든 교주님을 취하고 싶을 겁니다.”
“아니, 너만이 그렇지. 세상 사내들의 모든 정욕을 모아다 놓은 게 너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크흠...”
“하긴, 이만한 물건을 지녔으니... 그럴만 할지도.”
앙천화의 발기술에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가 속곳 밖으로 튀어나왔다.
지난 몇 주간 하도 괴롭혀서 이젠 익숙하다는 얼굴로 내 자지를 애무하는 그녀.
향유에 담긴 미약이 그런 행동을 충동질하는 걸 알 리가 없을 거다.
‘확실히 야한 짓거리는 꽤 많이 하는데... 도통 틈이 안 보이네.’
다른 여자였다면 진즉에 눕혀서 보지가 안 다물리도록 쑤셔줬을텐데.
앙천화는 과연 비범한 정신력을 자랑하는지 따먹을 틈이 안 보였다.
그래서 택한 것이 마사지.
비연과 관계를 나누고 난 후, 일부러 비연에게 마사지하는 걸 보여주며 앙천화의 흥미를 끌었다.
은밀하고 꾸준히 미약을 몸에 축적시키려면 이 방법이 최고였다.
다행히 앙천화는 금방 살결을 허락해줬고.
몇 주간 쉬지 않고 그녀의 몸에 미약을 들이부었다.
‘뭐, 쉽게 될 거라곤 생각 안 했어.’
애초에 미약말고도 다른 걸 그녀의 몸속으로 흘려보내고 있었으니까.
바로 내 심장과 몸에 깃든 앙천화의 진혈(眞血).
역천으로 동화시킨 그 기운을 다시금 그녀의 몸으로 보내주었다.
애초부터 그녀의 것이었기에, 앙천화도 딱히 위화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네 기운이 아니지, 그건.’
엄연히 내 것으로 만든 나의 기운이다.
그리고 무인의 몸에 다른 이의 기운이 쌓인다는 건, 어느 면으로 봐도 좋은 일은 아닐 거다.
또한 이미 비연을 통해 그 기운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큭...”
“쌀 것 같더냐?”
“교주님의 발재간이 갈수록 느십니다.”
“아하핫, 이런 천박한 일에 능해서 뭐하겠느냐. 뭐, 흑노는 좋으려나.”
“교주님이 파정을 도와주시니, 후...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읏...”
내 말에 더더욱 미소가 짙어진 앙천화가 속도를 냈다.
미끈한 향유가 발린 발가락이 자지에 얽혀들며 진한 쾌감을 만들어냈다.
“크윽...!”
“아핫!!”
자지가 사정없이 흔들리며 정액을 토해냈다.
그 와중에도 자기 몸에는 안 닿게 자지를 짓눌러 방향을 조절하는 앙천화.
바닥과 내 몸에 정액이 덕지덕지 묻어났다.
“비연, 와서 청소하거라.”
“네, 교주님.”
그동안 물을 떠온 비연이 대야를 내려놓고 바닥에 머리를 숙였다.
“할짝, 할짝...”
그녀가 바닥과 내 몸에 묻은 정액을 홍조 띤 얼굴로 핥아냈다.
이내 내 자지를 물고 요도에 남은 정액을 뽑아내는 비연.
“츄븝, 츄르릅...”
“흐...”
“다 짜냈으면 이어서 하거라. 내일이 본녀의 준결승이니, 확실히 풀어둬야지.”
앙천화의 명령을 들으며 마사지를 이어나갔다.
그녀의 몸에 미약과 독, 내 것이 된 진혈이 나날이 쌓여갔다.
그러는 동안 봉룡지회도 막힘없이 진행이 되었다.
태룡전 결승은 나와 남궁악이 겨루게 되었고, 봉황전은 천화령과 청하가 결승에 올랐다.
‘청하가 잘 잡아둬야하는데.’
태룡전이야 뭐, 뻔히 보이는 결과였다만.
봉황전은 당하린, 주서현, 서문비연, 청하, 천화령 등 꽤나 치열했다.
가장 놀랐던 건 역시 청하.
그녀는 8강에서 당하린, 준결승에서 서현을 만났지만 단 하나의 상처도 없이 결승에 올랐다.
-소림의 땡중들이 대단한 년을 하나 만들어냈구나.
-교주님의 무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요.
-흥, 본녀에 비할 무인이 있겠느냐. 아무튼 거삿날, 저년은 양광과 합공해서라도 반드시 참살하거라. 알겠느냐?
-여부가 있겠습니까.
앙천화조차도 그리 말했으니, 초절정의 거의 끝자락에 다다른 실력자일 터.
천화령을 잠깐이라도 붙잡아두려면 그녀의 힘이 필요했다.
“하아, 하아... 아흐윽...”
“괜찮소?”
“죄송해요... 흑노랑은, 몸을 섞으면 언제나 힘이 쭉 빠져서... 헤헤.”
비연의 안쪽 가득 정액을 토해내며 끌어안았다.
그녀가 하루 중 유일하게 웃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었다.
달콤하게 젖어든 비연의 육체를 좀 더 탐하며 계획을 계속 되뇌였다.
‘거삿날은 결승날, 태룡전에서 내가 남궁악을 죽인 후 시작된다.’
남궁악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이 거사의 신호였다.
그와 동시에 은밀히 들여온 혈교의 간자들과 무인들이 관중들과 무당의 제자들을 죽이며 학살이 자행될 거고.
‘그러니 내가 도움을 청할 순간은, 오직 봉황전 결승뿐.’
봉황전 후 태룡전이 이뤄지니, 오직 그때뿐이었다.
그래도 앙천화는 지금 초절정 끝자락 정도로 힘을 숨기고 있으니까.
청하를 쉽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거다.
나는 바로 그때 청하에게 전음을 날려 목숨값인 소원을 사용할 생각이다.
‘대뜸 상대를 죽여버리라 그러면 놀랄테지만...’
나 또한 그 순간 앙천화의 몸에 심어둔 잠력들을 전부 폭발시킬 예정이다.
계획이 잘 풀린다면, 귀빈실에서 보고있던 소서화와 소율이 도우러 올 테지.
폭주한 혈기를 보고서 도와주지 않을 문파나 세가도 없을 테고.
“응, 흐으읏...!”
“후우...”
연신 이어지는 절정에 허물어지는 비연의 몸을 끌어안고, 잠시 그렇게 체온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