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83화 (183/230)

보랏빛이 감도는 묵빛의 길다란 머리카락.

요사스럽게 빛나는 자색 눈동자는 영혼을 빨아들일 듯 반짝였고.

하얗고 매끈한 이목구비는 하늘이 빚은 듯 완벽했다.

“일어나시게, 지선(知仙).”

선홍빛 입술 사이로 튀어나온 목소리 또한 아름다운 노래처럼 울려퍼졌다.

“과분한 별호입니다. 거두어 주소서.”

“그리도 빠르게 주인을 배신하고 본좌의 편에 붙었으니, 응당 지선이라 할만한 머리아닌가? 잔말은 마시게.”

“...망극하옵니다.”

깊게 고개 숙인 사마유가 냉담한 말투에 더더욱 이마를 바닥에 내리눌렀다.

그저 말 한 마디 만으로도 가공할만한 위압감이 전당을 가득 채워갔다.

“흐음...”

천마라 불린 여인이 옥좌에 느긋하게 기대며 자세를 바꿨다.

칠흑색 궁장 틈으로 백옥같은 다리가 튀어나와 허벅지 위에 얹어지고.

검게 칠해진 발톱과 대비되는 새하얀 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숨막히는 자태에 사마유조차 숨을 들이켰다.

“크아... 카흑...”

“아, 이런. 우리 양 호법을 생각지 못했구만.”

뒤이은 한 마디에 전당을 채웠던 압박감이 씻은 듯 사라졌다.

양광이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쿨럭, 쿨럭! 커헉... 당신이, 당신이 천마구려... 이토록 어린 계집이라니...”

“건방진 말투구나, 양광.”

“크아악!!”

천마라 불린 여인이 눈썹을 꿈틀거리자, 양광의 남은 한팔이 무언가에 짓눌리듯 피떡이 되어 사라졌다.

“흐으, 건방지면... 어쩔 것이오. 어차피 죽은 목숨. 크흐흐흐...”

“호오, 그래. 응당 사내라면 그정도 기백은 있어야지.”

“크흐흐, 커윽!!”

“쯧쯧, 본좌가 칭찬한 보람도 없게 치졸한 수를 쓰면 쓰나.”

혀를 깨물려했던 양광이 입이 벌어진 그대로 멈춰섰다.

“끄아! 으아아아아아아!!!”

“다 늙은 놈이 잇몸은 튼실하구나. 지선, 이빨들 챙겨서 다 부숴놓게.”

“존명.”

천마의 손짓에 하나하나 뽑혀나온 양광의 이빨이 사마유의 앞에 떨어졌다.

그녀는 질색하는 눈빛으로 그것들을 잡아 부쉈다.

“흐어, 으어어어...”

“자네는 본좌에게 해줄 말이 있으니 죽으면 안돼. 그, 흑룡이란 사내에 대해서 빠짐없이 고해보게.”

“크흐, 흐하하하!! 천마 네년도 그놈의 앞에 무릎 꿇기를 바라마!!!!”

양광은 또다시 튀어나온 이름에 광소를 터트렸고.

곧 어딘가로 옮겨져 모든 것을 토해내고 육편으로 화해 죽었다.

“신경쓰지 마시옵소서. 그 누가 천마의 무위에 다다르겠나이까.”

“모르지. 중원은 넓고 넓으니. 앙천화가 괜히 죽었겠는가.”

지선은 왠지 모르게 안도했다.

반쯤 미친 년인 전(前) 교주보다야 현 교주가 훨씬 이성적인 듯 했다.

‘미친년이 그러니까 왜 혼자 적진엘 가냐고!!’

혈신패만 달랑 들고간 탓에 더 이상 혈교의 힘을 계승할 수도 없었다.

그 오랜 시간 힘을 담아온 혈신패에 혈교의 교주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이 담겨있거늘.

“전 교주의 무공 또한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니 정파놈들에게도 한 수가 남아있는 게지요.”

결국 절대자 두 명이 빠져나간 혈교는 천마신교에게 무참히 유린당했다.

한달 전, 앙천화가 죽었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퍼진지 단 하루만에.

‘천마 혁무린. 앙천화에 못지 않은 자.’

사마유는 그날 곧바로 혈교를 수습해 천마에게 가져다 바쳤다.

혈교의 원로들은 처참하게 살해당했고, 천마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었다.

허나 다른 무인들과 혈교에 충심이 깊은 자들은 모조리 도륙당했다.

전대의 원한을 갚는다며, 혈교가 반격할 여지를 전부 꺾어버렸다.

모든 무공서와 모아온 영단들, 보검, 재물... 쌀 한톨도 남김없이 빼앗겼다.

‘천년을 이어온 혈교가 여기서 끝이 나는가.’

허나 사마유는 별다른 표정조차 짓지 않았다.

혈교인들 중 가장 이성적이었던 그녀는 혈교의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그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이곳이었을 뿐, 그녀는 학사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지선, 자네는 이제 정파무림이 어찌 나올 것이라 보는가?”

“수습을 해야겠지요. 앙천화가 죽었다고는 하나, 수많은 정파의 무인들과 후기지수가 도륙당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은인자중해야할 시기지요.”

“그런가. 본좌는 좀 다르게 보네만.”

“...가르침을 내려주소서.”

옥좌에 앉은 천마, 혁무린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의 머릿속에 무당의 그 시커먼 사내의 환영이 피어올랐다.

극에 달한 감각은 앙천화를 격살한 그를 상상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천마신교 또한 정파무림에 대한 정보 수집을 늦추고 있던 것은 아니다.

백무진이라는, 무당을 집어삼킨 녀석에 대해선 상세히 알고 있었다.

“우리 천마신교가 혈교를 집어삼킨 것은 아무도 모르겠지.”

“그러하옵니다. 봉쇄령을 내려 그 무엇도 혈교를 나가고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럼 그자는 반드시 혈교를 끝내러 올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말이지.”

“...어째서입니까?”

“그냥.”

장난치는 듯한 대답에 사마유가 입을 다물었다.

무공보다는 책, 기관과 진법에 익숙한 그녀는 저딴 어이없는 대답이 가장 싫었다.

그런 그녀의 기색을 알아챈 듯 혁무린이 즐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감이 그렇다. 너희 혈교도 그렇지 않느냐. 본좌의 감이 이곳을 쳐야할 적기를 알려주었고, 천년혈교는 며칠 전 종지부를 찍었지.”

“실로 그렇사옵니다. 속하의 의심을 용서해주소서.”

“그럴 것 없다. 본좌의 곁에서 수행하던 이가 아니었으니, 한 번쯤은 용서해주도록 하지.”

“서,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

사마유의 목소리가 떨리고 등허리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의심이라는 단어 하나에 영혼이 갈갈이 찢기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었다.

감히 그런 것따위 품지 말라는 듯.

절대적인 명령이었다.

“그러니 손님맞이를 해야겠지. 손님접대 쯤은 알아서 잘 할 거라 믿네.”

“맡겨만 주소서, 방금의 실책을 만회하겠나이다.”

“음음, 그러시게.”

지선 사마유가 물러나고, 혁무린이 바깥으로 향했다.

혈교의 전당 뒤에는 역대 혈교 교주들을 모신 위패와 신당이 존재했다.

몇 명 들어앉아있지도 않은 주제에, 쓸데없이 커다랗고 휘황찬란한 건물.

풍채 좋은 사내 둘과 여섯의 여인이 혁무린의 뒤에 시립했다.

“이장로.”

“예, 교주님.”

“예전부터 넓은 수련장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말일세. 여기가 터가 좋아보이는군.”

“삼일내로 밀어버리겠습니다.”

“그럴 것 없네.”

사뿐, 혁무린의 발걸음이 허공을 딛었다.

그저 가벼운 걸음이었던 것이, 갈수록 무게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꽈직, 콰드드득...

천년을 버텨온 건물에 거미줄같은 실금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나무 기둥이 쩍쩍 갈라지고, 얹은 기와가 박살이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곧, 신당의 중앙으로 다가간 혁무린이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지었다.

“본좌의 앞에 무릎 꿇으라.”

꾸우우웅!!

살짝 허공에 들었다 내려놓은 새하얀 맨발.

허나 그 여파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공간 전체가 짓눌린 듯 기이한 굉음이 터져나오더니.

이내 혈교의 신당 전체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니, 말 그대로 갈려나가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에 눌려 거대한 건물이 한줌 먼지로 화해 사라지고 있었다.

“오오오!!! 천세! 천세! 천천세!!!”

“마교의 앞길에 영광 있으라!!!”

신이 내린 듯한 무위에 천마신교의 장로들이 다급히 무릎을 꿇고 눈물을 줄줄 흘려내며 그녀를 찬양했다.

*

“음?”

“...하암, 왜 그래요 무진?”

왠지 모를 불안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옆에선 얇은 잠옷을 입은 세령이 내 가슴팍을 쓸어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흐응, 같이 낮잠자는 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 더 자요.”

“그래요, 세령.”

“헤헤, 무령인 참 조용해서 좋네요.”

세령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 슬쩍 몸을 들어올렸다.

옆에 따로 마련해둔 아기 침대에서 곤히 자고있는 무령이.

‘소유랑 자면 홍이가 뒤지게 울어대서 잘 수가 없는데...’

다시 몸을 눕혀 세령을 꼬옥 끌어안았다.

“엄마 닮았나봐요.”

“후후, 홍이는 시끄러워요?”

“아우, 말도 마요.”

“내일은 홍이랑 자야되는데, 얼른 더 자요.”

세령의 따스한 손길이 등을 토닥였다.

그 손을 마주잡고선 그녀의 머리에 콧잔등을 비비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심신이 안정되는 향긋한 향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뭐해요, 자꾸우...”

“이뻐서 그래요.”

“헤헷, 그럼 입맞춰줘요.”

“얼마든지.”

손에 깍지를 끼며 그녀와 길게 입을 맞췄다.

손바닥에 살짝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이내 입술을 떼어내고선, 손을 가까이 가져와 밝게 웃는 그녀.

“며칠 안 남았네요?”

“그러게요. 반지는 마음에 들어요?”

“엄청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평생 안 빼려구요.”

왼손 약지에 낀 옥반지를 살살 굴리며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그녀가 벗어나려고 해도 입술이며 볼, 코, 목덜미에 자꾸만 입을 맞췄다.

“하아... 무진, 일부러 자꾸 입맞추는 거죠.”

“미안해요, 둘째는 조금 이른가?”

“아뇨... 전 좋은데...”

그녀가 누운 채로 슬쩍 치마를 들춰올려 젖어든 비부를 내보였다.

나 또한 바지를 벗고선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를 그곳에 맞췄다.

“허벅지로 감싸줘요.”

“변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탄탄하고 적당히 살집있는 허벅지가 자지를 감쌌다.

그 안으로 자지를 깊숙이 집어넣으며 보드라운 살결에 천천히 문질렀다.

“흐으, 응... 무령이 깨니까, 천천히이... 읏...”

“세령부터 조용히 해야될텐데.”

“시끄러워요... 응, 흣...”

두꺼운 귀두가 균열을 긁어대니 점점 야릇하게만 변해가는 세령의 얼굴.

쿠퍼액과 애액이 섞여 질퍽한 소리를 낼 때쯤 예고도 없이 비부 안쪽 깊숙이 자지를 박아넣었다.

“하으응!”

“쉬이, 무령이 깬다니까요.”

“진짜아... 갑자기, 앗, 아응...”

금세 입을 벌리곤 달뜬 숨을 내뱉는 그녀.

얇은 잠옷을 완전히 벗겨내 전보다 훨씬 도톰해진 유두를 입에 물었다.

“아흣...!”

“츕, 쮸웁...”

“응... 못됐어요, 정말... 무령이 맘마를... 앗, 하윽...”

살짝 비릿하면서도 달큰한 액체가 목을 타고 넘어왔다.

그와 동시에 정액을 보채듯 힘껏 조여오는 세령의 안쪽.

말랑한 허벅지를 한손으로 받쳐들고선, 점점 속도를 냈다.

“푸흐, 벌써 둘째 가지면 소율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스승님이... 응! 그러시겠죠...? 아직 다 배우지도 않았는데엣... 히약...!!”

“너무 잘 느끼는 거 아니에요, 세령?”

“당신이, 당신이... 앗, 으흣... 이렇게 만든 주제에... 앙... 하윽...”

세령이 그동안 못한 걸 돌려받겠다는 듯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벌써 몇 번이고 가버려서 눅진해진 보지가 자지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동시에 내 뺨을 쓰다듬으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세령.

“그래도... 흐으, 이해해주실 거에요... 얼른, 둘째가질까요, 우리?”

“그럼 또 못하게 될텐데?”

“으응, 핫... 그럼, 조금만... 더 즐기구... 하으읏...!!”

무공따위는 잊어버린 듯 그저 내게 달라붙어 쾌락을 갈구하는 그녀.

탁하게 변해버린 선녀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자궁 깊숙이 몇 번이고 정액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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