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89화 (189/230)

무림맹이라 써진 커다란 깃발 뒤로, 각양각색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소림, 무당, 화산, 개방 등 구파일방의 깃발과, 남궁, 모용, 팽가 등 오대세가의 깃발이 그 뒤로 펄럭였다.

그리고 그 아래, 섬서의 무림맹에 모인 수많은 무인들의 눈에서 살벌한 안광이 흘렀다.

복수, 증오, 그런 감정을 품은 얼굴들이 많았다.

지난 봉룡지회에서 일어난 두 번째 혈사 이후, 기다렸다는 듯 반격의 서막을 올린 무림맹주 소서화의 소집령.

평소라면 아무도 응하지 않았을 명령이지만.

가족, 친지, 사형, 사제 등 소중한 것들을 잃은 이들은 전부 그녀의 명령에 응했다.

그렇게 섬서에 모인 5천명의 무인들.

심지어 어중이떠중이도 아닌, 각 문파의 정예들과 장로 등 주전력이 모두 모인 것이다.

그들의 날선 기세가 어느덧 정점에 이르렀을 때.

눈앞의 단상에 몇몇 이들이 올라섰다.

“후...”

깔끔한 흰색 궁장과 등에 무림맹이라 새겨진 금빛 도포를 입은 소서화의 눈동자가 군중을 향했다.

이런 옷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앞에 나서는 자는 그만한 위엄과 만인이 우러러볼 수 있는 모습을 해야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냉막하면서도 엄준한 기세.

다만, 방금 내쉰 그녀의 한숨에는 조금 달뜬 기색이 서려있었다.

‘망할 놈... 굳이 옷까지 입혀놓고 안쪽에...’

출진 전날 밤, 그리 꼬실 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더니.

이 비싼 옷을 입자마자 막무가내로 들어와 보지를 쑤시는 건 뭐란 말인가.

덕분에 이미 사타구니 안쪽은 녀석이 세 번씩이나 싸지른 정액으로 흥건했다.

‘제대로 막지 않은 본인 탓도 있다만... 몹쓸 놈, 후우...’

아침 발기 좀 처리해달라면서 그 냄새나는 자지를 코에 들이미는데.

비릿한 냄새에 안쪽이 발정난 듯 쿵쿵거려 도저히 밀어낼 수가 없었다.

그 탓에 여직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았다.

“흠흠.”

옆에 선 맹의 장로들에게 비릿한 정액냄새가 풍길까 도포자락을 여민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본 맹주의 소집령에 응해주신 모든 무인들에게 감사드리오.”

깊게 고개를 숙인 그녀의 모습에 작은 호응이 일었다.

누가 뭐라 해도 소서화는 정파 무림의 기둥이자, 많은 무인들의 정신적 스승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자궁 안에서 출렁거리는 끈적한 정액을 느끼며 연설을 이어갔다.

혈사의 참혹함을 이야기하고, 혈교주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 사내를 소개했다.

“작금의 사태에, 본 맹주는 혈교의 뿌리를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소. 그리고 그 생각을 하게 된 계기엔, 여기. 무당신룡 백무진의 공이 컸소이다. 그는 단신으로 혈교주를 격살하고, 혈교의 맹위를 거꾸러트린 장본인이지.”

소서화의 손이 누군가를 가리켰다.

단상 위에는 그 누구보다도 이질적인 모습의 사내가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흑색의 피부와, 독특한 머릿결.

다른 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여인 둘셋쯤은 가볍게 안을 수 있는 듬직한 체구.

핏줄이 솟아있는 손과 팔뚝은 가슴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사타구니 사이에 달린 단단하고 거대한 양물은 밤마다 자신을 암컷으로 만들기에...

‘아니지.’

중한 일을 앞두고 자꾸 이러는 것을 보니 자신이 미친 게 맞나 싶기는 했다.

한편으론 그만큼, 그를 믿기에 조금 마음이 풀어진 것일 수도.

상기된 감정을 갈무리하며 사내에게로 주도권을 넘겼다.

“반갑습니다, 백무진입니다.”

“와아아아!!”

“무당신룡님!!”

사내가 포권하자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자신의 백 마디 연설보다, 이 사내가 슬쩍 가랑이 사이를 강조하며 내뱉는 한 마디가 더 사기진작에 효과가 좋았다.

단상 아래쪽을 봐도 녀석의 얼굴보다는 사타구니에 시선을 둔 무인들이 많았다.

저 묵직한 존재감을 상상하며 밤마다 수음을 하는 년들이 얼마나 많아질지.

‘앙큼한 것들.’

슬슬 손을 휘저어 좌중을 진정시키려는데,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진정성있고 호소력있는 어조로, 아랫도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무림 동도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혈교는 교주와 호법을 잃고 그 어느 때보다 나약해졌고, 저희 중원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져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중원에 두 번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혈교를 반드시 토벌하고, 중원에 우리 정파의 승리를 널리 알릴 것입니다!!!”

아까 전보다도 더욱 커다란 함성소리가 섬서에 울려퍼졌다.

무림맹주인 자신이나, 무당신룡 백무진, 그리고 옆에 조용히 서있는 소율의 이름을 연호하는 자들이 넘쳐났다.

그 셋이야말로 이들의 자신감이자 승리의 상징.

끝없이 솟아오르는 사기에 사내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만약 두렵다면. 어느 때든 저를 찾아오십시오.”

녀석은 바지춤을 끌어올리며 허벅지까지 달라붙은 딱딱한 살덩이를 내보였다.

‘미, 미친놈이!!’

어쩌자고 저딴 미친 짓을 한단 말인가.

이젠 숫제 환호가 아닌 음담패설과 희롱이 조금씩 들려왔고, 소서화는 다급히 출진을 명했다.

“출진!! 정도연합군은 지금 즉시 서장으로 출진한다!!!”

*

연합군 수뇌부 막사.

그중에서도 꼭대기에 위치한 두 여자와 한 남자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지도를 펼쳐둔 커다란 탁자 위로 사내가 발을 올리고 의자에 기대어 누워있었고.

여인 둘은 그런 사내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 지랄을 해놓고 운남으로 가겠다고?”

“비연이 그곳에 사파련주가 남겨놓은 것들이 있다고 했으니까요.”

“밤마다 네놈 천막으로 찾아올 계집년들 수가 두 자리가 넘을텐데?”

째릿하고 노려보는 서화 누님의 눈동자에 시선을 돌렸다.

사기 진작을 시켜주려다가, 아예 발정제를 놔버렸다.

마지막에 그 말은 나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나왔으니까.

‘아니, 죄다 나를 존나 따먹고싶다는 눈으로 바라보는데...’

이게 얼굴 다 팔린 유명 포르노 스타의 감정일까.

왠지 모르게 오싹오싹했던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며 그녀들을 주물렀다.

전쟁을 위해 나온 것이긴 하지만, 어차피 도착하기 전까지는 할게 없다.

저녁 회의를 마치고 둘의 보짓속을 쉼없이 들락거린 자지가 만족한 듯 껄떡댔다.

“일주일. 일주일 내로 셋 다 구해서 돌아올테니 그때까지만 잘 타일러주세요.”

“...다쳐서 걱정시키게나 하지 말거라.”

소율이 쓰러지듯 내게 기대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 또한 그녀의 머리에 입술을 맞추고, 단단히 끌어안았다.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살냄새를 한껏 들이마셨다.

이제 불침번을 제외한 모두가 잠들었을 시각.

몸을 일으켜 소율과 서화 누님이 입혀주는 옷을 입었다.

바지를 입혀주며 노골적으로 불알을 주무르는 서화 누님.

피식 웃고는 말했다.

“다녀올게, 소율. 혹시 늦더라도 토벌은 일정대로 진행해요, 누님.”

“그러마. 몸조심하고, 구하면 아이들은 운남 지부에 맡겨두고 바로 서장으로 오거라.”

“네, 누님이랑 소율도 몸조심해요.”

서화 누님과도 짙은 입맞춤을 나누고 천막을 몰래 빠져나왔다.

어슴푸레한 그믐달이 뜬 새벽, 나는 보호색에 힘입어 정도연합군의 군영을 벗어났다.

‘그래도 운남이라 다행이지.’

중국대륙의 우하단에 위치한 절강이나 광동이었으면 그냥 왔다리 갔다리만으로도 한달은 소요됐을 거다.

물론 운남도 멀긴하지만, 그래도 서남쪽에 있어 서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넘치는 내공을 발바닥의 용천혈에 쏟으며 전력으로 제운종을 사용했다.

한 걸음에 수십 미터씩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이렇게 미친 듯이 내공을 써보니까 좀 다르긴 하네.’

초절정과 절대지경의 차이.

이전엔 진짜 커다란 바가지에서 조금씩 물을 퍼내는 수준이라 내공소모가 조금씩이나마 있었지만.

전신으로 호흡하는 듯한 지금의 몸뚱아리는 소모하는 데로 내공이 다시 차올랐다.

또한 내 몸속에서도 계속해서 내공이 순환하며 스스로 불어났다.

뭐 그렇다해도 떡칠 때마다 최대치가 늘어나니 고자처럼 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리고 많이 알아두는 게 더 좋기도 하고.’

다른 이들이라면 온갖 신공과 깨달음, 초식 등이 쌓이면 그것들이 엉키고 설켜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었다.

허나 흑천묵지신공, 이 우주를 본따 만든 듯한 신공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것들을 받아들일수록 좀 더 내밀해지고 단단히 쌓여가는 기분.

텅빈 우주에 별이 박히듯 촘촘히 채워져가는 느낌이었다.

절대지경에 들어선 뒤로 그 차이점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얼른 가보자고.”

노출증 사매와 보지 둘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지.

걱정과 함께 작은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삼일, 전력으로 달린 끝에 운남에 도착했다.

'삼일밤낮을 달렸는데 멀쩡하네.'

오히려 개운하게 운동이라도 한 듯 몸에 활력이 넘쳤다.

당최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 수가 없는 몸뚱아리다.

"흠..."

감상을 뒤로 하고 운남성으로 들어갔다.

운남지역 최대의 성인 만큼 빽빽한 사람들과 빡빡한 경비들이 있었지만, 짤랑거리는 돈주머니 하나면 많은 것들이 편해졌다.

'애들 데리고 나가기 전까진 조용히 있어야지.'

적당한 객잔을 하나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칼을 찬 무인들과 그 사이에서 요리저리 음식과 돈을 나르는 점소이들.

문을 열고 들어온 큼직한 내 신장에 놀랍다는 시선이 분분히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안 들키겠지?'

흑인의 시커먼 피부는 이미 무당신룡의 트레이드마크라 여기까지 다 소문이 퍼졌을 거다.

나는 커다란 삿갓에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피부까지 전부 흑색 피풍의로 덮었다.

조금 의심이 갈만한 복장이지만 사파에 이런 인간이 한둘도 아니고, 곧 시선들이 흩어졌다.

문득 목우객잔에서의 일들이 떠올라 피식 미소가 지어졌다.

고작 색마 하나와 엎치락뒤치락하던 그때가 편하고 좋았었는데.

나는 구석진 식탁에 앉으며 외쳤다.

"점소이, 여기 까르보나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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