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오세요.”
운도혜가 손짓하자 문서 몇 개가 빠르게 내 앞에 놓여졌다.
그녀에게 팔을 치료하라 명하고, 문서를 손에 쥐었다.
“우선 가장 궁금하실 소식입니다. 주인님의 일행 셋은 현재 몽운루 지하의 창고에 갇혀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입니다?”
“...현재 사마회가 몽운루를 거진 점거한 상태라... 밖으로 나오는 건 보지 못했으니, 안쪽에 있을 것입니다.”
운도혜가 넘긴 문서엔 비연과 서현, 화란의 행적이 낱낱이 적혀있었다.
언제 운남에 들어왔고, 어디서 무얼 먹었고, 어느 객잔에서 묵었는지 등등.
뒤에는 셋의 신상명세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서현이까지 꽤나 많이 적혀있네.’
다만 이곳에도 산적단에 잡히기 전까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언제 이런 정보가 팔렸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내려놓고 다음 문서를 집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승냥이떼의 신상.
남자 하나 여자 하나로, 남자는 연검 여자는 창을 썼다.
뭐, 뭘 쓰든 상관이 없지만...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연원을 알 수 없는 무공이라... 정파, 사파 통틀어서겠지?”
“물론입니다. 하오문의 원로들께서 파악하신 정보니까요.”
“원로도 있어?”
“...네, 단순히 계급 낮은 자들의 모임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뭐, 위협이라도 하는 건가?”
싸늘해진 목소리에 운도혜가 몸을 떨었다.
“아뇨, 그래서 더 의뭉스럽고 비밀에 쌓인 조직이라는 겁니다.”
“거기다 무위는 측정불가라... 네 생각은 어떻지?”
“초절정의 끝자락, 아니면 절대지경입니다.”
답은 바로 나왔다.
나도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한다.
운도혜에게서 들은 운몽의 실력을 생각하면, 그정도는 와야 쉽게 제압이 가능하다.
물론 그정도의 고수가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졌을지는 의문이지만.
은거기인이 넘쳐나는 게 무림의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한데 모아서 조직으로 만드는 건 다른 일이다.
“사마회의 실력은?”
“최소가 절정입니다. 저희 하오문의 무사들로는 역부족이죠.”
“괜찮아, 너희들은 사람만 구하면 되니까.”
찾는 것만 조심히, 은밀하게 확보하면 된다.
그 뒤는 깽판을 치든, 난리바가지를 피우든 셋을 데리고 도망만 치면 되니까.
어느정도 계획을 정리하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이 자리서 분명하게 이야기해두도록 하지.”
“하명하십시오.”
“여기 창년이랑 연검 쓰는 새끼, 그리고 네 할머니까지. 내가 처리해주지.”
“...알겠습니다.”
거친 말투에 운도혜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비록 내가 굴욕을 줬어도, 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내가 필요한 거다.
그래봤자 혈교를 정리하고 돌아오면, 운도혜도, 사파련도, 하오문도 내가 먹을 거지만.
“내가 셋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동안, 너희는 여자 셋을 구해서 미친 듯이 사천으로 달린다. 알겠나?”
“사천까지는 거리가 너무...”
“그럼 운남성을 최대한 멀리 벗어나. 그리고 무림맹 지부를 찾아가서, 내 이름을 대고 갇혀있든지 해.”
그래도 무림맹에서 일하면 셋 중 하나의 얼굴 정도는 알 거다.
두 명은 몇 년간 봉황의 위에 앉아있었고, 하나는 새로 올랐으니까.
“넌 경쟁자가 다 정리된 이곳을 수습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쉽지?”
“...주인님께서 승리하신다면요.”
아직도 못 믿는 눈치다.
나같아도 껌댕이 하나가 찾아와서 이렇게 깽판치면 화날 거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된 데는 자기 잘못도 있다는 걸 알겠지.
“나는 내일 아침 몽운루에 갈 거다. 가서 셋을 죽일 거고, 내 여자들이 살아서 도망치지 못하면, 세 명이 너까지 포함해서 네 명 되는 거다.”
아무런 감정의 고하도 없는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운도혜도 알았다는 듯 머리를 박았다.
곱게 흘러내린 머리카락 아래로 매끈하게 빠진 곡선이 보였다.
나는 탁자를 옆으로 치우고, 삿갓을 벗었다.
품이 넓은 피풍의와 윗옷도 벗어던지고, 가볍게 목을 풀었다.
“...”
흠칫하고 몸을 떤 운도혜도 상체를 일으켜 스스로 옷을 벗어냈다.
옷고름을 풀어내는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익숙해 보이는데?”
“주인님의 소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사무적인 말투.
건조한 목소리에 자지가 더 빳빳하게 달아올랐다.
“아까 몸은 취해도 마음은 못 얻을 거라고 했는데, 어떻게 내기라도 해볼까?”
“제 몸은 도구일뿐, 사내와의 정사 따위에... 힉...”
체념에 젖은 눈망울이 못 볼 거라도 본 듯 커다래졌다.
그녀의 시선은 바지를 벗어던진 내 사타구니에 향해있었다.
이 여름날 미친듯이 달려오고 피부색을 가리려 덮어쓴 옷 덕분에, 딱딱해진 자지에선 진한 수컷 내음이 물씬 풍겨나왔다.
“하오문의 정보에 이런 건 없었나? 무당신룡의 좆집이 몇이나 되는지?”
“읏... 이, 이게 무슨...”
그 진한 냄새를 맡은 운도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본능적으로 그녀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 거대한 크기와, 코끝을 간질거리는 냄새를 맡는 순간 깨닫는 거다.
저거에 박히면 끝이라고.
무인으로서, 여자로서의 존엄은 하잘 것없는 암캐가 되어버린다고.
“주, 주인님. 제가 따로 욕구를 달래실 계집을...”
“아니, 내가 원하는 건 너라고 아까도 말했다.”
성한 왼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꺅!”
거친 손길에 저항조차 못하고 내 사타구니 사이에 머리를 박은 그녀.
하얀 얼굴에 검붉은색의 흉측한 자지를 비비며 혈도를 짚었다.
“우급, 주, 주인님, 흐읍...”
“어디, 우리 부문주님은 얼마나 버티는지 볼까?”
*
“하악, 학...”
내일 일을 해야되니 미약은 조금만 발라줬다.
그것만으로도 운도혜는 오줌을 질질 흘려대며 몸을 떨었다.
뭉근하게 녹아내린 보지속에서 자지를 길게 뽑아냈다.
“응홋... 호옷...”
천박하기 그지없는 입술이 크게 벌어져 신음을 뱉어냈다.
진득하게 뿌려둔 정액이 그녀의 입과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아힛... 힉...”
자비라고는 하나 없이 박아줬다.
처녀가 아닌 건 아쉬웠지만, 처녀처럼 느꼈을 거다.
여기 놈들 자지는 넣느니만 못한 실좆이니까.
“으긋, 흐으읏...”
벌겋게 부어오른 보지가 연신 진한 정액을 뿜어댔다.
가볍게 균열을 손가락으로 문대주니 쏟아지는 애액.
요도에 남은 정액까지 개운하게 배 위에 싸질러준 뒤 몸을 일으켰다.
“들어와.”
“...히익, 부, 부문님...”
“부문주께서 피곤하실테니 씻기고 가서 눕히도록. 내일 새벽동이 터오기 전까지 깨워놔.”
“조, 존명...”
내 명령에 들어온 여자 둘이 자지에서 눈을 못 뗀 채 운도혜를 들춰업고 나섰다.
잠시 뒤, 그 둘이 그대로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방으로 돌아왔다.
“왜?”
“더, 더 시키실 일은... 없으신가 해서요...”
"마침 자지가 좀 더러워졌는데."
뒤도 안 보고 달려든 둘에게 자지 청소를 맡기고 바닥에 누워 밤을 지샜다.
다음날 아침, 조금 피곤한 얼굴로 운도혜가 나를 맞이했다.
어기적거리는 걸음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처녀도 아니고, 처음한 사람처럼 구는 건 뭐야.”
“읏... 주, 주인님 크기면... 다 처녀처럼 느낄 겁니다...”
지고는 못살겠는지 한 마디를 쏘아붙이는 그녀.
가까이 달라붙어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주물렀다.
“흣... 죄, 죄송...”
“오늘이 지나면 넌 사파련주가 될 수도, 하오문주가 될 수도 있는 거야. 그때가 되면 어젯밤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도록 박아주지.”
비부의 균열까지 파고든 굵은 손가락에 움찔거리는 운도혜.
입술을 깨문 그녀는 가만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인님.”
“내가 몽운루에 들어가면 바로 시작해.”
“존명.”
검은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몽운루로 향했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운남의 도로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 아침부터 일거리를 찾아나온 어린 아이도 있었고, 등에 짐을 메고 어딘가로 떠나려는 행상인도 보였다.
아낙들은 빨래짐을 한가득 이고선 나루터로 향했고.
노인들은 새끼줄을 꼬며 짚신을 만들고 있었다.
뭐 하나 이상할 것 없는, 과거에 사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이었다.
‘죄다 시발, 품에 뭘 숨긴 걸 빼면 말이지.’
마치 나를 주변으로 반경 몇십미터를 연극무대로 만들어버린 듯 했다.
내가 몽운루로 향하는 걸음 내내 그들은 나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기루의 앞마당.
커다란 전각의 최상층에 술잔을 들고 서있는 두 남녀가 보였다.
반갑게 인사라도 하려는 찰나, 남자놈의 입술이 움직였다.
-쳐라.
분명 그런 말일 거다.
정답던 얼굴들이 순식간에 살인귀로 변했다.
애새끼는 어떻게 했는지 목구멍에서 작은 단도를 꺼냈고, 행상인은 짐에서 도를 꺼냈다.
“흠...”
아낙은 빨래짐에서 검게 칠해진 칼을 끄집어냈다.
노인은 꼬던 새끼줄 말고 무언가를 손에 한가득 쥔 채 내게 흩뿌렸다.
죄다 끝이 보랏빛으로 물든 게, 독을 듬뿍 쳐바른 것 같았다.
“니들, 딱 기다려.”
손가락으로 두 연놈을 가리킨 후 몸을 움직였다.
처음은 애새끼인 척 하는, 소인이었다.
비수가 담긴 목구멍을 뽑아내고, 짐째로 그옆의 행상인을 뭉개버렸다.
“끄윽...”
“컥...”
그 흔한 기합소리 안내더니, 많이 아픈지 비명은 지른다.
아까전보다 더 살벌해진 얼굴로 남은 살수들이 달려들었다.
눈 몇 번 깜빡거릴 때쯤, 아낙들은 피를 줄줄 흘리며 쓰러졌고 노인은 얼굴에 빼곡하게 침이 박혔다.
나는 손을 탈탈 털어내고 몽운루로 들어갔다.
아무런 저항없이 열리는 문.
그 사이로 조금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갑소, 무당신룡.”
“거기 백발 할망구가 운몽인가?”
“...약관이 조금 지났다고 하던데, 말이 많이 짧군.”
“짧으면? 할망구 피부처럼 늘릴 수는 있고?”
내공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피부지만, 반로환동은 못해서 노화의 징후가 곳곳에 보였다.
아주 조금, 운도혜의 얼굴이 보이는 여자의 얼굴.
그녀의 뒤로 아까 그 두 연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빛 머리칼을 짧게 친 중년과 수수하게 검은 머리를 묶은 파란 장포의 여인.
둘 모두에게서 무시 못할 기세가 느껴졌다.
“정파의 제일 후기지수치고는 입도 험하고, 예의도 배운 게 없는 듯 하구먼.”
“부군, 방심하지마세요. 동급입니다.”
“...안 대인, 동급이라하시면...”
“저 새카만 놈도, 절대란 소리다.”
운몽의 눈썹이 잠깐 꿈틀거리고는 말았다.
어차피 다 알고있었을 여자다.
‘운도혜가 부문주라지만, 허수아비였군.’
전권은 얼어죽을.
아침에 나오자마자 그랬던 걸 보면 이미 정보가 줄줄 새나갔을 거다.
‘하오문은 하린이나 줄까...’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살살 기세를 끌어올리며 앞으로 한발 내딛었다.
운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할망구, 내 여자 셋. 데려와. 그럼 저기 두 연놈은 죽이고 할망구는 살려줄게.”
“이노옴!! 자꾸 그딴 개소리를...”
“루주, 조용히.”
“하, 하지만 자꾸 저놈이... 죄송합니다.”
안 대인이라 불리는 여자의 싸늘한 눈길에 바로 고개를 숙이는 운몽.
내 기세가 파도처럼 기루를 덮치자 남자놈이 앞으로 나와 맞부딪혔다.
“큼... 어찌 이런 내공이...”
“...혈교주를 죽였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혼자 버티다 안되자 여자까지 나와 기세를 분담했다.
내공으로 치면 상대도 안될테니 얼굴이 굳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남자가 연검을 꺼내 가볍게 휘둘렀다.
맞부딪힌 서로의 기세가 잘게 쪼개지며 기루 안에 가득찬 압박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말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보군.”
“아까 말했잖아? 니들은 죽일 거라고.”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진짜 하늘을 맛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방심하지마세요 부군.”
“걱정마시오, 부인.”
두 연놈의 대화에 절로 흥분이 차올랐다.
살갑게 웃는 둘을 보며, 나는 비릿한 웃음을 피워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