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96화 (196/230)

덜컹거리는 마차 안.

꽤 크기는 했지만 말도 좋은 놈들인지 속도가 났다.

이정도라면 사천에는 이틀 내외로 도착할 듯 싶었다.

슬쩍 창을 열어 바깥의 상황을 살피는데 서현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사형, 비연 언니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요...”

“걱정하지마.”

혹시 몰라 맹에서 의약품을 바리바리 싸들고왔다.

운남에서 사천으로 향하는 관도는 길이 잘 닦여있어 많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치료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한번 보자.”

“란아, 좀 도와줘.”

“응.”

작은 방처럼 꾸며진 마차 한구석엔 안예인과 철기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내가 눈짓하자 알아서 몸을 돌리는 둘.

비연의 옷을 벗겨냈다.

비릿하고, 고약한 피냄새가 훅 끼쳐왔다.

“읏...”

“어, 언니...”

“행낭에서 약들 좀 꺼내.”

커다란 장포에 가려졌던 웃옷은 이미 피범벅이었다.

복부 왼쪽으로 길다란 검상이 보였다.

서현과 화란이 사색이 된 채 서둘러 내 행낭에서 약과 붕대를 꺼냈다.

“출혈이 너무 심한데...”

이래서야 약을 쓰고 상처를 봉합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딱 적당한 방법이 있었다.

“우선 상처부터 막자.”

울음이 터져나오는지 입술을 굳게 다문 둘은 내 말에 맞춰 치료를 도왔다.

터진 상처를 꿰메고, 무림맹 특제 금창약을 잔뜩 펴발랐다.

입으로는 기력회복용 단약을 씹어 물과 함께 비연의 입가로 넘겼다.

“사형, 이제, 이제 된 거에요?”

“무진, 언니는... 괜찮은 거겠죠?”

“다 됐어, 이제. 둘은 너무 걱정하지마.”

당하린에게 기본적인 의술을 배워둔게 생각보다 쓸모있었다.

현대의 얕은 의학적 지식도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았고.

나는 비연의 몸에 남은 자잘한 상처에 오른손을 가져갔다.

칠흑 갑주를 해제하고, 손끝을 상처에 조금 집어넣었다.

“윽...”

“조금만 참아, 비연.”

내 오른팔은 진짜 팔이 아니다.

혈기로 이루어진 기력의 덩어리.

손끝에서 뿜어진 가느다란 피의 실을 비연에게로 집어넣었다.

혈기(血氣)는 생명력의 상징.

비연의 몸 곳곳 죽어가는 부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심장을 세차게 뛰게 만들어 피를 공급했다.

부족한 양분은 내 넘치는 혈기가 대신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어, 언니!”

“혈색이 돌아왔어요, 사형!”

치료가 늦어 상처가 곪은 부분도 전부 정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회복.

“후...”

나는 손을 뽑아내고 웃옷을 벗어 비연에게 입혔다.

서현과 화란은 행낭을 챙길 시간도 없이 빠져나왔고, 철기와 안예인도 전투로 인해 옷이 걸레짝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멀쩡한 내가 옷을 벗었다.

“사형, 사형은 안 다치셨죠?”

“그럼. 내가 누구한테 당할까.”

“다행이에요, 무진...”

포근한 살결이 맨살에 닿았다.

부드러운 여체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몸 돌리셔도 되오.”

“흠흠, 의술이 꽤 뛰어나시구려.”

“그러니 안 소저의 부군도 살린 것 아니오.”

소저라는 말에 안예인이 손사래를 쳤다.

“거, 자꾸 소저는 조금...”

“그래, 어디 남의 부인에게 계속...”

“그럼 노파라고 불러드릴까? 그게 나이에는 맞을 것 같은데.”

“...차라리 그냥 안 부인이라 하시오.”

정색하며 답하는 그녀.

그렇게 잠시 마차 안에 침묵이 감돌고, 각자의 연인을 끌어안은 채 휴식을 취했다.

“부, 부군...”

“죽다 살아나서 그런가, 더 예뻐보이오 부인... 아니, 예인.”

“흠흠, 보는 이들이 있어요.”

철기가 이름을 부르자 안예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그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꽤나 벌게져 있었다.

‘급하게 발라둔 탓에 약이 좀 샜나?’

아까 줬던 대환단에 장난질을 좀 쳐뒀다.

대부분이 철기에게로 들어갔지만, 조금 쪼개서 안예인도 대환단을 취했었다.

소림사에 딱 3개 있다는 대환단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고작 영약 하나와 며칠밤으로 절대 고수를 손에 넣는다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였다.

그때를 기다리며 서현과 화란을 더욱 끌어안았다.

“무, 무진...”

“함부로 돌아다니지마, 이제.”

“죄송해요, 사형...”

저쪽도 우리 분위기를 읽었는지 분홍빛으로 달아올랐다.

그래봤자 끝까지 가기엔 체면이 있어 그만뒀지만.

‘한... 삼일쯤 뒤면 체면 같은 거 생각도 못할 테니까.’

지금 많이 챙겨두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게 마차는 달리고 달려 운남을 벗어나 사천으로 향했다.

그동안 비연이 잠깐씩 깨어나 내 얼굴을 보곤 울었고, 다른 둘도 덩달아 울었다.

안예인과 철기는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철기는 담담했지만, 안예인은 얼굴이 붉고 식은땀마저 흘리는 듯 보였다.

예민한 내 코에 살짝 젖어든 비릿한 암컷 냄새가 풍겼다.

‘잘 익어가고 있구만.’

오는 동안 함께 식사를 했던 내내 그녀에겐 미약을 듬뿍 타서 줬다.

서화 누님에게 줬던 것처럼, 몸 안에 쌓이고 쌓여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미약을.

나는 즐겁게 기다렸다.

“곧 도착입니다, 무당신룡님.”

“그래, 도착하면 알아서 복귀하도록. 운도혜에게는 일 잘하고 있으라 그래.”

“예.”

하오문도니 돌아갈 방법쯤은 알아서 마련할 거다.

마차는 정확히 이틀째 되는 저녁, 사천 남쪽의 무림맹 지부에 도착했다.

“무당신룡,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무림맹 사천 지부장 황보연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지부장님. 백무진입니다.”

사천 지부장은 매혹적인 중년의 여인이었다.

실력도 초절정에서 중간 정도로 보였다.

황보연의 시선이 언뜻 도포 안쪽의 우락부락한 근육들에 스쳤다.

“역시 듣던데로, 참으로 듬직하고 멋지신 분이네요.”

“과찬이십니다.”

그녀는 날 처음 보는 걸텐데도 노골적인 눈웃음을 흘리며 나를 맞이했다.

내 명성은 이미 후기지수 정도가 아니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헌데 이분들은...?”

혈도를 짚어 막아뒀지만, 가진 바 내공과 기세가 어디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읽어낼 수 없는 수준의 고수를 보자 그녀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황보연의 어깨를 살짝 쥐어주며 답했다.

“제가 보증하지요. 혈교 토벌에 힘을 실어주실 분들입니다.”

“아, 신룡의 말씀이라면 당연히 믿어야죠. 어서 안으로 드세요.”

나에 대한 보증은 피부색으로 충분했다.

황보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나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것이니, 조금 넓은 마차를 준비해달라 요청했다.

그녀는 입을 가리고 교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서둘러 전장으로 돌아가셔야 하겠지요.”

“갑작스럽게 왔는데도 이리 도움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장차 저희 중원 무림을 이끌어가실 분인데요. 오히려 이런 인연에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다소곳한 손길이 내 무릎에 얹어졌다.

허벅지에 들어찬 딱딱한 말근육을 더듬는 노골적인 손길.

내게 바짝 붙어 앉은 황보연을 서현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핫...”

사타구니 쪽으로 올라온 손이 뭉툭한 자지를 건드리고는 흠칫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실례를 했다고 생각해 빠져나가는 손을 잡아 자지 위로 문질렀다.

“아...”

그 크기와 단단함, 굵기를 느꼈는지 절로 벌어지는 입술.

떡협지답게 아름다운 미색을 자랑하는 황보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에요. 다만... 그, 여러 가지 일들로 상의할 것이 있는데, 식사 후에 따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될까요?”

“당연합니다.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가 맹주님께 잘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네요.”

기대감에 떨리는 목소리를 참기 힘든지 손길이 느릿해졌다.

안예인과 철기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선 먼저 식탁에서 일어났다.

아마 식탁 아래로 일어나는 일을 모를 리는 없을 거다.

“제 부군이 부상이 심해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성의에 감사합니다, 지부장님.”

“아, 네! 올라가시지요. 시비가 방을 안내해드릴 겁니다.”

시비를 따라가는 두 연놈의 발걸음이 꽤나 급했다.

미약이 슬슬 몸을 잠식해나가는 중이니 그럴만도 했다.

‘전쟁통에도 애는 낳았다지.’

팔 한짝은 날아갔어도 자지는 건재하지 않은가.

여기는 여성상위가 기본인 남역세계다.

“지부장님, 혹시 이곳 방들... 방음은 잘됩니까?”

“음... 제, 제 집무실은 방음이 제법 괜찮답니다.”

옆에서 여자 셋이 노려보는데도 황보연은 꿋꿋하게 답을 했다.

참으로 노골적인 답 아닌가.

“그렇군요. 그럼 이따 찾아뵙겠습니다.”

“아... 네, 이따 뵈어요.”

“아, 지부장님. 서장으로 전서 하나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특급으로.”

“얼마든지요. 안내해드릴 겁니다.”

“그럼, 이만.”

“네...”

손을 가득 채우던 자지가 떠나가자 황보연은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사내는 챙겨줘야하는 나약한 존재들 뿐이지만, 저런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 달랐다.

이미 무당신룡의 그 엄청난 정력과 크기, 밤일은 소문이 자자했다.

무당파 전체가 그의 기루와 다름이 없다는 어마무시한 소문도 있었다.

‘오죽하면 천극혜검과 맹주님도 그의 여자라는 소문도 있었지.’

그중에서도 천극혜검 담소율은 이미 그와 매우 가깝기로 알려져있었다.

봉룡지회 도중 귀빈실에서 둘이 떡을 치는 걸 봤다는 이들도 있었고.

‘나야 뭐, 이렇게 기회가 왔으니 한 번 찔러나 보는 거지.’

저 크고 단단한 것에 처박히면, 얼마나 황홀할까.

군침을 꿀꺽 삼킨 황보연이 몸을 일으켰다.

달콤한 상상에 빠져있던 사이 그와 같이 왔던 계집 셋은 자리를 비웠다.

“쩝... 부럽구나.”

서로의 눈빛만 봐도 보통 사이는 아니었다.

아쉬움을 접은 황보연은 서둘러 집무실로 향했다.

그의 눈에 들어 한 번이라도 더 떡을 치려면 꽃단장을 해야했다.

그녀의 걸음이 바빴다.

“...무진. 정말 갈 거에요?”

“말리지마, 란. 사형은 절대 안 갈 사람이 아니니까.”

“우리 사매, 삐진 거야?”

“흥!”

방에 들어온 서현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래도 잘못이 있으니 금방 입술은 돌아왔지만, 같이 있길 바라는 눈빛은 그대로였다.

나는 머쓱한 변명을 입에 담았다.

“신세 졌는데 부탁 정도는 들어줘야지. 닳는 것도 아니고.”

“...너무해요, 사형.”

“비연이나 잘 돌봐줘. 몸 회복되면 바로 맹으로 향하고.”

“...네, 무진.”

뾰로통한 서현 대신 화란이 답을 했다.

결국 헛웃음을 지으며 둘을 끌어당겼다.

“이리와.”

“...흥, 이번만이에요.”

“무진...”

찾아가겠다고 했으니 알아서 날 기다릴 거다.

잠깐 둘과 함께해도 충분하겠지.

입을 맞추고, 몸을 더듬고, 달뜬 숨을 토해내며 둘과 살을 섞었다.

“갔다올게.”

만족스러운 얼굴로 잠에든 모습을 바라보며 이불을 덮어줬다.

가기 전 비연에게 따로 마련한 방에도 들렀다.

“오셨어요.”

“안 자고 뭐해.”

“...잠이 안와서요. 죄송해요, 백 대협.”

비연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도 잃고 믿었던 사람과 장소마저도 잃어버린 그녀다.

아무 말 없이 껴안아 체온을 나눴다.

“잘 다녀오세요, 백 대협.”

“비연도 잘 지내고 있어.”

“네.”

그녀는 서현이나 화란처럼 은근한 눈길을 보내진 않았다.

그저 위로받는 것에 만족했다.

그렇게 잠시 헤어질 셋과 인사를 나누고 방을 나섰다.

지나가던 시비를 붙잡아 시간을 물으니 자시, 그러니까 대충 자정쯤이라 답했다.

한창 우리 지부장의 보지가 안달이 나있을 시간이다.

똑똑똑.

“열려있어요, 백 대협.”

방 안쪽에서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