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219화 (219/230)

여유롭게 내달리던 혁무린이 너른 평야에서 멈춰섰다.

이제 보니 군데군데 박살난 흔적이 익숙했다.

“처음 봤던 곳이로군.”

이제보니 납사성과 꽤 가까웠다.

물론 그렇다해도 우리 둘의 속도가 남다르니 충분히 먼 거리지만.

“여기서 처음 그대를 보기 전에는, 평생의 숙적이 될 거라 생각했지.”

“지금은?”

“본좌의 팔자에도 없던 남편이 다 생기게 되었군.”

“뭐, 평생 부대끼면서 밤마다 싸우고 그러면 숙적이나 다름이 없지.”

“푸훗, 그렇게도 보는 건가.”

왠지 모르게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저렇게 익살스럽게 웃는 모습도 처음 보고.

“뭔가... 심경의 변화라도 겪고 왔나, 밖에서?”

내 물음에 혁무린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그대가 본좌의 짐을 전부 가져갔으니. 그래, 편해졌지. 약관도 되지 않아 짊어졌던 수많은 목숨들을 내려놓은 기분이랄까.”

“힘들었나?”

“힘들기 보단... 귀찮았지. 본좌는 오롯이 무(武)에 힘쓰고 싶었으나, 그런 본좌를 숭배하며 바라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홀가분한 목소리였다.

마치 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듯한.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 시선을 읽었는지 가까이 다가와 단호히 말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진 건 아니다. 본좌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백무진, 그대가 본좌보다 강했을 뿐.”

“그런데도 이곳으로 또 나를 부른 이유는 뭐지?”

“이유라...”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활짝 웃었다.

눈꼬리가 반달처럼 휘어져 그리는 아름다운 미소.

그 나이대의 여자처럼 장난끼 어린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억지를 부려볼까 하고. 그대와의 싸움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또 강해졌으니, 그것을 시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아, 그렇다고 약조를 무른다는 것은 아니야. 그저... 부부로서 누가 위에 설지 정하자는 게지.”

“그것도 내가 이긴 걸로 끝난 거 아니었나?”

“그래서 억지라고 말하는 거다. 백무진, 아내 될 사람의 억지를 들어주겠나?”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순수함으로 일렁였다.

정말 자신의 강함을 확인해보고 싶어, 강자와 주먹을 나눠보고 싶다는 욕망.

나는 목을 뿌득뿌득 소리가 나도록 풀어주며 말했다.

“마누라 앙탈도 못 받아주면 사내가 아니지.”

“앙탈은 무슨, 본좌가 그런 나약한 짓을 할 것 같나.”

“오늘 여자의 몸이 얼마나 음란해질 수 있는지 알게 해주지. 들어와라, 혁무린.”

“이 변태놈!!”

볼이 새빨개진 혁무린이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일말의 내공도 담기지 않은 순수한 주먹질.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곤 나도 내공을 억누른 채 마주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파각!

굳이 힘을 싣지 않아도, 이미 뼛속과 근육 한가닥까지 내공이 깃든 육체는 더없이 강건했다.

혁무린 또한 영기로 나와 비슷한 경지에 이른 건지, 가냘픈 팔에서 나오기 힘든 힘과 속도로 공격해왔다.

이어진 수십 번의 공방.

그녀의 주먹, 각, 팔꿈치, 무릎.

태어나 가진, 사람을 죽이도록 단련된 육신이 내게로 살벌하게 쏟아졌다.

날카로운 팔꿈치가 복부를 찍어누르고.

강렬한 하단 차기가 내 허벅지를 두드린다.

면적이 넓어서 때릴 곳도 많은 건지, 혁무린은 쉬지도 않고 나를 두들겼다.

“후우...”

“하아, 하아...!!”

순수하게 육신의 힘만으로 움직이자 점점 땀이 배어나왔다.

바람처럼 빠르게 휘두르던 팔이 무거워지고.

벌처럼 쏘아내던 발차기가 느려졌다.

“더, 더어!!”

그럼에도 혁무린의 눈동자는 생기를 잃지 않고 반짝였다.

나보다 작고 여린 육체임에도, 어떻게든 맞상대를 해오며 몸을 움직였다.

보랏빛 장포가 찢어지고, 그 속으로 멍든 피부가 보였다.

하지만 혁무린은 기쁘다는 듯 웃고 있었다.

내가 밀리고 있어서 그런가.

그녀가 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래, 역시 본좌가 더... 큭!!”

요혈을 노리며 달려드는 그녀에게 철산고마냥 어깨를 부딪치자 거칠게 바닥을 굴렀다.

몸을 다잡을 힘도 없는지 볼품없이 흙바닥을 나뒹구는 그녀.

아직도 이런 힘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는지 기습에 제대로 당한 모양이었다.

“커흑, 쿨럭, 쿨럭...”

충격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는지 연신 기침을 해댄다.

고개 숙인 그녀의 입가에서 죽 늘어진 타액이 후두둑 떨어졌다.

“읏...”

재빨리 입가를 닦아내고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일어난 혁무린.

흙이 묻은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게로 향했다.

“하악, 하아... 이, 이... 무슨 몸뚱아리가 그리 단단하단 말이냐!!”

“유감이구만, 마누라. 남편이 자랑할게 이 몸뚱아리 뿐이라서.”

“때리는 본좌가 아프지 않나!! 아아악!!”

뭐가 그리 분한지 괴성까지 지르며 나를 노려보는 혁무린.

진짜 억울하다는 듯 소리친 그녀가 머리에 붙은 풀쪼가리들을 털어냈다.

고개를 탈탈 흔들며 남은 흙먼지까지 다 털어내고선, 눈을 마주치자 살짝 붉어진 눈시울이 보였다.

“괜찮나?”

“흥!”

한 번 굴러서 그런가 조금 꼬질꼬질해진 모습.

뽀얗던 피부는 격한 박투로 인해 흐른 땀으로 번들거렸고.

길고 검은 생머리가 볼에 착 달라붙어 묘한 색기를 자아냈다.

‘개꼴.’

딱딱해져가는 자지를 매만지며 몸의 상처를 살폈다.

그녀가 전신을 사용해 타격한 육체의 요혈들이 욱씬거렸다.

‘역시, 순수한 깨달음 같은 건 나한테 안 맞아.’

아마 체급이 비슷했다면 내가 졌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는 찬란하게 빛나는 재능의 소유자였고, 그만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실없는 생각 도중에 혁무린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어딜 본좌와 겨루는데 한눈을 파는 거냐!!”

제딴에는 빠르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미 지치고 지친 여인의 육체는 한없이 느렸다.

그런 그녀가 내게 달려들었고, 가볍게 제압하려는 순간.

혁무린의 다리가 힘이 풀리며 휘청거렸다.

“아?”

“억...!”

사타구니의 격통과 함께 하늘이 빙글 돌며 바닥을 뒹굴었다.

“꺅!!”

그리고 들려오는 소녀다운 비명.

눈을 뜨자 내 사타구니 위에 엎어진 혁무린의 동그란 정수리가 보였다.

“으으... 기분 나쁜 촉감이...”

“아니, 무린. 아무리 그래도...”

“자, 잠깐...”

팩하고 고개를 들은 혁무린의 볼이 발갛게 물든 것이 보였다.

자기가 뭘했는지 눈치챈 얼굴.

벗어나려는 듯 서둘러 몸을 일으키더니, 팔에도 힘이 쫙 풀렸는지 이번엔 내 가슴팍에 얼굴을 박았다.

“아윽...”

단단한 흉근에 부딪힌 이마가 아픈지 그녀가 발게진 피부를 매만졌다.

“괜찮나?”

“으...”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혁무린.

땀 때문에 착 달라붙은 머리칼을 흩어내주며 말했다.

“무린. 아무리 이기고 싶어도 그렇지, 자지에 박치기를...”

“시, 시끄럽다!!”

방금 달려오던 그녀의 다리가 풀리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 날아왔다.

내 예상을 꿰뚫고 허를 찌른 회심의 공격이랄까.

난 반했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자지를 공격한 건 네가 처음이다, 혁무린. 내 아내가 될 자질이 충분하군.”

“다, 닥치래도!!”

“컥...”

그녀가 내 가슴팍에 다시 얼굴을 묻으며 배를 주먹으로 쳤다.

누가 천마 아니랄까봐 애정표현이 과도하구만.

그렇게 고개를 숙인 혁무린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자니, 곧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뻔뻔하게 입을 여는 그녀.

“하아, 하아... 본좌가 이겼다.”

힘이 들어서 그런 건지, 야한 생각을 한 건지 발게진 볼과 거친 숨소리.

슬그머니 그녀의 얇은 허리와 탄탄한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반칙을 해놓고선.”

“이기는데 무어가 중요할까.”

“억지도 받아줬는데, 반칙까지... 웁...”

말을 잇던 내게 그녀의 체향이 훅 가까워졌다.

그 흔한 분내도 없이 그저 땀에 젖은 달콤한 여인의 향기.

입술에 닿는 말캉한 촉감.

흘러내린 땀이 짭쪼롬한 맛을 냈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낸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쫌생이처럼 그러지 말거라.”

달뜬 숨을 내쉬며 말하는 혁무린.

땀으로 푹 젖은 서로의 육체가 옷 위로도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그제서야 내게 착 달라붙은 사타구니를 떠올렸는지 급하게 일어나려는 그녀.

허리를 쓰다듬던 손에 힘을 주어 꽈악 끌어안았다.

“읏...”

“그래, 쫌생이처럼 구는 건 그만하도록 하지.”

“그대... 웁, 움...”

이번엔 입술박치기가 아니라 제대로 혀를 섞었다.

길다란 혀가 입속으로 들어오자 바짝 굳은 그녀.

젖은 도포 아래로 깊게 패인 등허리를 쓸어내리며 천천히 입안쪽을 핥아냈다.

“움, 츄릅... 음...”

고르게 난 하얀 치열을 쓸고, 자꾸만 옆으로 피하는 그녀의 혓바닥을 잡아 뱀처럼 얽혀들었다.

“후으... 흣, 우움...”

거친 숨결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혀를 섞고나서야 입술을 떼어냈다.

길게 늘어진 타액이 그녀와 나 사이에 이어졌다.

“하아, 하아... 후으으...”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혁무린.

잠깐 그녀가 진한 입맞춤의 여운에 잠겨있는 사이 몸을 들어올렸다.

“읏... 가, 가만히 본좌의 아래에... 끼약!”

“귀여운 소리도 낼 줄 아는구만.”

여기 여자들은 죄다 아래에 깔리는 걸 싫어하는지 맨날 내 위에 서려한다.

뭐, 역전세계니 당연하기는 하다만...

당황한 표정을 서둘러 수습한 혁무린이 입을 열었다.

“감히 본좌를 깔고 앉다니. 무례한 작자로군.”

“오늘 내로 서방님♥ 하면서 안겨들게 만들어주지.”

“본좌가 그깟 육욕에... 웁!!”

그 말 하는 여자들 전부 내 밑에 깔려서 앙앙댔다.

다시금 혁무린의 입술을 막아버리고, 가녀린 몸을 더듬으며 옷을 벗겨냈다.

“흐읏, 움... 하웁...”

한꺼풀 한꺼풀 옷이 벗겨질수록 그녀의 체향이 짙어졌다.

조금 식어가던 체온이 입술을 맞추고 혀를 섞을 때마다 달아올랐다.

“츕, 츄룹... 후으움...”

어느새 입맞춤에 빠져 조금씩 안겨드는 혁무린.

서툰 혀놀림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동안 그녀의 옷가지는 속곳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벗겨졌다.

‘음음, 이정도는 쉽지.’

아마 이 세계에서 나보다 여자 옷을 많이 벗겨본 놈은 없을 테니까.

음탕한 자신감을 챙기며 입술을 떼어냈다.

이번에도 멍하니 변한 보랏빛 눈동자.

순간 정신이 든 그녀가 온통 살색인 자신의 몸을 보고선 화들짝 놀랬다.

“핫... 이 파렴치한...!”

“잊지 못할 첫경험을 안겨주지, 천마.”

“그, 그만... 히얏!!”

이제야 처녀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의 젖가슴을 입에 물었다.

기감으로 저번에 알아둔 것처럼 젖꼭지 부분과 그 주변만 봉긋 솟아오른 껌딱지.

입을 크게 벌려 한 번에 전부 입속에 넣고선 게걸스럽게 빨아냈다.

“츄룹, 츄루루룹!”

“흐잇...! 이, 이... 변태놈!! 본좌가, 그만핫, 읏...! 하, 하랬거늘!!”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인지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두를 살짝 깨물어주자 자지러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히야아앙! 이, 이게 무슨... 몸이, 히이잇!!”

“걱정마, 무린. 난 작은 가슴 큰 가슴 다 좋아하니까. 가슴 박애주의자거든.”

“그게 무슨 미친 소리더냐! 당장 그만두읏!! 흐으응!!”

작은 가슴일수록 민감하다던데.

혁무린은 그것을 자신의 젖가슴으로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벗겨보니까 진짜 말랐네, 근데.’

어릴 적 잘 먹지 못했던 걸까.

마누라의 아픈 과거에 가슴으로 분루를 삼켰다.

“괜찮아, 무린. 앞으론 내가 잘 먹여줄게. 그래도 가슴이 더 커지진 않겠지만.”

“자꾸, 흐응! 미친, 읏!! 소리를, 하아앙!!!”

내게 짓눌려있던 그녀의 나신이 잘게 떨어댔다.

한참을 허리를 펄떡이고서야 숨을 몰아쉬는 무린.

보랏빛 눈동자가 살짝 젖어든 것이 보였다.

“흐으, 흐으... 이게, 본좌의 몸이, 이상하다아... 으읏...”

“이렇게 잘 느끼는 몸일 줄은 몰랐네, 무린.”

“느, 느껴...? 본좌가 지금 뭘 느낀다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얼굴이었다.

심지어 이제보니 생소한 감각에 무서웠는지 두 팔로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아니, 기초적인 성교육은 해줘야지 마교 새끼들.’

고맙다.

나는 비릿한 웃음을, 아니 만면에 행복한 웃음을 띄우며 그녀에게 속삭였다.

“응, 무린이 내 애무에 기분이 좋아서 절정에 다다랐다는 뜻이야.”

“...거, 거짓말 하지마라. 본좌가 뭐가 좋아서 네놈의 파렴치한 짓에... 흐이잉!!”

“봐봐, 지금도 이렇게 유두만 비트는데 좋자죽잖아.”

“아니다! 본좌는 그런 적, 없, 흡, 하앙!”

흐이잉이라니.

천마가 이런 소리를 내도 되는 건지.

왠지 모르게 하찮고 귀여워진 넷째 마누라를 품에 꼬옥 끌어안았다.

“걱정마, 무린. 내가 하나하나 전부 다 알려줄 테니까.”

“아, 안된다. 더 이상 이, 이런 이상한 느낌은 싫다!”

“오빠 믿지?”

“믿기는 뭘... 흐이이잉!!”

양쪽 유두를 비틀자 팩하고 고개가 꺾이는 무린.

껌딱지 주제에 빳빳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유두를 괴롭히며 천마개발일지의 첫째장을 채워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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