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여인의 눈이 깜빡거리며 빛을 되찾았다.
뿌연 시야에 점점 주변의 광경이 눈에 담겼다.
‘...불?’
어두운 방에 호롱불 하나가 켜져있어 따스함을 주변에 퍼트리고 있었다.
‘몸이... 무겁군.’
평소답지 않은 몸상태에 끄응하고 신음성을 내는 여인.
홀로인줄 알았던 방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구나.”
“...누구냐. 감히 본좌의 침소에...”
“감히는 염병, 막내야.”
“...막내?”
그제야 기척을 숨기고 있던 또다른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백색 도포를 입고서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도사.
불빛의 음영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빛과 분위기는 느껴졌다.
‘...도사? 왜 그런 느낌을...’
도사라면 정파의 인물.
천마신교의 적.
아직 정신이 다 깨어나지 않은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금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아흑...?”
허리며, 다리, 사타구니와 골반까지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뻐근한 근육통이 전신을 잠식하고 있었다.
“가만히 누워있거라. 처녀가 그놈한테 그렇게 당했으니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게다.”
‘당해? 처녀?’
여인의 말에 잠깐 호흡을 다스리며 기억을 떠올렸다.
온통 한 사내 뿐이었다.
백무진.
그래, 그 사내와의 싸움 이후 깨달음을 얻어 한 걸음 나아갔었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결판을 내러 왔었고, 어느 평야에서 주먹을 나눴다.
‘그리고...’
이어서 우후죽순으로 떠오르는 기억에 혁무린이 베개에 얼굴을 깊게 묻었다.
나신이 되어 백무진과 평야에서 뒹군 시간들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서방님♥’
‘하악♥ 학♥ 서방님♥ 더어, 더엇♥’
‘암컷의 본능이랍니다♥’
‘보, 본좌가 이딴 저급하고 천박한 말을...’
자신이 갑자기 노인들이나 겪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게 아니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탕한 행동과 말들은 전부 자신이 직접 한 것이었다.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구나.”
“보... 본좌가, 어떻게... 왜, 어쩌다...”
“왜긴, 그 못된 놈이 널 가졌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
가졌다.
말 그대로였다.
자신을 가진 사내가 아니라면 그딴 모습을 보여줬을 리가 없었다.
그가 가져다주는 쾌락의 포로가 되어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아읏...”
그것을 깨닫자 근육통으로 떨리던 몸에 작은 쾌락이 찾아들었다.
그의 입술과 손이 스쳐간 곳, 그의 정을 받아낸 곳.
그의 것이 쉴 새없이 드나들던 감각이 등골을 타고 퍼져나갔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쓸데없이 예민하고 뛰어난 오성이 그때의 열락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머릿속에서 구현했다.
비릿한 정액의 냄새.
혀를 타고 넘어오는 달콤한 타액과 까끌한 혀의 감촉.
보지 속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쏟아지던 뜨거운 정.
그가 사랑을 속삭이던 목소리까지.
이불을 미친 듯이 발로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 분명 이상한 사술을...’
그럴 리가 없었다.
그건 전부 온전히 자신이 행한 일들이었다.
가슴속 깊이 그를 향한 마음이 떠올랐다.
‘...본좌가 결국 그를 받아들였구나.’
움찔.
아릿한 사타구니에서 습기가 느껴졌다.
누가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손가락이 절로 아래로 향했다.
“흐으... 하읏... 꺅!”
“정신차리고 냉수나 한 잔 하거라. 젊은 것이 한 번 알고나니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볼에 맞닿는 차가운 감각에 작게 비명을 내질렀다.
호롱불의 음영에 가려져있던 여인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밤처럼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
기품있고 우아한 얼굴.
그리고 초상화로도 많이 보았던 여인이었다.
“다, 담소율?”
“어디 큰 언니의 이름을 그리 막 부르느냐.”
“크, 큰 언니?”
“본녀가 첫째 부인이고, 네가 네 번째이니 당연한 것 아니느냐.”
“...본좌가, 네 번째라고?”
“그래. 본녀, 세령이, 소유, 그다음이 너다.”
영민한 무린의 머리가 소율이 읊은 이름들의 정체를 떠올렸다.
선녀봉 백세령, 유녀봉 소소유.
기억이 맞다면 자신의 배필이 될 백무진의 아이를 출산한 두 여인이었다.
무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따지고들었다.
“왜 담소율 네가 첫 번째지? 보통 아이를 출산한 여인이 첫 번째 아닌가? 아직 혼례도 안했으니...”
“왜냐니, 본녀도 임신을 했다. 거기에 배분도 가장 높으니 첫 번째인 것이지.”
절대에 오른 고수라는 자가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에 신경을 쓰다니.
자신도 원래는 그런 것쯤 하등 신경쓰지 않지만.
저 아랫것을 보는 듯한 눈빛과 오똑한 콧대가 거슬렸다.
“흥, 세수가 백이 넘은 노괴가 얼어죽을...”
“...뒤지고 싶은 게냐?”
“입도 걸군. 그래서야 본좌의 서방님♥에게 누가 되겠... 헙.”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방님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오랜 세월 그리 부른 것 마냥 아무런 위화감도 없었다.
“쯧쯧, 천마라고 다를 것도 없구나.”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뭐, 무진일 보면 알게 될 게다. 네가 어떻게 변했는지 말이다.”
담소율이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뭘 알게 될 거라는 건지 말해줬음 싶지만, 자존심을 세우는 와중에 굳이 묻고 싶지는 않았다.
고개를 돌린 자신에게 담소율이 문을 닫으며 한 마디를 남겼다.
“그래도 언니로서 충고를 하나 해주자면. 앞으로 체면은 없다 생각하거라. 언제어디서든 그놈에게 박힐 준비를 해야해.”
당최 알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도사라는 년이 홍등가 창녀처럼 말을 하는군.’
저래서야 큰 언니로 모실 수나 있을까 싶었다.
‘아니지, 본좌가 모시긴 뭘 모신단 말인가. 당연히 본좌가 첫째여야지.’
첫째가 되려면 우선 임신부터해서 아이를 낳아야했다.
다른 셋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얼른 뱃속에서 키워서 낳으면 되니까.
마침 배필 될 사람이 보지에 한가득 정액을 넣어주지 않았나.
옆에서 임신은 어떻게 하는 거라고 녹진녹진하게 박아주며 속삭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정사를 나눈 뒤로 운공은 하지 않았으니... 임신했을 거다.’
배가 부르도록 그의 것을 받았는데 안 될 수가 없었다.
‘자고로 무가의 아이는 그 실력이 제일 중요하지.’
천하제일인이라 불리우는 서방님♥과 천마인 자신의 아이라면 분명 엄청난 재능을 가졌을 거다.
얼른 서방님♥의 씨앗을 더 받아서 아이를 키우고, 첫째 부인의 자리를 차지해야했다.
“이럴게 아니라, 서방님♥을 만나러 가야겠군.”
더 이상 자연스럽게 나오는 서방님♥이라는 말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쾌락에 못이겨 마지못해 내뱉은 말이라도, 그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꿀꺽, 꿀꺽...”
담소율이 건넨 냉수를 쭉 들이킨 그녀가 방을 나섰다.
*
“언제 돌아갈 게냐?”
“무린이 깨어나면 가야지. 하루종일 잘 줄은 몰랐는데. 너무 심하게 박았나.”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동 틀 때쯤 자지를 뽑아내며 바라본 그녀의 몸은 더없이 음탕했다.
두 구멍은 두꺼운 자지 두께대로 활짝 벌어져 정액을 쏟아냈고.
뽀얀 나신에 이리저리 묻은 체액이 아침햇살에 반짝였다.
“음...”
“갑자기 왜 세우는 게냐. 변태놈.”
“누님이랑 하고 싶어서요.”
“흠흠, 그러면...”
“천마 고년이라면 아까 깼다.”
치마를 들춰올리던 소서화가 소율의 말에 그대로 몸을 멈췄다.
가뜩이나 일정이 지체됐으니 천마가 깨어나면 바로 무림맹으로 돌아가기로 했었다.
“쩝, 마차에서 하자꾸나.”
소서화가 아쉬움을 티내며 내 사타구니를 쓸었다.
여기 있던 며칠간 무림맹 지부장들, 천마신교의 장로들을 내 휘하로 복속시키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들 모두 몸 어딘가에 나에 대한 복종을 뜻하는 흑색 스페이드 문양을 그려줬다.
‘전부 각 세가나 문파에서 한가락하는 여자들이지.’
가주급이나 장문인들은 생각할 게 많은지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
뭐, 그거야 무당으로 돌아가서 흑천맹을 세운 뒤 처리하면 되니까.
슬슬 방을 나서려던 찰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검은 머리에 보랏빛을 띠는 눈동자.
혁무린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무린?”
“서방님♥”
“아핫, 그렇게 내가 보고싶었어요?”
무언가 할 말이 있어보였던 그녀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잠깐! 오, 오지마라, 서방님♥”
뒷걸음질 치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흐이잉♥ 자, 잠깐, 본좌는 할 말이... 우웁, 움...”
엉덩이를 쥐어짜며 그대로 입을 맞췄다.
그렇잖아도 보고싶었는데, 저렇게 음란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니 참을 수가 없었다.
“푸하앗... 흐, 하지마아... 할 마리, 있다고옷...♥”
“조금 이따해요, 못참겠으니까. 누님, 소율, 같이할까?”
“흥, 본녀는 싫다.”
“큼큼, 난 밖에서 출발 준비를 하마.”
새파랗게 어린 천마랑은 같이하기 싫은가.
나는 둘에게 입을 맞춰서 보내주곤, 무린의 치마를 들춰올렸다.
국부가 회색으로 물든 속곳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리며 음핵을 문질렀다.
“하지마아♥ 벗기지맛♥ 앙, 흐이잇!!”
“벗기지말라니, 벌써 축축하게 젖었잖아요.”
손가락 하나도 힘겹게 들어갔던 보지가 두 개를 꿀꺽 삼켰다.
벌써부터 움찔움찔 꽈악꽈악 쪼이는 느낌이 역시 삼류천마보지다웠다.
“흐으읏, 본좌가, 할 마리, 있다구, 했는데엣...♥”
“자자, 무린. 일단 입부터 더 맞출까요?”
“...네에♥ 하우움♥”
혀를 내밀자 그녀가 먼저 내 혀를 물어왔다.
그대로 바지를 벗고, 보지를 연신 쑤셔주며 정을 토해냈다.
“크으...”
“학♥ 하아악♥”
키 차이 때문인지 발끝만 간신히 세워서 파르르 떠는 무린이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이대로 한 번 더 할까하다가, 바깥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세에 자지를 뽑아냈다.
‘소율이랑 싸웠나.’
아까 눈빛이 장난이 아니던데.
절정의 여운에 잠긴 그녀에게 속곳을 입혀줬다.
“핫...”
보짓속에 출렁이는 정액에 헐떡이던 혁무린이 겨우 고개를 가눴다.
서방님♥이 만족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벗고, 다니라더니. 진짜였군...’
오자마자 서방님♥에게 범해지다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아니다! 본좌는 이딴, 쾌락에... 쾌락에...’
고개를 털었다.
벌써부터 이런 음탕한 여자가 됐다고 인정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무린, 할 말이 뭐에요?”
“아...”
그제야 서방님♥을 보러온 용건이 생각났다.
큰 언니를 자처하는 말코도사년이 오기 전에 말해둬야지.
“본좌가 첫째 부인이 되고싶다. 얼른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고 싶으니, 뱃속에 정액을 더...”
“그런다고 아이가 빨리 자라지는 않아요, 무린.”
“...어째서.”
정액은 아이가 섭취하는 양분같은 게 아니었나?
무진에게 그릇된 성지식을 주입당한 무린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려왔다.
“서, 서방님♥이 자꾸 임신해라, 잔뜩 먹어라 그러기에...”
“아무리 많이 임신해도 아기는 10달이 지나야 나와요, 무린.”
“그, 그런...”
이러면 영원히 첫 번째가 될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다른 방법이 있었다.
‘전부, 죽이면... 본좌가 서방님♥의 첫 번째가...’
“읏...”
“무린?”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그리 피를 탐하지도 않고, 살육에 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가 될 수 없다 생각하니 격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소위, 질투심이라고 부르는 감정이.
그런 짓을 하면 서방님♥이 슬퍼하겠지.
조금 젖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본좌는, 영원히 네 번째인가.”
“나한텐 다 첫 번째인데?”
뻔뻔하기 짝이 없는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하긴, 이런 남자였지.’
첫 만남부터 뻔뻔하게 제 아내가 되라고 말하던 사내아닌가.
그래도 첫 번째가 되지 못한다는 건 서글펐다.
하지만 또 그 서글픔을 달래줄 사람 또한 그 뿐이었다.
전부 이 사내 때문이었다.
그에게 안겨들며 속삭였다.
“본좌를 책임져라, 서방님♥”
“당연하지.”
맹으로 복귀하는 일정이 정오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