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225화 (225/230)

“금방 돌아오셔야해요, 주인님.”

“지존이라고 부르셔야죠, 일장로.”

“그러면 너무 먼 느낌이잖아요. 주인님이 좋아요, 저는.”

“마음대로 불러.”

안예인과 유미연의 말다툼을 들으며 떠날 채비를 마쳤다.

왕대식이 죽어 안예인은 일장로, 유미연은 이장로가 되었고, 둘의 보지는 내 자지 모양대로 활짝 벌어졌다.

마찬가지로 천마의 자리 또한 내가 차지했고.

혁무린은 내 아내가 되었다.

“벌써 그리워요, 주인님.”

“흑천맹 창립식에 올 거잖아. 그때 오래 있다 가.”

“그래도 될까요?”

“일장로가 교를 오래 비울 수는 없습니다, 지존. 대신 속하가 오래오래 머물겠습니다.”

“유미연.”

“어허, 공석입니다, 일장로.”

그랬다.

천마신교 측의 회의실에서 나서는 참인데, 둘의 대화는 거침이 없었다.

어차피 이 안에 있는 장로들은 전부 기둥동서라 할 수 있지만.

그때 벽에 걸어둔 흑색 장포를 누군가 들고왔다.

“가시는 거군요, 지존.”

“아, 칠장로.”

“...교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려인이 얼굴을 붉히며 내게 장포를 입혀줬다.

그녀와 안예인의 자매덮밥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천마신교와 천마를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취한 내게 그녀는 복종을 맹세했다.

“다음에도 일장로랑 같이 뒹굴자고.”

“...네.”

“거봐, 내가 오시길 바라시잖아.”

“아니...”

“둘다 와. 어차피 이제 적도 없는데.”

내 말에 안예인과 유미연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전처럼 혈교니, 마교니, 정파니, 사파니 하면서 칼을 겨눌 일은 없을 거다.

물론 자잘한 다툼이나 은원은 지들이 알아서 풀어야 하겠지만.

장로들과 함께 납사성 성문쪽으로 가자 활짝 열려있는 성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로 도열한 정도연합군의 무사들.

개선의 기쁨을 기대하는 설레임으로 가득 찬 면면들이 보였다.

벌써부터 몇몇은 내 검은 피부를 알아보고 몸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가볍게 허공을 딛어 그 위를 걸어갔다.

“와아아아!!!”

“천하제일인!!”

“백무진!!!”

무림 역사상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위업을 달성한 사내에 대한 연호가 쏟아졌다.

대다수의 여무사들이 입술을 핥으며 그의 육체를 눈에 담기 바빴다.

“또또 지랄을 하는구나. 저게 내공 낭비가 얼마나 심한데.”

“무진이가 내공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 정력도 걱정할 일 없고.”

“음, 그건 그렇지. 그 진하고 뜨거운 게 화수분처럼 계속 나온단 말이지.”

“덕분에 할 때마다 침대가 범벅이 돼서 시종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더구나.”

두 절대 고수의 음담패설을 들으며 혁무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신의 배필은 아랫도리에 무량한 아기씨 주머니라도 있는 건지, 그 정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도 아까 그가 보지 속에 듬뿍 싸질러준 정액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세 번이었던가, 음음.’

본좌의 배필이라면 그정도 정력은 되어야지.

쾌락에 민감해진 육신이 머릿속을 엉망으로 적셔놔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났지만.

걷는데 자꾸 허벅지를 타고 흘러서 조금 고역이었다.

“흐음...”

“허어, 우리 막내가 또 발정이 났구나.”

어떻게 알았지.

당황한 혁무린이 딱딱한 목소리로 답했다.

“...조, 조용히 해라, 천극혜검.”

“큰 언니.”

“천극혜검.”

“큰, 언니.”

“...흥.”

지금 싸우면 이길 텐데.

‘허나 본좌도 언젠가 그의 아이를 배겠지.’

그때 저 간악한 말코도사년이 자신을 음해한다면 별 수가 없을 것이다.

혁무린은 조용히 달아오른 숨을 내쉬며 소율을 무시했다.

“고달프겠구나, 무진이놈.”

둘을 번갈아 쳐다보던 소서화의 독백을 마지막으로 무진이 그녀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가 소율과 무린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선두의 마차로 향했다.

“갑시다, 마누라들.”

“...응? 나도더냐?”

“아뇨, 서화 누님은 애인이죠.”

“...”

“그편이 꼴려요.”

소서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정부와의 불륜이 더 불타는 법 아니겠는가.

‘...이래도 되나?’

소서화의 머릿속에 잠깐 찾아들었던 도덕성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어차피 그의 자지를 맛보면 그런 것쯤은 필요없어지니까.

그저 정욕만이 남아 몸과 마음을 불태우면 충분했다.

“복귀한다!”

소서화의 명령과 함께 정도연합군이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무진!!!”

“오라버니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두 여인을 품에 한가득 끌어안았다.

내 분신을 세상에 낳아준 사랑스러운 부인들.

“잘있었어?”

“네!”

“외로웠어요, 무진.”

“아앗, 언니. 그러면 소녀는 뭐가 되는 것이에요!”

뾰로통하게 세령을 바라본 소유의 볼에 입술을 맞췄다.

빵빵하게 부푼 젖가슴을 내게 비비며 격하게 반가움을 표현하는 소유.

세령도 이에 질세라 내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며 끈적한 신음성을 흘렸다.

“무진, 무진...”

“오라버니, 소녀 또 젖이 가득 찬 것이에요.”

“좀만 기다려. 그래도 인사는 다 해야지.”

“네에...”

“네!”

오는 길에 마차에서 쉴 새 없이 떡을 쳤다.

그냥 자지가 내리 애액에 푹 젖어있었다.

그래도 내게 안겨드는 소유와 세령을 보니 또 음심이 피어올랐다.

“사형, 오셨어요.”

“주인님... 더 헌앙해지셨네요.”

그런 둘의 뒤로 내가 정을 준 여인들이 보였다.

주서현, 당하린, 비연, 연화란.

내가 찾던 사람도 있었고, 불미스러운 일로 엮인 여인도 있었고.

힘든 시기를 서로 보듬어 견뎌낸 여인도, 반대로 힘든 시기에 내게 기댔던 여인도 있었다.

모두와 인사를 나누고, 정든 무당산에 내가 돌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서야 알아챘다.

‘고향으로 돌아왔군.’

내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며 존재하는 곳.

그런 곳이 고향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살짝 뭉클해진 감정을 품고 안으로 향했다.

“모두 모이라 전해라. 그리고, 운휘.”

“...예, 장문인.”

돌아오자마자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소율이 장문인령으로 모두를 소집했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문인과 사저, 사매들을 맞이하기 위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무슨 일이시지?”

“승전하셨단 걸 알리시려 하는 건가?”

제자들 사이에서 대화가 오갔다.

이미 정도연합군의 승전보와, 천하제일인의 탄생에 관한 소식은 전 무림을 강타했다.

혈교의 교주를 참살하고.

천마를 무예로 이겨내 휘하로 거두고.

사파련 또한 자신의 발아래에 복속시킨.

무림 역사상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천하제일(天下第一).

여지껏 존(存), 성(星), 왕(王), 제(帝) 등의 칭호를 가진 무인들은 많았으나.

천하제일을 받은 자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무당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고.

남아있던 장로들은 밀려들어오는 입문자들을 선별해내느라 손과 발을 다 써도 모자랐다.

“아니면, 혹시 무언가 알리시는 게 있는 걸까?”

“그럴지도. 백무진 대협과 연인 사이라는 말이 많잖아.”

“꺄악, 드디어 혼인하시는 건가?”

“근데 그럼, 대사저는?”

“백 대협이라면... 모두 함께 하실지도?”

소녀들의 재잘거림이 널따란 무당파의 연무장을 채웠다.

사실 그녀들 중 무진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은 여자는 없었지만, 모두들 자신의 사내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하룻밤의 쾌락.

그럼에도 그것을 잊지못하고 밤마다 자신을 위로하는 여인들이 수두룩했다.

그의 것으로 넓어진 비부를 쑤시고.

애달프게 이름을 부르며 절정에 치다르는 밤.

그녀들은 그 어떤 사내를 만나 혼인하더라도 평생 백무진을 잊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흠흠.”

소율의 작은 헛기침에 왁자지껄했던 대연무장이 침묵으로 잦아들었다.

하나같이 하얀 도포에 특이한 흑색 문양이 그려진 옷을 입고있는 제자들.

무당의 도사들이 전부 얼굴에 묘한 색기를 띄우고 있었다.

‘...많이도 따먹었구나.’

살짝 현기증이 날 뻔했지만, 절대 고수다운 정신력으로 참아냈다.

그녀가 함께 단상 위로 올라온 이장로, 운휘를 바라보았다.

내심 세령이나, 무진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는 것도 고려해보았다.

‘그럼... 좋겠지만, 우리 상공은 더 위로 가셨지.’

무림을 일통한 초대 흑천맹주가 무당파에 머문다면 그 위상이 하늘을 찌르겠지만.

그만큼 다른 문파와 세가들도 견제할 것이다.

‘본녀도, 상공도, 무한히 살아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남은 생을 알차게 쓰기 위해선, 감투 하나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잖아도 더는 귀찮은 일을 맡기 싫었고.

목을 가다듬은 소율이 말했다.

“이장로, 운휘는 본 장문인의 앞에 무릎 꿇으라.”

연무장에서 작은 탄성과 탄식이 겹쳐 새어나왔다.

납사성에서 넌지시 그녀에게 귀띔을 받은 운휘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던 일.

운휘가 경건한 옷차림으로 나와 소율의 앞에 다소곳이 자리잡았다.

소율이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무당파의 이장로, 운휘는 들으라.”

“예.”

“본 장문인은 오늘을 기해 그 소임을 다하고, 대 무당파의 19대 장문인직을 그대에게 맡긴다. 운휘, 그대는 개파 조사이신 장삼봉 진인의 뜻을 받들어 무당의 이름을 드높이고, 힘없는 양민을 위해 이 검을 휘두를 것을 맹세하겠는가.”

소율이 애검, 송문고검을 뽑아 운휘에게 내밀었다.

대연무장의 제자들은 정적 속에서 갑작스런 사태를 지켜보았다.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혜자 배의 장로들은 아직 연륜과 실력 모두 부족했고.

일장로 운연과 이장로 운휘 중 장문인을 맡는다면 단연코 운휘였다.

“개파 조사이신 장삼봉 진인의 이름 앞에 맹세하겠습니다.”

운휘가 손을 뻗어 송문고검을 쥐었다.

그에 화답하듯 웅웅거리며 검명을 뿜어내는 송문고검.

운휘는 순간 선계로 등선했다는 개파 조사 장삼봉을 본 듯한 착각이 일었다.

“와아아아!!!”

게눈 감추듯 장문인직을 털어낸 친우를 보며 소서화가 웃음을 흘렸다.

‘저년이 기어코 빠져나오는 구나.’

장문인직을 계속 유지하면 흑천맹에 있을 무진과 함께할 수가 없으니 결국 물러났겠지만.

그 의도가 너무 뻔하디 뻔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원래 이리도 쉽게 장문인을 갈아치우는 건가? 정파는?”

“아... 아닐세. 정상에 사당도 들르고, 선대 장문인과 개파 조사께 인사도 올리고, 목욕재계도 하고 별 지랄을 다 하지.”

“본교도 그러할진데, 맨날 체면차리는 정파년들이 무슨...”

“이해하게. 저 자리만 몇십 년을 했으니, 지겹기도 하겠지.”

"서방님의 자지가 그리워서 얼른 떠나고 싶은 발정난 암캐같은데."

혁무린의 신랄한 말투에 소서화가 담담히 답했다.

이젠 너도 다를 거 없지 않냐는 말을 삼키며.

“이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으니 그 옆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게야.”

“무림맹주, 당신도 본좌의 남편과 깊은 사이인 것 같던데.”

“출발할 때 못 들었나? 본인은 애인일세. 그 편이 꼴리지.”

꼴린다라.

어감상 야릇하고, 욕구가 인다는 뜻인 것 같은데.

혁무린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내가 있는 남편과 정을 나누는 게 꼴린다는 뜻인 건가?’

확실히, 천극혜검을 밖에 놔두고 서방님과 정사를 나누는 건 상당히 흥분됐다.

말코도사의 살벌한 시선을 견디며 서방님의 자지를 받아들이는 감각이란.

“츄릅.”

“...응?”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혁무린이 무진을 찾았다.

‘지금 또 하면, 훨씬 꼴리겠군. 서방님을 찾아야겠어.’

그대로 사라지는 혁무린을 보며 소서화가 읊조렸다.

“이상한 걸, 알아버린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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