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6화 (6/149)

# 6

6. F급 게이트(3).

자신 있는 말을 하긴 했지만, 놈은 라팍스의 챔피언급에 E등급 괴수.

절대 쉬운 놈은 아니다.

하지만 놈을 잡아야 던전이 클리어된다.

[관찰(lv1) 스킬이 발동됩니다.]

[관찰 레벨이 올랐습니다.]

[관찰(lv2)]

마침 관찰 레벨이 올랐다.

해체 레벨이 올랐을 땐 힘과 공격력이 세졌지만, 이건 뭐가 바뀐 진 모르겠다.

놈의 약점을 찾는다.

역시 챔피언급.

라팍스와 다르게 놈은 목 주변이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약점은...

핑!

그때 머리 위로 파공음이 들리며, 갑자기 화살이 날아간다.

“앗! 안돼!”

푹!

“크앙!”

수진이가 쏜 화살이 사칸 라팍스의 목에 정확히 박혔다.

하지만 이는 놈의 약점이 아니었다.

“제길!”

칼을 들고 급히 앞으로 달렸다.

하지만 놈은 달려드는 내가 아니라 뒤에 있는 수진이를 향한다.

파팟!

놈이 라팍스들의 시체 무더기를 밟고 동상 위로 뛰어올라 수진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보폭이 넓고 빠르다.

놈을 쫓아 동상 위로 올라가긴 늦었다.

뒤돌아 아래쪽으로 달렸다.

그 시간 수진이는 또다시 활에 화살을 메겼다.

피슝!

빠르게 화살이 날아가지만, 놈이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화살을 피해냈다.

“위험해! 뛰어내려.”

달려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수진이가 다시 화살을 뽑아 쏘려 했지만, 놈이 이미 지척에 이르렀다.

놈이 발톱을 세워 휘둘렀고, 수진이는 본능적으로 활대로 막았다.

콰직!

“까악!”

활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수진이는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 수진이를 받아냈다.

하지만 내 어깨에 얼굴을 박았기에 코피가 터졌다.

“내 뒤로 와!”

뒤로 물러서자, 놈이 커다란 입을 벌리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가까이 마주 서자, 사칼 라팍스의 크기가 실감 났다.

놈은 황소보다 두 배는 컸다.

“크르르르!”

놈이 좌우로 움직이며 나를 살피고, 나 역시 놈의 방어력을 살핀다.

‘제길, 전면 방어력이 너무 높아!’

전면하고 다리 쪽에 방어력이 너무 높다.

놈을 해체하기 전에 당할 수도 있음이다.

놈이 천천히 거리를 좁힌다.

“수진아 뒤로 물러서.”

“네.”

활이 없는 그녀는 지금 방해다.

놈을 향해 칼날을 세웠다.

뒤로 물러서면서 놈의 공격을 받는 것은 승산이 없다.

전면으로 부딪힌다.

서로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때였다.

‘응? 저건?’

가까이 붙자, 놈의 몸에 방어력 말고, 연하게 색깔이 입혀졌다.

전면은 붉은색, 위쪽은 주황색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놈의 배 쪽에 희미하게 연두색이 보였다.

[관찰(lv2) - 5미터 이내에 괴수의 방어력이 색으로 보입니다. 붉은색이 강할수록 방어력이 강해지고, 녹색이 강할수록 방어력이 약한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약점은 배란 말이었다.

“크앙!”

그때 사칸 라팍스가 몸을 날려 공격했다.

그 순간 앞으로 달리며, 몸을 뒤로 뉘었다.

놈의 배를 공격하기 위함이다.

촤아악!

“큭!”

가슴이 불에 덴 듯 뜨거웠다.

놈의 발톱이 스쳤다.

하지만 죽지 않고 놈의 아래로 들어왔다.

가만둘 수 있겠는가.

“도살(lv1)!”

촤악!

서슬 퍼런 칼이 놈의 배를 그었다.

“쿠악!”

놈이 고통스러운지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겉에 가죽만 찢어지고,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놈이 몸을 세워 나를 향해 앞발을 후려친다.

촤악! 팍! 팍!

몸을 웅크리고 팔로 머리를 감싸며, 옆으로 한 바퀴 굴렀다.

그 순간 놈의 옆구리 위쪽으로 연한 녹색이 보였다.

‘저기다!’

푹!

망설임 없이 칼을 찔렀다.

“쿠아악!”

놈이 괴성을 질렀다.

그 순간 찌른 칼을 빠르게 아래로 그었다.

라팍스의 기본 뼈 구조는 이미 완벽히 파악했다.

내 칼은 순식간에 놈의 갈비뼈 사이를 찔렀고, 놈의 내장을 후비며 배를 향해 그어졌다.

이는 포정 스승님이 말한 결을 따라 공격한 것이다.

쿵!

놈의 육중한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윽, 돈 벌기 더럽게 힘드네.”

가슴과 어깨, 팔뚝에 상처가 쓰라렸다.

자세히 보니 놈의 발톱에 당한 상처투성이였다.

그때 알람이 울렸다.

[사칸 라팍스를 잡았습니다.]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이 게이트는 24시간 후에 소멸합니다. 남은 시간 - 23:59:59]

[보상으로 귀환의 룬(유니크 등급)이 나왔습니다.]

‘유, 유니크다!’

이 순간 몸이 아픈 것도 잊었다.

첫 번째 게이트 공략, 그것도 F급 게이트에서 유니크 룬이 나오다니.

대박도 이런 초대박이 없었다.

인벤토리에 있는 귀환의 룬을 상태창에서 선택했다.

[귀환의 룬(유니크) - 주로 무기에 새긴다. 귀환의 룬이 새겨진 아이템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주인이 부르면 돌아온다. 단 소환된 몬스터나 살아 있는 생물엔 불가능함.]

유니크 아이템의 가격이야 두말하면 숨차다.

특히 룬의 경우는 무기나 아이템에 중복으로 새길 수 있었기에 도구 계열의 헌터들에게 아주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었다.

“괘, 괜찮아요?”

“깜짝이야.”

“죄송해요. 나 때문에 다치고.”

“알면 됐어.”

수진이가 미안한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코피나 닦아.”

“네?”

자기 코에 코피가 난지도 모를 정도로 나와 괴수와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급한 대로 옷을 잘라 코를 막으라고 줬다.

“내가 너 두 번 구해줬다.”

“알아요. 감사해요.”

“던전 클리어해서, 귀환의 룬이 나왔다.”

“알아요. 알람에 떴어요.”

“이거 유니크야.”

“네.”

왠지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너, 유니크가 뭔지 몰라? 엄청 비싸다는 거야.”

“알아요.”

“욕심나지 않아?”

“저, 양심은 있어요. 아저씨 가져요.”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내가 무슨 정치인인가요. 딴소리하게.”

수진이는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활을 주워들었다.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야야, 울지마. 활 하나 사줄게.”

“정말요?”

“그까짓 활 얼마나 한다고...”

이때 태준은 아이템 가격을 몰랐다.

수진이의 표정이 다시 환해졌다.

“여기 잠깐 쉬고 있어. 이놈들 좀 해체하게.”

몸이 힘들었지만, 다른 헌터들이 오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그렇게 괴수 사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던전 청소 업체가 왔다면 수십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그것도 한 시간이 안 돼서 모두 해체해 버렸다.

이는 자신이 백정 클래스였기에 가능했다.

먼저 마석을 챙겼고, 다음으로 비장을 닥치는 대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사칸 라팍스를 마지막에 해체했다.

행운이 연속으로 깃든 것인지 놈의 몸에서 E급 마석이 나왔다.

E급 마석은 하나에 1,000만원짜리였다.

게이트가 발생하고, 던전을 클리어해서 얻은 F급 마석이 9개였고, 라팍스의 비장이 총 88개였다. 거기에 라팍스의 송곳니도 개당 5만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모두 뽑아 버렸다.

게이트를 공략해 번 돈을 환산하면, 1억 7천이 넘었다.

게다가 귀환의 룬은 나중에 좋은 무기나 아이템이 나올때 새기면 절대 잃어버릴 일이 없었다. 물론 팔면 거금을 챙길 수도 있었다.

***

게이트로 이동했다.

“힘들게 괴수 사체는 왜 끌고 와요?”

“초보자는 모르지만, 다 쓸 데가 있단다.”

초보자란 말에 수진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치, 아저씨도 오늘 각성했다면 서요?”

“그건 그렇지. 그래도 던전 경험은 많아.”

게이트 입구에 도착했다.

라팍스의 머리를 분해해 게이트 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1분 후에 몸뚱어리를 던졌다.

수진이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자.”

그래도 혹시 몰라 머리만 내밀고 소리쳤다.

“사람이다!”

밖으로 나가자, 역시나 군인들이 바리케이트 밖에서 마력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아!”

수진이의 탄성이 들렸다.

태준이 던진 괴수 머리가 총알에 터져있었기 때문이다.

“봤냐? 무턱대고 그냥 나갔다간 총알 세례에 끝장나는 거지. 이런 건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지?”

“네. 아저씨 좀 대단한 듯.”

수진이가 감탄한 표정이다.

주입식 교육이 다 그렇지.

게이트란 것은 언제 괴수가 튀어나올지 몰랐다. 그랬기에 뭔가 나오면 일단 쏘고 보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랬기에 헌터들도 사냥이 끝나면 자기처럼 괴수 사체를 던지거나 약속된 소지품을 던져 확인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실례합니다.”

깔끔한 양복을 입은 사내가 다가왔다.

“헌터 사무관 성기용입니다.”

상대가 신분증을 내밀었다.

“헌터증 좀 봅시다.”

“방금 각성해서 아직 신고를 못 했습니다.”

“뭐요?”

성기용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학생도 헌터증 없어?”

“네, 저도 방금 각성했어요.”

놈의 표정이 밝아진 것이 건수를 잡았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누구 허락받고 게이트에 들어간 겁니까?”

그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허락이요?”

“게이트에 들어가려면 국가헌터원이나 헌터 협회, 헌터 군부대 등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요?”

“이를 어겼으니, 게이트에서 얻은 모든 것들은 국가에 귀속됩니다.”

‘네놈의 주머니에 귀속되겠지.’

어디 가나 이런 놈들은 있게 마련이다.

건수를 잡은 것이다.

이럴 때 아무것도 모르는 헌터라면 고스란히 빼앗기고 만다.

하지만 난 다르지.

“헌터법 1조 2항, 대한민국 모든 헌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아시죠?”

“갑자기 헌터법은 왜?”

“여기서 헌터는 모든 각성자를 포함합니다. 헌터법 2조 13항에 나와 있습니다.”

성기용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저는 게이트가 발생하고 1시간 이내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선 제압하기 위해 공격한 겁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게이트가 발생하고 괴수가 튀어나오는 24시간 이내에 허가 없이 게이트에 들어간 것은 1조 2항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판결도 있죠.”

“그, 그건...”

전에 헌터들과 헌터 사무관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기에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마석 몇 개 주고 넘어가려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한데 놈이 통째로 먹으려 드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더 할 말 있으면, 제 변호사와 이야기하세요.”

명함을 건넸다.

“가자. 수진아.”

“네.”

바리케이트를 넘어가자, 수진이가 물었다.

“올, 아저씨 변호사도 있어요?”

“아니. 계속 귀찮게 하면 구하려고 했지.”

“아하.”

그때였다.

“잠깐!”

성기용이 달려왔다.

“뭡니까?”

“법 좋아하시는 분이 이건 몰랐네요.”

“네?”

“미성년자 헌터를 부모동의 없이 게이트에 데리고 들어간 것은 엄연히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겁니다.”

놈이 득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저 미성년자 아니에요. 1년 꿇었어요.”

“뭐?”

나와 성기용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수진이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신분증을 꺼냈다.

성기용이 신분증을 보더니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너 성인이었어? 왜 말 안 했어?”

“그런 걸 뭐하러 말해요. 쪽팔리게.”

“크큭, 가자.”

사실 따로따로 게이트로 들어가 안에서 만났다고 말을 맞추면 그만이었다. 굳이 학교를 쉬었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피식 웃으며 멀어지는 성기용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보기 좋게 당한 성기용이었지만,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게이트를 클리어한 헌터가 바보처럼 던전 청소업체를 지정하지 않고 갔기 때문이었다.

이제 자신이 아는 업체를 부르면 최소한 수익의 20%를 소개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돈이 되는 물건이 있을 때 이야기였다.

그렇게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동작대교를 내려가는 길이었다.

굉음을 내지르며 모터사이클 한 대가 올라오다 옆에 멈춰섰다.

끼익!

“태준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긴 다리에 굴곡진 각선미를 가진 여자가 헬멧을 벗었다.

“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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