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19. D등급 게이트(1).
눈앞에 지옥의 구덩이처럼 검게 이글거리는 D등급 게이트가 보였다.
19명을 집어삼킨 놈.
헌터 20명이 들어가 단 한 명만 살아 돌아왔다.
그 한 명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무슨 말입니까? 공략이 끝난 게이트에 들어가겠다니?”
D등급 헌터였고, 작은 길드의 길드장이라고 소개한 사내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면에 이수경은 차분한 얼굴로 대답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이분들이 게이트로 들어갈 겁니다.”
“이 게이트는 내가, 아니 우리 길드에서 독점했습니다. 그리고 게이트 안에서 일어난 일은 게이트에서 끝나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독점은 게이트가 클리어된 시점에서 끝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리고 클리어된 게이트에서 괴수를 몇 마리 잡는 겁니다. 그게 문제가 됩니까?”
“하지만...”
사내는 고개를 돌려 게이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수경의 말대로였다.
게이트 독점 계약은 게이트가 클리어되면 종료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에는 독점한 게이트가 클리어되면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고, 지금처럼 헌터가 대기하고 있다가 들어가는 일은 사내도 처음이었다.
“이야기 끝났습니까?”
기다리기 지루했다.
“네. 진입해도 됩니다.”
이수경의 말에 사내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더는 항의 하지 못했다.
“수진아 장비 꺼내고 들어갈 준비해.”
“넵!”
게이트엔 나와 수진이만 들어간다.
윤상희는 사정이 있어 참가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직 티탄의 갈고리는 인벤토리에서 꺼내지 않았다.
보는 사람이 많으므로.
배낭에서 말볼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게이트 앞에 섰다.
심장이 뛰고, 칼을 잡은 손이 떨려온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늘 긴장된다.
3번째 게이트.
이번엔 게이트 클리어가 목적이 아니라, “클리어된 게이트에서 얼마나 벌 수 있을까”와 “경험치가 얼마나 늘 것인가”가 목적이었다. 만약 성과가 좋으면, 앞으로 남들보다 최소 2배는 더 빨리 성장하고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S급 헌터도 더는 꿈이 아니다.
그리고 창수가 새로 만든 무기를 시험할 생각이었다.
진짜 살아 있는 괴수를 상대로 포정의 칼과 갈고리의 조합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됐다.
“가자!”
진한 어둠을 통과하자, 빛이 보였다.
“윽!”
훅! 들어온 열기.
칼을 들어 사방을 경계한다.
“수진아!”
“주변에 괴수는 없어요.”
수진이의 탐색 스킬.
주변 50미터 이내에 괴수를 미니맵에 표시한다.
“좋아, 계속 미니맵은 켜고 있어.”
“네.”
[꿈꾸는 오아시스(D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이 게이트는 21시간 후에 소멸합니다. 남은 시간 - 21:43:31]
게이트가 클리어됐다는 상태창이 떴다.
남은 시간은 21시간.
한쪽은 끝없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고, 반대편은 커다란 오아시스가 펼쳐졌다.
게이트는 그 정중앙에 놓여 있었다.
많은 던전을 청소했지만, 이런 패턴의 게이트는 처음이었다.
빠르게 게이트 지형을 눈에 담았다.
다음에 이런 게이트에 왔을 때를 대비해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후아! 더럽게 덥네.”
잠깐 서 있었을 뿐인데, 땀이 주르르 흐른다.
“께겍! 껙게!”
갑자기 말볼이 모래사막을 향해 짖기 시작했다.
“수진아 뒤로!”
말볼은 후각과 청각이 뛰어났다.
모래에서 물러서 오아시스 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모래언덕이 움직이더니 위에서 뾰족한 주둥이가 튀어나왔다.
“말볼, 뒤로 물러서!”
달려들던 말볼이 뒤로 물러섰다.
[카나헤(D) - 사막의 모래 속에 사는 도마뱀 형 괴수. 모래 위에 진동을 느끼고 먹이를 찾는다. 먹이를 발견하면 커다란 입을 이용해 모래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한번 모래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상태창에 나타난 D등급 괴수.
모래 속에 사는 놈은 처음이었다.
“아저씨, 한두 마리가 아니에요!”
주둥이를 내밀었던 놈이 다시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
“진정해. 놈들은 이쪽으론 못 와.”
오아시스 쪽은 딱딱하고 마른 땅이었다.
그때 모래 위에 반짝이는 물건들이 보였다.
‘저건 검이잖아.’
자세히 보니 마력 기관단총도 있었고, 먹다 남은 생수통도 있었다.
저놈들이 헌터들을 집어삼켰구나.
순간 갈고리를 이용해 저것들을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 온 목적은 시간 내에 많은 괴수를 잡고 마석과 부산물을 최대한 얻는 것이다.
무기는 시간을 보고 나중에 가져가도 되는 일이었다.
“우선 오아시스 쪽으로 움직이자.”
“네.”
수진이는 더운지 체육복 바지를 허벅지까지 접었고, 팔도 끝까지 걷었다.
보고 있는 사람이 다 더울 정도였다.
“더우면 그냥 체육복은 벗지그래?”
“아니 됐어요.”
딱 잘라 말했다.
뭐, 알아서 하겠지.
수진이의 탐색 스킬도 유용했지만, 말볼 이 녀석의 감각은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데려오길 잘했어.’
사냥개가 따로 없었다.
말볼을 앞세우고 그렇게 한참을 오아시스를 뒤졌다.
하지만 왠지 괴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말볼이 킁킁대더니 뭔가 발견했는지, 앞으로 달렸다.
“수진아, 바짝 따라붙어.”
“넵!”
그러다 커다란 공터를 발견했다.
여긴 뭐지?
평평하고 둥그런 돌이 가운데 있었고, 그 주변으로 열두 개의 작은 바위가 세워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제단처럼 보였다.
그런데.
“꺄악!”
수진이가 소리를 질렀다.
“왜?”
“저기 시체가.”
열두 개의 바위 주변에 헌터들의 시체가 있었고, 그들의 붉은 피와 살점이 묻어 있었다.
처참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주변에 괴수는 없지?”
“네.”
수진이의 탐색 스킬로 다시 한번 더 확인해봤다.
하지만 역시나 이곳에도 괴수는 없었다.
뭐가 어찌 된 일이지?
그럼 이 헌터들은 누가 죽였단 말인가.
시체에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
상처의 흔적을 보니, 범인을 알 것 같았다.
“게르르릉!”
말볼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경계해.”
수진이가 화살을 겨눴고, 칼과 갈고리를 들었다.
그때 풀숲에서 도끼와 큰 칼을 든 육중한 오크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
“여기를 찾아냈군.”
그리고 그 뒤에 나타난 목소리의 주인공은 게이트를 클리어한 사내였다.
그를 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었다.
“게이트 클리어 조건이 뭐였길래 동료를 죽였지?”
“무슨 말이지? 길드장인 내가 이들을 죽이다니?”
“시체들은 모두 괴수의 이빨이나 발톱이 아닌 도끼나 칼 같은 흉기에 당했어, 저 오크들이 들고 있는 무기 말이지.”
“크크크. 알아냈군. 영원히 묻힐 줄 알았는데.”
사내가 움직이자, 오크들이 양옆으로 퍼졌다.
그 사이 등 뒤로 손을 보내 수진이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왜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힘들게 뽑은 길드원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그놈의 게이트 클리어 조건이...”
사내는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맞춰볼까?”
“......”
“열두 명의 피를 저 제단 옆에 있는 바위에 뿌리는 거겠지?”
“반만 맞았다. 죽어가는 열두 생명체의 피를 뿌리는 거다.”
“그럼 괴수를 죽이면 되지, 왜 동료들을 죽인 거지?”
“지금쯤 너도 알 것이 아닌가? 이곳 오아시스에는 괴수가 없다. 괴수라곤 모래 속에 숨은 저 끔찍한 놈들뿐이지.”
사내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수십 번이나 게이트를 들락거렸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어. 안 믿겠지만, 나도 처음엔 모래 속에 괴수를 잡으려고 시도는 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다섯이나 당했지.”
“그래서 동료를 제물로 선택했단 건가?”
“맞아. 그래서 평소 잘 따르는 두 놈과 함께 길드원을 하나씩 유인해 이곳에서 피를 뿌리며 죽였지.”
놈은 이미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됐다.
“그럼 나머지 둘은?”
사내가 음침한 표정을 지었다.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거지.”
놈은 D등급 헌터. 게다가 소환술사였다.
반면에 길드원들은 F급이나 E급 헌터들이었으니, 당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순간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다.
“차라리 다른 헌터들이 들어오길 기다리지 그랬어?”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야. 하지만 우리가 실패하면 더 강한 헌터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지. 놈들이 들어와 반대로 우리가 희생당할 수도 있는데. 그런 모험은 할 수 없지.”
“보상 때문이군.”
사내가 활짝 웃었다.
“보상이 뭐였지?”
“피를 많이 본 만큼 보상은 좋더군.”
“유니크군.”
“그래. 이것만 있으면, 더욱 강해질 수 있고 내 등급이 오르면 길드원이야 더 많이 들어오는 법이지. 그리고 게이트에서 일어난 일은 게이트에서 묻어야지.”
“물론이다. 우리도 네놈이 한 일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러니 살려달라는 건가? 이미 늦었어. 죽이는 것이 더 깔끔해.”
“늦은 건 네놈이야. 이 게이트는 내가 독점했어. 네가 들어오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동료를 게이트 밖으로 보냈다. 이곳 상황을 알리면, 브로커가 개입하겠지.”
수진이는 말볼을 데리고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후후, 시간을 끈 것을 내가 그것을 모를까? 난 오크를 다섯 마리 소환할 수 있지. 세 마리는 게이트로 가는 길목에 숨겨 놨으니 그년은 밖으로 나가지 못해.”
“그깟 오크로 내 동료를 막을 수 있을까?”
“글쎄. 그리 강해 보이지 않던데. 그보다 네놈 걱정이나 해!”
사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크 두 마리가 제단 좌우에서 달려들었다.
이때를 기다렸다.
촤르르르!
턱!
이미 준비하고 있던 갈고리를 던져 달려들던 한 놈의 앞발에 걸었다.
촤악!
“쿠엑!”
쇠사슬을 당기자, 오크가 뒤로 쓰러지며 발 앞으로 끌려왔다.
놈의 눈에 공포감이 어렸다.
[해체(lv3) 스킬이 발동됩니다.]
순간 소환된 오크도 뼈와 살이 있을지 궁금했다.
“도살(lv2)!”
촤악!
도살 스킬을 발동하고, 한쪽 다리에 걸린 갈고리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오크 다리가 잘리며 혈진(Hemoconia)이 안개처럼 뿜어져 올랐다.
퓨슈슈슈슉!
[대상의 운동능력이 저하됩니다. -20]
'이거 죽이는군!'
기대했던 갈고리 옵션 효과가 떴다.
“쿠아아악!”
놈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자, 옆에서 달려오던 도끼든 오크가 순간 몸이 굳었다.
머뭇거리는 오크를 향해 갈고리를 던졌다.
휘익! 턱!
놈의 목에 걸렸다.
촤르르르!
오크가 힘없이 딸려왔다.
그 순간 놈이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환수도 공포를 느끼는군.’
백정의 칼이 놈의 목을 그었다.
육중한 오크가 힘없이 쓰러지며,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내를 의식하고 있었지만, 그는 가만히 자신의 소환수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다리가 잘린 오크가 몸을 떨면서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칼을 잡으려고 기어가고 있었다.
[관찰(lv2) 스킬이 발동됩니다.]
신기한 일이었다.
소환된 오크의 몸에도 숫자가 보였다.
망설임 없이 놈의 등에 칼을 박았다.
“쿠에에엑!”
두 마리의 오크가 사라지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오크가 약한 게 아니었다.
백정의 칼과 갈고리를 양손에 든 효과로 자신이 2배나 강해진 것이었다.
이로써 두 무기의 효용성은 어느 정도 입증이 된 셈이었다.
“제법이군. 내 오크들이 전부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말이지.”
사내는 오크들이 사라졌음에도 웃고 있었다.
“어디서 나오는 여유지? 이제 소환수도 없는데.”
“몬스터 소환술사에 대해 잘 모르는군. 소환수는 기본적으로 소환술사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지지. 단련을 하지 않는다면, 소환수가 약해지기에 우리도 끊임없이 단련하지.”
이미 사라진 오크들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웃었다.
“하하! 그래서 오크들이 주인 닮아 형편없었군.”
“크크! 언제까지 그 웃음이 계속될까?”
사내가 등 뒤에서 두 자루의 검을 꺼냈다.
오크 3마리를 숨겨 놓고 2마리만 데리고 왔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에 자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네놈을 상대로 이 유니크 아이템을 시험해 볼 줄은 몰랐군.”
“뭐?”
갑자기 놈의 다리가 눈에 보일 정도로 굵어지기 시작했다.
두둑! 툭툭!
바지가 터지고, 군데군데 근육과 힘줄이 드러났다.
놈의 다리에 두 개의 각반이 채워져 있었다.
‘아, 저 각반이 유니크 아이템이군.’
“오! 힘이 솟는다!”
쿠직!
놈이 딛고 있던 바닥에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자 그럼 10톤의 위력이 어느 정도 인지 볼까?”
파앗!
그 순간 사내가 제단을 단숨에 넘어 두 개의 검을 휘둘렀다.
칼과 갈고리를 들었다.
카캉!
치이익!
‘윽!’
손과 팔목이 찌릿하다.
그저 검을 받았을 뿐인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번엔 놈의 코끼리 같은 발이 날아왔다.
칼과 갈고리를 교차해 막았으나.
콰앙!
“억...!”
쿵!
날아가 큰 나무에 부딪혔다.
입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지며,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윽, 갈비뼈가 부러졌나?
“하하하! 살살 찬 거라고 엄살 부리지 마.”
자신은 전사 계열의 E등급 헌터인 윤상희보다 체력이 뛰어났다.
체력만 따지만. E등급이 넘었을 테니, 보통 인간보다 수 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발차기 한 번에 날아갔다.
게다가 강철 갈고리 끝이 살짝 휘기까지 했다.
‘이게 저 각반의 힘인가.’
파팟!
달려들며 휘두른 검.
카캉!
놈의 검술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검은 막았으나, 그 순간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놈의 발이 보였다.
이건? 죽는다!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등 뒤로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쩌어어억!
사내의 발에 맞은 나무가 양쪽으로 갈라졌다.
가까스로 피하긴 했지만, 제대로 맞았다면 둘로 갈라진 것은 자신의 몸이었을 것이다.
“크하하! 이거 너무 강해져, 웃음이 나는군.”
놈은 여유가 넘쳐 보였다.
아니 신나 보였다. 그는 지금 사냥감을 앞아둔 맹수와 다름없었다.
땅에 떨어진 충격에 숨이 턱 막혔다.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큭! 그만 멈추는 게 좋아.”
“멈춰? 웃기는군?”
“몸에서 이상한 소리 안 들려?”
“뭐?”
“그 각반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네 몸이 그걸 소화할 준비가 안 됐어. 지금 그만두면 너도 괜찮을 거고, 나도 더는 이 문제를 알리지 않겠다.”
소의 골격.
많은 뼈로 구성되며, 인대나 힘줄, 근육, 연골이 골격을 지탱하며 보충한다.
한마디로 뼈만 가지고는 절대 움직일 수 없다.
사람의 신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소를 잡고, 해체하며 들었던 힘줄과 인대가 끊어지는 소리, 근육이 파열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사내의 몸은 그 같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크큭! 그런 개수작에 넘어갈 것 같은가? 네놈은 여기가 무덤이 될 거야.”
빠악!
사내의 발이 제단 옆에 피 묻은 바위를 때렸다.
바위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힘을 다해 바위를 칼로 쳐올렸다.
콰앙!
겨우 방향을 살짝 바꾼 것뿐인데, 팔 근육이 늘어난 것 같았다.
‘제길, 무지막지하군.’
쾅! 콰앙!
연이어 바위를 피했다.
바위에 맞은 나무가 구멍이 뚫릴 정도였다.
제대로 맞는다면, 죽겠지.
쿵!
놈이 제단을 발로 내려찍자, 거대하고 둥그런 바위가 세워졌다.
‘허 설마?’
쾅! 쾅! 빠각!
작은 바위 두 개가 먼저 날아왔고, 뒤를 이어 엄청난 소리와 함께 둥그런 제단이 굴러왔다.
몸이 반응하지 못했다.
좌우로 스쳐도 치명상인 바위가 지나가고, 전면으로 거대한 바위가 굴러온다.
몸을 날릴 곳이 없다.
쿠앙! 쿵! 쿵!
“크크! 끝났다!”
바위와 거대한 제단이 풀과 나무를 휩쓸어버렸다.
하지만 사내는 곧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촤르르르!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태준이 아래로 내려왔다.
“허! 그걸 피했단 말이야?”
위기의 순간 갈고리를 던져 피한 것이다.
갈고리를 힘껏 잡아당기자, 나뭇가지가 잘리며 떨어졌다.
‘아! 갈고리를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겠군.’
갈고리를 회피 용도로도 쓰는 법도 배웠다.
화가난 놈이 땅을 박차며 직접 달려들었다.
쿠앙!
놈의 앞발 차기에 커다란 나무 하나가 산산 조각나며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뭔가 굵은 것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뚝!
‘끝났군!’
갈고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