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25. 첫 번째 승급!
[비대각(批大卻) - 칼을 찔러 괴수의 살과 근골의 큰 틈을 벌린다. 도살 스킬과 해체 스킬이 오를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공격 정확도 +10%, 공격 속도 +5%.
급소 공격 성공 시 - 급살(急煞) 효과로 데미지 2배, 1.4초간 마비 효과 발생.
도살 스킬 연계 시 - 위력 +30, 크리티컬 확률 5%.
소모 마나량 - 6, 시전 시간 - 2.5초.]
새로운 스킬에 대한 설명이 떴다.
이게 진짜 백정 스킬인가?
그리고.
[괴수 백정 등급이 올랐습니다.]
[E등급!]
백정 스킬 획득과 함께 헌터 등급까지 올랐다.
급하게 상태창을 열었다.
[나태준]
- E등급
- 체력 : 107
- 마나량 : 28(28)
- 클래스 : 괴수 백정.
- 특성 : 관찰(lv2), 도살(lv2). 해체(lv5), 감식(lv2).
- 특기 : 비대각(批大卻).
- 업적 : 티볼 도살자(F). 독 수련자(E).
- 흉포한 마그투스의 각반(유니크) - 사용 중지.
- 회복의 반지(레어) - 사용 중.
드디어 E등급이다!
상태창에 선명한 E등급 글자가 보였다.
겨우 4번째 게이트만에 이룬 쾌거였다.
헌터증에 새겨진 D등급은 각성자 테스트 프로그램으로 얻은 것이라 큰 의미가 없었다. 자신에겐 괴수 백정으로 상태창에서 한 등급이 올랐다는 것이 중요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각성하고 괴수 백정 튜토리얼을 끝내고, 첫 번째 게이트를 클리어했을 때만 해도 내가 헌터가 됐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두 번째 게이트에서 괴수만이 적이 아님을 알았고, 세 번째 게이트에서 길드장이 길드원까지 죽이는 헌터 세계의 비정함을 알았다.
지금은 네 번째 게이트.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게이트는 등급에 상관없이 항상 위험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E급에서 S급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 끝에 도달하고야 만다.
새삼 15년 전 첫 번째 게이트가 발생할 때 돌아가신 부모님과 여동생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억지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서러움에 감정이 복받쳤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A급 게이트가 우리 동네에 발생했다. 학교 근처에 있던 아파트들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고, 반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대부분 그때 돌아가셨다.
나와 반 친구들이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각성한 친구들은 모두 군인들이 데려갔는데, 나만 홀로 버려졌다.
그 이후 피난 시설을 전전긍긍하며 부모 없이 홀로 뒹굴었고, 어떻게든 살아야 했기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사진 한 장 없는 부모님과 여동생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태준 오빠, 울어?”
“아니, 눈에 괴수 피가 튀어서 그래.”
얼굴을 내밀고 나를 걱정해주는 수진이의 모습에 여동생이 떠올랐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제대로 컸다면 딱 이런 모습이겠지.
죽은 괴수 해체를 마무리하고 감정을 추슬렀다.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수진아, 탐색 스킬엔 잡히는 거 없냐?”
“네. 유충 말고는 잡히는 게 없어요.”
“오도나타, 이 괴수 놈 주변에 없나?”
[현재 카운터 : 오도나타(C) - 0/1, 쏠라돈(D) - 6/10]
슬슬 불안했다.
이태성과 초보 헌터들이 잡은 쏠라돈이 벌써 6마리.
3마리를 더 잡기 전에 오도나타가 나타나야 했다.
아니면 9마리를 잡은 상태로 자신도 쏠라돈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래야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최규환에게 다음 게이트 공략권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한 번의 게이트 공략이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최규환과 계속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게이트 공략 횟수가 결정된다.
몸을 일으켜 호수로 다시 들어갔다.
허리까지 잠기는 곳에 멈췄다.
회복의 반지를 물에 넣자, 몸에 청량감이 돈다.
창수가 회복의 룬을 반지로 만들어 준 덕분에 반지를 물에 담그면 신체 회복력이 50%나 빨라진다. 600마리가 넘는 괴수를 잡았음에도 체력이 거의 떨어지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창수 그놈은 뭐하고 있을까?
누굴 만나러 간다고 하더니, 며칠째 연락도 없고 가게에도 나오지 않았다.
다음에 보면 잘 해줘야지.
“왼쪽에 한 마리가 와요.”
휙휙휙!
내 손을 따라 허공에서 백정의 칼이 회전했다.
등급이 올라서 그런지, 손에 잡힌 칼이 더욱 친밀하다.
물속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놈의 실루엣이 보였다.
칼을 무심히 아래로 내려찍었다.
곧 호두 껍데기를 깨는 소리와 함께 오도나타 유충의 머리가 뚫렸다.
***
[쏠라돈을 잡았습니다.]
[현재 카운터 : 오도나타(C) - 0/1, 쏠라돈(D) - 9/10]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오도나타의 유충을 거의 1,000마리를 잡았음에도 어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쏠라돈을 먼저 잡아 게이트를 클리어한다.
“수진아, 우리도 쏠라돈을 잡으러 가자. 탐색 스킬 실행하고 있지.”
“네.”
40마리의 죽은 괴수 사체가 있었지만, 해체할 시간이 없었다. 놈들보다 먼저 쏠라돈을 잡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베이스 캠프를 지나 이태성 무리가 가지 않은 우측 숲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휘이이이잉!
초지를 가로지르는데, 거센 바람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뭐야, 이 바람은?”
“저, 저기!”
뒤를 돌아본 수진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고개를 돌렸다.
[오도나타(C등급) - 대형 괴수, 거대한 네 개의 날개와 여섯 개의 다리, 괴수 꼬리에 해당하는 배 끝에 숨겨진 독침과 톱 같은 두 개의 이빨이 매우 위협적이다. 한번 산란을 하면 1만 개의 알을 낳고, 그중에 0.1%가 성체가 된다.]
관찰 스킬로 바라본 놈의 방어력은 어마 무시했다.
도살 스킬을 써도 큰 상처를 입히지 못할 정도였다.
‘이건 완전히 성이군.’
오도나타 유충이 쌓인 사체 언덕에 내려앉은 놈의 거대한 눈과 마주쳤다.
잠자리를 닮아 머리에 절반이 눈일 정도로 크고 강렬하다.
내가 제 자식들을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놈의 날개가 나를 향해 파르르 떨린다.
분노하고 있음이다.
“수진아, 조심해!”
천천히 티탄의 갈고리를 꺼냈다.
D등급 괴수를 상대했을 때와는 위암감이 다르다.
“꾸아아아아!”
놈의 울부짖음에 호수가 물결치고, 공포의 냄새가 일대를 적신다.
오도나타와의 거리는 겨우 50여 미터 놈의 피어를 정면으로 받자, 몸에 털이란 털은 죄다 곤두섰다.
싸우기 전부터 기세에서 질 수야 없지 않은가.
놈의 울음에 화답하듯 백정의 칼과 티탄의 사슬을 교차해 그었다.
챙! 챙! 챙!
날카로운 쇠붙이가 부딪히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이 괴수 새끼야! 덤벼!”
내 말을 알아들었나?
놈이 매섭게 날개를 퍼덕인다.
그리고 두 개의 톱날 같은 이빨을 부딪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패앵!
놈의 칼날 같은 여섯 개의 다리가 땅을 가르며 날아왔다.
“수진아 피해!”
좌로 몸을 날렸다.
놈의 머리부터 배까지 10여 미터나 되는 커다란 몸집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빠르기였다.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50여 미터를 날아와 주변의 땅을 초토화하며 지나갔다.
그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 캠프 주변에 멍하니 구경 하고 있던 헌터 몇 명이 칼날에 몸이 잘리며 쓰러졌다.
그러자 헌터 사무관들과 군인들이 달려와 헌터들을 참호 속으로 숨겼다.
오도나타가 새라면 선회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놈이 헬리콥터처럼 날개를 퍼덕이자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곧바로 몸을 돌렸다.
제길, 쉴 틈이 없다.
좌측으로 달리자, 놈이 고개를 돌렸다.
나를 노리고 있음이다.
“가까이 다가오면, 눈을 노려!”
“네!”
놈이 날개를 퍼덕이며 나를 향해 움직였다.
그 순간 수진이의 바람 스킬이 더해진 화살이 빠르게 향해 날아갔다.
태앵!
눈에 맞은 화살!
하지만 화살은 박히지 않고, 방향을 바꿔 바닥으로 떨어졌다.
놈의 눈에도 몸에 껍질처럼 투명한 막이 씌워져 있었다.
수진이가 연거푸 화살을 날렸음에도 전혀 뚫지 못했다.
하지만 화살 공격에 놈이 성가셨는지 내게 날아오다 말고 몸을 돌렸다.
‘됐다!’
이 순간을 노렸다.
촤르르르르!
배 위에 닻이 내려가는 거친 쇳소리가 들리며, 갈고리가 공중으로 쏘아졌다.
뒷다리에 갈고리가 걸리자, 놈이 주춤했다.
“꾸아악?”
[흉포한 마그투스의 각반(유니크)을 사용합니다.]
다리가 무섭게 부풀어 올랐다.
창수가 만든 특별한 슈트가 아니었다면, 이미 바지가 찢어졌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당겨지는 힘에 오도나타도 당황했는지, 거칠게 날갯짓을 했다.
그러자 다리가 땅에 끌리기 시작했다.
‘제길, 발을 지탱할 것이...’
놈의 힘이 예상보다 강했다.
커다란 바위라도 있었다면, 어느 정도 버텼을 텐데.
이렇게 된 거, 모험이다.
오히려 앞으로 달려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뛰어올랐다.
뛰어오른 힘에 쇠사슬이 감기는 속도가 더해져 순식간에 놈의 다리까지 접근했다.
갈고리를 놓고 놈의 다리를 잡았다.
갑자기 잡혀있던 다리가 가벼워지자, 놈이 공중에서 휘청였다.
그 순간 백정의 칼로 놈의 다리 관절 마디를 쑤셨다.
틈이 벌어지며, 근육이 보였다.
촤악!
칼이 휘둘리자, 날카로운 발톱과 함께 뒷다리 한 마디가 떨어져 나갔다.
“뀨아아아!”
오도나타는 굉음을 지르며 나를 매단 채로 발광했다.
고개를 들었다. 놈의 가슴이 가깝다.
다리를 잡고 위로 기어올랐다.
놈의 심장을 후벼 팔 생각이었다.
팅!
화살?
수진이의 화살이 날아와 옆을 때렸다.
왜지?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독침이 보였다.
기다란 배가 둥그렇게 말리며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음이다.
‘이건 위험하다!’
독침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고.
퍼억!
독침이 가슴에 박혔다.
“으헉!”
쿠웅!
땅으로 떨어졌다.
순간 숨이 멈출 정도로 큰 고통이 엄습했다.
놈이 나를 향해 내려왔다.
자기 독침에 맞았으니 이미 끝났다고 확신했다.
수진이가 뒤쪽에서 계속 화살을 쏘아댔지만, 놈은 이번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뒷다리 자른 나를 톱날 같은 이빨로 찢어 죽일 생각뿐이었다.
오도나타가 커다란 이빨을 벌리고, 다가왔다.
“속았지?”
내가 팔을 들자, 놈이 순간 멈칫했다.
창수가 만들어진 특수 슈트가 아니었다면 크게 낭패를 당할 뻔했다.
촤르르르르! 탁!
갈고리가 놈의 머리와 몸통 사이의 마디에 걸렸다.
놈이 함정임을 알아차리고 날아오르려 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날려 보낼까.
다리를 힘껏 박찼다.
쇠사슬을 타고 순식간에 놈의 등 뒤에 올라섰다.
“죽어!”
쾅! 쾅!
A급 괴수인 마그투스의 10톤 힘으로 놈의 등을 밟았다.
“쿠에엑!”
엄청난 힘과 충격에 놈이 날아오르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갈고리를 회수하고 포정의 칼을 두 손으로 들었다.
놈의 머리와 몸통을 잇는 마디를 향해 칼을 찔렀다.
“비대각(批大卻)!”
파파파파팟!
그 좁은 틈으로 백정의 칼이 드릴처럼 들어간다.
처음엔 좁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칼이 미친 듯이 요동치자, 틈이 벌어진다.
힘줄이 보였다.
거침없이 잘라냈다.
그러자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지며, 놈의 근육과 속살이 보였다.
“도살(lv2)!”
백정의 칼이 근육과 살을 파고들어 자르고 또 잘랐다.
비대각과 도살의 연계 시 공격력이 올라간다.
그리고 크리터컬 효과까지!
“쿠엑!”
놈의 머리가 절반이나 잘리며 앞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놈은 완전히 죽지 않았다.
날개를 계속 펄럭였다.
놈의 머리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놈의 눈을 덮은 투명막을 향해 갈고리를 걸고, 머리를 향해 발을 내려쳤다.
콰앙!
괴수의 힘이 더해진 육중한 10톤의 힘이 머리를 찌그러트리자, 눈을 덮은 투명한 막이 벗겨졌다.
눈에 백정의 칼을 박았다.
그러자 눈과 뇌를 동시에 뚫은 칼날 주변으로 녹색의 피가 흘러내렸다.
쿵!
육중한 놈이 쓰러졌다.
“끝났군.”
[오도나타를 잡았습니다.]
[현재 카운터 : 오도나타(C) - 1/1, 쏠라돈(D) - 9/10]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이 게이트는 48시간 후에 소멸합니다. 남은 시간 - 47:59:59]
[보상으로 녹음(綠陰)의 링(유니크)을 얻었습니다.]
놈이 죽자 순간 긴장감이 풀어졌다.
솔직히 칼날을 빼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동안 게이트에서 괴수를 죽인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각반의 기능을 끄자, 다리가 아프면서 덜덜 떨렸다.
“와아아아!”
뭐야?
왜들 이리 오지?
베이스 캠프에 있던 헌터들과 군인들이 나를 향해 환호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세상에!”
“C급 괴수를 혼자 잡았어!”
“멋있다! 최고야.”
난생처음으로 사람들에게 환호란 것을 받았다.
‘호, 나쁘지 않은데 이거.’
***
헌터 사무관들과 군인들이 철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헌터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잠시 후 숲으로 들어갔던 헌터들이 클리어 메시지를 보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태성과 함께 갔던 헌터들도 돌아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많았다.
쪽수는 많았지만, 너무 무리한 사냥으로 희생자가 생긴 것이다.
[게이트 소멸까지 남은 시간 - 35:51:33]
“모두 철수합니다.”
게이트에서 벌어진 일은 게이트에서 끝내는 것이 불문율.
심선경은 12시간을 기다려줬고, 더는 돌아오는 헌터들이 없자, 철수를 시작했다.
그는 낙오자를 찾으러 가지 않았다.
초보 헌터들은 이제야 헌터 세계의 비정함과 괴수의 무서움을 알았다.
사실 돌아가는 길도 쉽진 않았다.
인원도 많았고, 게이트가 계곡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도 험난했다. 그들은 골짜기 반대편으로 올라가 로프를 이용해 계곡으로 내려가 게이트로 들어가는 통나무 다리를 만들어 통과할 계획이었다.
다들 철수를 시작하는데, 태준과 수진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두 사람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곧바로 숲으로 괴수를 잡으러 들어갔다.
[게이트 소멸까지 남은 시간 - 14:23:58]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봐요.”
“육질이 어쩌면 이렇게 쫄깃하냐. 쏠라돈으로 고깃집 열면 대박이겠다.”
태준과 수진은 베이스 캠프였던 자리로 돌아와 쏠라돈의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이번 식사가 끝나면 게이트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냄새 좋군. 최후의 만찬인가??”
바위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쯧쯧, 그러게 죽을지도 모르고 고기 파티나 하고 있으니...”
하나, 둘, 아니 셋, 넷...
“뭐야, 어린 여자도 있었네. 예쁘장 한데, 바로 죽이기는 아깝지 않아?”
“또 병 도졌구나.”
“게이트 소멸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맞아. 빨리 처리하고 나가야 해.”
“기껏해야 15분인데 너무들 하네.”
일곱 명의 사내가 바위 뒤에서 나와 태준과 수진을 포위했다.
모두 살벌하고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있었다.
태준이 두 손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왜들 이제 왔어? 한참 기다렸잖아.”
“우릴 기다렸다고? 새끼, 허세는.”
“하하하!”
사내들이 웃었다.
그런데 태준은 더 크게 웃었다.
사내들이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크하하! 참! 너희 그거 알아?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이렇게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고.”
태준이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었다.
“쏘면, 누가 죽던데.”
“뭐?”
“자, 누가 먼저 죽을래?”
손가락을 겨누자, 7명의 사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거 또라이...”
타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