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27. 신귀족.
[한성 실업]
괴수처리 공장 옆으로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끼 아주 돈을 긁어모으네.’
게이트 숫자가 늘어난 걸 가장 좋아할 놈들이다.
이상한 일이긴 했다.
최근 들어 게이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도하준은 한성 실업을 인수하자마자 괴수 사체 처리 시설을 늘리기 시작했다.
놈은 헌터로는 각성한 지 15년째 C급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꽝이었지만, 사업자로서는 감각이 뛰어난 편이다.
차에서 내려 경비실로 가는 길이었다.
“왜 따라와?”
수진이가 뒤따라오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최규환, 녀석까지 나를 따라온다. 왜지?
“혼자서도 충분하다니까.”
내 말에 최규환이 고개를 흔든다.
“너를 걱정하는 게 아니야.”
“뭐?”
“네가 사고 칠까 봐 따라가는 거야.”
“설마 내가 도하준을 죽이기야 하겠냐?”
“혹시 모르는 일이지. 한 가지만 기억해둬, 여기는 게이트가 아니야. 절대무기는 꺼내지 마.”
피식 웃어줬다.
내가 바보인가.
사방에 눈이고, 회사 내부엔 CCTV도 있다.
그냥 놈에게 묻고 싶은 게 좀 있을 뿐이다.
경비실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그래 잘 생각했어. 지금 만나봐야, 좋을 거 없어.”
“아니, 괜히 경비들과 실랑이하기 싫어서 그러는데, 네가 만나러 왔다고 해.”
“어?”
국가 헌터원 국장이 만나러 왔다는데, 도하준 그놈도 나오지 않겠는가.
잠시 후.
안에서 사람이 왔다.
나와 수진이는 방탄 헬맷을 쓰고 최규환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여! 최국장께서 나를 만나러 오다니, 영광인데.”
“오랜만이야. 도하준.”
푸른색 번들거리는 슈트에 검은색 구두를 신은 도하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사업 이야기인가? 부하들은 밖에서 기다리게 하지.”
최규환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볼 일이 있는 게 아니라서.”
“뭐?”
퍼억!
“크억!”
전광석화와 같은 일격이 이런 것이 아닐까.
“대, 대표님!”
한쪽에 있던 이사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봐 경비 불러!”
넘어진 도화준이 비릿하게 웃었다.
“뭐하는 거지?”
헬멧을 벗었다.
“나다, 이 새끼야!”
내 모습을 보더니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익!”
놈이 뒤로 물러서며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냈다.
철컥! 파파팍!
창대를 돌리자, 창날이 순식간에 세 개로 늘어났다.
도하준이 내게 창을 겨눴다.
“너, 이 새끼 각성하더니 막가자는 거냐?”
“멍청하긴 좁은 사무실에서 창을 꺼내냐.”
참 전투 센스 없다.
서슬 퍼런 포정의 칼을 꺼냈다.
놈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서둘러!”
“어서 대표님을 방으로!”
그때 밖에서 무장한 경비들이 달려왔다.
그런데.
퍼엉!
복도에 있던 생수통이 깨지며, 공중에 2미터 크기 물의 정령 운디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규환이 나선 것이다.
“거기서 멈춰!”
경비들이 총을 겨눴지만, 그걸로 어떻게 운디네를 이길까?
“너희도 당장 무기를 거둬! 주먹다짐이야 내가 막을 수 있지만, 무기를 들면 나라도 보호하지 못해.”
도하준이 씩씩거렸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이곳은 게이트가 아니었다. 헌터가 무기를 들고 싸우게 되면, 당연히 가중처벌된다.
이 사회는 게이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용서가 되지만, 게이트 밖에서 헌터는 무조건 착한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철컥!
도하준이 먼저 창을 집어넣었다.
나도 칼을 집어넣고, 주먹을 쥐었다.
“계속할까?”
“아니, 헌터가 꼴사납게 주먹 싸움은.”
놈이 억지로 참는 것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물의 정령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이사들과 경비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사님 괜찮으십니까?”
“경찰을 부를까요?”
“아, 아니야.”
도하준이 손을 들었다.
“다들 나가 있어.”
“예? 하지만.”
“내 말 들어요. 초등학교 친구놈이 뭔가 오해가 있어서 온 것 같으니까. 소란 떨지 말고.”
“네. 그럼 밖에 있겠습니다. 일이 생기면 불러주십시오.”
이사들과 경비들이 밖에서 대기했다.
“너는 있을 건가?”
최규환은 웃으며 어깨를 한번 들썩였다.
“내가 있어야 네가 안전해.”
“훗, 날 생각해 준다는 건가. 좋아.”
수진이를 바라보았다.
“수진아, 잠깐 나가 있을래? 오랜만에 동창들끼리 이야기 좀 하게.”
자신이 낄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수진이는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도하준이 소파에 앉으며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곤 자신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거기 앉지그래.”
최규환과 맞은 편에 앉았다.
초등학교 때 그리 친하지도 않은 세 친구가 한자리에 앉아 있자 어색했다.
주먹질 한 번에 답답함이 완전히 풀어진 건 아니지만, 뭔가 시원하긴 했다.
늘 저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놈도 그런 생각이었을까?
“왜 날 죽이려고 했지?”
내 물음에 도하준이 오히려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걸 굳이 설명해야 해? 네놈이 싫어서 그랬다. 어쩔래? 날 죽이기라도 하게?”
“어이가 없군.”
“처음부터 네놈의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어. 하찮은 던전 청소부 주제에 너무 희망적이야. 루저는 루저답게 눈빛이 죽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니까.
병맛 같은 이유도 진심처럼 느껴졌다.
“도하준, 난 네놈이 왜 날 싫어하는지 알아.”
도하준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다른 친구들은 영웅 대접을 받으며 연일 TV와 메스컴에 나오며 승승장구하는데, 네놈은 혼자 그 무리에 끼지 못했지.”
“뭐?”
“그러니 맨날 그들을 부러워하며 스스로 루저가 된 거야. 그러니 희망적인 내 눈빛을 보면 참지 못하는 거지.”
“웃기지 마!”
“아니라면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건데? 나까지 친구들처럼 영웅이 되는 게 두려운 거지? 진짜 루저는 네놈이야.”
“미친! 영웅? 그 새끼들은 모두 살인자야!”
도하준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헌터들을 죽이며 키워진 살인자 새끼들이라고! 그런 것들이 무슨 영웅이야!”
이게 무슨 소리지?
그 순간 최규환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당황했는지,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그만하지.”
“뭘 그만해! 너도 그 새끼들과 같은 놈이잖아.”
최규환이 말했다.
“더 떠들어서 좋을 게 없을 건데.”
“왜? 너도 그 새끼들이 무서운가 보지?”
그 순간 최규환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그러자 방을 두르고 있던 물의 막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은 모두 밖에 있는 자들도 듣게 될 거야. 더 떠들어 보시지.”
그 순간 도하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왜? 더 떠들어 보라니까!”
최규환의 앞으로 모여든 물이 운디네로 변하면서 당장에 도하준을 향해 달려갈 기세였다.
도하준은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곤 멍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너무 흥분해 말하지 말아야 할 내용을 말해버린 것이다.
“병신 새끼, 그러니까 네가 그 그룹에 끼지 못한 거야.”
최규환은 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를 따라나섰다.
“도하준이 한 말이 무슨 뜻이야? 살인자라니?”
“네가 알아봐야 좋을 게 없어.”
“그래도 들어야겠어.”
분명히 들었다.
헌터들을 죽이며 키워진 살인자!
내 단호한 표정을 본 최규환은 입술을 깨물었다.
“여긴 장소가 좋지 않아. 네가 구해달라는 집을 서울역 근처에 마련해 놨어. 수진씨를 집에 데려다주고, 일단 그곳으로 가자.”
***
서울역 앞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그곳에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말볼!”
소파를 물어뜯고 있던 놈이 나를 보자 달려왔다.
미친 듯이 나를 보며 꼬리를 치는 놈을 보자, 게이트에 데려가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너무 비싼 곳으로 구한 거 아냐?”
“뇌물이야. 월세는 우리가 낼 테고, 아래층까지 모두 우리가 임대해서 보안까지 좋아.”
“최규환, 다시 말하지만, 난 국가 헌터원 안 들어간다.”
“알아.”
최규환이 장식장에서 양주 한 병을 꺼내 술잔에 따랐다.
“한잔할래?”
“아니, 그보다 어서 듣고 싶은데.”
“난 한잔해야겠다.”
독한 양주를 원샷하더니 다시 한번 술잔에 양주를 가득 따랐다.
“정령사는 취하고 싶어도 술에 취하기 어려워. 몸속에 깃든 정령의 기운이 몸에 나쁜 것들이 들어오면, 밖으로 내보내거든...”
최규환이 반쯤 뜯어진 소파에 앉았다.
나도 말볼을 무릎에 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최규환이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림이다.
“토사구팽이란 말, 알아?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필요 없어지니 삶아 먹는다는 말.”
“물론.”
“나와 6학년 3반 친구들은 모두 사냥개였어.”
덤덤히 말을 시작했지만, 입술이 마르는지 술로 입술을 계속 적셨다.
“그러니까 각성하고 얼마후에 군인들이 우리를 데려갔어.”
15년 전일이었다.
갑자기 전 세계에 게이트가 출몰하고, 괴수들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은 죽어가고, 경찰은 괴수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급하게 군대가 출동하고, 괴수들과 전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군대 역시 속수무책으로 밀렸고, 근근이 괴수들의 전진을 막는 수준이었다.
인류가 먹잇감이 되어 처참하게 잡아 먹힐 때,
그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각성자였다.
각성자, 일명 헌터.
그들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초인이었다.
판타지 소설이나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처럼 각종 능력을 발휘하며, 괴수와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터무니없이 강한 괴수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등급이 낮은 괴수들이야. 뭉쳐서 잡으면 됐지만, B급이나 A급 괴수들은 헌터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악마이자, 절대 괴물이었다.
그때 권력층에 있던 자들은 헌터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괴수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강력하고, 높은 등급의 헌터.
그러면서 말 잘 듣는 사냥개가 필요했다.
심각한 표정의 최규환이 물었다.
“헌터가 경험치와 등급을 올리기 제일 쉽고 빠른 방법이 뭔지 알아?”
“설마? 아까 도하준이 한 말이 사실이야?”
그는 분명 헌터들을 죽이며 키워진 살인자라 했다.
최규환이 한숨을 쉬었다.
“휴! 그래, 같은 헌터를 죽이는 거야. 그럼 괴수를 죽일 때보다 경험치를 몇 배나 먹지.”
최규환의 이야기를 듣자, 슬슬 머릿속에서 정리가 됐다.
첫 A급 게이트 주변에서 각성한 자들은 유난히 재능과 능력이 뛰어났다.
그때 나를 뺀 6학년 3반의 아이들이 모두 각성했고, 그들은 특수한 시설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제적으로 어른 헌터를 죽이게 했다. 최규환이 그 과정까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결론은 그거였다.
다른 헌터를 죽여 경험치를 먹어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
이 일을 꾸민 자들이 아이들을 고른 이유야 뻔했다.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사냥개로 만들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인지 최규환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등급이 오른 우리는 사냥개처럼 괴수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했어. 그리고 연일 그 모습과 우리의 활약이 신문과 방송,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갔지. 그럴수록 우린 더 열심히 싸웠어. 그땐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었으니까.”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피난민 시설에서 TV와 라디오로 연희와 반 친구들이 연일 괴수들을 무찌르는 방송을 들었고, 사람들은 희망을 품었다.
아무리 각성자라지만, 어린아이들이 괴수와 목숨을 걸고 싸우자, 어른들은 몸을 사리는 대신 총과 몽둥이를 들고 함께 괴수에게 대항했다.
그 결과 5년 만에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괴수들을 모두 무찌르고, 사람들은 다시 밝은 세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선두에 서서 괴수를 죽인 6학년 3반 각성자들은 국민 영웅이 됐다.
그들 때문에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피해가 작았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지의 공간인 게이트로 들어가 괴수를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에 인류 최초로 A급 헌터가 된 연희가 있었다. 그녀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고, B등급 게이트 정도는 홀로 클리어하는 실력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넘사벽이라고 알려진 S급 헌터가 됐다.
어쩌다 튀어나온 거대한 A급 괴수를 채찍 하나로 불태워 죽이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을 넘어 신봉하는 자들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말이지... 그들이 어리석게도 우리를 제거하려 했어.”
최규환이 피식 웃었다.
“사냥감이 없어지니 우리를 잡아먹으려 했지. 우리가 너무 강해진 것이 이유였어.”
“그들이 대체 누구야?”
“알만한 자들은 그들을 귀족이라 불렀지. 권력층에 있던 첫 번째 각성자들, 그리고 헌터 협회를 처음 만든 헌터들, 군 수뇌부들, 그리고 정치인. 물론 우리를 죽이려고 도모했던 자들은 그날 모두 죽었어.”
사냥개를 죽이려다, 주인이 되려 물려 죽은 격이었다.
“창수는? 창수에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안타까운 일이지, 사실 그들의 계획은 완벽해 보였어. 물리적으론 우리를 죽일 수 없어, 독을 쓰려고 한 거야.”
“독?”
“그래,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게이트를 클리어한 기념으로 사냥개들과 주인들이 모이는 축하 파티가 열렸지. 그곳에서 S급 괴수인 베히모스의 독을 술에 탄 거야.”
“그런데 실패했군.”
“그래, 사전에 계획이 발각됐지, 그 계획을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 창수였어.”
“뭐?”
“멍청한 놈이 그 계획을 발설하고도 그들의 편을 들었어. 그리곤 그들에게 기회를 한 번 주자고 빌기까지 했지.”
갑자기 뇌리에 한 기사가 떠올랐다.
‘그럼 그때 그 뉴스 기사가?’
청와대에서 파티가 열렸고, 그 주변에 게이트가 떠서 많은 사람이 괴수에게 죽었다는 기사를 봤다. 다행히 근처에 6학년 3반 영웅들이 있었기에 더 큰 참사를 막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의문이 들었다.
게이트는 하나만 생기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그곳에 생긴 게이트 말고는 어떤 곳에서도 게이트가 생겼다는 소식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지? 왜 창수가 그들 편을 든 거지?”
“그때 헌터 협회 회장의 딸하고 사귀는 사이였다고 들었어.”
갑자기 마음이 먹먹하다.
그다음은 왠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병신 같은 놈이 친구들을 배신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여자를 배신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친구들의 비밀을 어느 정도 알게 되자, 시원함보단 답답함이 가슴을 눌렀다.
특히 창수의 사연을 듣게 되자, 놈이 너무 불쌍했다.
“아무튼, 그때 그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지. 가장 강력한 헌터 협회는 우리가 장악했고, 3대 길드와 몇몇 헌터 관련 대기업까지 힘으로 집어삼켜 나눠 가졌어. 물론 그때 가담하지 않은 귀족 세력들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헌터 협회의 눈치만 보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지.”
대한민국의 흑역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젠 6학년 3반 출신들을 신귀족이라 불러. 유일하게 빠진 것이 태준이 너와 창수, 그리고 도하준이야.”
***
며칠 후.
“저기, 나온다!”
“와아아아아!”
멀리 이연희의 모습이 보였다.
고성 바닷가 위에 이글거리는 A급 게이트가 드디어 클리어된 것이다.
그 뒤로 많은 헌터가 게이트 밖으로 나왔고, 군인들이 일대를 철통같이 지켰다.
“이연희 헌터님, 게이트는 누가 클리어했습니까?”
“게이트에서 나온 보상이 뭡니까?”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러나 바리케이드를 뚫진 못하고 밖에서 질문 공세를 펼쳤다.
연희는 조금 피곤한 얼굴로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었다.
“나태준씨가 각성한 건 아십니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기자의 질문에 연희가 걸음을 잠시 멈췄다.
질문한 기자는 신귀족이라 불리는 6학년 3반 출신 헌터들이 대기업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실종되거나 사고로 죽은 것을 파헤치고 있는 신혜성 기자였다.
기자가 알 정도면, 나태준이 각성했다는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빨리 가죠.”
이연희가 헬기를 타고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