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36화 (36/149)

# 36

36. 도살자의 눈(2).

‘도살자의 눈?’

스킬인가?

상태창을 열어봐도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숨겨진 백정 기술?

모르겠다.

분명 [개안, 도살자의 눈]이란 메세지와 [도살자의 눈이 발동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런데 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거지?

생각을 접었다.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팀원들을 도와야 했다.

“말볼 물러서!”

앞으로 내달렸다.

곧 여섯 개의 거대한 다리 사이로 파티원들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강민수는 거대한 괴수의 턱을 피하며, 쉬지 않고 소총을 쏘고 있었고, 수진이는 괴수의 눈을 향해 화살을 쏜다. 윤상희는 날카롭게 찔러지는 두 개의 더듬이를 두 자루의 도끼로 막고 있었고, 그 뒤에는 이수호가 박수무당 정기용을 부축해 물러서고 있었다.

이수호의 홉고블린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고, 정기용은 다리를 다쳐 검을 겨눌 뿐 공격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한 마디로 그들은 고전하고 있었다.

‘놈의 뒤를 친다!’

비겁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괴수와 인간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관계.

먹히지 않으려면 죽일 수밖에.

인류의 천적은 괴수였지만, 괴수의 천적 또한 헌터다.

놈을 죽여 진정한 괴수 백정이 뭔지 보여주마.

바람처럼 달리다가 다리에 잔뜩 힘을 주었다.

다리가 팽창되면서 근육이 꿈틀거리고, 혈관의 피가 뜨거워졌다.

힘이 넘친다.

쿵! 쿵! 쿵! 쿵!

땅이 파이고, 진동이 느껴진다.

처음으로 흉포한 마그투스 각반의 힘을 아낌없이 쏟는다.

“카가각?”

내가 달리는 진동을 느꼈는가?

여왕 안탈리안이 뒤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으아!”

달리던 힘을 더해 몸을 날렸다.

드롭 킥(Drop kick)!

A급 괴수 마그투스, 그놈의 10톤 힘이 담긴 두 다리가 놈의 뒷다리를 강타했다.

쿵! 쩌억!

놈의 다리가 안쪽으로 꺾이면서, 거대한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쿠앙!

“카오오오!”

여왕 안탈리안이 괴성을 질렀다.

놈이 한쪽으로 주저앉았고, 나 역시 땅에 떨어진 충격에 숨이 막힌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일어나 갈고리를 던졌다.

“됐다!”

여왕의 날개에 갈고리가 걸렸다.

촤르르르!

쇠사슬이 감기며 몸이 위로 떠오른다.

놈이 접혔던 다리를 뻗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여섯 개의 다리 중에 내가 때린 뒷다리는 이미 부러졌기에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 역시 이번 충돌로 다리에 큰 무리가 갔을 것이다.

놈이 다섯 개의 다리로 일어서는 사이 놈의 등에 올라섰다.

“쉬지 말고 계속 공격해!”

내 목소리에 잠시 머뭇거리던 강민수가 다시 여왕의 머리를 향해 집요하게 마력 소총을 쏘았고, 윤상희가 앞다리를 향해 내달렸다.

쩍! 펑! 화르르르!

화염의 도끼와 야수의 도끼가 연이어 앞다리에 적중하자, 놈이 고통에 찬 소리를 질렀다.

이 다리는 앞서 정기용이 청홍검으로 여러 번 상처를 낸 곳이었다.

여왕이 고통에 찬 앞발을 휘둘렀다.

윤상희는 피할 시간이 없어서 도끼로 막았다.

하지만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크헉!”

충격이 상당해 보였다.

수진이가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들이 전면에서 시선을 끌고 있을 때, 등 위에서 관찰(lv4) 스킬로 놈의 빈틈을 찾았다.

‘제길, 보이지 않아!’

관찰 레벨을 4까지 올렸지만, 어째서인지 B급 괴수의 방어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거대 개미들의 급소인 배와 가슴 사이의 마디를 향해 백정의 칼을 힘껏 내려쳤지만, 너무 단단해 뚫지 못했다.

여왕의 껍데기는 달랐다.

마치 탱크 같았다.

칼을 내려쳐도 소용없자, 꼭 소총을 든 병사가 탱크 위에 올라온 느낌이 들었다.

그때 투명하고 거대한 물체가 매섭게 날아왔다.

피할 곳이 없어 몸을 잔뜩 웅크려 가슴과 배 사이에 누웠다.

팡! 팡!

거센 바람만이 내 몸을 때렸다.

“휴!”

여왕이 날개를 펄럭여 나를 공격한 것이다.

등 쪽이라 별다른 공격수단이 없을 줄 알았지만, 날개의 위력은 상당했다.

다행히 날개가 직접 내 몸을 때린 것은 아니었고, 마디가 오목했기에 떨어지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일행은 위태해 보였다.

강민수가 전면에서 버티곤 있지만, 다른 일행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점점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호기롭게 등 뒤로 올라섰지만 내가 한 일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계속 휘둘리는 저 거대한 날개에 제대로 맞는다면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꿈틀!

‘뭐지?’

껍데기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어, 왜 이러지?

눈을 깜박이자, 그냥 딱딱한 검은색 껍데기만 보였다.

그 순간 뭔가 또 다시 꿈틀거린다.

시야를 집중했다.

그러자 껍데기가 조금씩 흐려 보이더니, 갑자기 그 내부가 보였다.

근육인가?

껍질에 붙은 촘촘한 근육과 힘줄이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건 혈관이다!’

가슴에서부터 꿀렁대며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와 배 전체로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부가 보이는 거지?

아니 느껴지는 건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었기에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여왕은 완벽히 외부를 차단했기에 그 내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시선이 닿는 곳엔 내부가 훤히 보였다.

‘이게 도살자의 눈?’

모든 동물은 숨을 쉬고, 먹이를 먹고, 물을 마신다.

살도 있고, 뼈와 근육도 있고, 피도 흐른다. 이 모든 것은 살아있는 생명의 활동이다.

지금 내 눈에는 생명 활동을 하는 여왕 안탈리안의 몸속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여왕 안탈리안이 공기를 들여 마신다.

그에 따라 호급 기관들이 꿈틀대는 모습이 보였다.

놈도 숨통이 있었다.

가슴에 두 개의 심장이 힘차게 뛰고, 심장에서 뻗어 나온 혈액이 온몸 구석구석을 흘렀다. 놈의 식도와 위, 내장들이 보였고, 근육과 힘줄, 살이 꿈틀거리며 거대한 몸체가 움직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마치 실시간으로 괴수의 엑스레이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여왕의 가슴과 배를 잇는 마디의 껍데기는 매우 두껍고 단단했다.

이곳이 약점이 아니었다.

“악!”

수진이의 짧은 비명이 들렸다.

하지만 도울 순 없었다.

당장 놈의 약점을 찾지 못하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완벽해 보이는 여왕 안탈리안의 몸이었지만, 어딘가에 빈틈이 있을 것이다.

도살자의 눈으로 놈의 약점을 찾는다.

여왕의 정신없는 날개 공격 때문에 위쪽은 제대로 살필 수가 없다.

갈고리를 걸고 쇠사슬을 잡고 놈의 아래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등보단 아래쪽이 더 약하지 않겠는가.

심장을 감싼 가슴의 껍질은 철갑처럼 단단하다.

고개를 돌려 배 쪽을 쳐다보았다.

‘응 저긴?’

껍질이 가장 얇은 곳이 보였다.

알을 낳는 산란관.

피부가 제일 얇고, 내부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저기다.

저곳을 공격해야 한다.

반동을 이용해 몸을 움직였다.

쇠사슬이 그네처럼 왔다 갔다 움직이자, 곧 산란관 근처까지 올라왔다.

한 번에 성공해야 했다.

놈이 알아차리면 접근이 힘들 것이다.

백정의 칼을 고쳐 쥐었다.

간다!

‘도살!’

파팍!

놈의 산란관에 백정의 칼을 반쯤 박았다.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다시 한번 왕복해 발등으로 칼 손잡이를 차려 했다.

하지만 여왕의 거대한 뒷다리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크고 날카로운 다리가 날아오지만, 막을 만한 무기가 없었다.

한 손은 쇠사슬을 잡고 있었고, 백정의 칼은 놈의 산란관에 박혀있었다.

“제길!”

어쩔 수 없이 갈고리 배낭을 버리고, 아래로 떨어졌다.

쿵!

각반의 위력 때문에 제대로 착지했지만, 머리까지 울리는 느낌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두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다리를 웅크렸다.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각반의 힘을 최대한 모아 내 칼을 향해 뛰어올랐다.

칼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비대각(批大卻)!”

스킬을 발동시키고 칼을 잡는 순간, 백정의 칼이 드릴처럼 놈의 산란관을 파고들며 틈을 벌렸다.

그리고,

“도대관(導大窾)!”

칼날이 괴수의 살을 찢으며, 놈의 몸속에 3개의 구멍을 뚫었다.

그 순간 여왕의 입에서 엄청난 비명이 들렸다.

내가 뚫은 구멍에서 피와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나왔다.

거대 괴수가 고통에 미친 듯이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한 손으로 놈의 찢어진 근육을 잡고, 칼을 계속 휘둘렀다.

틈을 벌리기가 어려웠지, 한번 틈이 생기면 다음엔 칼이 가는 대로 움직이기만 해도 살과 근육을 발라내는 게 백정이다.

“도대관(導大窾)!”

다시 한번 놈의 뱃속을 향해 새로 익힌 백정의 스킬을 쏘았다.

순식간에 위와 내장에 세 개의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피와 내장이 흘러내렸다.

도대관 스킬로 생긴 상처는 쉬 아물지 않기에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쏟아진 내장을 잡고 놈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카오오오오오!”

끔찍한 괴수의 비명에 굴 전체가 울렸다.

“지금이야! 놈이 약해졌을 때 공격하자!”

윤상희가 입가에 피를 닦으며 휘청대는 놈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휙휙휙! 쩌억! 화르르르!

화염의 도끼가 놈의 이마에 박혔다.

연이어 한수진이 쏜 화살이 날아가 놈의 눈에 박혔다.

타탕! 타타타타탕!

강민수는 계속 여왕 안탈리안의 머리를 향해 소총을 쏘았다.

집중공격에 괴수의 머리 쪽에도 타격이 컸다.

쿵! 쿠쿠쿵!

여왕은 배가 끊어지고 후벼 파는 고통에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부 장기가 모두 끊어졌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놈은 죽어가고 있었다.

마무리를 위해 윤상희가 야수의 도끼를 들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저놈은 내가 잡는다!”

강민수가 소총을 쏘며 앞서 달려갔다.

파아!

그때, 괴수의 위쪽 배가 뚫리며 태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난 피를 흘렸고, 배속을 완전히 다진 고기로 만들었지만, 여왕은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정말 지독한 생명력이었다.

아무래도 뇌를 파괴하거나 숨통을 끊어야만 죽을 것 같았다.

태준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늦었다! 이대로면 강민수에게 막타를 빼앗기고 만다.’

윤상희가 따라붙었지만, 강민수보다 두어 걸음이나 뒤에 있었다.

게다가 몸으로 그녀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기에 도끼를 던질 수도 없었다.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클리어 보상은 막타를 친 사람이 먹기로 계약했기에 그가 여왕을 죽이면 모두 가져갈 것이다.

사실 다른 맴버들은 보상을 가져가도 앞으로 함께할 사람이라 상관이 없었지만, 강민수는 자신의 사람이 아니었다.

최규환의 사람으로 언제든 떠날 테니, 그가 먹는 것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태준은 크게 상관없었다.

그보다 오늘 개안한 “도살자의 눈”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머릿속이 꽉 찬 상태였다.

괴수의 호흡과 혈맥, 근육의 움직임을 본다고 해서 괴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기술만 잘 익히면, 거대 괴수의 몸속 흐름을 보고 그것을 이용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디가 강한지 약한지, 약점도 파악할 수도 있었다.

이는 앞으로 다른 게이트를 클리어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죽어!”

강민수가 괴수의 뇌를 향해 칼을 찔렀다.

푹! 푸욱!

[여왕 안탈리안(B)을 잡았습니다.]

[현재 카운터 : 안탈리안 알 - 100,000/ 100,000, 여왕 안탈리안 - 1/1]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이 게이트는 72시간 후에 소멸합니다. 남은 시간 - 71:59:59]

[보상으로 아이스 월 마법서(레어)를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서리의 룬(레어)을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스켈레톤 소환룬(노멀)을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불타는 가시덤불(유니크)을 얻었습니다.]

게이트 클리어 알람이 떴다.

그리고 보상이 2개가 아니라 4개가 올라왔다.

강민수가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쳇! 아깝군.”

자신의 소총 앞에 장착한 황금색 단검은 분명 여왕의 뇌에 박혔다.

그런데 그 옆에 붉은 손잡이의 검 또한 박혀있었다.

강민수가 단검을 빼며 정기용을 바라봤다.

“제대로 엿을 먹었군.”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바로 뒤에 따라온 윤상희 물었다.

강민수는 대답 대신 정기용을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이 정도 아이템 때문에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여왕을 죽이기 위해 계속 한 곳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시간은 좀 걸렸겠지만, 페이스만 계속 유지했으면 나태준의 도움 없이도 여왕을 죽이고 클리어할 수도 있었다.

“모두 괜찮아?”

일행에게 돌아왔다.

다들 몰골이 좋진 않았다.

수진이에게 물었다.

“다쳤어?”

“죽을 정돈 아니에요.”

그녀는 여왕의 더듬이에 어깨를 찔렸다.

그럼에도 무리해서 활을 쐈기에 상처가 많이 벌어졌다.

“상희씨가 수진이 지혈 좀 해줘요.”

“오케이. 어? 그런데 말볼은 어디 갔지?”

“괴수 배 속에서 포식하고 있을 겁니다.”

말볼은 처음 보는 괴수의 내장을 먹고 있었다.

밖에서는 쇠고기를 가장 좋아했지만, 그건 괴수 고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정리하고 자리를 옮기죠. 여왕이 죽었으니, 언제 괴수들이 몰려올지 모릅니다.”

수진이는 윤상희가 부축했고, 이수호가 정기용을 업었다.

내가 선두를 강민수가 후미를 맡았다.

부상자는 있었지만, 한 명의 낙오도 없이 게이트 입구로 향했다.

***

“여길 어떻게 올라간다?”

윤상희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부상자까지 있었으니, 천장에 있는 게이트 위로 올라가는 것도 일이었다.

“내가 먼저 올라가서 게이트 옆쪽에 밧줄을 걸겠습니다.”

강민수가 인벤토리에서 밧줄과 등산 장비를 꺼냈다.

“그리고 먼저 나가서 공격하지 말라고 좀 해주십시오. 전에 안탈리안 일꾼들이 우르르 몰려나갔으니, 아직도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네, 그러죠.”

강민수가 먼저 벽을 타고 올라갔다.

그는 꼭 전문 산악인 같았다.

그가 게이트 천장에 줄을 매달고 밖으로 사라지자, 정기용이 말했다.

“태준 대장, 이거 받으세요.”

“뭐죠?”

“게이트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입니다.”

“네?”

정기용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그거 강민수씨가 클리어한 거 아닌가요?”

뒤에서 봤을 땐 강민수가 클리어한 것 같았다.

이수호가 말했다.

“강민수가 괴수의 뇌를 찌르러 가길래, 정기용씨에게 말해 검을 던지게 했습니다.”

“아, 그랬군요.”

출구로 돌아가는 내내 강민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이템을 혼자 독식까지 했으면서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이제야 알겠다.

뼛속까지 군인이라 했지만, 아이템 욕심은 모든 헌터의 기본이었다.

이수호의 재치가 아니었으면, 큰 손해를 볼뻔했다.

“하지만 그건 정기용씨가 획득한 것이니, 처음 계약대로 정기용씨가 갖는 것이 맞습니다.”

정기용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러지 마십시오. 그랬다간 다시는 조자룡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건 무슨 소리죠?”

“조자룡이 자신이 획득한 것이니, 주공께 드리라고 협박했습니다. 아니면 앞으론 이 몸이 죽더라도 절대 나서지 않겠다고...”

“하하, 그럼 일단 받아 놓을 테니, 나중에 어떻게 할지 고민하죠. 지금은 어서 밖으로 나갑시다.”

부상자가 치료가 가장 먼저였다.

***

심선경 사무관은 적은 수로 이렇게 빨리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한 명도 낙오자 없이 나오자, 조금 놀란 표정이다.

“뭐? 다시 게이트로 들어가겠다고?”

윤상희가 내 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네, 아직 게이트 소멸하려면 60시간 정도 남았으니, 몇 마리 더 잡고 오려고요.”

“뭐? 그럼 우리도 같이해야 하는 거 아닌가?”

“부상자들은 상처 치료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말볼 좀 부탁해요.”

“오케이 알았어.”

윤상희 역시 갈비뼈가 부러졌고, 수진이와 정기용은 당장 치료를 받아야 했다.

“조심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았다. 수진이 너도 치료 잘 받아라.”

“저, 태준이 형.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이수호가 나를 보며 물었다.

“넌 멀쩡하니, 원래 데리고 가려고 했어.”

“아!”

이수호의 얼굴이 환해졌다.

막상 C급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자신의 홉고블린이 제일 쓸모 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홉고블린이 사라지자, 자신은 여고생 한수진보다 약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정말 단련이 필요했다.

그리고 정기용의 활약 역시, 큰 자극제가 됐다.

가장 쓸모없던 그가 조자룡의 혼을 끌어내면서 엄청난 실력을 선보였다.

정기용이 체력만 끌어 올린다면 앞으로 더 큰 활약을 할 것이다.

강민수는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태준의 실력이면, 언제든 게이트 밖으로 나올 것이다.

그는 최규환에게 이번 게이트에서 있던 일을 보고하러 그 길로 국가 헌터원으로 달려갔다.

“들어가자!”

이수호와 게이트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 B급 괴수를 정말 가까스로 이겼다.

그러니 게이트가 있고 괴수가 있을 때 쉴 틈 없이 단련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터득한 도살자의 눈을 더욱 가다듬을 생각이었다.

“받아.”

“이게 뭐예요?”

인벤토리에서 저번 게이트 보상으로 얻은 우르크 오크 소환룬(레어)을 꺼내 이수호에게 주었다.

“어서 소환해! 이제부터 지옥훈련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