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51. B등급 게이트(1).
“뭐?”
“보다시피 세 팀이 참가하잖아.”
“세 팀? 두 팀이 아니었나?”
“아니, 셋이야. 나와 여기 있는 팀원들은 따로 움직이거든.”
“이상하네. 도심지에 있는 게이트는 허가받지 않은 길드나 헌터는 들어가지 못하는데?”
블리자드 길드도 자신이 힘을 써 참가시킨 것이다.
도심지에 발생한 게이트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입방아에 자주 오르게 되기 때문에 클리어한 길드는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기에 네임드가 아닌 길드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게 어젯밤에 나와 팀원들이 이 주변에서 괴수를 많이 잡았거든, 그래서 참가 기회가 주어졌어.”
그녀가 살짝 웃었다.
자신처럼 이런 일에 힘을 쓸만한 사람은 국가 헌터원의 최규환뿐이었다.
서윤아가 처음 질문에 대답했다.
“음. 내가 볼 땐 블리자드 길드가 클리어할 것 같은데.”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 건가?”
“객관적으로도 그래 보여.”
“험!”
가만히 옆에서 지켜만 보던 국가 헌터원의 강태산 서기관이 헛기침하며 다가왔다.
“서윤아 헌터께서는 우리 국가 헌터원 헌터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닙니까. 저희도 B급 헌터가 둘이나 있습니다.”
“호, 그래요?”
서윤아가 살짝 웃었다.
“그래도 블리자드 길드에 B급 헌터가 배는 더 많으니, 객관적으로 유리한 건 사실이죠.”
“하지만 숫자가 결과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가는 대화 속에 보이지 않는 기세 싸움이 벌어졌다.
한쪽은 헌터 협회 소속의 길드였고, 한쪽은 국가 헌터원 소속 헌터들이었으니, 당연한 분위기였다.
“그럼 내기해보는 건 어때?”
“내기?”
내 말에 서윤아와 강태산이 동시에 반응했다.
“무슨 내기를 말하는 거지?”
“이미 짐작하고 있잖아. 어느 쪽이 먼저 게이트를 클리어하는지 세 팀이 내기하는 거야.”
서윤아가 웃었다.
“자신 있나 보지.”
“물론, 그리고 내기엔 뭔가 걸려있어야 제맛이지.”
“지는 쪽이 목숨을 거는 건 어때?”
“뭐?”
“뭐요?”
“호호, 농담.”
서윤아의 다소 과격한 농담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울보가 싸이코가 됐나?
“유니크 아이템이라도 하나씩 거는 게 어때?”
“유니크 아이템?”
내 제안에 서윤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야 유니크 아이템 하나 없어져도 부담은 안 되지만, 넌 괜찮겠어?”
“난 괜찮아. 이길 거니까.”
국가 헌터원의 강태산도 바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우리도 걸겠습니다.”
“그럼 내기 성립인가?”
서윤아가 고종수를 쳐다봤다.
“뭐해요? 이건 당신 길드 일이잖아요.”
“어?”
고종수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여태까지 대화를 주도한 그녀가 살짝 뒤로 빠졌다.
“좋습니다. 우리 블리자드 길드도 참여하겠습니다.”
유니크 아이템 3개!!
어쩌면 클리어 보상보다 훨씬 좋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내기가 성립되었다.
세 팀이 유니크 아이템을 하나씩 꺼내,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국가 헌터원 B급 헌터 강만수 서기관에게 넘겼다.
“우리 숫자가 부족한테 괜찮겠어?”
큰 내기가 걸리자, 윤상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 지면 유니크 아이템 하나 내놓는 거죠.”
“올!”
그때 최한별이 물었다.
“나 때문에 하는 내기인가요?”
“반은 맞습니다. 저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만 숫자가...”
“솔직히 블리자드 길드하고만 내기하려고 했는데, 헌터원이 끼어들면서 판이 커졌군요.”
최한별은 블리자드 길드원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게이트 안에서 그들의 움직임이나 사냥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내기를 해도 자신들이 유리할 거라 생각해 도발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최고의 사냥개가 있지 않은가.
“저 새끼들 좀 봐, 게이트에 들어가는 숫자를 늘렸어.”
“뭐?”
블리자드 길드는 전체 길드원의 1/5인 100명이나 게이트에 들어갈 생각이었고, 국가 헌터원 역시 60명의 헌터들을 준비시켰다.
그에 반해 태준의 팀은 말볼까지 쳐도 일곱뿐이었다.
“크레인 설치 끝났습니다.”
지상 70미터에 있는 게이트 옆으로 헌터 부대가 타워크레인을 설치했다.
“자, 이동하겠습니다.”
타워크레인이 설치된 건물 위로 올라가서 차례로 크레인에 올라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 것이다.
“어느 팀이 먼저 들어갑니까?”
“우리가 국가의 녹을 먹고 있으니,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국가 헌터원의 헌터들이 먼저 위로 올라가고 다음으로 우리가 들어갔다.
***
푹!
“윽! 이게 뭐야?”
5미터 높이의 게이트에서 나가자마자, 몸의 절반이 늪에 빠졌다.
정기용이 인상을 찡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서, 늪에서 빠져나와.”
태준의 목소리에 헌터들이 그를 따라 늪을 빠져나갔다.
“제길, 옷 버렸네.”
마른 땅으로 올라온 태준이 주변을 살폈다.
한쪽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커다란 늪이었고, 그 정 가운데 게이트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은 마른 땅으로 평지가 100여 미터 정도 이어져 있었고, 뒤쪽은 빽빽한 숲이었다.
클리어 조건이 떴다.
[검은 마법사의 섬(B등급) - 영웅이 소환되면 검은 마법사는 영웅들의 실력을 올리기 위해 괴수들을 검은 늪으로 보냅니다.]
[게이트 클리어 조건 : 숲의 지배자 마그투스(A)를 죽이시오.]
[보상 - ?]
게이트 클리어 조건은 간단했다.
단 한 놈만 죽이면 된다.
“그 검은 늪이란 걸 이걸 말하는 거겠지?”
눈 앞에 펼쳐진 지름 500미터 정도 되는 원형 늪.
“그럼 이곳을 통해 괴수들이 나온다는 말인가요?”
수진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주변에 괴수는 있어?”
“미니맵에는 없어요.”
수진이의 탐색 스킬에 괴수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말볼이 짖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으니, 주변에 괴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어, 저기 국가 헌터원 헌터들이 있어요.”
맞은편에 헌터원 헌터들이 보였다.
그들은 천막을 치고, 캠프를 짓고 있었다.
“우리도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일단 수호하고 수진이가 주변을 수색하고, 다른 사람들은 몸에 묻은 진흙이나 털어내요.”
언제 괴수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다.
“저기 블리자드 길드도 들어오네요.”
정기용이 게이트를 가리켰다.
블리자드 길드원들은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우리와 국가 헌터원이 있는 자리를 피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늪을 사이에 두고, 세 팀이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다.
“저놈들도 텐트부터 치네.”
B급 게이트가 처음인 우리는 어색했다.
“한별씨, 전에 이런 종류의 게이트에 들어온 적이 있습니까?”
“이거와 형태는 달랐지만, 비슷한 게이트는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그녀가 우리 파티원 중에서 유일하게 B등급 게이트 경험이 있었다.
“그땐 동굴형이었는데, 동굴 한쪽에서 괴수가 계속 발생해 끊임없이 들어왔고, 수백 번을 막자, A등급 괴수가 나와 놈을 잡고 클리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 A급 괴수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는 거네요?”
“맞아요. 그건 아무도 모르죠. 저 때는 그래도 운 좋게 한 열흘쯤 지나서 클리어할 수 있었죠.”
한별이 그때 생각이 떠올랐는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생각해 보니 그때 함께 들어간 길드원, 삼 분의 일이 죽었네요.”
“쉬운 게이트는 아니네요.”
“네, 정말 괴수들이 쉴 틈 없이 나오거든요. 빨리 죽이지 못하면, 뒤에 나오는 놈들까지 더해지니, 점점 싸움이 힘들어져요. 무조건 속전속결이 제일 나은 방법입니다.”
속전속결(速戰速決), 낮은 등급의 괴수라면 상관없지만, C급이나 B급 괴수를 빨리 죽이려면 힘을 합쳐서 한 마리씩 죽이는 것이 제일 빠른 방법이었다.
윤상희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숲에서 두꺼운 나무를 해와야겠습니다.”
“그럼 내가 가서 나무를 베고 있을 테니까, 수호씨 오면 오크들 좀 보내.”
“네.”
윤상희가 먼저 숲으로 갔다.
그러자 최한별이 물었다.
“나무는 베서 뭘 하려는 거죠?”
“한쪽을 뾰족하게 깎아서 땅으로 올라오는 길에 박으려고요. 그럼 괴수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걸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래서 한 마리씩 집중해서 잡으려고요.”
“네.”
최한별이 생각하기에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잠시 후.
수진이와 수호가 정찰에서 돌아왔다.
“괴수는 안 보여요. 이쪽으로 500여 미터만 가면 절벽이 나오고, 그 너머는 바다예요.”
“바다?”
“네. 이곳은 섬이에요.”
지름 2km의 작은 섬, 걸어서는 달아날 곳이 없었다.
팀원들이 모두 달라붙어 커다란 통나무를 베고 끝을 뾰족하게 깎아서 늪을 향해서 박았다.
그렇게 작업을 끝내고, 꿀맛 같은 밥을 먹을 때였다.
갑자기 말볼이 짖기 시작하고,
“괴수가 와요!”
수진이의 미니맵에 괴수들이 포착됐다.
늪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속에서 괴수들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상당한 숫자가.
그렇게 시작된 괴수 웨이브.
이곳은 헌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게이트였다.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괴수가 늪에서 튀어나왔고, 마른 땅에 있는 인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헌터와 괴수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아이스 블라스트!”
파파파파팡!
늪 위쪽으로 얼음과 한기가 튀어 오르더니 뾰족한 기둥들이 괴수들의 배를 찌르고, 다리를 얼려버렸다.
“참, 아까 말을 안 했죠? 물이 있는 곳에서는 사정거리가 2, 3배 정도 늘어나요.”
최한별이 달려오는 괴수들을 얼음으로 꼼짝 못 하게 만들자, 수진이가 폭풍의 화살을 날려 한 놈씩 제거했다.
그리고 얼음을 돌아서 올라온 괴수들은 파티원들이 힘을 모아 한 마리씩 잡았다.
“저놈들도 의외로 잘 버티는데?”
숫자가 깡패라 했던가 블리자드 길드원들이 늪에서 올라온 괴수들을 맞이해 제법 잘 싸우고 있었다.
많은 헌터 숫자와 3팀이나 참여했기에 그나마 수월했지, 태준팀 하나였다면, 엄청나게 고전했을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다른 괴수를 많이 잡아도 마그투스(A)를 잡지 못하면,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생긴 놈일까?’
아직 최한별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괴수라고 했다.
그저 크기가 매우 크고,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는 괴수로 다리 힘이 엄청나다는 정보만 있을 뿐이었다.
길고 기나긴 싸움이 반복됐다.
괴수는 매일 3에서 6회 정도 무작위로 나왔으며, 등급이 높은 경우엔 수십 마리, 낮은 등급인 경우엔 수백 마리의 괴수가 튀어나와 우리를 공격했다.
큰 부상자는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육체적인 피곤함이 더해지고, 점점 정신적인 피로도가 쌓였다.
죽은 괴수는 해체한 후에 늪에 버리면, 늪이 알아서 삼켜버렸다.
그렇게 지독한 괴수 웨이브를 계속 막고 있었다.
어느 날 괴수를 잡고 해체하고 있는데, 늪에서 푸른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드디어 이마에 붉은 뿔이 박혀있고, 온몸의 근육이 터질 것 같은 11미터의 거대한 괴수가 늪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쿠아아아아!”
마그투스다!
A급 괴수 마그투스가 늪 한가운데 흉포한 모습을 드러냈다.
최한별, 그녀가 눈에 불을 켜고 태준 팀에서 가장 먼저 달려나갔고, 사방에서 헌터들이 늪을 향해 달린다.
드디어 시작됐다.
A급 괴수 쟁탈전!
[흉포한 마그투스의 각반(유니크)을 사용합니다.]
세 팀의 위치와 거대 괴수 마그투스와의 거리는 똑같다.
그렇다면 누가 빠른가?
“아이스 필드!”
푹푹 빠지는 늪지대 위로 얼음이 언다.
그 위를 최한별이 미끄러지듯이 달려간다.
얼음 위로 뛰어올라 그녀의 뒤를 쫓아간다.
‘겁이 없군.’
최한별, 그녀는 A급 괴수를 향해 달려가는데,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아씨!”
내 뒤를 바짝 쫓아오던 윤상희가 짜증 섞인 소리를 냈다.
첨벙, 첨벙.
나는 가까스로 얼음 위에 올라섰지만, 내 뒤를 따라오던 팀원들은 얼음이 사라져 늪을 힘들게 뛰어오고 있었다.
250미터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다.
마그투스를 향해 블리자드 길드의 헌터들이 화살과 마력 소총을 쏘아댔다.
놈의 시선을 끌기 위함이다.
국가 헌터원 헌터들 역시, 원거리 무기를 쏘고 있었다.
괴수는 짜증 섞인 울음을 토해냈다.
“쿠아아아아!”
수진이 달리면서 역시 화살을 계속 적중시켰지만, 놈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A급 괴수, 마그투스!
놈은 강했다.
놈이 가장 강력한 원거리 화력으로 공격한 블리자드 헌터들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그때였다.
“아이스 에로우!”
얼음 화살이 뒤를 돌아선 마그투스의 뒷다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마그투스의 몸을 돌리기엔 위력이 너무 약했다.
하지만 최한별은 이미 놈의 등 뒤에 도착했다.
차차차착!
그녀의 손에 기다란 얼음창이 생성됐다.
“간다!”
콰앙!
창끝이 놈의 오금에 적중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놈에게 타격을 입힌건 아니지만, 놈이 육중한 몸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그투스가 10톤의 힘으로 최한별을 밟았다.
쿠앙!
바닥에 얼음이 깨지며 물과 진흙이 치솟았다.
“큭! 죽을 뻔했네.”
최한별은 얼음 위를 미끄러져 다행히 괴수를 스쳐 지나갔다.
뒤를 돌자, 나태준의 모습이 보였다.
‘뭐? 벌써 왔어?’
그런데 괴수의 안쪽 발목을 향해 다리를 휘두르고 있는 어리석은 모습이 보였다.
미친!
퍼억!
“쿠아악!”
괴수의 다리가 안쪽으로 휘며 휘청이는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뭐, 뭐야?”
키 11미터의 육중한 마그투스가 인간의 다리에 맞고 휜다고?
나태준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쇠사슬을 던져 마그투스의 목에 걸었다.
쇠사슬이 감기며 위로 뛰어오르더니 놈을 향해 칼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마그투스가 뒤로 주춤했다.
그리고 푸른 검을 든 정기용이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마그투스의 다리를 공격했다.
“놈을 죽여!”
“어서 공격해!”
블리자드 길드원들도 지척에 다가왔다.
“아이스 월!”
높이 8미터의 거대한 얼음 장벽이 반원을 그리며 위로 솟아올랐다.
“헉! 이게 뭐야?”
“어서 뚫어!”
블리자드 헌터들이 얼음 장벽을 공격했다.
그 사이에 이수호와 우르크 오크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사자를 공격하는 늑대들처럼 마그투스의 다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공격!”
파지지지직!
마법사 이광옥이 달려오면서 전격 마법을 마그투스에게 날렸다.
하지만 아직 거리가 짧다.
국가 헌터원의 헌터들도 가까이 도착했다.
다시 한번,
“아이스 월!”
최한별이 입술을 깨물었다.
거대한 얼음벽이 솟아오르며 이광옥의 전격을 막아버렸다.
“이게 뭐야!”
“어서 부셔!”
주먹 힘이 엄청난 강태산은 무거운 몸을 끌고 오기에 아직 절반밖에 오지 않았다.
‘윽,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자신이 얼음 장벽으로 다른 헌터들을 막고 있을 때, 나태준과 헌터들이 거대한 괴수 마그투스를 몰아치고 있었다.
“어서 서둘러!”
소리를 질렀다.
“이야!”
쫙! 쫘자자자작!
윤상희와 한수진까지 안으로 들어오자, 얼음 벽을 확장해 게이트와 괴수를 둘러싼 거대한 얼음 돔을 만들어 버렸다.
이게 한계였다.
온몸의 마나를 모두 쏟아낸다.
쾅! 쾅! 쾅!
헌터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얼음 장벽을 공격했다.
“다리를 공격해!”
윤상희와 정기용, 오크들이 집요하게 마그투스의 다리를 공격했고, 수진이는 폭풍의 화살을 마그투스의 눈을 향해 공격해 놈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나태준은?’
나태준이 마그투스의 목덜미에 매달려 칼을 찌르는 모습이 보였다.
A급 괴수의 피부는 단단했다.
자신의 얼음창도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니 실력은 뛰어나지만, C급 헌터인 나태준의 칼은 절대 못 뚫을...
푸슉!
“쿠에에엑!”
마그투스의 붉은 피가 허공에 뿜어졌다.
뭐?
“이야!”
나태준의 다리가 바지를 찢을 듯 부풀어 오르더니, 마그투스의 얼굴을 후려쳤다.
발에 맞은 커다란 마그투스가 앞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콰앙!
육중한 놈이 쓰러지자, 늪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올라타!”
다리만 공격했던 헌터들과 오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놈의 몸에 올라탔다.
정기용이 마그투스의 항문 쪽에 푸른 검을 찌르고 있었다.
나태준이 마그투스의 목덜미에 무식하게 칼을 쑤셔 박고 있었다.
윤상희가 마그투스의 머리통을 향해 쉴 새 없이 도끼를 찍고 있었다
이수호와 오크들은 마그투스의 등뒤에 올라 무기를 내려 찍고 있었다.
무식하고 야만스러워 보였지만, 저게 진짜 괴수를 사냥하는 헌터의 모습이 아닌가!
마그투스가 고통스러운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키려 두 손바닥을 늪에 뻗었다.
그때였다.
“께겡껭!”
첨, 첨, 첨.
작은 말볼이 마그투스를 향해 돌진했다.
뭐지?
그러더니 겁도 없이 말볼이 마그투스의 귀속으로 들어갔다.
말볼까지 용맹했다.
그 순간.
콰앙!
얼음 장벽이 무너졌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강태산의 주먹이 적중한 것이다.
“뚫렸다! 괴수를 죽여라!”
“공격!”
장벽이 무너지자, 사방에서 헌터들이 마그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마그투스가 크게 휘청이더니 코를 박고 앞으로 쓰러졌다.
쿠아앙!
[마그투스(A)를 잡았습니다.]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이 게이트는 2시간 후에 소멸합니다. 남은 시간 - 1:5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