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54화 (54/149)

# 54

54. 식구(2).

자신들과 있을 땐 어색해하던 연희가 태준이 들어오자, 환한 웃음을 짓는다.

“연희야. 언제 왔어?”

“사흘 전에.”

“미리 연락 좀 하지. 여기 올 줄 알았으면 맛있는 것 좀 많이 사 놓을 텐데.”

“나 치킨 좋아해.”

윤상희가 웃으며 말했다.

“태준씨 웬일이래, 평소에 아무것도 안 사오던 사람이 치킨을 다 사 오고. 연희씨가 텔레파시를 보냈나?”

“아, 그냥 오는데 냄새가 너무 좋아서요.”

“일단 좀 앉죠. 천장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수진이의 말투가 살짝 공격적이다.

“와! 치킨이다!”

기태와 주혁이가 달려와 치킨을 받아 들었다.

배고픈 애들에겐 이 이상 좋은 선물이 없다.

거실에 큰 상이 펴지고, 다들 둘러앉았다.

윤상희가 미소를 보이며 연희에게 말했다.

“식탁이 좁아서, 우린 늘 이렇게 앉아서 먹어요.”

“괜찮습니다. 저도 이렇게 먹는 게 편해요.”

태준이 없을 땐 한마디도 못 하던 정기용이 연희 맞은편에 앉아 말했다.

“손금 좀 봐 드릴까? 제가 천호동에서 꽤 잘나가는 박수무당입니다.”

“기사에서 봤어요. 저와 같은 샤먼 계열이라 반갑네요.”

“아, 보셨군요. 제 샤먼은 무신 조자룡입니다. 아시려나?”

그때 윤상희가 말했다.

“정기용씨, 그런 건 나중에 물어요. 먹을 거 앞에 두고 질문은 실례에요.”

“아, 그런가요.”

후라이드, 양념, 마늘 치킨까지 9마리가 상을 가득 메웠다.

나머지 한 마리는 말볼 차지.

다들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연희도 다리를 하나 크게 물었다.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할 줄 알았건만, 손으로 잡고 먹는다.

순식간에 다리가 뼈만 남았다.

그러더니 이번엔 날개를 하나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정말 치킨 좋아하는구나.

‘크, 잘 먹으니 좋네.’

연희가 먹는 걸 보기만 해도 그냥 웃음이 지어졌다.

사랑에 빠지는 시간보다 중요한 건 함께 먹는 시간이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뭔가를 함께 나눈다는 뜻이기도 했기에 식구란 말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나름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연희야.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대답은 윤상희가 대신했다.

“태준씨가 핸드폰을 놓고 갔길래, 내가 받았어. 용산에 있다길래 집으로 초대했지.”

“아, 잘하셨어요.”

윤상희가 나를 보더니 살짝 윙크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했던가.

내가 연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녀가 부른 것이다.

“참, 중국은 어때? 이번에 가서 A등급 게이트를 공략한 거지?”

“응, A급 맞아. 요즘엔 중국도 헌터들 등급이 높아져서 자기들끼리도 A등급 게이트를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어. 하지만 땅이 넓다 보니 게이트 숫자가 너무 많아서 우리나라에서 자주 원정을 가는 거야.”

“일본 헌터들은 안 가나?”

“그쪽 헌터들과는 연락이 되지 않은지 꽤 됐어. 소문엔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하더라고.”

연희는 국제 정세에도 꽤 밝았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현재 헌터 강국으로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었고, 해외에 파견할 정도로 숫자도 많고, 높은 등급의 헌터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일단 A등급의 헌터가 된다면, 해외 게이트도 공략할 수 있었기에 게이트가 부족할 일이 없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헌터들이 유럽이나 중동 같은 곳에 상주하면서 괴수를 잡고 돈을 버는 직업 용병도 제법 있었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수진이가 입을 열었다.

무슨 질문을 하려는지 살짝 긴장됐다.

“연희씨가 초등학교 때 태준 오빠 따라다녔단 말, 그거 거짓말이죠? 그쳐?”

내가 평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맞아요.”

“네?”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얼굴을 심하게 다칠 뻔했는데, 태준이가 몸으로 막았어요. 지금도 등에 상처가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어깨 날갯죽지가 쑤셔오는 것 같았다.

연희 역시 그날의 일을 잊지 않았다.

“그때부터 쭉 따라다녔죠...”

말끝을 흐렸지만, 다들 연희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그렇게 치킨 타임이 끝나자, 정기용과 기태가 연희에게 다가왔다.

둘 다 연희에게 질문할 것이 많았다.

일단 정기용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궁금해 물었다.

그의 말을 들은 연희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특이한 경우네요. 영웅급 샤먼이 2개라니.”

연희도 한 사람이 한 등급의 샤먼을 둘이나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아주 간혹 죽을 만큼 큰 상처를 입어 계약이 강제 해지되고, 다시 샤먼을 얻는 경우는 들어봤는데, 동시에 둘을 접신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혹시 지금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그게, 이곳에서는 다른 샤먼들과 똑같은데, 게이트 안에서만 이상해져서 2번 접신해야 합니다.”

또 다른 특이점이었다.

이런 일이 게이트 안에서만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그녀 역시 거기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럼 언제 게이트에 가서 확인해봐야겠네요.”

“휴, 그렇군요.”

연희도 당장은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정기용은 별수 없이 전설급 샤먼을 얻기 전까진 지금처럼 두 번 접신해야 할 것 같았다.

“누나. 이제 제 차례인가요?”

기태가 다가왔다.

“손님을 너무 귀찮게 구는 거 아닌지 몰라.”

연희를 향해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 치킨도 얻어먹었는데, 이런 거라도 도와야지.”

기태가 말했다.

“연희 누나! 샤먼을 소환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레전더리급 샤먼요.”

“뭐? 어려운 일은 아닌데, 넓은 장소가 필요해.”

“옥상에 헬기장이 있어요.”

“좋아, 그리 가자.”

다들 우르르 헬리곱터 착륙장으로 이동했다.

레전더리급 샤먼을 다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기태 부탁으로 연희가 착륙장 위에서 전설급 샤만을 소환했다.

“갈라졌던 두 개의 영혼이여, 원래 하나였던 내 몸에 강림하소서.”

웅웅웅!

반투명한 거대한 하얀빛이 연희를 보호막처럼 두르기 시작했고, 그녀는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쏟아지고 있었다.

“허! 세상에! 저 크기 좀 봐.”

그리고 연희 주변으로 창을 들고 있는 거대한 샤먼의 형상이 드러났다.

전설급 샤먼은 저렇게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었고, 저 형상이 휘두르는 무기나 주먹에 괴수가 쓰러진다.

기태는 말볼을 품에 안고, 연희 옆에서 뿜어내는 파장을 살펴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며 말볼의 파장과 비교했다.

“고맙습니다. 잘 봤습니다.”

기태의 부탁까지 들어준 연희와 우리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뭐 좀 알아냈어?”

내 물음에 기태는 웃고 있었다.

“네. 말볼이 아무래도 접신을 한 것 같아요.”

“뭐?”

“설마?”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정말 말볼이 막타를 치고, 보상까지 받았다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볼이 접신 스킬이라도 배웠단 말이야?”

“네. 저도 이해할 순 없는데, 파장의 패턴이 기본적으로 같아요.”

정기용은 믿을 수 없었다.

자신도 이제 영웅급으로 접신했는데, 말볼이 전설급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말볼이 샤먼 계열의 헌터처럼 접신 스킬을 배운 것이 분명해요.”

“나도 그렇게 들었어.”

이연희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내가 접신한 샤먼이 저 강아지에게서 화룡 헬라카스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던데. 맞아?”

그녀에겐 이번에 얻은 레전더리 샤먼이 헬라카스의 샤먼이라고 말해준 적이 없었다.

“맞아.”

“맞아요.”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정기용이 놀라서 물었다.

“전설급 샤먼과 서로 대화도 하는 겁니까?”

“모두 그런 건 아닙니다. 일부 상위 신들만 접신시 서로 대화가 가능하죠.”

“아. 그렇군요.”

그녀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화룡 헬라카스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하네. 폭주할 위험이 크고, 본체의 정신을 지배해 죽을 때까지 접신 상태를 해제하지 않을 수도 있데.”

“그런데 겉으로 보기엔 네가 접신한 모습과 달라 보이는데?”

말볼은 지금 이연희처럼 샤먼의 형상이 밖으로 나온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왜 접신한 샤먼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건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언제든 튀어나올 가능성은 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말볼이 막 하늘을 날아다니고 용처럼 입에서 불도 쏘고 그럴 수도 있단 말이야?”

“그건 잘 모르겠는데.”

당장 닥치지 않은 일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아무튼, 고마워. 덕분에 큰 궁금증이 풀렸다.”

“다행이네. 내가 도움이 됐다니.”

“자, 다들 커피 한 잔씩 해요.”

윤상희가 커피 믹스를 타왔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완전히 풀코스였다.

“그런데, 한별씨는 왜 한마디도 안 해요?”

“네? 제가요?”

윤상희의 질문에 최한별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미녀들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인가?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최한별이 도도하고 접근하기 힘든 차가운 매력이라면, 이연희는 뭔가 여신의 기품과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

“너무 시간이 늦었네. 이만 일어나야겠다.”

밤이 되자, 이연희가 일어났다.

“벌써가게?”

“내일 제주도로 내려가야 해.”

“아, 또 A급 게이트?”

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S급 헌터도 쉴 때가 있어야 할 텐데.

그녀는 자신처럼 쉴 새 없이 게이트를 찾아다니는 부류였다.

“나오지 마. 지하주차장에 오토바이가 있어.”

“그래. 항상, 조심하고.”

윤상희가 내 등을 밀었다.

“어디 이 늦은 밤에 여자를 혼자 보내려고, 주차장까지 배웅하고 와요.”

“아, 그렇죠.”

그녀의 충고로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둘만 있으니, 입술에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잊어버릴 뻔 했네. 이거 받아.”

“뭐야?”

“전에 준다던 아이템.”

전에 연희와 통화했을 때 A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받은 아이템을 내게 준다고 했었다.

“이거 받아도 되나 몰라?”

“괜찮아, 난 이런 아이템 많아.”

“그럼 다음에 제주도에서 올라오거든 내가 근사한대서 밥 한 번 살게.”

“데이트 신청이야?”

“그래.”

띵!

야속한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빠른지.

지하에 도착했다.

그녀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연희에게 용산에 S급 게이트가 생성 중이란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라면 내 말을 믿어 줄 것이다. 다음에 보면 꼭 말을 해줘야겠다.

연희가 준 아이템을 확인했다.

[체력의 룬(유니크) - 체력을 +50만큼 증가시켜주며, 체력 회복 속도(1.5배)를 높인다.]

상태창.

[나태준]

- C등급

- 체력 : 361

- 마나량 : 45(48)

- 클래스 : 괴수 백정.

- 특성 : 관찰(lv5), 도살(lv5). 해체(lv9), 감식(lv4).

- 특기 : 비대각(批大卻). 도대관(導大窾).

- 업적 : 티볼 도살자(F), 잘루스 도살자(D), 라팍스 도살자(F), 탈로리안 도살자(E), 카나헤 도살자(D), 독 수련자(D),

* 흉포한 마그투스의 각반(유니크) - 사용 중지.

* 회복의 반지(레어) - 사용 중지.

* 녹음의 링(유니크) - 사용 중지.

연희가 준 체력의 룬을 내가 착용한 아이템에 바른다면, 종합 체력 수치가 400이 넘어 B등급으로 오를 것이다.

이번에 B급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체력이 300을 넘어섰고, 상태창에 등급도 C등급으로 올랐다.

그리고 특성 레벨들도 전부 올랐고, 해체 스킬은 9레벨로 올라서 조금만 더 올리며 최초로 10레벨짜리 스킬이 생긴다.

그리고 독 수련자등급도 E에서 D등급으로 올랐다.

B급 게이트에서 등급이 높은 괴수를 많이 잡자, 경험치가 상당히 올랐다. 이제 자신과 팀원들이 조금 더 노력하면, B급 게이트도 우리 팀만으로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실력과 무엇보다 아이템(유니크)이 부족했다.

다음날 김성하가 팀원들의 무기를 가져오고, 말볼의 치수를 적어갔다.

이번엔 말볼을 놓고 가지만, 다음번엔 방어구까지 꼼꼼하게 입혀서 데려갈 것이다.

그리고 내 마그투스 각반에 체력의 룬(유니크)를 박았다.

***

다음 날 최규환의 전화를 받고 나왔다.

“게이트 일정이 잡혔습니다.”

“벌써?”

“네, 방금 통화했어요.”

게이트에서 나온 지 사흘밖에 안 지났지만, 공략을 쉴 수는 없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S급 게이트가 용산 상공에 이글거릴 것이다. 그전에 최대한 등급을 올려야 했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했다.

“지금 전국적으로 게이트가 너무 발생해 국가 헌터원에서 오히려 환영하더군요. 우리가 확보한 C등급 게이트는 총 10개고, 그중에 이번에 공략할 게이트는 3개입니다.”

“뭐, 10개? 많이도 잡았네.”

팀원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수진이가 물었다.

“연달아 3개를 공략하는 거예요?”

“아니, 동시에 3개를 공략할 거야.”

윤상희가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팀을 나누려고?”

“맞습니다. 총 3팀으로 나눠 동시에 공략할 거고, 먼저 끝낸 팀이 아직 클리어되지 않은 게이트로 지원을 가는 방식으로 공략할 겁니다.”

팀원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럼 팀은 어떻게 나누려고?”

“수진이하고 수호가 한팀이 되고, 윤상희씨와 정기용씨가 한팀, 나와 최한별씨가 한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말볼은 기태에게 맡기고 이번 공략에선 제외할 겁니다.”

윤상희가 말했다.

“공략 날짜는?”

“내일 오후. 지금 상황이 좀 급하다고 하네요.”

“앗! 장도 안 봤는데 급하네.”

“C급 게이트니까 후다닥 클리어해야죠.”

“그때 칠성 그룹의 C급 게이트에 들어가서 거의 한 달은 있었던 거 기억 안 나?”

“그때와 지금은 우리 실력이 완전히 달라졌죠.”

B급 게이트 경험이 팀원들에겐 많은 도움이 됐다.

자신이 보기에 조금 고전을 할지 몰라도 두 사람이면 충분히 C급 게이트는 클리어할 수 있어 보였다.

수진이는 원거리 계열에 탐색 스킬이 있었으니, 이수호의 오크들과 팀을 이루면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고, 윤상희의 완력과 정기용의 조자룡 또한 강력한 힘의 조합이었으니, C급 게이트는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최한별, 가장 강한 조합이자, 팀에서 제일 강한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었다. 우리 두 사람이 빨리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아직 클리어하지 않은 게이트를 도울 생각이었다.

***

[양주시 인근 C급 게이트]

보름달이 환하다.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담배 연기가 바리케이드 뒤쪽에서 피어오른다.

“더럽게 덥네. 이놈의 열대야는 언제나 끝나려나.”

“그러게 요즘 밤이 밤 같지 않다니까.”

대괴수 부대 부대원들이 지키고 있는 곳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뭐야? 누가 저 차를 통과시켰어?”

길목을 모두 막았기에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인이 아니었다.

“충성!”

“여기 게이트 진입 허가증이네.”

“진입이요? 이미 헌터들이 들어갔는데요.”

“나도 알고 있다. 헌터 두 명이 들어갔지?”

“네.”

“우린 그 헌터들의 지원팀이다.”

대괴수 부대의 장한설 대위는 혹시 몰라 허가증을 자세히 살폈다. 헌터 협회가 허가한 정식 허가증이 맞았다.

“이상 없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계속 고생하게.”

4명의 헌터가 장비를 꺼내 점검하고, 게이트 앞에 섰다.

서로 비장한 모습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헌터들이 사라지자, 게이트 한쪽에 주차된 검은색 스타렉스 차량으로 장한설 대위가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똑똑.

“방금 헌터들이 들어갔습니다.”

“알았다.”

대위는 방금 헌터들이 가져온 허가증을 차 안으로 건넸다.

차 안엔 세 사람이 있었다.

“저들이 정말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군요.”

최한별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들이 게이트에 들어간 이유야 뻔했다.

“그날 게이트를 나오고 나서부터 계속 나를 미행할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태준 역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서류는 조작된 거겠죠?”

강태산 서기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헌터 협회에서 정식으로 받은 서류가 맞습니다.”

“그럼 서윤아가?”

“힘을 썼겠죠. 하지만 직원이 서류를 잘못 기재했다고 하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겁니다.”

최한별에게 물었다.

“방금 들어간 자들 확인했죠?”

“네, 고종수, 양태섭, 노하연, 김우리. 블리자드 길드의 핵심 맴버에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죠?”

“나와 최한별씨를 노리는 거죠.”

“나는 그렇다고 쳐도 태준씨는 왜요?”

“내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최한별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우리 왜 너까지...’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어도 자매처럼 친했던 김우리가 참가한 것은 이해하지 못했다.

“가죠.”

둘이 문을 열고 나가자, 강민수가 놀라 물었다.

“둘이 들어가려고요?”

“둘이면 충분하죠.”

방금 들어간 헌터들의 등급은 모두 B급이다.

태준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둘이서 B급 헌터 넷을 상대하기엔 버거워 보였다.

“날씨도 우리 편이고, 저들의 약점도 알고 있으니,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날씨요?”

게이트 안에 날씨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태준은 어제 기태와 함께 10개의 게이트를 모두 돌아봤고, 최종적으로 이 게이트로 들어간다는 것을 국가 헌터원에 신고했다.

게이트 앞에 서서 백정의 칼과 갈고리를 들었다.

헌터들과 게이트 안에서 싸운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두 번째 게이트에서 20살 여자 암살자를 죽이기도 했고, 공개 게이트와 C등급 게이트에서도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어렵지 않게 이겼지만, 이번엔 쉽지 않은 상대가 넷이다.

사실 이 상황을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번 피한다면, 앞으로 계속 피해 다녀야 한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도 노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우리 방식대로 싸워서 본때를 보여줘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한때 동료였는데, 할 수 있겠어요?”

차차차창!

그녀가 대답 대신 3m의 긴 얼음 창을 만들었다.

“가죠.”

***

게이트 안.

쏴아아아아아!

폭우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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