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61. 난도(亂刀)질(1).
“미노타우로스 소환룬이라고요?”
“그래.”
“형...”
룬을 건네받은 이수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우르크 오크 소환룬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는데, 유니크 룬까지 받자, 큰 감동을 한 듯 눈물이 글썽거렸다.
만약 태준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도 홉고블린들과 공사판에서 구르고 있을 것이다.
태준이 인벤토리에서 커다랗고 육중한 도끼 세 자루를 꺼냈다.
“미노타우로스 키가 3미터쯤 되지?”
“3미터가 조금 넘어.”
“자 받아. 이 도끼가 미노타우로스 전용이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유니크 서리 룬까지 박았으니까. 잘 훈련시켜 봐.”
이수호가 도끼까지 받았다.
“알았어. 무지막지한 놈들로 키워볼게.”
“그리고 사람들 놀라게 남산에 가서 소환하지 말고, 창수네 가게로 가. 거기 지하에 100평 정도 되는 훈련장이 있으니까.”
“응!”
이수호는 당장에라도 미노타우로스를 소환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소환하면 집이 망가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다.”
“철퇴?”
“소환수에게만 맡기지 말고, 마무리 정도는 직접 하라고.”
“알았어. 나도 더 열심히 단련할게.”
태준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아직도 소환수 컨트롤에 집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환수는 소환자의 능력에 비례해 강해지므로 소환자가 보는 눈이 좋아지고, 기술과 실력이 늘어나면 소환수 역시 소환자의 능력을 이어받기에 그들 역시 강해지는 법이었다.
수진이에게는 김성하가 한 땀씩 공들여 만든 화살들을 건넸고, 윤상희에게는 화염 옵션(유니크)이 붙은 도끼와 야수의 광기가 새겨진 광전사의 도끼(유니크)를 넘겼다.
정기용에게는 체력의 각반(유니크)을 최한별에게는 민첩의 목걸이(유니크)를 건넸다.
“그런데 왜 민첩의 목걸이죠?”
최한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답은 창수가 대신했다.
“제가 사라고 했습니다. 전투 스타일이 원거리보다 근접이 뛰어나고 근접 스킬이 더 위력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마력을 올리기보다 민첩을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싸울 B급, A급 괴수는 아시다시피 원거리로 타격을 주기엔 너무 강하죠.”
“아.”
최한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수는 태준에게 팀원들의 기술을 말로만 들었음에도 효과적인 장비 컨설팅을 하고 있었다.
“그럼 모두 새로운 장비에 어서 적응해, 곧 B급 게이트에 갈 거니까.”
저녁 식사가 준비되는 시간에 태준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최규환에게 전화를 걸어, B급 게이트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 발생도 두 달이 지났기에 남아있는 게이트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B급 게이트부터는 자신도 마음대로 빼줄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확실한 노선을 정하지 않으면, B급은 주지 않으려나?
‘이제 헌터 협회에 알아봐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헌터 협회는 국가 헌터원보다 게이트 물량을 2배나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이라면 아직 물량이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한군데 연락할 곳이 있었다.
[네, 이수경입니다.]
[나태준입니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TV에서 보니까 요즘 활약이 대단하시더군요.]
게이트 브로커 이수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B급 게이트가 필요합니다.]
[B급요? 잠시만요.]
그녀가 어디론가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운이 좋으시군요. 하나 있습니다.]
[가격은요?]
[50억입니다.]
[네? 너무 비싸군요.]
[B급 게이트는 확보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요. 며칠 후면 75억으로 오를 겁니다.]
B급 게이트부터는 상위 게이트로 분류되어,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게이트 브로커들이 유지할 수 있는 최대 규모였고, 이 게이트에서 대부분의 조직 운영 비용을 뽑아내고 있었다.
[이걸 찾는 헌터도 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A급 이상의 헌터나 대형 길드가 아니면 B등급 게이트는 공략하기 힘들었다. 반대로 말하면 불법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그들이란 말이었다.
[좋습니다. 하지요.]
[대단하시군요. 벌써 B급 게이트를 거래하시다니.]
생각해 보면 아직 헌터가 된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쉴 새 없이 달려왔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좋은 팀원들이 생겨서요. 언제 공략이 가능합니까?]
[4일 후에 제가 따로 전화 드리고, 차를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참, 현금이죠?]
[물론입니다.]
이수경은 원래 C급 이하의 게이트만 소개했지만, 이번엔 특별히 자신이 알아 봐주고, 스케줄까지 잡아주었다.
우리가 운이 좋은 것인지, 어렵게 B급 게이트 하나를 확보했다.
국가 헌터원이나 헌터 협회에서도 B급 게이트는 자신들의 말을 잘 따르는 길드나 헌터에게 우선 지급했다. A급 게이트야 워낙 강력했기에 힘을 모아서 처리했지만, B급 게이트는 B급 이상의 헌터들의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렙업용 게이트였다.
***
안내를 받아 이동한 곳은 신안 앞바다였다.
작은 통통배를 타고 목포에서 4시간여를 이동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섬이 많은지 처음 알았다.
이윽고 도착한 이름 없는 섬.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지만, 그 안엔 무시무시한 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수경을 따라 섬에 상륙하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수백 명의 사설 군인들과 헌터로 보이는 사람들이 복면을 쓰고 게이트 주변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능력이 대단하군요. 어떻게 이런 큰 것을 확보했습니까?”
“글쎄요. 저는 중간에 중개만 하는 거지,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이수경은 브로커였기에 그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순간 의문이 들었다.
지름이 100미터나 되는 게이트를 어떻게 헌터 협회나 국가 헌터원 몰래 확보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B급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괴수 중에는 B급 괴수도 있다.
이 B급 괴수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C급 헌터가 여럿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한 번에 몇 마리가 튀어나온다면, 그들로는 감당이 안 될 테니, 저 복면을 쓴 헌터 중에는 B급 헌터도 있다는 소리였다.
“다들 진입 준비해.”
이수호가 커다란 미노타우로스를 소환했다.
3미터가 넘는 키에 황소의 머리통, 두 개의 커다란 뿔. 거기에 터질 것 같은 근육은 헌터라고 해도 오줌을 지릴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그런데.
세 마리의 미노타우로스는 소환되자마자, 이수호 뒤에 숨어서 몸을 떨고 있었다.
윤상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놈들 상태가 왜 저래?”
“그게 이상하게 태준이 형 옆에서만 서면 저래요.”
“뭐?”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져요.”
어제도 미노타우로스들이 창수 가게 지하에서 나를 보더니 오줌을 지리고 구석에 숨더니,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놈들도 소의 피가 흐르는지? 나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처음 소환될 때만 그렇지 곧 소환자인 수호가 내게 느끼는 감정이 전달 되는지,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졌다.
“자, 진입하겠습니다.”
바리케이드가 열리고, 나와 팀원들이 거대한 게이트 앞에 섰다.
이 순간만큼은 긴장감이 최고조로 오른다.
복면을 쓴 게이트 주변의 헌터들이 고개를 살짝 가로 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나라에 있는 A급 헌터들은 대부분 얼굴이 알려져 있었고, 우리 중에는 없었다. 그런데 겨우 여섯 명이 B급 게이트를 공략하겠다고 나섰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수경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준비됐지?”
“네!”
말볼이 벌써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B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파장이 놈을 흥분시키는 것 같았다.
“가자!”
***
가장 처음 들어온 말볼이 번개처럼 달려갔다.
“크앙!”
겁도 없이 눈앞에 있는 B급 괴수 히스트릭스를 향해 말볼이 달린다.
[히스트릭스(B등급) - 거대 고슴도치 형 괴수, 온몸에 길이 2미터가 넘는 수백 개의 가시를 달고 있으며, 가시를 창처럼 쏘아 먹이를 무력화시킨다.]
“말볼 멈춰!”
말볼을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히스트릭스가 몸에 붙어 있는 가시 창을 쏘아내고 있었다.
파파팟!
말볼 옆으로 여러 개의 창이 박혔다.
하나만 말볼은 물러서지 않고, 지그재그로 달리며 창들을 피해냈다.
고슴도치 괴수가 말볼을 향해 방향을 틀자, 게이트를 향해서는 가시가 날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팀원들이 무사히 들어왔다.
참으로 영특한 놈이다.
“수호야! 미노타우로스를 공격시켜!”
“넵!”
막 들어온 수호의 미노타우로스가 히스트릭스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수진아, 다른 괴수는?”
“없어요.”
대답하면서도 수진이는 활에 화살을 메겼다.
파아아앙!
폭풍의 화살이 날아가 가시를 헤치고 놈의 엉덩이에 박혔다.
“쿠아아아아!”
놈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괴수가 말볼을 무시하고 몸을 돌렸다.
그 사이 미노타우로스가 놈의 옆구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히스트릭스의 몸에서 수십 개의 가시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파파파파파팟!
“얼음 장벽!”
일행 앞으로 두꺼운 얼음 장벽이 솟아오르더니, 날아오는 가시를 막았다.
하지만 덩치 큰 미노타우로스들은 피하지 못하고, 몸에 가시가 여러 개 박혀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강제 귀환하지 않고, 더욱 흉포해진 상태로 괴수에게 달려들었다.
“어우우우!”
쩌억!
미노타우로스의 울음이 울리고, 육중한 도끼가 히스트릭스 괴수의 옆구리에 박혔다.
도끼날이 살에 박히자, 냉기가 뿜어지며 도끼 주변의 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3미터나 되는 미노타우로스들이 옆구리를 사정없이 공격하자, B급 괴수도 버티지 못하고, 옆구리가 얼고, 도끼에 맞아 살덩이가 부서져 버렸다.
“쿠웨웨웩!
놈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질렀다.
성난 놈이 다시 몸을 잔뜩 세웠다. 또다시 가시 창을 쏘기 위함이었다.
그 순간 수진이의 화살이 날아가 괴수의 눈에 박혔다.
괴수는 발버둥 쳤지만, 오래 버티진 못했다.
화살이 계속 날아와 얼굴에 박혔고,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는 옆구리를 지나 몸통에 박히며 얼음 파편과 살덩이들이 사방으로 튀었기 때문이었다.
쿵!
커다란 히스트릭스가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순간 게이트 클리어 조건이 떴다.
[마운트 킹(B등급) - 거대한 산엔 거대한 지배자가 있습니다. 이 산꼭대기엔 전설의 마운트 킹이 살고 있습니다.]
[게이트 클리어 조건 : 산의 지배자 디울리스(A)를 처단하시오.]
[보상 - ?]
“설마? 저 산을 올라야 하는 건가?”
윤상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쳐다보았다.
구름을 뚫고 거대한 산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고, 꼭대기엔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산 높이를 보더니 다들 경악에 가까운 탄성을 질렀다.
“말볼은 어디 갔지?”
“저기요.”
수진이가 쓰러진 괴수를 가리켰다.
그곳엔 말볼이 죽은 괴수의 코를 뜯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호야, 말볼이 괴수에게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게 네가 관리 좀 해.”
“네. 제가 챙길게요.”
“이 괴수 좀 해체할 테니까 주변 경계 해!”
“오케이!”
처음 보는 괴수였으니, 그 속을 봐야 했다.
값비싼 부산물이 있을 수 있었다.
[해체(lv9) 스킬이 발동됩니다.]
괴수 아래쪽에 있는 가시를 몇 개 뽑아내고, 몸을 뒤집어 배를 갈랐다.
그리고 놈의 뱃속을 사정없이 해체하기 시작했다.
[해체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해체(lv10)!]
드디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스킬 레벨이 생겼다.
이전 B등급 게이트에서 그렇게 많은 괴수를 잡았지만, 오르지 않던 것이 오랜만에 올랐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새로운 백정 스킬이 생겼습니다.]
뭐? 스킬이 생겼다고?
상태창을 열었다.
[나태준]
- C등급
- 체력 : 421(+50)
- 마나량 : 47(51)
- 클래스 : 괴수 백정.
- 특성 : 관찰(lv5), 도살(lv5). 해체(lv10), 감식(lv4).
- 특기 : 비대각(批大卻). 도대관(導大窾). 난도(亂刀)(lv1)
- 업적 : 티볼 도살자(F), 잘루스 도살자(D), 라팍스 도살자(F), 탈로리안 도살자(E), 카나헤 도살자(D), 독 수련자(D),
* 흉포한 마그투스의 각반(유니크) - 사용 중지.
* 회복의 반지(레어) - 사용 중지.
* 녹음의 링(유니크) - 사용 중지.
체력이 400이 넘었기에 B등급으로 승급할 줄 알았다.
체력 수치 100이 넘어서 E등급이 됐고, 200에 D등급, 300에 C등급으로 올랐으니까.
하지만 421중에서 50은 마그투스의 각반에 새겨진 체력의 룬 때문이었기에 승급은 되지 않았다.
대신 방금 해체 레벨이 10이 되며, 난도(亂刀) 스킬이 생겼다.
[난도(lv1) - 괴수의 피부와 살, 근육, 힘줄을 빠르게 난도(亂刀)질한다. 순간 공격력이 오르고 칼질 속도가 매우 빨라지며, 대상의 살을 쉴 새 없이 저민다.
레벨이 오를수록 속도와 위력이 증가한다.
소모 마나 - 10, 지속 시간 - 2.5초.]
난도(亂刀), 백정 스킬.
비대각이나 도대관 같은 특수 스킬에 이건 별도로 레벨까지 올릴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새로운 스킬도 생겼고, 잘하면 이번 게이트에서 헌터 등급도 B등급으로 오를 것이다.
이 추세로 계속 달리다 보면, A등급으로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가슴이 뛰었다.
“자, 그럼 출발할까?”
“산꼭대기까지 바로 올라 보스를 잡을 건가요?”
최한별이 물었다.
“아니, 저 산에 있는 괴수를 모두 잡으며 올라간다.”
“저, 전부요?”
어마어마하게 큰 산이 있었고, 그 주변을 두르는 작은 산들도 있었다. 저곳에 사는 괴수를 모두 죽인다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어차피 제한시간도 없잖아. 최대한 괴수를 잡으면서 올라갈 거야. 언제 S등급 게이트가 열릴지도 모르는데 우리도 빨리 등급을 올려야 살 가능성이 생기지.”
“좋아, 나도 이번에 B등급으로 승급하기 전까진 나가지 않는다!”
윤상희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했다.
다들 저마다 각오를 다지며, 거대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린 닥치는 대로 괴수를 사냥했다.
말볼까지 일곱이 똘똘 뭉쳐서 달려드는 괴수들을 때려잡았다.
그리고 최한별의 합류는 일행에게 큰 도움이 됐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히스트릭스(B) 같은 괴수들의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었고, 숲을 울리며 엄청난 숫자로 달려드는 괴수들 앞으로 얼음 장벽을 쳐서 일행을 보호하고, 안에 적당한 숫자의 괴수를 가둬 각개격파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한 달여를 고생하며 산을 오르자, 자신을 제외한 모든 팀원의 상태창 헌터 등급이 B급이 됐다. 그리고 자신 역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낮은 산들을 전부 넘고, 구름 위까지 뻗은 거대한 산을 올랐다.
휘이이이잉!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뼈를 애는 추위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눈보라가 휘날렸다.
“제길, 괴수 때려잡기 전에 얼어 죽겠는데...”
“조금만 참아요. 정상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일단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손발이 얼었어.”
팀원들이 힘들어 보였다.
최한별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부탁해.”
“네네.”
최한별이 손을 뻗자, 순식간에 이글루 하나가 솟아올랐다.
최한별 혼자만 추위를 느끼지 않았지, 다른 팀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자 안으로 들어가세요.”
이글루 내부는 바람이 불지 않아 상대적으로 따뜻했다.
최한별이 주변에 나무를 잘라 땔감을 가져왔다.
카앙!
화르르르!
윤상희가 화염의 도끼를 내려치자, 얼어붙은 땔감에 불이 붙었다.
“크! 이 맛이지.”
뜨거운 커피까지 끓여서 한 잔씩들 마시자, 이제야 몸이 녹는 것 같았다. 괴수와 싸우는 것보다 추위와 싸우는 것이 팀원들에게는 더 힘들었다.
“게르르르!”
“말볼, 왜 그래?”
불 옆에 바짝 붙어 있던 놈이 갑자기 문밖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수진아 주변에 괴수는?”
“없는데요.”
스킬이 올라 250m나 되는 수진이의 미니맵에 잡힌 괴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말볼의 불가사의한 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긴장하고 있어. 한별이와 내가 나갔다 올게. ”
밖으로 나간 말볼이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최한별과 말볼을 따라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말볼이 무언가를 발견해 짖고 있었다.
“이건 뭐지?”
검은색 천 같은 것이 눈 아래 보였다.
당겨보니, 사람의 옷이었다.
그리고 눈을 치우고 뒤집어 보니 아는 사람이었다.
“이수경씨?”
게이트 브로커 이수경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녀를 안고 이글루를 향해 달렸다.
달리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게이트 입구를 지키고 있어야 할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