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64화 (64/149)

# 64

64. 난도(亂刀)질(4).

목숨을 건 대결에 강자와 약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죽이는 자와 죽는 자만 존재할 뿐.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한다.

서윤아가 게이트에 들어온 이상 피할 순 없는 운명이었다.

<게이트에서 벌어진 일은 게이트에서 끝낸다.>

팀원들은 뒤쪽에 널찍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홀로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다가가자, 서윤아가 의자에서 일어나 앞으로 몇 발자국 움직였다.

거리가 많이 좁혀졌고,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서윤아의 손짓에 뒤에 있던 골렘들이 그녀의 옆으로 서며,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게이트 앞에 셋, 서윤아 주변에 일곱.’

총 열 마리의 골렘.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그 모양이 기괴하다.

서윤아의 골렘들은 돌이나 흙으로 만든 평범한 골렘이 아니었다.

“거기 멈춰!”

서윤아가 외쳤다.

그녀와의 거리는 겨우 20미터.

각반의 힘을 최대한 사용하면 단숨에 공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서윤아는 여유롭다?

“서윤아, 요즘 너무 자주 보네.”

“호호호, 그것도 오늘로 끝이야.”

“더는 보지 않아도 된다니 고맙군.

살짝 도발했으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여기 온 목적이 뭐지?”

짐작하면서도 물었다.

서윤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게이트에 들어온 목적? 물론 너희를 죽이려고 왔지.”

“이렇게 해서 네가 얻는 이익이 있어?”

“글쎄, 딱히 떠오르는 건 없는데.”

“그럼 왜 우리를 죽이려는 거지?”

“그거야 내 계획을 방해했잖아.”

그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조용히 세력을 키울 기회를 네놈과 저년이 날려버렸어.”

그녀의 시선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최한별을 향했다.

슬쩍 그녀를 향해 한 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반응이 없다?’

서윤아는 처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말을 계속이었다.

“길드야, 다시 키우면 되는 거 아닌가? 네 실력이면 헌터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텐데.”

“웃기지 마, 이번 일 때문에 다른 놈들이 내 계획을 알아차렸어. 이젠 한동안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해.”

“헌터 협회 이사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나 보지? 그런데 네가 말하는 다른 놈들이 누구야?”

말을 하면서 슬쩍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서윤아는 움직이는 나를 보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 만큼 자신 있다는 건가?

“그놈들이 누구냐고? 훗! 나태준, 너도 잘 아는 놈들이지.”

과감히 한 걸음 더 전진했지만, 서윤아는 의식하지 않는다.

아니 일부러 의식하지 않는 척을 하는가?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가 칼을 든 전사의 거리를 모를까?

알았다면 이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옆에 있던 골렘을 움직였을 것이다.

순간 의심이 들었다.

뒤로 천천히 물러섰다.

방금 밟은 땅이 한 발 전에 밟은 땅과 밀도가 미세하게 달랐다.

‘함정을 파 놨구나!’

내가 뒤로 물러서자 서윤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자신의 힘이면 정면승부를 해도 충분할 텐데, 이런 함정까지 준비한 것을 보니, A급 헌터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이 느껴졌다.

“항상 함께 다니던 비서는 어디 갔지? 보이지 않네.”

“흥. 그건 알 거 없고, 함정을 알아채다니 눈치 하난 빠르군.”

그때, 뒤쪽에 앉아 있던 사내가 서윤아 옆으로 다가왔다.

“아, 잠깐만! 시작하기 전에 인사나 좀 하고.”

초등학교 동창, 이태성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야. 반장.”

“이태성,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나야, 장사꾼이 다 됐지. 우리 게이트 단골을 이런 식으로 만나서 유감인데.”

이태성 역시 A급 헌터라 들었다.

그가 서윤아에게 합류한다면, 사실 살아갈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그러니 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 게이트는 내가 독점한 거로 아는데, 어째서 다른 사람이 있는 거지?”

서윤아를 쳐다보았다.

“쩝, 그건 미안하게 됐어. 이쪽에 사정이 좀 생겨서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는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이곳에서 무사히 나오면 B급 게이트 하나를 절반 가격에 소개해 줄게.”

“고맙군. 그런데 너도 나설 건가?”

“나? 나는 나갈 거야. 걱정하지 마.”

다행히 이태성은 서윤아의 편이 아니었다.

“태준아, 그런데 B등급이야?”

“뭐가?”

“네 헌터 등급 말이야. B등급인 거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어떻게 단련해야 너처럼 초고속 성장을 하는지, 그 비법 좀 알려줘라. 그거 책으로 만들거나 비법서로 만들어 길드에 팔면 떼돈 벌겠다.”

두 번째 게이트부터 그의 불법 게이트 중개 회사와 거래를 했기에, 이태성은 내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거야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거지. 그리고 팀원들이 도와줬기에 더 쉽고 빠르게 올랐어.”

“음. 파티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렇군.”

이야기가 길어지자, 서윤아가 이태성을 향해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그만하지.”

“아, 알았어.”

이태성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늘 반가웠다. 다음에 봐.”

“그래.”

“나가라니까!”

서윤아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옆에 있던 거대한 뼈골렘이 이태성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허, 이거 내 해골들보다 훨씬 나은데.”

“꺼져!”

“아, 그래. 난 게이트 밖에 있을 테니, 누가 되든 이따 봐.”

이태성은 이 대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성큼성큼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게이트 앞에서 잠시 멈춰 서더니, 뒤를 힐끔 돌아보곤 밖으로 나갔다.

불법 게이트 때문인가? 세력이 더 큰 이태성이 서윤아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이 뭔가 약점을 잡힌 것 같았다.

“방해꾼도 없으니 이제 시작하지.”

서윤아의 말에 인벤토리에서 백정의 칼을 꺼냈다.

“서로 원수진 일도 없는데, 이쯤에서 물러서는 게 어때? 아직 아무도 안 다쳤잖아.”

“후후, 내가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알아? 아니 그 개새끼들 사이에서 터득한 생존방법이 뭔지 알려줄까?”

그녀의 얼굴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아무리 사소한 것도 반드시 몇 배로 복수해야,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지 못한다는 거야.”

서윤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녀 앞에 땅이 일렁거렸다.

“그러니 죽어!”

땅속에서 거대한 상체가 솟아오르며 백색의 뼈를 휘둘렀다.

콰앙!

흙먼지가 뽀얗게 일어났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뒤로 달리며 피했다.

‘이 정도 힘면, B급 괴수와 맞먹는 힘이군.’

그녀가 조종하는 것은 돌골렘도, 흙골렘도 아니었다.

뼈골렘!

우리가 힘들게 죽인 B급 괴수의 뼈로 만든 뼈골렘이었다.

괴수 뼈의 단단함은 강철보다 강했으며, 그 힘 또한 B급 괴수와 맞먹었다. 아니지 저놈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B급 괴수보다 더 강할지도...

그런 놈이 열하나!

한마디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저놈들을 모두 죽여라!”

그어어어어어!

쿵쿵쿵!

서윤아의 옆에 있던 총 여덟 마리의 골렘들이 나와 일행을 향해 달렸다.

“흩어져!”

누가 골렘을 느리다고 했는가?

다리 폭이 컸기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뼈골렘들이 손에든 괴수의 척추뼈나 다리뼈를 사정없이 휘두르며 달려온다.

그에 맞선 우리의 작전은 일대일 대결.

파티원들이 넓게 흩어졌다.

“폭풍의 화살!”

패에에엥!

수진이가 쏜 폭풍의 화살이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뼈골렘들은 피할 생각이 없었다.

원래 골렘은 생각이 없나?

퍼걱! 퍼걱!

뼈가 박살 나는 소리를 내며 화살이 어깨와 배에 박혔다.

하지만 뼈골렘은 쓰러지지 않았다.

“우리가 둘을 맡는다. 공격해!”

거대한 도끼를 든 미노타우로스들이 이수호의 명령을 받아 뼈골렘을 공격했다.

3미터의 육중한 미노타우로스가 몸을 날리며 7미터나 되는 뼈골렘 2마리와 맞붙었다.

냉기를 풀풀 날리는 도끼가 골렘 뼈에 부딪히자, 뼈가 얼어붙으며 산산조각이 났다.

미노타우로스의 얼음 도끼 공격은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뒤에서 다가오던 또 다른 뼈골렘이 휘두른 척추뼈에 미노타우로스가 머리를 맞자, 육중한 몸이 공중으로 떴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뼈골렘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주군을 위해! 네놈을 도륙하겠다.”

조자룡으로 접신한 정기용.

그는 7미터나 되는 거대 골렘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무모해 보이는 움직임이다.

콰앙!

뼈가 땅을 내려찍자,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옆으로 몸을 날려 일어섰고, 빠르게 앞으로 달렸다.

지금 정기용의 체력은 몇 달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지금은 거의 조자룡의 60% 정도의 힘을 온전히 발휘하고 있었다.

촤악! 촤악!

파파파파파!

조자룡의 청홍검이 푸른 빛을 뿌리며 뼈골렘의 다리를 향해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다리뼈가 잘리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이 뼈다귀 새끼, 죽어!”

사내 같은 굵은 목소리를 내며 윤상희가 도끼를 내려찍었다.

쩌억! 화르르르!

화염의 도끼가 다리에 박히자, 붉은 화염이 골렘을 휘감았다.

하지만 놈은 불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그러자, 파워글러브를 낀 손으로 광전사의 도끼를 휘둘렀다.

퍼걱!

야수의 광기 효과가 더해진 유니크 도끼가 놈의 다리뼈를 부숴버렸다.

역시 골렘은 도끼가 제격.

“아이스 블라스트!”

그녀의 손끝에서 시작된 얼음의 창과 냉기가 위로 솟아오르자, 달려오던 뼈골렘의 다리가 뚫리고 얼어붙었다.

최한별의 얼음 마법은 골렘에게도 통했다.

“얼음 창!”

양손에 얼음 창을 들고 꼼짝 못 하는 뼈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팍!

두 개의 얼음 창이 뼈골렘의 가슴에 박혔다.

구멍이 크게 뚫렸지만, 골렘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부서지고 무너진 뼈들을 골렘이 손으로 집어 가슴에 대자, 감쪽같이 메꿔졌다.

‘제길, 약점을 찾아야 해!’

골렘은 뼈든, 돌이든, 흙이든 핵이 있어야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핵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아니면 다시 복구하기 때문에 체력만 소모할 것이다.

인벤토리에서 갈고리 배낭 꺼내 등에 메고, 내게 달려오는 두 마리의 골렘을 향해 몸을 돌렸다.

거대한 놈들이 나를 향해 괴수 뼈를 휘둘렀다.

쾅! 쾅!

뼈 몽둥이가 사정없이 내려 찍혔다.

하지만 느리다.

A급 괴수인 디울리스, 그 날쌔고 거대한 고릴라를 두 놈이나 상대했기 때문인가?

내 눈엔 뼈골렘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였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뼈골렘은 A급 괴수보다 크기도 작고 힘도 약했다.

‘머리 쪽에 있겠지?’

다른 팀원들이 공격을 성공시킨 곳엔 핵이 없었다.

그럼 남은 곳은 하나뿐.

갈고리를 던졌다.

철컥!

6미터 높이의 뼈골렘 어깨에 박혔다.

온몸이 뼈로 된 놈들이라 갈고리가 걸릴 곳이 많았다.

그때 옆에 있던 놈이 나를 향해 뼈 몽둥이를 휘둘렀다.

몸을 숙여 앞으로 구르며 놈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양다리 사이로 달려 들어가 놈의 한쪽 다리에 쇠사슬을 감았다. 골렘이 손으로 나를 잡으려 하자, 다시 옆에 놈을 향해 달렸다.

골렘들은 아래쪽에서 다람쥐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나를 잡기 위해 손을 뻗고, 뼈몽둥이를 내려찍었다.

하지만 내 눈엔 너무 느렸다.

갈고리가 어깨에 박히고, 쇠사슬이 두 골렘의 다리를 감싸자, 30미터의 쇠사슬이 다 빠져나왔다.

놈들은 쇠사슬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향해 주먹과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런 뼈골렘들을 향해 웃었다.

‘마이 턴!’

[흉포한 마그투스의 각반을 사용합니다.]

[난폭한 디울리스의 팔찌를 사용합니다.]

두 다리는 코끼리처럼 부풀었고, 양팔은 거대 고릴라의 팔처럼 근육이 엄청나게 커졌다.

“크아아아아!”

쇠사슬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근육의 힘이 폭발한다.

쿵! 기이이이익! 쿠앙!

두 골렘이 서로 다리가 엉키더니, 갈고리가 걸린 놈이 상체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다른 놈을 덮쳐 둘 다 쓰러졌다.

쇠사슬을 놓고 백정의 칼을 들고 가까이 쓰러진 놈의 머리로 달려갔다.

“도살!”

파악!

골렘의 머리를 향해 칼을 박았다.

“벌어져라!”

비대각 스킬을 쓰면서 뼈와 뼈 사이를 사정없이 벌렸다.

살과 근육, 힘줄이 촘촘한 A급 괴수보다 뼈밖에 없었기에 오히려 쉽게 벌어졌다. 그리고 곧 머리 안쪽에 푸른색 덩어리가 보였다.

“도대관!”

칼날이 빠르게 뻗어 나갔다.

쩌적!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골렘의 뼈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머리에 핵이 있다!”

처음엔 심장에 있을 줄 알았지만, 최한별의 창이 이미 심장을 뚫어 그곳에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 지상에서 가장 높은 머리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옆에 쓰러진 골렘이 팔을 땅에 디디며 일어나려 했다.

놈에게 달려가 발로 팔목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퍽! 콰아앙!

각반의 힘을 발휘하자, 팔꿈치까지 통째로 날아가며 놈이 중심을 잃고 다시 쓰러졌다.

놈의 머리 위로 빠르게 올라가 발로 사정없이 밟았다.

10톤의 힘으로 밟자, 곧 뼈에 금이 가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놈의 머릿속에 푸른 핵이 보였다.

발로 핵을 밟아버렸다.

핵이 터지며, 두 마리 뼈골렘이 그렇게 바닥에 흩어졌다.

“A급 헌터도 별거 없네!”

내 말을 들었는지, 최한별이 얼음 창으로 골렘의 다리를 박살 내고, 골렘이 쓰러지자 머리통을 향해 얼음 창을 연이어 꽂았다.

그러자 뼈골렘이 우르르르 무너졌다.

골렘 두 마리를 상대했던, 이수호 역시 미노타우로스 하나가 강제 소환됐지만, 두 마리의 미노타우로스가 힘을 합쳐 뼈골렘들을 난도질해 쓰러트렸고, 이수호가 달려들어 철퇴로 핵을 박살냈다.

수진이는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골렘의 머리를 향해 십여 발의 화살을 박았다. 그러자 마지막 화살이 핵을 발살냈다.

윤상희와 정기용은 둘이 힘을 합쳤다.

서로 양쪽의 다리를 조지고, 골렘이 쓰러지면 도끼로 머리통을 가르고, 조자룡이 청홍검을 찔러 마무리를 했다.

“와아! 해치웠다.”

팀원들이 뼈골렘들을 전부 부수자, 일제히 언덕 위에 게이트 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골렘들이 허무하게 사라졌지만, 웬일인지 서윤아는 웃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인벤토리에서 푸른 구슬들을 꺼내, 언덕 뒤로 던졌다.

‘뭐하는 거지?’

그러자 언덕 아래쪽에서 또 다른 거대한 뼈골렘들이 기어올랐다.

“가라! 모두 죽여라!”

서윤아가 이번엔 게이트 앞쪽에 있는 골렘들까지 모두 전진시켰다.

이제 여덟 마리가 아니라 열한 마리가 언덕 아래로 큰 걸음으로 달려왔다.

“멍청하긴, 내가 그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느냐! 나는 골렘 마스터! 나는 군단이다.”

언덕 반대편엔 그녀가 돌골렘과 흙골렘을 시켜 모은 괴수들의 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얼마든지 골렘은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소리였다.

“어쩌지?”

윤상희가 소리쳤다.

“뭘 어째요. 부숴버려요!”

“가자!”

나와 팀원들은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게이트가 있는 언덕 뒤쪽에서 브로커 이수경이 서윤아에게 아주 은밀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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