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70. S급 게이트(5).
처음 보는 S급 괴수의 모습에 다들 넋이 나갔다.
[칸(S등급) - 몸길이 90미터, 몸무게 50톤의 초거대 괴수. 앞발톱과 주둥이의 이빨이 워낙 크고 날카롭다. 위급할 땐 거대한 앞발로 땅을 파고, 땅속으로 숨기 때문에 사냥하기가 매우 힘들다. 체력이 회복되면 다시 땅 위로 올라온다.]
거대한 절망 앞에 헌터들까지 등골이 오싹했다.
‘연희, 넌 이런 놈들과 매번 싸웠던 거야?’
옆에 쓰러져 있는 마그투스가 순간 갓난아이처럼 보일 정도로 칸은 거대했다. 놈이 자기가 무너트린 건물 뒤편으로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거지?
놈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무전을 보냈다.
- 다들 조심해 S급 괴수가 나타났어.
- 뭐?
- S급이라고?
팀원들이 다들 놀란 목소리였다.
A급 괴수가 이제 조금, 아주 조금 익숙해졌는데 S급이 출몰했다.
-대장, 놈이야! 원래 자리로 돌아와.
A급 헌터 이설록에게 소리쳤다.
“도로 쪽으로 와요. 그쪽에 S급 괴수가 옵니다.”
“네!”
이설록과 다른 B급 헌터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어디 있어?”
“저기 봐요.”
최한별이 얼음 창을 가리켰다.
도로를 꽉 매운 거대한 괴수가 숙대 입구 지하철역을 지나 올라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가?
놈은 속도가 느렸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던 놈이 갑자기 땅속으로 사라졌다. 땅을 파고 들어갈 땐, 또 상당히 민첩했다.
“다들 긴장해!”
-수진아! 괴수가 땅속으로 들어갔어. 이제 너 말고는 놈이 어디로 오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알았어요. 제가 앞으로 갈게요.
수진이가 바리케이드 앞쪽으로 왔다.
한수진의 미니맵은 하늘과 땅속, 물에서도 탐색할 수 있었다.
아직 보이지 않았다.
“놈이 보여요. 지하철역을 따라서 오고 있어요.”
땅속에서 놈이 움직이자, 도로 위쪽으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은 모두 폐쇄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런데 저 괴수가 다시 뚫고 있는데요.”
지하철역은 폐쇄 1순위였다.
과거에도 여러 번 지하철역을 따라 괴수들이 포위망을 뚫고 퍼져나갔기에 무조건 구멍을 막아야 했다.
“놈이 가까이 왔어요. 50미터 앞이에요.”
수진이의 외침에 다들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쩌억! 쩌저저저억!
바닥이 갈라지더니 거대한 놈이 땅속에서 튀어나왔다.
“공격해!”
“죽여!”
미노타우로스와 오우거, 그리폰, 트롤, 리자드맨, 작은 고블린이나 오크에 해골이나, 언데드들까지 헌터들의 소환수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크와와와와!”
반만 땅 위로 솟아오른 놈이 굉음을 내지르자, 작은놈들은 그 자리에 굳었고, 유니크급 소환수들만 달라붙어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 괴수의 거대한 앞발에 찍혀 소환수들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처참했다.
A급 헌터 강윤호가 자신의 오우거가 괴수의 앞발에 짓밟히는 모습을 보자, 고개를 흔들었다.
“틀렸어. 피부가 너무 두꺼워!”
오우거의 거대한 도끼도 미노타우로스의 서리 도끼로도 S급 괴수의 피부를 뚫을 순 없었다.
자신의 관찰 스킬이 낮아 S급 괴수는 약점을 볼 수 없었기에 약점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얼굴을 공격해!”
창수가 마력 발간포를 괴수의 얼굴을 향해 쏘았다.
그러자 원거리 헌터들의 집중공격이 이어졌다.
군인들의 마력 소총과 중화기 역시 칸의 얼굴에 작렬했다.
최한별이 얼음 화살을 쏘며 말을 했다.
“효과가 있다.”
칸이 고개를 돌렸다.
엄청난 화력을 퍼부었으니, 놈도 조금은 아픈가 보다.
갑자기 S급 괴수 칸이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수진아 어디로 갔어?”
“아직 밑에 있어요.”
그때였다.
“괴수다!”
“제길!”
헌터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칸이 숙대 입구 지하철역 앞으로 뚫어 놓은 구멍으로 C급과 D급 괴수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그리고 바리케이드 50미터 앞의 구멍에서 쏟아져 나왔다.
“구멍을 집중사격해!”
큰 기술의 마법이 작렬하자, 그래도 괴수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B급 괴수가 다시 지상으로 접근하고, 드레이크(A)까지 다시 모습을 보이자, 정신없는 혼전이 시작됐다.
기기기기긱!
갑자기 발밑 땅이 흔들리자, 수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칸이 다시 움직여요!”
칸이 땅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 뒤에요!”
쿵! 콰앙!
중화기를 쏘고 있는 군인들 아래쪽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아아악!”
“악! 살려줘!”
주변에 군인들이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와와!”
놈이 거대한 앞발로 트럭을 쪼개고 탱크들을 손쉽게 뒤집어 버렸다.
엄청난 크기와 위력 앞에 군인들은 어린아이보다 못했다.
태준은 이곳의 지휘관이 아니었지만, 이대로 볼 순 없었다.
“A급 헌터들은 모두 나를 따라, 놈을 잡는다.”
- 다른 사람들은 계속 정면을 지켜줘!
- 알았어요.
이곳에 A급 헌터라고는 넷밖에 없었다.
그나마 두 명은 소환술사였고, 한 명은 마법사였다.
A급 헌터들이 괴수 근처에 모였다.
“어떻게 놈의 피부를 뚫을 방법이 없겠습니까?”
괴수가 한번 움직일 때마다, 군인들이 십여 명씩 죽어가고 있었다.
“피부만 뚫을 수 있다면, 그다음은 내가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마법사가 곰곰이 머리를 굴렸다.
“이걸 혹시 괴수의 입속에 넣을 수 있겠습니까?”
마법사 유동근이 주먹만 한 열매를 내밀었다.
“이게 뭐죠?”
“금단의 가시덤불 열매로 이걸 먹이고, 내가 주문을 외우면 놈의 몸속에서 뿌리를 내밀 겁니다. 그러면 안에서 밖으로 뿌리가 뚫고 나올 겁니다. 운이 좋으면 죽일 수 있고, 최소한 피부 어딘가에 구멍을 낼 순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상처 없이 입속에 넣는 일이었다.
“좋습니다. 내가 해 볼 테니, 두 분은 시선을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리폰이 위에서 S급 괴수를 향해 달려들었고, 강윤호의 오우거들이 도끼를 들고 괴수의 앞쪽에서 달려들었다.
그사이 나는 칸의 뒤로 향했다.
손에 쥔 열매를 바라보았다.
[가시덤불 열매(유니크) - 신들의 정원에서 자라는 금단의 가시덤불 열매, 안에 마법의 씨가 있어 주문을 외우면 어떠한 척박한 상태라도 크게 자라난다.]
이설록의 그리폰이 눈앞에서 시선을 끌고 있었다.
기회를 틈타 갈고리를 괴수의 등을 향해 던졌다.
휙휙휙! 착!
걸렸다.
쇠사슬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괴수가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강윤호의 오우거들이 도끼를 들고 앞다리를 공격했기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사이 놈의 머리를 향해 달렸다.
‘기회는 한 번이다!’
놈의 목덜미에 쇠사슬을 걸고 머리를 지나 입 쪽으로 내려가 열매를 목구멍 속으로 던진다.
말이 쉽지 목숨을 건 행동이었다.
오우거 한 마리가 또다시 괴수의 발에 맞고 강제귀환하고, 이제 그리폰도 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군인들은 계속해서 밟혀 죽었고,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간다!’
촤르르르륵!
쇠사슬을 타고 절벽을 내려가듯 놈의 머리를 지나 입을 향해 내려갔다.
칸이 자신의 머리를 타고 내려가는 건방진 인간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렸다.
이건 바로 찾아온 기회였다.
놈의 입속에 열매를 던졌다.
“성공이다!”
마법사가 내 외침을 듣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케켁!”
괴수가 갑자기 머리를 흔들며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다!
그런데.
“쿠케엑!”
놈이 커다란 가시 뭉치를 토해냈다.
밖으로 나온 가시나무가 갑자기 수십, 수백 배로 커지면서 오히려 병사들을 휘감았다.
“으아악!”
작전은 실패했다.
놈이 가시덤불 열매를 완전히 삼킨 다음에 주문을 외웠다면, 성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위산에 열매가 녹아 사라질 수도 있었기에 마법사도 급하게 주문을 외운 것이었다.
언뜻 바라본 괴수는 입속까지 강화가 된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지독한 악취가 풍겨 나왔다.
[독 내성이 증가합니다!]
[독 내성이 증가합니다!]
[독 내성이 증가합니다!]
‘제길 독가스까지 풍기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관찰 스킬을 쓸 수 없으니 답답했다.
“조심해!”
그때 강윤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괴수의 거대한 앞발이 날아왔다.
발에 강윤호의 오우거가 한 마리 매달려 있음에도 번쩍 들렸다.
괴수의 아가리가 크게 벌어졌다.
나를 물어뜯기 위함이었다.
“제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괴수의 입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도살!”
놈의 날름거리는 혀를 찔렀고, 목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숨을 쉴 수도 없었고, 사방이 온통 암흑이었다.
지독한 비린내와 끈적한 액체가 온몸을 휘감았다.
점점 의식이 희미해졌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비대각(批大卻) 스킬이 발동됩니다.]
백정의 칼이 놈의 목구멍을 지나면서 미친 듯이 휘둘렸다.
계속 숨을 참고, 다음 연계 스킬을 썼다.
[도대관(導大窾) 스킬이 발동됩니다.]
파파파팟!
놈의 목에 구멍이 뚫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액체가 안쪽에서 밀려오더니 내 몸이 밖으로 밀려났다.
“쿠케켁!”
몸이 공중을 날았다.
쿵!
순간적으로 에이션트 마그투스의 각반을 사용해 다리로 착지했다.
“괜찮습니까?”
마법사가 달려와 외쳤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솔직히 다시는 입속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 사이 오우거와 그리폰은 모두 사라졌다.
“마법사! 저놈의 시선을 잡아주시오.”
“예?”
“어서!”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자, 병사들을 휘감았던 가시덤불이 괴수를 향해 밀려갔다.
솔직히 전혀 의미 없는 공격이었다.
놈의 피부는 너무 단단해 가시덤불이 소용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쪽에 나태준이 달려가고 있었다.
백정의 칼로 가시를 헤치고 놈의 턱밑까지 접근했다.
‘저기다!’
자신이 방금 안쪽에서 상처를 낸 구멍이 보였다.
아래쪽도 위쪽도 아닌, 정확히 중간위치였다.
그 구멍에서 초록색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도저히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괴수도 내부엔 틈이 있었다.
갈고리와 쇠사슬 가방은 놈의 목에 걸려 있었다.
약 17미터의 높이.
뛰어오를 수 있을까?
그 순간 다리에 최대한 힘을 집중했다.
파앗!
위로 솟구쳐 올랐다.
‘잡았다.’
에이션트 마그투스 각반의 힘이 있었기에 잡을 수 있었다.
괴수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앞발을 휘저었다.
쇠사슬을 잡고 빠르게 목덜미로 올라가 피했다.
그리고 칼을 고쳐 쥐고 괴수의 상처 부위를 찔렀다.
비대각과 도대관을 연이어 적중시켰다.
그리고.
[난도(亂刀) 스킬이 발동됩니다.]
칼이 춤을 춘다.
괴수의 살을 파내고, 힘줄과 근육을 난도질했다.
그럼에도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역시 S급 괴수의 피부는 달랐다.
놈이 고개를 거세게 흔들자, 갈고리가 빠지며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터억!
오우거 한 마리가 나를 안았다.
강윤호가 다시 오우거를 소환한 것이다.
“기회다! 공격해!”
오우거 세 마리가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들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쿵! 쿠쿵!
세 마리가 한쪽에서 놈을 밀자, 놈이 기우뚱거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에 놈도 지친 것이다.
나를 안은 오우거도 동료들에게 합세했다.
콰앙!
네 마리가 한쪽에서 밀어붙이자, 거대한 놈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 순간 오우거의 어깨에서 뛰어내려 괴수의 상처 부위를 다시 한번 공격했다.
푹! 푸푹!
마나는 이미 전부 소모했기에 스킬을 쓸 순 없었다.
오로지 백정의 칼로만 파고들어 놈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쿠웅!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네 마리의 오우거가 괴수의 몸과 다리에 올라타 있었기에 손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강윤호가 내게 달려오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와! 최곱니다! 내 평생, 당신 같은 전사 클래스는 처음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설록과 마법사 유동근도 달려왔다.
“당신이 병사들을 살렸습니다.”
“모두 힘을 합한 덕분입니다.”
A급 헌터 넷이서 S등급 괴수를 잡았다.
거의 기록적인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제 A등급이 된 나태준의 활약이 돋보였다.
- 대장! 거대한 고릴라가 와요.
무전 소리에 인상을 찡그렸다.
디울리스, A급 거대 고릴라, 마주치기 싫은 놈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싸워야지.
“괴수가 다시 온답니다. 앞으로 갑시다.”
다시 바리케이드로 달려갔다.
***
며칠? 아니 몇 주가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괴수들의 공격이 밤낮이 없었다.
거대한 게이트라 괴수를 끝도 없이 뱉어냈다.
다행히 S급 괴수는 더는 북쪽으로 오지 않았다.
아마도 게이트 안에서 처리했거나, 다른 전선으로 간 것 같았다.
다들 지치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제기랄! 또 오네!”
이번엔 C급 괴수 아라크네 무리가 몰려왔다.
그런데 그 숫자가 수백, 수천가 넘었다.
어디서 저런 괴수들이 끝도 없이 몰려나오는가.
갑자기 저 게이트로 들어간 연희가 걱정됐다.
- 창수야, 한바탕 쏴줘.
- 미안하다. 주문한 총알을 다 썼다.
휴, 컨테이너 하나 분량의 총알을 다 썼다.
수진이가 힘겹게 일어나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 화살이 많았다.
괴수들이 또다시 순식간에 바리케이드로 몰려들었다.
“얼음 장벽!”
최한별이 힘을 모아 얼음 장벽을 세웠다.
잠시라도 팀원들과 다른 헌터들을 쉬게 하려는 거이었다.
얼음 장벽을 타고 커다란 거미 괴수들이 넘어왔다.
촤악!
“쿠에엑!”
괴수 하나가 이수경의 검에 두 쪽으로 갈라졌다.
“제가 옆을 지키겠습니다.”
이수경 역시 계속 무수한 칼질을 했기에 남은 힘이 없을 것이다.
나는 얼음 욕조 안에 있었다.
몇 시간 전에 A급 괴수 디울리스와 검치호랑이 마카이로 무리가 동시에 공격하는 바람에 무리하게 힘을 썼더니, 다리에 무리가 생겨 당장 일어설 수 없었다.
A급 괴수도 아니고 C급 괴수에게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백정의 칼을 들고 힘겹게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크윽!”
최한별이 힘을 다했는지, 얼음 장벽이 사라졌다.
그러자 거미들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얼음 장벽!”
어디서 힘이 났을까?
얼음 장벽이 또다시 솟아올랐다.
“괴수들을 무찌르자!”
“와아아아!”
김우리가 블리자드 길드원 500명을 이끌고 달려왔다.
그들이 힘을 모아 바리케이드로 다가오는 거대 거미들을 공격했다.
이왕 올 거면 조금 더 일찍 오던가.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그들은 다른 B급 게이트를 공략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달려온 것이었다.
그렇게 가끔 헌터들이 보충됐다.
***
이제 한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괴수가 달려오면 나도 모르게 또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잡았을까?
갑자기 괴수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이곳 전선의 대장 이설록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게이트가 클리어됐다!”
“공략팀이 성공했다!
“와아아아아!”
헌터들과 군인들이 소리치고 환호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남산에 있는 관찰병과 척후병이 확인했습니다. 헌터들이 게이트에서 나왔답니다. 그리고 용산역에서 괴수들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헌터들이 나왔다는 것은 게이트가 클리어됐다는 말이었다.
한수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S급 게이트가 왜이렇게 쉽게 클리어된거죠? 난 적어도 몇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수진이의 말을 듣고 불길한 마음에 이설록에게 물었다.
“게이트에서 나온 인원이 몇 명이나 됩니까?”
“척후병의 말로는 100명 정도라고 하던데요?”
“겨우 100명이오?”
게이트에 들어간 인원이 200명이 훨씬 넘는다고 들었다.
그럼 너머지 인원은 나오지 못한 것이 아닌가.
설마 연희가?
그 말을 듣자마자, 급하게 용산역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