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
87. 헌터, 이름을 날리다(2).
늪의 지배자 린드부름.
괴수는 괴수를 알아보는 법.
블랙 드래곤의 포효(咆哮)에 깊고 깊은 늪에서 한 마리 거대한 놈이 눈을 떴다.
이곳은 지난 수백 년간 자신이 지배하던 곳이었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세상이었다.
배가 고프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 성격이지만, 건방진 침입자를 가만 둘 수 있겠는가? 거대한 포식자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곤.
“끼이이이이이아!”
귀를 찢는 듯한 괴성에 늪과 정글이 울렸다.
***
엄청난 괴성에 주변의 괴수들이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몸을 숨겼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헌터들이 순간 하는 일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온 컴컴한 늪을 바라보았다.
“저게 린드부름의 울음인가?”
“그럼 조금 전에 들린 굉음은 뭐지?”
“씨발, 뭔진 몰라도 괴수겠지. 어서 하던 일이나 마무리해.”
이태성의 부하들은 지금 게이트 주변에 베이스 캠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두 번이나 들린 괴수의 포효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존나, 살 떨리네. 나 A급 게이트는 처음이야.”
“너도 그러냐?”
“나도 처음이야. 우리 같은 B급 헌터가 A등급 게이트에 어떻게 와.”
“맞아. 잘못하면 여기가 우리 무덤이 되는 거 아냐?”
“씨발, 그냥 헌터고 뭐고, 다 때려치우는 건데...”
“이봐! 너희, 어서 작업해!”
작업을 지휘하던 A급 헌터가 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이태성의 눈 밖에 나면 헌터 협회에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참여하는 헌터들이 많았다.
잠시 후.
이태성이 50여 명의 일본 측 헌터들을 데리고 게이트로 들어왔다.
이들은 살인이라면 이골이 난 자들로 헌터 암살이 주 수입원인 전문 암살자들이었다.
“이 새끼들, 뭐하는 거야! 아직도 베이스 캠프가 완성이 안 됐어?”
“죄, 죄송합니다. 도중에 괴수의 공격이 있었기에 조금 늦어졌습니다.”
이태성은 지금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
평소의 그 같으면 아무리 화나는 일이었어도 겉으론 여유롭게 웃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태준은 그의 평정심까지 흔들고 있었다.
이태성은 일본 헌터들은 쉬게 하고,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 주변을 탐색하게 했다.
이번 게이트에 참여한 인원만 800명이 넘었다.
A급 헌터는 이태성의 부하와 일본 헌터를 합쳐 120명에 달했고, 나머진 B급과 C급 헌터들이었다.
이는 거상 길드와 새로 흡수한 살라딘 길드의 C급 이상 헌터들은 거의 다 모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태성은 이번 일에 자신의 사활을 걸었다.
***
“태준 오빠! 누군가 게이트로 들어온 거 같아!”
건물 꼭대기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던 최한별이 큰 소리로 태준을 불렀다.
“알았어. 올라갈게.”
태준은 밧줄을 타고 사원 위로 올라갔다.
이수호는 다가올 전투에 대비해 블랙 드래곤과 씨름하며 계속 교감을 시도하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 카올렌은 조금씩 수호가 지시하는 데로 움직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날개와 꼬리를 이용한 공격을 익히고 있었다. 하지만 주 무기인 브레스는 아직도 토해내지 못했다.
“왜? 뭐가 잘 안돼?”
윤상희가 땀을 뻘뻘 흘리는 수호에게 말했다.
“다른 건 슬슬 합을 맞추고 있는데, 브레스가 잘 안 되네요.”
“태준씨 말대로 독 내성을 더 올려야 하는 게 아닐까?”
“카올렌이 그러는데, 마음속에 분노를 토해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분노?”
윤상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노할 만한 기억을 떠올리라는 것이 아닐까?”
“그게 그럴 만한 기억이 없어서...”
이수호는 게이트가 발생하고 피난민 시설과 고아원을 전전긍긍하며 다녔다. 평생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했고, 교류했던 사람들도 없었다.
부모없는 생 고아였기에 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고, 늘 주눅 들어 있었으며, 늘 남을 피해 살았다.
이런 그에겐 분노조차 사치였다.
그리고 그런 삶은 헌터가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수긍하며 살았던 이수호는 블랙 드래곤 카올렌의 성격과 정반대나 마찬가지였다.
카올렌은 난폭한 폭군이자, 무자비한 살생자로 다른 생물들의 눈치를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파괴하고 죽이면 모든 생물이 사라졌으니, 그 성질이 얼마나 고약했겠는가.
수호와 카올렌의 성격이 상반되었으니, 소환한 것도 어려웠고, 소환하고 나서도 100% 교감할 수 없어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의기소침해진 수호를 향해 윤상희가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앞으로 세상 살다 보면 분노할 일이 엄청 많을 거야. 일단 저놈의 움직임에 집중해, 그것만 해도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네. 그래야겠어요.”
수호는 다시 블랙 드래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태준을 만나고 나서는 단 한 번도 스스로 포기한 적이 없었다.
늘 열심히 노력해 위기를 극복하고, 단계를 뛰어넘으며 눈부신 성장을 했었다.
수호가 다시 블랙 드래곤을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윤상희가 웃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나야말로 어서 적응해야 할 텐데...’
파워글러브(유니크)를 손에 끼고, 윤상희는 자신의 새로운 레전더리 급 도끼를 들었다.
[파괴의 날(레전더리) - 먼 옛날 악마 사냥꾼들이 악마를 잡을 때 사용했다는 도끼로, 피를 머금을수록 소유자는 더 빨라지며, 더 강해진다.
일정 수준의 피를 머금으면 광전사 스킬이 활성화된다.
광전사 스킬 발동 시 - 수 초간 온몸이 불타는 고통을 느낀다. 광전사가 된 후에는 더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분노의 도끼 전사로 거듭난다.
광전사 - 상대하는 대상에 공포 +30, 순간 파괴력 3배, 고통 절대 내성.]
아직 광전사 스킬이 활성화된 적이 없었기에 어떤 고통이 뒤따르는지 알지 못했지만, 불에 타는 고통이라면 인간에게는 가장 가혹하고, 치명적이며 끔찍한 고통이었다.
파괴의 날을 선택한 것은 태준이 아니었다.
이 광전사의 도끼를 선택한 것은 윤상희였다.
아니 어쩌면 도끼가 윤상희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레전더리급 도끼들도 있었지만, 윤상희는 도끼 전사답게 도끼를 들었을 때, 그립감이나 상대를 부숴버릴 것 같은 예기가 가장 높은 것을 선택했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다만 광전사가 됐을 때,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요?”
“응? 아니야.”
윤상희 옆에 앉은 한수진 역시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넌 그 활에 적응했냐?”
“물론이죠. 아직 한 가지 스킬만 빼고요.”
수진이의 활 역시 레전더리 아이템.
다른 레전더리 아이템보다 그녀가 들고 있는 활은 소유자에게 여러 개의 특수 스킬을 주었다.
그것을 괴수에게만 써봤지, 다른 헌터들에게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건물 꼭대기에 오른 태준은 최한별의 얼음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서 인벤토리를 열어, 젤리 같은 고기 하나 꺼냈다.
“그건 뭐야?”
“드레이크의 눈알. 좀 줄까?”
“에?”
비위가 좋은 최한별도 고개를 돌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윽, 그런 걸 뭐하러 먹어?”
“눈 좋아지라고.”
태준은 웃으면서 드레이크의 눈알을 씹어먹었다.
‘섭취(攝取)!’
야행성인 드레이크(A)는 수 킬로미터의 상공에서도 먹이를 찾아내는 엄청난 시력이 있었다.
태준은 지금 드레이크의 시력으로 먼 곳에 있는 게이트를 응시했다.
“많이도 끌고 왔군. 수백 명은 되겠어.”
“여기서 그게 보여?”
“전부는 아니야. 나무에 가려서 안 보이는 부분까지 고려한 거야.”
“이제 진짜 전투가 벌어지겠네.”
“긴장돼?”
“아니. 원래 내 삶이 늘 전투였어.”
최한별이 깊은 호흡을 하며, 전방을 응시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결심하듯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태성은 내가 상대할게.”
“뭐?”
갑자기 훅 들어온 말에 태준은 한별을 바라보았다.
“괜찮겠어?”
“당한 걸 갚지 못하면,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그래.”
“그놈이 얼마나 강할지는 나도 잘 몰라.”
“나도 알아, 내가 죽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직접 복수하고 싶어.”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진지했다.
이태성은 신귀족에 S급 헌터, 그것도 A등급으로 오른 지 5년 이상 됐으니, 레전더리 아이템도 여러 개 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한별이 불리했다.
하지만 그녀의 결심은 죽음까지도 생각할 정도로 확고했다.
태준이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별이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진 마, 나 목숨 질긴 거 알잖아.”
블리자드의 고종수와 헌터들, 그리고 김우리와 싸웠을 때도 그녀는 죽을 만큼 상처를 입었어도 이겼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태성과 일당에게 16개의 뼈가 부러지고 광대뼈가 함몰될 정도로 처맞았지만, 끈질기게 목숨을 부지했다.
태준은 그런 그녀가 기특해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
“뭐, 뭐하는 거야. 나 어린애 아니다.”
최한별이 당황해 얼굴이 빨개졌다.
“그만 내려가자, 손님이 왔다.”
“손님?”
이태성이 보낸 척후병들이 고대의 도시를 순찰하고 있었다.
***
“왜 이렇게 천천히 가?”
“뭔가 튀어나올 거 같아, 으스스하지 않아?”
“B급 헌터가 쫄았냐?”
“너는 나태준을 안 봐서 그래, 난 그놈이 S급 괴수보다 무서워.”
“아무리 그래 봐야 인간이지.”
두 척후병이 수풀을 해치며 고대 건물들 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나태준, 그 새끼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여기서 끝이야.”
“그렇겠지?”
“그럼 이 게이트에 동원된 헌터 숫자가 몇 명인데.”
“아! 그놈한테 동료가 있다는데?”
“그 새끼들, 어디서 이름 없는 놈들 몇 명 데려온 거야. 길드 소속도 아니고, 최한별 말고는 들어본 적도 없어.”
“하긴 최한별도 난 얼마 전에야 들었어. 근데 엄청난 미인이라며? 죽이기 전에 한 번 안아봤으면 좋겠다.”
“크큭! 새끼, 밝히기는. 난 그 일행 중에 아이돌 고등학생이 하나 있는데, 이쁘고 귀엽더라고. 그년이 내 손에 잡혔으면 좋...컥!”
“컥? 뭐라고?”
뒤따라오던 동료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뒤를 돌아보자.
“헉! 동수야?”
동료의 목에 검은 화살이 하나 박혀 있었다.
동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손으로 자신의 목에 박힌 화살을 만지고 있었다.
그러다 목에서 피가 뿜어지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힘없이 뒤로 쓰러졌다.
“제, 젠장! 어디서 날아온 거야?”
날아오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헌터는 방패로 얼굴과 가슴을 가리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때였다.
피이이잉!
태앵!
“큭!”
화살이 날아와 방패를 때리고 바닥에 박혔다.
엄청난 힘에 방패를 든 손이 찌릿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헌터는 계속 머리와 상체를 보호했다.
치명상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 사는 법을 아는 자였다.
그 순간 수진이는 한 사원 건물과 연결된 나무 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속삭였다.
“바람 폭발!”
콰아앙!
“으헉!”
땅에 박힌 화살이 폭발하면서 헌터의 다리를 공격했다.
헌터는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푹!
관자놀이에 화살이 박혔다.
헌터는 그자리에서 절명했다.
두 척후병를 쓰러트린, 수진이는 바람처럼 나무를 타고 사뿐히 내려왔다.
그리곤.
“바람 질주!”
다른 목표를 찾아 바람처럼 사라졌다.
“으아아악!”
어둠 속에서 칼이 휘둘리자, B급 헌터의 팔이 공중을 날았다.
헌터는 곧바로 사원 건물 밖으로 내달렸다.
“크윽! 사원 안에 누가 있다.”
“적이다! 경계해라!”
정찰대의 리더인 A급 헌터가 십여 명의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잠시 후.
사원 안에서 시커먼 인형이 밖으로 나왔다.
“나를 찾나?”
백정의 칼과 섬뜩한 갈고리.
“나, 나태준?”
귀신을 본 듯 헌터들은 떨면서 뒤로 물러섰다.
“나태준, 우리를 어쩔 셈이지?”
“내가 예수나 부처도 아니고, 나를 죽이러 온 자들을 살려둘 순 없지.”
“두려워 마라, 우린 숫자가 많다. 모두 한꺼번에 공격해라!”
A급 헌터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헌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게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태준은 웃음을 날렸다.
처음부터 하나는 살려둘 생각이었다.
곧 이곳에 수백 명의 헌터들이 몰려들 것이다.
백정의 칼과 갈고리가 휘둘리자, 순신간에 일곱이 쓰러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화살이 날아와 남은 헌터들을 쓰러트렸다.
“태준 오빠, 벌써 힘쓰지 마!”
수진이가 나무 위에서 말했다.
“수호는?”
“여기요.”
위잉! 휘이잉!
커다란 검은 드래곤이 하늘에서 내려앉았다.
수호는 그 위에 타고 있었다.
“오! 그놈하고 좀 친해졌냐?”
“네! 근데, 카올렌의 능력을 완벽히 발휘하려면 제가 조금 악독해져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저 순둥이가 악독해질 수 있을까?
“아무튼, 조심하고 놈들이 나타나면 숫자를 줄이면서 베이스 캠프로 유인해!”
“네네!”
베이스 캠프엔 윤상희가 파괴의 날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
정찰대의 리더 A급 헌터 김민수가 게이트 앞에 있는 베이스 캠프로 돌아왔다.
“대장! 나태준입니다!”
이태성이 캠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태준이 나타났습니다.”
“어디냐?”
“북쪽 밀림에 고대 사원 같은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 헌터들을 죽였습니다.”
“고대 사원이라... 무덤으론 좋은 곳이구나.”
이태성은 캠프 내에 있는 모든 헌터를 불러 모았다.
“나태준, 그놈에게는 확인된 레전더리 아이템만 세 개가 있다. 그리고 유니크 아이템은 10여 개가 넘지.”
헌터들이 웅성거렸다.
같은 A급 헌터라도 레전더리 아이템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런데 그런 걸 3개나 가지고 있다니, 나태준이 강한 것도 이해가 됐다.
“그러나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놈은 하나다! 그리고 함께 있는 놈들은 이제 A급이 된 허접한 놈들과 B급 헌터 하나다. 하지만 우리는 A급 헌터만 120명이 넘고, 여기 있는 헌터를 다 합치면 800이 넘는 동료가 있다.”
숫자가 깡패라고 했던가.
5명이 800명을 상대해야 했다.
그리고 A급 헌터 중에서도 레전더리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헌터도 있었기에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다.
“놈을 잡으면 놈에게 있는 모든 아이템과 내가 가지고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 3개! 그리고 현금으로 2천억원을 주겠다.”
고개를 끄덕이자, 세 명의 헌터가 커다란 은색 상자들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오만원권 지폐가 가득 들어 있었다.
헌터들이 돈을 보자,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오!”
“저걸 전부 준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증인이다. 그리고 놈의 부하들에게도 상금을 걸지. A급 헌터는 한 명당 현금 500억, B급 헌터는 300억이다. 몸은 필요 없다. 머리만 가져와라!”
헌터들이 저마다 무기를 고쳐 쥐고 있었다.
그야말로 일확천금의 기회였다.
하지만 먼저 나섰다간 목숨이 아까웠으니, 움직이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일본 헌터들을 향해 이태성이 신호를 주자, A급 헌터 50여 명이 일제히 사원 방향으로 달렸다.
“자, 머뭇거리지 마라! 놈을 잡으면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
“놈들을 죽이자!”
“와아아아!”
일본 헌터들이 먼저 움직이자, 그 뒤를 이어서 다른 헌터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나태준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그 동료를 죽여도 500억, B급 헌터를 죽여도 300억이라는 거금을 벌 기회였다.
이태성이 아직 베이스 캠프에 남은 아홉 명의 최측근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도 가라!”
“네? 하지만 베이스 캠프를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여긴 내가 맡겠다.”
이태성은 S급 네크로맨서, 그의 손에서 어떤 무시무시한 언데드가 솟아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
그는 여기 남아 있는 A급 헌터들이 모두 덤벼도 이길 수 없는 강자였다.
베이스 캠프에 남아 있는 부하들도 모두 사원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늪 쪽에서 최한별이 이를 악물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태준 오빠, 말대로야! 놈은 여기 남아 있을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