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98. 부산 S등급 게이트(1).
[국가 헌터원]
“강원도 정선 게이트에 갈 인원이 부족합니다.”
“이설록팀이 있잖아.”
“12팀은 이미 대전 게이트에 배치됐습니다.”
“그랬나?”
부하의 보고에 최규환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겨우 5%가 늘었는데, 이렇게 바쁘단 말인가?’
나태준이 넘겨준 게이트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하지만 높은 등급의 게이트는 훨씬 많이 늘었기에 배치할 인원이 부족했다.
나태준의 말대로 과거처럼 게이트 위치를 전혀 몰랐다면, 그 혼란은 초기 게이트 발생 때와 비슷할 것이다.
“13팀도 이미 배치됐고, 남은 팀이...”
“정기용팀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정기용?”
“네, 실력도 출중하고, 이번엔 이철용 원장님께 전설급 샤먼까지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면 A등급 게이트에서도 통하지 않겠습니까?”
최규환은 잠깐 다른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철용이 왜 정기용에게 전설급 샤먼을 넘겨준 걸까?’
그것이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기용은 이제 A급이 된 헌터.
이철용이 정기용과 몇몇 헌터들을 데리고 A급 게이트를 함께 공략하며, 그들을 A등급으로 올렸다.
그리고 정기용에게 그 팀을 맡겼다.
문제는 그 일을 자신과 상의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주는 것은 매우 큰 건임에도 자신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다섯 개나 그 헌터들에게 나눠주었다.
‘설마, 이철용이 나를 견제하는 건가?’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넘버2.
이철용을 제외하면, 국가 헌터원에서는 영향력이 제일 큰 사람이었다.
물론 위에 박하림 단장도 있었지만, 그는 내부에서 지휘하기보단 현장에서 뛰는 스타일이었기에 자신의 경쟁상대는 아니었다.
그리고 게이트에 헌터를 배치하고, 헌터원 전체의 실무를 이끌어 가는 것도 자신이었기에 이인자의 자리는 굳건하다 여겼다.
‘그런데 왜 하필 정기용이지?’
그는 작년까진 나태준의 사람이었다.
태준이 몇 달간 잠적한 사이에 우리 측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그들의 끈끈한 팀워크를 잘 알고 있었기에 옆에 두긴 꺼려지는 인물이었다. 그런 정기용을 이철용은 아무렇지도 않게 밑에 두고 키우기까지 했다.
이철용의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고민이 많아졌다.
“국장님? 최규환 국장님.”
“어?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그게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나태준이 사라졌습니다.”
“뭐?”
“분명 어젯밤까진 도살자 길드 건물에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확실해?”
“네.”
“그 측근들은?”
“측근들도 보이지 않고, 거상 길드원들도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최규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지?
“아! 게이트를 공략하러 갔을 것이네.”
국가 헌터원에 5%의 게이트 지분을 넘겨주며, A등급 게이트 2개와 B등급 게이트 몇 개는 자신이 가지고 간다고 했었다.
헌터들까지 모두 사라졌으니, 이는 게이트를 공략하러 간 것이 분명했다.
“저 그럼 정기용팀은?”
“그 팀은 그냥 대기시켜.”
***
“나왔다!”
“저게 S급 게이트인가?”
검은 태양?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였다.
이글거리는 지름 1km의 게이트!
그 거대한 것이 바다 위에 생성됐다.
“허! 중압감이 장난이 아니군.”
유일한 S급 헌터 창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도 들어가 보고 싶은데!”
“뭐?”
“나도 헌터인데?”
기태가 갑자기 소리쳤다.
하지만 안될 일이었다.
눈앞에 게이트는 S급 게이트, 이번엔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었다.
윤상희가 기태를 달래고, 다른 팀원들은 진입을 준비했다.
“카올렌!”
이수호의 외침과 동시에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블랙 드래곤 카올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아아아아!”
엄청난 크기의 게이트에 놀란 주변 해역을 항해하던 선원들이 이번엔 드래곤의 포효에 겁을 집어먹었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것들이 보였다.
“괴수다!”
“우린 신경 쓰지 마, 그건 육지에서 처리할 거야.”
헤엄을 치지 못하는 괴수는 그대로 바다에 빠져 익사했고, 숨을 오래 참을 수 있거나 헤엄을 치는 괴수들은 본능적으로 육지를 향했다.
그 시각 부산항과 해안가에는 도살자 길드원들과 블리자드 길드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천 명이 넘는 중무장한 헌터들이 나타났지만, 으레 게이트가 나타나겠거니 하고 일상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게이트 발생 경보가 울리자, 우르르 대피소로 이동했다.
실제 부산에 발생한 게이트는 B등급 하나. 그곳엔 국가 헌터원의 B등급 헌터 몇 명과 군인들이 배치되었고, 나머진 해안가에 있었다.
“괴수가 온다!”
“나태준 길드장님의 명령이다! 괴수를 잡아라!”
“죽여라!”
거대한 것들이 해안으로 올라오자, 헌터들이 달려들었다.
“이제 갈까?”
“좋아, 카올렌에 올라타!”
기다리고 있는 카올렌의 등에 태준과 팀원들이 올라탔고, 블랙 드래곤이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진입한다!”
지옥의 구덩이로 카올렌이 들어갔다.
그 순간 어둠이 모든 것을 삼키고, 김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끼이이이아!”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A등급 괴수 드레이크들이 스치며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크윽!”
“세상에!”
높은 곳에서 게이트 안쪽 세상을 바라보자, 그 거대함과 엄청난 규모가 눈에 들어왔다.
“수호야. 위로 올라가자!”
“알았어!”
카올렌은 더 위로 올라갔다.
안전한 곳을 찾고, 주변 지리를 확인하기 위해 더 높은 곳에서 볼 필요가 있었다.
태준이 인벤토리를 열어, 드레이크의 눈알을 삼켰다.
'섭취(攝取)!'
드레이크의 시력은 독수리보다 수배나 좋고,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괴수의 시력을 가진 태준의 눈이 빠르게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땅 위에 득실대는 수많은 괴수!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수들!
멀리서 불을 뿜는 거대한 화산과 끝도 없이 이어진 거대한 산맥과 강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꼭 공룡들의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엄청난 자연경관에 눈이 어지럽다.
[티베리안 차원(S등급) - 괴수가 지배하는 세상.
지구의 자연환경과 비슷한 티베리안 차원엔 수많은 괴수가 존재합니다. 그것들은 난폭하고, 잔인하며, 강력합니다.
이곳에서의 생존은 모든 생물에게 큰 도전이며, 나약한 것들은 찢겨 죽을 것입니다.
그대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게이트 클리어 조건 : 티베리안 차원의 지배자 카라차크라의 애완동물 브라키페르마(SS등급)를 죽이시오.]
[보상 : ?]
모두의 상태창에 게이트 클리어 조건이 떴다.
역시나 SS등급의 보스를 죽이는 미션.
[브라키페르마(SS) - 산이 걷는다.
이것은 브라키페르마를 설명한 가장 적당한 말이었다.
생김새는 거미를 닮았고, 다리가 8개, 등에는 수천 개의 촉수가 뱀처럼 꿈틀거린다.
화염 내성, 독 내성, 냉기 내성, 전격 내성이 있어 웬만한 마법 공격으론 타격을 줄 수 없다.
입에서 뿜어내는 거미줄에 걸리면, S급 괴수조차 움직이지 못한다.
아랫배에 수천 마리의 소형 브라키페르마(A)를 데리고 다니며, 작은놈들이 괴수를 사냥해 영양분을 어미에게 전달한다.]
저 무시무시한 SS등급 괴수가 애완동물이란다.
그런데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곱씹을 시간이 없었다.
드레이크들이 카올렌을 발견했다.
“놈들이 온다!”
“대장, 어디로 가?”
수호의 물음에 태준이 산맥 끝자락을 가리켰다.
“저 숲으로 이동한다.”
괴수의 시력으로 높은 곳에서 사방을 살핀 태준이었다.
너른 평야 한복판에서 괴수들을 상대하기보단 엄청나게 큰 나무가 덮여 있는 숲이 몸을 지키기 쉬워 보였다.
카올렌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끼이이이아!”
“서라 언니 활을 들어요.”
바람처럼 날아가는 블랙 드래곤 위에서 한수진이 능숙하게 자세를 잡았다.
“용의 격노!”
자신의 레전더리 활 이름을 외치며 화살을 쏘았다.
용의 형상!
그것이 꿈틀거리며 날아간다.
“쿠아악!”
순식간에 드레이크의 비명이 허공에 울린다.
수진의 화살이 드레이크의 몸통을 뚫어버렸다.
“허! A급 괴수가 한방에?”
“헤헤, 이 정도는 기본이죠.”
“대단한데.”
김서라는 얼마 전에 A등급 헌터가 됐다는 한수진의 활 솜씨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위력을 발휘하자,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두 사람은 같은 궁수 클래스, 게다가 무기도 같은 활이었다.
이번엔 김서라가 천공의 활을 겨눴다.
주변에 있던 수십 마리의 드레이크가 몰려왔기에 사냥감은 충분했다.
“그림자 흔들기!”
화살이 쏘아짐과 동시에 화살 주변으로 십여 개의 그림자가 펼쳐졌다.
그리고.
“버닝 에로우!”
곧바로 화살을 하나 더 쏘았다.
파파파파팡!
갑자기 앞선 그림자 화살이 드레이크 앞에서 폭사하며 검은 연기가 뿜어졌다.
그 순간 드레이크는 날개를 펴 몸을 멈춰섰다.
그때였다.
푸욱!
“끼이악!”
드레이크의 몸통에 불타는 화살이 박혔다.
괴수는 불에 타면서 아래로 추락했다.
이는 천공의 활의 특수 스킬인 그림자 흔들기와 김서라의 전용 스킬인 불타는 화살(Burning arrow)을 연계한 것이다.
그림자 흔들기는 본체 옆으로 그림자 화살이 여러 개 생기고, 그 그림자 화살은 괴수 앞에서 검은 연기를 뿜으며 흩어지는 연막작전을 위한 스킬이었다.
괴수는 그림자와 검은 연기에 현혹되고, 다음 화살이 목표에 박히는 것이다.
“오, 언니 스킬도 대단한데요.”
“그, 그러게...”
김서라는 천공의 활 전용 스킬에 자신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그림자 흔들기 기술이구나!’
천공의 활을 최한별에게 받고, 연습할 시간이 없었기에 그 위력을 아직 확인해 보지 못했다.
김서라의 가장 강한 궁수 스킬인 “불타는 화살”은 위력은 강하나 이글거리는 불꽃 때문에 노출이 쉽고, 속도가 느린 편이라 적중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림자 흔들기 스킬은 이런 단점을 연막으로 보완해 불타는 화살을 완벽하게 구사하게 해주었다.
“한별씨.”
“네?”
“이 천공의 활, 우리 길드장이 골라준 거죠?”
활을 사 준 한별이가 이빨을 살짝 보이며 웃었다.
“네. 맞아요. 적극적으로 추천하던데요.”
“역시.”
나태준은 A등급 게이트를 함께 공략했기에 자신의 활 기술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보완 가능한 활을 추천했을 것이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김서라가 나태준을 보며 또 한 번 감탄했다.
“모두 꼭 잡아요!”
수호가 소리쳤다.
카올렌이 갑자기 수직으로 하강했다.
공중에서 몰려드는 괴수가 너무 많았기에 곧바로 숲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곧 그들 앞으로 거대한 나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건 나무라고 하기보단 빌딩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어떤 나무는 그 높이가 수백 미터에 그 둘레가 수십 미터가 넘는 것도 있었다.
블랙 드래곤이 지그재그로 거대한 나무를 피해 날아 들어갔다.
“다들 꽉 잡아요. 착지합니다.”
카올렌이 거대한 나무 아래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앞뒤에서 거대한 괴수들이 달려왔다.
“모두 전투준비!”
태준 일행이 숲으로 들어오자, 하늘을 나는 괴수들은 거대한 나무들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여기서 달려드는 괴수를 모두 잡는다!”
태준의 명령이 떨어졌다.
자신들은 이곳에 생존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괴수를 잡기 위해 왔기에 물러설 곳은 없었다.
“쿠아아아!”
카올렌이 뒤에서 달려오는 S급 괴수 울트라 피스토마를 향해 녹색의 브레스를 뿜었고, 태준이 앞으로 달리며 외쳤다.
“이쪽은 내가 맡는다.”
윤상희는 파괴의 날을 들고 숲 안쪽에서 달려드는 A급 괴수들을 막아섰다.
“뒤쪽은 나와 한별이가 맡을게.”
그리고 한수진이 공중을 향해 화살을 겨눴다.
“그럼 우린 공중을 맡죠!”
“어.”
김서라가 얼떨결에 대답했다.
모두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위치를 정했다.
이는 태준과 오래 다니며, 서로 신뢰를 쌓아 만든 포메이션으로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었다.
그때 홀로 남겨진 이가 있었다.
이수경.
그녀가 자신의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인가.’
그녀 역시 태준으로부터 레전더리 검을 받았다.
“헌터와 함께 성장하는 검이죠. 이수경씨와 어울리는 검입니다. 이걸로 어서 따라붙어요.”
그 말에 눈물이 흐를 뻔했다.
자신은 이 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른 팀원들은 태준이 직접 고르고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은 게이트 브로커 일을 하며 그저 의뢰인과 고객으로 만났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태준은 오갈 때 없는 자신을 받아주고, 이런 명검까지 선물해줬다.
[아론다이트(레전더리) - 호수의 기사 란슬롯의 명검.
불, 바람, 물, 얼음, 대지, 저주 등 마법 저항이 깃든 검으로 모든 마법 공격을 무위로 돌린다.
사용자의 의지와 힘이 강할수록 검의 위력도 함께 성장한다고 알려졌다.]
전설급 명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아론다이트는 소유자와 함께 성장하는 검이었기에 S급 헌터가 들었을 때와 자신 같은 B등급 헌터가 들었을 때의 위력은 천지 차이였다.
검을 든 이수경이 주변을 바라보았다.
S등급 괴수가 앞뒤로 달려왔고, 뒤쪽엔 A등급 괴수 십여 마리가 달려왔다.
솔직히 B등급인 자신에겐 A등급 한 마리도 벅찬 상대였지만, 물러설 순 없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태준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다른 팀원들을 따라붙어야 했다.
“아론나이트! 가자!”
그녀가 자신의 검을 아래로 길게 늘이며, 이미 전투를 시작한 최한별과 윤상희 쪽으로 무섭게 달려나갔다.
“큭!”
얼마나 쏘았을까?
김서라가 자신의 오른팔과 어깨를 주무르며 이를 꽉 물었다.
쉴 새 없이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어깨가 뻐근해졌고, 굳은살이 단단히 배긴 손가락이 가뭄에 논바닥처럼 갈라졌다.
게다가 팔목은 경력이 일어날 정도로 욱신욱신 쑤시는 것이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윽! 이 사람들은 지치지도 않나?’
조금 전에 공중에서 달려들던 드레이크들은 수진이와 모두 죽였다.
그러나 화살이 빠른 한수진은 이미 자신보다 두 배나 많은 화살을 쐈음에도 지치지 않는지, 다른 동료들에게 달려드는 괴수를 향해 화살을 쏘고 있었다.
눈을 돌려보니, 앞에서 달려들었던 S급 괴수는 이미 태준과 이수호의 블랙 드래곤 카올렌에 찢겨 죽어 있었고, 두 사람은 또 다른 S급 괴수와 싸우고 있었다.
또, 반대쪽에 윤상희와 최한별은 쉴 새 없이 A급 괴수를 도살하고 있었다.
‘허! 나태준 길드장이 여럿인가?’
김서라는 순간 그렇게 느껴졌다.
각자 클래스와 기술은 천차만별로 달랐지만, 괴수를 향해 달려드는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었고, 모두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괴수를 죽이고 있었다.
‘아! 이것이 도살자로구나!’
지금보니 태준의 별명이 아닌, 이 팀의 별명이 도살자였다.
팀원들의 움직임은 어느새 모두 태준을 닮아 있었고, 괴수를 상대하는 마음가짐까지 모두 대장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같은 B등급인 이수경.
그녀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며 거센 기세가 뿜어졌다.
“호수 가르기!”
순간 그녀의 검에서 무언가 뻗어 나와 A급 괴수의 목을 잘라버렸다.
“수경 언니! A등급 축하해!”
수진이가 화살을 쏘면서 소리쳤다.
“축하해!”
“멋있었어! 방금 일격!”
모두 이수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첫 번째로 이수경이 A등급으로 올랐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은 김서라가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크윽!’
태준은 방금 S급 괴수 울트라 피스토마와 난타전을 벌였다.
팔이 빠지는 고통을 느꼈다.
S급 괴수가 일반 필드 몬스터로 나오는 곳이 S등급 게이트였다. 이런 놈들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곳이었기에 등급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방금도 S급 괴수 한 마리를 죽이고 달려드는 다른 놈을 향해 갈고리를 휘두르다. 팔이 빠진 것 같았다.
다행히 카올렌이 뒤에서 괴수의 목을 물었고, 팀원들이 달려와 도왔기에 놈을 죽일 수 있었다.
“다쳤어?”
윤상희의 물음에 태준이 자신의 빠진 팔을 잡았다.
“괜찮아요. 저기 다른 놈이 옵니다.”
이번엔 숲의 지배자라 불리는 S등급 괴수인 에이션트 마그투스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 저놈을 공격해!”
팀원들이 놈을 상대할 때 태준은 스스로 빠진 뼈를 맞추었다.
투둑!
“크윽!”
이를 악물었지만, 신음이 새어 나오는 것은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인체의 몸 구성을 완벽히 이해했기에 재생(再生)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스킬인 재생(再生).
그것이 알아서 활성화됐다.
‘재생(再生)!’
[재생(再生) - 놀라운 속도로 뼈를 맞추고, 찢어진 살을 꿰맬 수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상처를 회복합니다.
또한 재구성(再構成) 스킬이 활성화되어 자신의 인체를 강하게 개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