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105화 (105/149)

# 105

105. 부산 S등급 게이트(8).

‘성급하군.’

저들은 과연 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일을 벌이는 걸까?

“태준 오빠! 마그마에!”

수진이의 탐색 스킬에 무언가 걸린 것이다.

태준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자, 겨우 성인 여덟이 지날 정도의 좁은 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적을 막는다!”

[관찰(lv9) 스킬이 발동됩니다]

[해체(lv19) 스킬이 발동됩니다]

“으아아아아!”

태준이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포효했다.

[포효(咆哮) 스킬이 발동됩니다.]

그러자 몰려오던 헌터들이 움찔했다.

그 사이 팀원들이 자리를 잡는다.

내 옆으로 윤상희와 정기용이 나란히 섰고, 최한별과 이수호, 이수경이 바로 뒤에서 백업한다.

마지막으로 한수진과 김서라가 뒤에서 활을 겨눴다.

“이 새끼들! 죽어!”

쉐에에엑!

자신감이 넘치는 창이 정기용을 향해 찔러진다.

이번 게이트에서 S등급이 된 헌터는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A등급이었을 때는 그저 그런 헌터였지만, S급이 되면서 S급 괴수의 몸뚱이도 뚫을 수 있는 필살기가 생겼다.

“일광섬(一光殲)!”

창끝에 빛이 번쩍인다.

빛이 번쩍이면, 반드시 하나의 생명이 사라진다는 찌르기의 비기.

창이 조자룡의 형상을 뚫고 정기용의 몸을 향한다.

카앙!

“마, 막았어?”

자신의 일광섬이 막히자, 헌터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상대의 입에서 투박한 말투가 흘러나왔다.

“좋은 찌르기야. 하지만 너무 단순하군.”

부아앙!

조자룡의 애각창이 회전했다.

창이 휘둘리고, 찔러지고, 후려친다.

아웅! 아우우!

창대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그 짧은 순간에 십여 차례의 공격이 쏟아졌다.

그리곤.

태앵!

“으윽!”

헌터의 창이 바닥에 박혔다.

무기를 놓친 것이다.

그는 너무 당황해 몸을 돌렸다.

뒤로 물러섰다가 인벤토리에서 다른 창을 꺼내려 하는 것이다.

헌터가 뒤로 물러서자, 그 자리를 다른 헌터가 메꾸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조자룡이 바닥에 박힌 상대 헌터의 창을 뽑았다.

그리고.

패애애앵!

푸욱!

“크헉!”

달아나던 헌터의 등이 뚫리며 앞으로 쓰러졌다.

“장수가 등을 보이는 것은 곧 죽음이다!”

S급 헌터가 허무하게 죽었다.

이건 그가 실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다.

조자룡의 솜씨가 뛰어난 것이었다.

“가라! 나의 골렘이여!”

“끄아아아아!”

거대한 라바 골렘이 마그마에서 걸어 나왔다.

몸에서 용암을 뚝뚝 흘리고,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놈은 용암 그 자체였다.

그런 골렘이 윤상희에게 다가갔다.

윤상희가 파괴의 날을 들었지만, 상성이 좋지 않았다.

파괴의 날은 피를 묻히면 묻힐수록 강해지는 광전사의 도끼였는데, 대상은 피를 흘리지 않는 골렘.

“폭풍의 화살!”

푹! 푹!

어느새 뒤에서 수진이가 쏜 화살이 라바 골렘을 뚫었다.

하지만 뚫린 구멍이 순식간에 마그마로 덮여 상처가 사라졌다.

놈에게는 화살이 소용없었다.

그때였다.

“내가 처리할게요.”

앞으로 나선 건 최한별이었다.

이곳은 매우 더운 곳이었으니, 그녀의 얼음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섰다는 것은 방법이 있는가?

“아이스 블라스트!”

파파파팟!

땅 위로 얼음뿔과 냉기가 뿜어져 치솟았다.

빠르게 다가오는 라바 골렘의 다리까지 얼려버렸다.

하지만.

치이이이익!

마그마의 열기에 얼음이 허무하게 녹아내렸다.

라바 골렘을 조종하는 헌터는 곧장 최한별을 덮치도록 지시했다.

“끄아아아!”

라바 골렘이 용암이 뚝뚝 떨어지는 팔로 최한별을 후려쳤다.

그때였다.

“얼어붙은 손길!”

그 뜨거운 라바 골렘을 향해 최한별이 손을 댔다.

그 순간.

쩌저저저저적!

라바 골렘이 몸이 얼었다.

“지금이야!”

“용의 격노!”

후아아아앙!

수진이의 화살이 용의 형상을 그리며 날아갔다.

콰아앙!

화살에 적중한 라바 골렘은 얼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골렘 마스터는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계속 막아!”

태준이 소리쳤다.

그런데 양옆에 두 사람에게는 헌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지만, 태준에게는 적들이 몰려들지 않았다.

그를 상대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SS급 헌터 타룬 메이!

그녀가 자신의 애검과 방패를 들었다.

“번개검의 제대로 된 위력을 보여주지.”

파지지직!

검 주변으로 백광이 번쩍였다.

[번개검(레전더리) - 스킬을 사용 가능으로 설정하고, 검을 내려치면 전격(lv5) 마법이 뿜어진다. 단 마나를 소모한다.]

전격을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기전을 대비해 마나를 적절히 운용해야 하기에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섯 번.

그 이상 사용하면 다른 검술 스킬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첫 일격이 중요하다.

화려하고 강력하게 몇 번만 몰아치면 된다.

이는 태준의 기세를 죽이기 위함이다.

‘네놈도 성장했겠지.’

타룬 메이는 처음부터 최고의 기술로 상대할 생각이었다.

“간다! 번개검, 귀신 검술!”

검이 번쩍이고, 그녀의 인형이 흐려졌다.

그녀의 기술과 검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태앵!

태준이 귀신처럼 휘둘리는 검을 막았다.

하지만 검과 칼이 맞닿자 전격이 태준에게 쏘아졌다.

파지지지직!

“어떠냐, 살을 태우는 고통이!”

“짜릿짜릿하군.”

태준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뭐?”

태준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전격이 온몸을 두르고 있었지만, 태준은 자신의 이빨까지 드러내며 버티고 있었다.

“큭!”

뒤로 물러선 것은 타룬 메이였다.

츠츠츠츠츠.

태준의 몸 위로 백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전격에 당한 흔적이다.

“그걸 버텼다고?”

마법이 적중했다.

타격이 없을 리가 없었다.

태준은 지금 참고 있는 것이다.

“얼음 장벽!”

화염이 뒤에서 날아오자, 최한별이 급하게 일행 앞으로 얼음 장벽을 펼쳤다.

퍼엉! 화르르르!

S급 헌터가 쏜 화염이었다.

화염 마법은 이곳에선 공격력이 배가 되어 최한별의 얼음을 빠르게 녹이고 있었다.

그리고 신화 공략팀의 리더인 이지은이 또 하나의 소환수를 소환했다.

세계 최고의 헌터인 백색의 마녀 최민지(SS)는 두 마리의 드래곤을 소환했다.

이지은 역시 전에 SS등급이 되면서 또 하나의 소환수를 부를 수 있었다.

“나와라! 수르트(Surt)!”

불의 나라에 사는 거인 무스펠이 푸른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키 17미터에 터질 것 같은 근육.

꼭 체격 조건이 에이션트 마그투스를 닮은 거인이었다.

“수르트 놈들을 공격해라!”

자신의 이무기 드라코네스는 카올렌과 싸우고 있었고, 새로 소환한 수루트는 마그마가 굳어 생긴 바위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얼음 장벽을 향해 던졌다.

쾅! 쾅!

바위가 얼음에 부딪힐 때마다 장벽이 갈라지고 부서지고 있었다.

“대장 뭘, 기다리는 거야?”

뒤에서 윤상희가 외쳤다.

태준이 공격을 하지도 않았고 그냥 지키고만 있자, 물은 것이다.

태준은 얼음 뒤에서 마그마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길 봐!”

“응?”

모두의 표정에서  화색이 돌았다.

“지금이다! 뒤로 물러서!”

태준의 말에 팀원들이 일제히 구덩이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게이트에서 신중함이란 아무리 강조하고 지나쳐도 흉이 아니다.

단 한 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쿠왁!

“으아악!”

머리가 셋달린 괴수가 헌터를 물었다.

마그마에서 괴수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신화 길드의 헌터들을 덮쳤다.

괴수에게 물린 헌터는 몸이 불탔고, 놈은 헌터를 삼켜버렸다.

“으아악!”

“크헉!”

헌터들의 비명이 마그마 주변에 울려 퍼졌다.

“괴수다!”

“피해라!”

[이그니스(S등급) - 마그마에 사는 괴수.

드래곤처럼 생겼으나, 머리가 셋이었기에 셋 다 죽이기 전엔 죽지 않는다.

평소엔 바위에서 잠을 자며, 사냥할 때만 마그마로 들어간다.

주로 눈만 마그마 밖으로 내밀어 먹이의 움직임을 살피고, 마그마 가까이 다가오면 덮친다.

20마리 이상 무리생활을 하며 마그마에서는 적수가 없다.

다른 S급 괴수도 마그마 옆을 지날 때면, 절대 마음을 놓지 않는다.]

촤악!

“쿠에엑!”

타룬 메이의 검이 이그니스의 머리 하나를 베어 버렸다.

하지만 놈은 죽지 않고, 오히려 남은 두 개의 머리가 그녀를 노렸다.

타룬 메이는 뒤로 물러섰다.

30여 마리의 이그니스가 사방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그마에서 멀리 물러선 태준과 그의 팀을 보았다.

‘이걸 노린 건가?’

순식간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50여 명의 헌터들이 괴수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30마리라고는 하지만, 머리가 셋이었기에 90마리의 느낌이었다.

“카올렌! 이리와!”

이무기와 싸우던 카올렌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이무기 드라코네스를 이그니스(S) 세 마리가 덮쳤다.

콰직! 콱!“

“쿠아아악!”

드라코네스가 고통에 찬 괴성을 질렀다.

뱀처럼 기다란 자신의 몸을 괴수들이 물어뜯고 있음이다.

이지은이 입술을 깨물었다.

“뒤로 물러서라!”

보기 좋게 당했다.

스스로 함정에 빠진 것이다.

자신들에게도 괴수의 냄새를 맡은 A급 헌터가 있었다.

그는 500미터 이내에서 괴수의 냄새가 나면 귀신같이 방향과 숫자를 맞출 수 있었다.

처음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의 코에는 태준의 사냥개 말고는 괴수의 존재를 찾지 못했다.

이지은은 그것을 너무 믿었다.

마그마 속에 있던 괴수는 냄새를 맡지 못했기에 이런 실수를  한 것이다.

‘제길, 저 뜨거운 곳에서 어떻게 생명이 살 수 있단 말인가.’

헌터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괴수들은 마그마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먹이가 물러서자, 다시 마그마 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이곳은 우리가 모르는 괴수가 많네!”

윤상희의 말에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말볼이 아니었으면, 저놈들의 존재도 모르고 당할뻔했네요.”

그때 카올렌이 땅으로 내려앉았다.

곳곳에 상처가 있었다.

그 모습에 수호가 짜증을 냈다.

“저 이무기를 반드시 찢어발길 거야.”

태준이 물었다.

“아직 두 마리는 무리지?”

“감응력 수치는 충분한데. 레전더리 급 두 마리가 동시에 소환에 응할지는 잘 모르겠어.”

“여길 나가면 한 마리 더 사자.”

“알았어.”

이수호는 아직 S급이었기에 최민지나, 이지은처럼 두 마리를 소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어서 놈을 찾자!”

당분간 신화 길드의 추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

쿵! 쿵!

지축이 울린다.

“께게게겍!”

말볼이 잔뜩 흥분했다.

이건 분명 그놈이다!

수진이의 탐색 범위는 500미터.

아직 괴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느껴졌다.

마그마를 지나 구덩이 안으로 꼬박 사흘을 더 들어왔다.

다들 피곤했지만, 괴수를 잡기 위해서라면 없던 힘도 낼 것이다.

“모두 준비됐지?”

“오케이!”

“응!”

“너무 무리하지 말고, 버틸 수 없으면 물러서. 모두의 안전이 최우선이야.”

“우리 걱정하지 말고, 태준 오빠나 조심해! 또 혼자 달려들지 말고.”

최한별의 말이었다.

“내가 그랬나?”

그녀는 요즘 부쩍 태준을 걱정하는 말을 많이 했다.

“아무튼, 가보자!”

말볼까지 아홉의 헌터가 괴수를 향해 달려갔다.

마왕에게 달려드는 용사가 이런 기분일까?

죽음을 무릅쓰고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응? 이 소린?’

“사람의 비명이야.”

“괴수의 괴성도 들려!”

가까이 다가갈수록 비명이 더 커졌다.

그리고 이윽고 그들 앞에 거대한 것이 보였다.

“저거다!”

“헉! 브라키페르마다!”

[브라키페르마(SS) - 산이 걷는다.

이것은 브라키페르마를 설명한 가장 적당한 말이었다.

생김새는 거미를 닮았고, 다리가 8개, 등에는 수천 개의 촉수가 뱀처럼 꿈틀거린다.

화염 내성, 독 내성, 냉기 내성, 전격 내성이 있어 웬만한 마법 공격으론 타격을 줄 수 없다.

입에서 뿜어내는 거미줄에 걸리면, S급 괴수조차 움직이지 못한다.

아랫배에 수천 마리의 소형 브라키페르마(A)를 데리고 다니며, 그 작은놈들이 괴수를 사냥해 영양분을 어미에게 전달한다.]

거대한 다리가 여의도의 빌딩만 했다.

그런 것이 무려 여덟 개!

그 아래쪽에서 불꽃이 번쩍였다.

레전더리 소환수 발록이 불의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고,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드래곤과 지옥의 캘베로스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수백 명의 헌터들이 괴수와 싸우고 있었다.

엄청난 난전이었다.

이철용이 이끄는 국가 헌터원 공략팀과 최민지가 이끄는 드래곤 길드팀이 브라키페르마와 싸우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소형 브라키페르마(A)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수천 마리의 A급 괴수가 브라키페르마(SS)의 배에서 쏟아져 내렸고, 인간과 괴수의 싸움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박쥐 괴수 데스모더스(A) 수백 마리가 공중에서 날아다녔다.

놈들은 소리 없이 인간들을 뒤에서 덮쳤다.

그리고 피 냄새를 맡고, S급 괴수 칸과 지네 괴수 뮤틸란스(A)까지 몰려왔다.

놈들 역시 평소엔 브라키페르마의 먹이였지만, 지금은 소형 브라키페르마가 인간들과 싸우고 있었기에 중간에서 먹이를 잡아먹을 기회였다.

“크! 전쟁터가 따로 없네.”

“어떻게 하지?”

“잠깐 기다려봐!”

이철용 역시 몰려오는 괴수들을 잡으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SS등급 괴수 근처로 다가가진 못했다.

그때였다.

거대한 독수리를 타고 몇몇 헌터들이 박쥐를 피해 브라키페르마의 등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모두 카올렌에 올라타!”

카올렌은 괴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날개를 펄럭였다.

태준은 블랙 드라칸(S)의 고기와 피를 먹고 괴수의 시력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거대한 괴수의 등에 올라탔다.

십여 명의 헌터들은 모두 드래곤 길드의 헌터들로 SS급 괴수를 잡기 위한 별동대였다.

그런데.

“위험해!”

괴수의 등 뒤에 있던 수천 개의 촉수가 일제히 늘어나며, 헌터들을 덮쳤다.

검으로 베고, 화염을 날리고, 미친 듯이 공격했지만, 촉수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저리 가! 으아악!”

오히려 헌터들이 하나둘 촉수에 끌려가 사지가 잘리며 죽어갔다.

남은 헌터들이 공격을 포기하고 거대한 독수리 등에 올라탔다.

독수리는 박쥐 괴수들을 피해 비행을 했다.

그런데.

파아앗!

“헛!”

태준이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을 흘렸다.

괴수의 입에서 거미줄 같은 것이 나와 독수리를 덮쳤고, 독수리는 날개를 펼치지 못해 아래로 추락했다.

그리고 추락한 독수리와 헌터들을 향해 박쥐 괴수들과 S급 괴수 칸이 달려와 하이에나처럼 잡아먹었다.

“뭐가 좀 보여?”

“일단 카올렌을 뒤로 물려!”

태준이의 명령대로 카올렌은 조금 뒤쪽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인간들의 함성이 구덩이를 울렸다.

이지은과 신화 길드의 헌터들이 합류한 것이다.

그들 역시 혹시나 다른 팀이 보스급 괴수를 잡을 수도 있었기에 무조건 달려들었다.

“우리도 공격해야 하는 거 아냐?”

“맞아, 저러다 다른 놈들이 브라키페르마를 잡을 수도 있어.”

태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등 뒤로 뛰어올라 어떻게든 몸속으로 들어갈 틈을 찾았을 텐데, 이번엔 등에 수천 개나 되는 촉수가 달려 있었기에 불가능해 보였다.

“아니, 마지막 팀까지 모두 합류한 다음에 공략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전엔 절대 저놈은 죽을 놈이 아니야.”

태준의 팀원들은 모두 대장의 말을 따랐다.

용산 S급 게이트에서 나온 SS급 괴수가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이놈은 결코 그놈보다 약하지 않을 것이다.

전투는 몇 시간이나 더 이어졌다.

인간 헌터들이 A급 괴수인 소형 브라키페르마를 잘 잡고 있었지만, 워낙 숫자가 많았기에 하나둘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브라키페르마가 가끔 쏘아대는 거미줄에 맞은 헌터들은 꼼짝없이 괴수들에게 잡아 먹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경수가 길드장으로 있는 하세신 길드의 헌터들까지 모두 합류했다.

정말 치열한 싸움이었다.

그때도 태준은 공격하지 않고, 뚫어지게 브라키페르마를 노려보았다.

놈은 약점이 없어 보였다. 아니 없었다.

놈은 모든 마법의 내성이 있었기에 SS급 마법사인 작염의 마법사 김미영의 화염 마법에도 전혀 타격이 없었다.

“아무래도 저 속으로 들어가야겠어.”

“어디?”

“저 소형 괴수가 쏟아져 나오는 배속으로.”

“뭐? 거긴 괴수가 끝없이 나오는 곳이야. 버틸 수 없을 거야.”

“거기 말곤, 도저히 틈이 없어.”

그곳은 마치 괴수를 찍어내는 공장과도 같았다.

“일단 소형 브라키페르마 한 마리를 산 채로 잡아 와야겠어.”

“그건 내가 할게.”

이수호의 카올렌이 날아가 A급 괴수 소형 브라키페르마 한 마리를 잡아 왔다.

태준은 살아 있는 놈의 피를 뽑고, 고기를 썰었다.

그리고 곧바로 피를 마시고, 고기를 씹었다.

그러자 곧 놈들의 습성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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