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108. 복수는 시작됐다(1).
SS급 괴수인 브라키페르마를 잡았다.
“이, 이거 태준씨가 해낸 거지?”
“말해 뭐해요.”
수진이의 얼굴에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이 게이트는 150시간 후에 소멸합니다. 남은 시간 - 149:59:59]
[보상으로 고대 군주의 인장(신급)을 얻었습니다.]
“세상에! 보상이 신급 아이템이야.”
“정말이네! 와 신급이라니... 신기하다!”
한수진과 김서라가 호들갑을 떨었다.
“인장이면 반지인가요?”
“그럴걸.”
윤상희가 갑자기 힘이 넘치자, 자신의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헉! 다들 상태창을 열어봐!”
“왜요?”
다들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나 체력이 늘었어!”
“어, 난 마력과 마나양이 늘었어!”
최한별 역시 자신의 상태창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헉! 전 감응력이!”
이수호는 너무 놀래 뒤로 넘어질 뻔했다.
정기용과 이수경 역시 갑자기 체력이 늘어나 있었고, 다른 능력치도 올라간 것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다들 상태창을 보고 넋을 놓고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괴수가 쓰러지고 있음에도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나오기를 기다림이다.
곧바로 검은 그림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것은 이 인장의 효과야.”
“대장!”
“오빠!”
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무사했네!”
“역시 해낼 줄 알았어!”
이수호와 김서라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태준이 괴수를 잡을 걸 믿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자, 이제야 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태준은 자신의 반지를 보여줬다.
“와 그게 신급 아이템이야? 신기하다!”
“오빠, 나 구경해도 돼?
태준은 순순히 반지를 벗어서 수진이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다들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반지를 받아든 수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정보가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는데?”
“그거, 이미 각인됐어. 나 외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지.”
“쳇! 그래서 내게 보여준 거구나.”
“아니, 믿으니까 보여준 거야.”
“헤헤, 그럼 그렇지.”
그냥 평범해 보이는 금반지에 눈동자 모양의 갈색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고대 군주의 반지라고 하길래 다들 대단한 것으로 생각했었기에 평범한 겉모습에 살짝 실망했다.
다들 신기한 신급 아이템을 구경하고 태준이 다시 반지를 꼈다.
그러자 다시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게 반지의 효과인가!”
“다들 내게서 멀리 떨어지지 마, 인장의 효과는 내 근처에 있을 때만 발휘되니까.”
“알았어!”
다들 기운이 넘치자, 기분까지 좋아졌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일행은 카올렌을 타고 괴수의 몸뚱어리에서 벅차올랐다.
“수호야. 멀리 가지 말고, 근처에 은신해.”
“근처에? 알았어!”
태준과 팀원들은 괴수가 쓰러지는 모습을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죽은 놈이었지만, 워낙 거대했기에 쓰러지는 것도 한참이나 걸렸다.
“이걸로 얼굴 좀 닦아.”
최한별이 물통하고 수건을 내밀었다.
“고마워.”
태준은 물로 머리와 얼굴을 씻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별은 또다른 태준을 보는 것 같았다.
‘S등급으로 올랐겠지?’
다른 팀원들도 느끼고 있었다.
태준에게서 뿜어지는 이 엄청나고도 범상치 않은 기세를.
괴수와 싸운 헌터들 중에서 이철용이나 이지은처럼 태준보다 강한 헌터들도 있었다.
SS급 헌터가 여러 명이나 있었고, S급 헌터도 수십 명이 넘었다.
그럼에도 이 엄청난 괴수를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태준은 홀로 괴수의 몸속으로 들어가 괴수를 잡았다.
그는 괴수의 습성을 이해하고, 괴수와 싸울 때면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는 나태준이기에 가능했다.
이건 마치 천적관계와 같았다.
그는 진정한 괴수 잡는 백정이자, 도살자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오늘따라 고독해 보이는 태준이 눈빛이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다들 괴수의 죽음을 바라보는 태준에게 쉽게 말을 붙이지 못했다.
쿠웅! 쿠아아앙!
거대한 놈이 쓰러지면서 벽을 치자, 한쪽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다리가 꺾이고, 미끄러지면서 괴수가 서서히 쓰러졌다.
그때였다.
“저, 정말이야! 괴수가 죽었다!”
알람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하센신 길드였다.
공략팀의 리더인 김미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 늦었군.”
“대체 누가 놈을 죽였을까요?”
“어서 주변을 살펴봐!”
헌터들이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주변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제길, 어떤 놈이 신급 아이템을 가져간 거야?’
김미영의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도경수는 반드시 막타를 쳐서 신급 아이템을 가져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랬기에 그들 팀은 피해를 가장 크게 입었지만, 괴수에게서 멀리 달아나지도 못하고, 근처에 숨어 있었고,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괴수가 쓰러진다!”
“조심해!”
쿠아아아아앙!
거대한 놈의 머리와 몸통이 바닥에 쓰러지면서 엄청난 먼지를 유발했다.
“누가 쓰러트렸을까?”
“이 놈이 정말 죽을 줄이야.”
괴수가 쓰러지는 모습을 본 헌터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놈을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랬으니, 그 많은 헌터들이 모두 후퇴를 한 것이었다.
그때였다.
“축하해!”
먼지 속에서 이철용과 국가 헌터원 헌터들이 모습을 보였다.
“누가 클리어했나 했더니, 하세신 길드였군.”
김미영이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아니,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이놈은 죽은 후였어.”
“허! 그런가? 신급 아이템을 독식했으니, 이제 모른 척하겠다는 거군.”
“뭐야?”
이철용의 눈빛이 갑자기 사납게 변했다.
그리고 국가 헌터원 헌터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그들을 포위히가 시작했다.
하세신 공략팀의 인원은 현재 90여 명, 피해가 가장 컸기에 숫자가 적었다.
그에 반해 이철용의 국가 헌터원은 200명이 조금 넘는 헌터가 있었고, 대부분 높은 등급 헌터들이었다.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지?”
“뻔한 거 아니겠나. 좋은 말 할 때 순순히 내놓는 게 좋아.”
“우리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니까!”
김미영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제 보니 네놈들이 괴수를 죽여놓고, 그 핑계로 우리를 제거하려는 거였네.”
김미영의 뒷짐 진 손바닥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감히 우리를 협박해?”
“팀원들을 모두 죽일 셈인가? 신급 아이템은 네가 감당하긴 힘든 물건이야.”
“웃기지 마! 우리가 쉽게 당할 것 같으냐!”
하세신 길드원들이 결전을 다짐했다.
그때였다.
“크큭! 무슨 짓거리를 하는 거야?”
이철용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지은과 타룬 메이가 신화 길드원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지금 헌터 협회의 헌터를 협박하는 건가?”
이철용이 손짓을 하자, 국가 헌터원 헌터들이 포위를 풀고, 뒤로 물러섰다.
신화 길드원들의 숫자는 150여 명.
헌터 협회 공략팀 중에 가장 많이 살아남았다.
그랬기에 지금 전체적인 숫자는 헌터 협회가 조금 더 많았다.
“그럴 리가, 난 그저 신급 아이템을 한번 보고 싶었을 뿐이야.”
이철용이 얼굴을 바꿨다.
이지은이 김미영을 바라보았다.
“축하해! 하세신 길드에서 괴수를 처리했군.”
“아니야.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괴수가 죽었어.”
“우린 한팀이야. 우리에게까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어.”
“뭐?”
김미영이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분명 저놈들이야. 저놈들이 괴수를 처리하고 신급 아이템을 가져갔어. 그리고 우리를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고.”
이철용이 피식 웃었다.
“후후, 내가 바보인가? 신급 아이템을 얻었으면, 진작 게이트를 향해 달리고 있었겠지.”
이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철용의 말이 맞았다.
헌터 협회의 헌터들 숫자가 국가 헌터원보다 많았으니, 그들이 신급 아이템을 차지했다면 지금쯤 달아나야 정상이었다.
“그런가 하세신 길드에서 괴수를 처리한 거군.”
거구의 사내가 다가왔다.
헥토르가 이끄는 드래곤 길드 공략팀도 도착한 것이다.
“아니라니까!”
김미영의 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허! 너무 흥분하는 게 꼭 거짓말을 하는 거 같잖아.”
“뭐? 이 새끼들이 정말!”
그녀를 중심으로 두고, 세 공략팀이 포위를 했다.
하세신 길드는 달아날 길이 없었다.
“멍청하긴, 우리끼리 싸우면 저 국가 헌터원 놈들만 이득인 걸 몰라?”
김미영의 말에 이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놈들이 우리끼리 싸우게 하고 슬며시 빠진다면, 우리만 큰 손해를 보겠지.”
헥토르도 무슨 말인지 알았다.
“힘을 합쳐 저놈들부터 제압하고, 아이템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좋아! 저놈들을 조지면, 반드시 신급 아이템이 나올 거야.”
이번엔 김미영도 찬성했다.
그녀는 신급 아이템을 이철용이 가져갔다고 믿고 있었다.
헌터 협회 헌터들의 숫자는 350명이 조금 넘었다. 국가 헌터원 측이 150여 명이나 부족한 상황이었고, SS등급 헌터 숫자 역시 헌터 협회가 많았기에 싸움이 벌어지면, 이철용이 이끄는 공략팀이 완전히 불리했다.
“쿠아아아아!”
갑자기 하늘에서 블랙 드래곤 한 마리가 포효하며 접근했다.
모두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나태준!”
신화 길드의 타룬 메이가 가장 먼저 태준을 알아봤다.
“저놈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카올렌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나태준이 드래곤에서 내려왔다.
“여기 모여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네놈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꺼져!”
김미영이 오랜만에 본 동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태준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김미영, SS급 괴수를 죽이더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군.”
“뭐, 이 새끼가.”
“잠깐.”
이지은이 앞으로 나섰다.
“그게 무슨 말이지, SS급 괴수를 죽였다니?”
“내가 막 이곳에 도착했을 때, 하세신 길드원들이 괴수를 죽이고 빠져나오는 모습을 저 위에서 봤지.”
김미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는 너무 어이가 없었기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름이다.
김미영이 태준에게 물었다.
“설마, 네놈이 괴수를 죽였나?”
김미영은 태준을 의심했다.
“하하하! 그래 내가 죽였다.”
갑자기 태준이 크게 웃으며 시인했다.
“나와 우리 팀원들이 저 괴수를 죽였지.”
모두의 시선이 태준과 그의 팀원들을 향했다.
하지만.
“우릴 바보로 아는군. 나태준.”
이지은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고작 여덟 명에게 죽을 괴수가 아닌 건 우리가 더 잘 알아.”
태준은 미영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는데?”
“이, 이 새끼가.”
이철용도 나태준과 김미영을 번갈아 보며 웃었다.
“1,000명이 넘는 헌터들이 달라붙어도 잡지 못한 놈이야. 저들이 할만한 일이 아니지. 그런데 어떻게 놈을 죽인 거지? 약점을 알아냈나?”
그는 김미영에게 묻고 있었다.
김미영은 지금 억울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화를 내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김미영이 이지은과 헥토르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게이트 밖으로 나가서 해결하는 게 어때? 내가 최민지와 상국이와 이야기를 하지.”
김미영은 신귀족이었다.
헌터 협회의 이사이기도 했고, 도경수의 최측근이었기에 헥토르나 이지은과는 다른 신분이었다.
“좋아! 일단 여기서 벗어나지.”
이지은이 이철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지금 나갈 거야. 그러니 싸우고 싶다면, 바로 시작하지.”
그녀의 말 한마디에 신화 길드원들이 모두 서슬 퍼런 무기를 들었고, 이무기 드라코네스와 불꽃 거인 수트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드래곤 길드와 하세신 길드원들도 소환수를 부르고, 무기를 겨눴다.
그 순간 이철용이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싸운다면, 아무리 자신이 SS급 헌터 둘을 상대할 자신감이 있다고 해도, 전투에선 패할 것이다.
그때였다.
나태준과 팀원들이 이철용 측으로 이동했다.
“나와라! 발록!”
“끄아아아아!”
거대한 발록이 날개를 펄럭였다.
감응력을 가까스로 회복한 김민경이 놈을 부른 것이다.
거대한 놈들 둘이 이무기와 거인을 막아서자, 뭔가 싸움이될 것도 같았다.
“고맙다. 내 편을 들어줘서.”
이철용이 태준에게 한 말이었다.
“천만에. 너희가 다 죽으면, 저것들이 나와 내 팀원들을 죽일 것 같아서야.”
“뭐, 어째거나.”
이지은이 표독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해보겠다는 거야?”
그때였다.
나태준이 이철용에게 귓속말했다.
그러자.
“우리는 뒤로 물러선다.”
갑자기 이철용이 후퇴를 선택했다.
“신급 아이템을 구경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
“모두 후퇴해라!”
국가 헌터원들과 나태준의 팀원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헌터 협회 헌터들도 압도적인 승리를 할 수 없는 지금 싸움은 부담스러웠기에 그들 역시 물러섰다.
한적한 곳에 도착하자, 이철용이 태준에게 물었다.
“정말 네 말대로 될까?”
“물론, 처음 나온 신급 아이템이야. 어떻게든 서로 차지하려고 할거고, 하세신 길드는 곧 고립될 거야. 그럼 그때를 노리는 게 현명하지.”
“좋아, 우리와 함께하자.”
이철용의 제안에 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우린 따로 움직일 거야.”
“뭐?”
태준은 카올렌의 등 뒤에 올라탔다.
그리고 헌터 협회 헌터들이 사라진 곳을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