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111화 (111/149)

# 111

111. 암살자 도경수(1).

블루 드래곤 볼테우스.

그것의 입에서 전격을 담은 브레스가 쏘아졌다.

쿠아아아아아!

“퀘에엑!”

“끄아아아!”

괴수의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전격의 폭풍이 몰려오는 괴수 사이를 휩쓸었음이다.

수백 미터나 되는 나무와 거대한 바위가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고, 수십 마리의 괴수가 한 번에 몰살했다.

“우리 길드장님이시다!”

“모두 이동하라!”

드래곤 길드원들은 거대한 화이트 드래곤 기가테스의 그림자 아래에 뭉쳤다.

기가테스에는 최민지가 홀로 타고 있었고, 날아오는 S급 괴수 블랙 드라칸을 향해 브레스를 쏘고 있었다.

“세상에! S급 괴수들이 일격에...”

“저거 백색의 마녀 최민지가 맞아?”

태준 팀원들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이씨, 저년이 또 강해졌네.”

김득구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최민지는 강해졌다.

그것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녀의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으며 스쳐 지나가자, S급 괴수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릴 정도였다.

소환수가 죽인 괴수의 경험치는 온전히 소환자에게 흘러간다.

여기서도 막타의 개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저렇게 괴수가 녹아버리니, 한 마리씩 잡는 헌터에 비해 얼마나 빠르게 경험치를 흡수할까?

“김득구, 너도 등급이 오른 거냐?”

“씨발, 그럼 뭐해. 저년도 오른 거 같은데. 대체 어떻게 경험치를 올린 거지?”

김득구는 헌터 협회 소속이면서도 협회의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S급 게이트보다 훨씬 빠른 방법으로 경험치를 획득했다.

용산 S급 게이트를 공략해 가장 먼저 SS급 헌터가 되고 그 힘으로 일본지역을 평정하고, 아메리카 대륙을 장악하려던 일본 길드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 헌터들을 수천 명이나 죽였기에 엄청난 경험치를 획득했다. 그랬으니 S급 게이트로 들어가 괴수를 잡는 것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획득한 것이다.

“괴수다!”

“괴수가 다시 몰려온다.”

최민지의 두 드래곤이 게이트 입구를 막자, 몰려오던 괴수의 기세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사방에서 몰려오는 괴수를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우리도 여기서 괴수를 잡는다!”

“오케이!”

“좋아.”

태준은 처음엔 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바로 나가려 했다.

자신과 팀원들이 전부 S급 헌터가 되었기에 목적은 이루었다.

하지만 최민지와 김득구의 등장에 자극을 받았다.

격차를 좁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두 사람이 더 강해져서 등장했으니, 자신도 더 달려야 했다.

솔직히 어떤 SS급 헌터와 싸워도 이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그 수준을 한참 넘어선 것 같았다.

‘더 힘이 필요해!’

태준이 괴수를 향해 달렸다.

그러자 팀원들도 무기를 들고 달렸다.

“모두 공격!”

태준의 팀원들이 게이트 한쪽 구석에서 괴수를 잡기 시작했고, 다른 헌터들도 길드 단위로 뭉쳐 괴수를 잡았다.

그러게 쉬지 않고 이틀을 막아내자, 경험치가 부족했던 다른 길드의 헌터들도 등급이 올랐고, 태준의 팀원들도 경험치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물러서자.”

게이트 소멸까지 남은 시간이 6시간.

이제는 물러서야 했다.

잘못했다간 괴수가 아니라 헌터들끼리 싸울 수도 있음이다.

태준은 그 아비규환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카올렌이 헌터들과 김득구를 태우고, 게이트 밖으로 탈출했다.

그러자 다른 팀들도 일제히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저기 우리 배다.”

게이트 근처에는 거대한 바지선과 군함들이 있었고, 태준팀의 요트는 가장 끝쪽에 있었다.

상당히 지친 이수호를 배려해 카올렌을 귀환시키고, 요트에 올라탔다.

“전부 무사해서 다행이야.”

창수가 팀원들을 반겼다.

요트에 있던 기태와 주혁이는 엄마에게 달려갔고, 김성하는 지친 이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했다.

“저기 봐!”

게이트 소멸 한 시간을 남기고, 백색의 마녀 최민지가 두 드래곤을 데리고 나왔다.

드래곤 위에는 드래곤 길드원들이 타고 있었고, 그들은 곧바로 육지로 향했다.

태준이 수호를 보며 물었다.

“카올렌보다 배는 큰 것 같지?”

“휴, 그래. 거기에 브레스의 위력은 몇 배는 더 세진 것 같아.”

이수호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등급이 오르면서 카올렌도 진화를 했다.

크기도 더 커지고, 근육과 비늘도 단단해지고, 멋진 뿔도 생겼다.

물론 브레스도 배이상 강해졌다.

하지만 최민지의 두 드래곤을 보자, 자신의 드래곤은 아직 새끼나 다름없었다.

“일단 돌아가면, 드래곤을 하나 더 구하자.”

“알았어.”

팀원들과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순간, S급 게이트가 소멸했다.

“기태야? 혹시 저 게이트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니?”

“아니요. 저건 완전히 사라졌어요.”

용산 때와는 달랐다.

용산 게이트는 사라지지 않고 SS급으로 더 커지고 있었지만, 이곳의 게이트는 완전히 사라졌다.

배가 부두에 닿고, 팀원들이 내렸다.

“대장 어떻게 할 거야?”

윤상희가 물었다.

“뭘?”

“부산까지 왔는데, 그냥 갈 거야? 회도 먹고 구경도 좀하고 가야지.”

그 순간 태준이 지쳐있는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은 간절했다.

생각해 보니 S급 게이트에서 계속 괴수만 잡았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간 것이다.

“그래, 잠시 쉬다 가자.”

“야호!”

수진이가 제일 좋아했다.

S등급 헌터라지만 이제 21살.

한참 놀기 좋을 때가 아닌가.

“길드장님. 전 길드원들에게 가볼게요.”

도살자 길드 부길드장, 김서라였다.

“그래, 고생했어. 고생한 길드원들도 이틀간 휴가 주고, 돈 아끼지 말고 마음대로 놀게 해줘.”

“넵!”

김서라는 도살자 길드원들에게 향했다.

김서라도 S급 헌터가 되었으니, 이제 누구도 그녀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

사흘이란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김서라와 도살자 길드원들은 오늘 오전에 하루 일찍 올라갔고, 다른 맴버들은 내일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S급 게이트가 소멸하고 부산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큰 피해가 예상됐지만, 대한민국 헌터들이 잘 지켜준 덕분에 용산 게이트 때와 다르게 피해가 거의 없었다.

- 헌터, 50% 할인.

자갈치 시장 곳곳에 저런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바닷가 상점 중에는 90% 할인을 하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태준의 도살자 길드와 블리자드 길드는 부산 시민들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헌터 협회나 국가 헌터원보다 훨씬 빨리 움직여 부산 시민의 목숨과 재산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늦은 저녁 해운대 모래사장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았다.

한쪽에선 버스킹을 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많은 연인이 손을 잡고 거닐었다.

상희는 말볼과 기태, 주혁이와 모래사장에서 뛰어놀고 있었고, 수진이와 수호는 바닷가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놀고 있었다.

“아! 바닷바람 좋다. 다들 즐거운 거 같네.”

한별의 말에 태준은 묵묵히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아니 그냥.”

한별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게이트 안에서도 그렇고, 요즘 자주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태준이 걱정됐다.

‘또 연희 언니를 생각하고 있구나.’

이제는 태준의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에 태준이 연희를 만난 것은 겨우 서너 번이라 들었다. 하지만 자신과는 횟수로 2년을 함께했다.

그런데도 태준은 늘 다른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별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수도, 그렇다고 숨기기도 힘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태준을 보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후끈거렸다.

아마 태준과 둘이 함께한 B등급 게이트에서 전 남자친구인 고종수와 블리자드 지휘부 헌터들과 싸울 때부터일 것이다.

끝까지 자신이 복수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마지막엔 김우리와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기까지 했다.

그때까지 자신은 길드원들에게 도움을 주기만 했지 도움을 받은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오빠, 커피 한잔할래?”

“커피? 좋지.”

“여기 있어, 내가 사올게.”

“고마워.”

한별은 바닷가에 있는 커피숍으로 향했고, 윤상희가 고개를 흔들며 다가왔다.

“아고 죽겠다. 괴수를 잡는 것보다 애들하고 놀아주는 게 더 힘드네.”

“이제 나이가 드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아직 팔팔한 40대야!”

윤상희가 옆자리에 철퍼덕 앉았다.

“한별이는?”

“커피 사러요. 한잔 더 사오라고 할까요?”

“아니, 커피 마시면 잠 못 자.”

“거봐요. 나이 든 거 맞네.”

윤상희가 도끼눈을 떴다.

그러다 넌지시 물었다.

“한별이 참 미인이지 않아?”

“한별이요? 그럼요. TV에 나오는 배우들보다 백배는 이쁘죠.”

최한별의 미모야 최근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나태준과 그 팀원들의 유명세와 더불어 그녀의 인기도 상당히 올라갔다. 과거에 A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TV 방송을 탔을 땐 그녀의 펜 카페까지 만들어졌고, 현재는 10만이 넘는 회원수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 대한민국 헌터 인기투표에서도 탑 10에 올라설 정도였다.

지금도 방송국과 연예관계자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지만, 한별은 모두 무시했다.

“근데 아무 생각 없어?”

“네? 무슨 생각이요?”

“한별이가 태준씨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예? 설마요.”

“진짠데, 여자의 감은 확실해.”

윤상희의 예상대로 태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에이, 한별이가 얼마나 눈이 높은데요.”

한별은 조금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분위기 때문에 남자들이 어렵게 생각했다.

그리고 최한별의 마음을 알고 있는 윤상희는 이연희 보다는 가까운 팀원인 한별이와 태준이 잘되기를 응원하고 있었다.

“참! 이거 받아요. 게이트 안에서 주려고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네요.”

태준이 인벤토리에서 흉포한 에이션트 마그투스의 각반(레전더리)과 난폭한 에이션트 디울리스의 팔찌(레전더리)를 꺼내 내밀었다.

“둘 다 내게 주는 거야?”

“네. 이미 알겠지만, 정말 조심해서 써야 해요. 그리고 나중에 근력이 더 오르면 그땐 벗어도 됩니다.”

둘 다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태준은 이미 그 힘을 넘어섰기에 필요 없었다.

“땡큐!”

윤상희는 두 아이템을 받자마자, 바로 착용했다.

“그럼 슬슬 적응해볼까.”

그리곤 말볼과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그때였다.

쾅! 콰앙!

갑자기 뒤쪽에서 커다란 폭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헉!”

태준이 달렸다.

그곳은 한별이가 커피를 사러 들어갔던 커피숍이었다.

“최한별! 어딨어?”

희뿌연 연기 사이로 날카로운 쇳덩이가 찔러왔다.

휙! 휙!

태준이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피했다.

그리고 단검을 찌르며 달아나는 사내의 등을 향해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퍼억!

“커헉!”

한 사내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헌터로군.’

사내를 제압하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 얼음벽이 보였다.

“최한별!”

“어, 여기야.”

얼음을 거두자, 안에 놀란 사람들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 사람은?”

“저 앞에.”

“일단 이 사람을 데리고 여기서 피하자.”

태준이 기절한 사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경찰이 왔다.

***

“이봐 정신 차려!”

태준이 제압한 사내가 눈을 떴다.

“헉!”

사내는 태준을 보자마자 이상한 힘을 뿜어냈다.

그때, 옆에 있던 정기용의 검이 목에 닿았다.

“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어.”

온몸을 묶인 사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제길, 그냥 죽어라. 난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너는 하세신 길드원이군.”

“맞다.”

“그런데 왜 우리 팀원을 공격했지?”

“너희가 우리를 죽이려 했기에 먼저 공격한 것뿐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게이트에서 있던 일은 게이트에서 끝내야지 왜 일반인이 있는 곳에서 공격한 거지.”

사내는 태준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게이트 밖에서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느냐?”

“응?”

태준 팀원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말이지, 자세히 설명해봐?”

태준은 지금 헌터 협회에 큰 사건이 터졌는지 모르고 있었다.

김상국의 신화 길드와 최민지의 드래곤 길드가 주축이 되어 도경수의 하세신 길드를 공격했다.

이번에 하세신 길드원는 게이트에서 길드 이인자인 김미영이 죽었고,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봤다.

모두 드래곤 길드와 신화 길드가 신급 아이템을 확보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하세신 길드의 공략팀 중에서 게이트 밖으로 나온 헌터는 겨우 일곱뿐이었고, 200명이 넘는 고레벨 헌터들이 모두 죽었다.

살아남은 헌터들은 부산의 하세신 지부로 달려가 이 사실을 도경수에게 알렸다.

이때 도경수는 유럽에 있었고, 게이트에서 벌어진 일을 전혀 몰랐다.

그리고 이것은 전쟁의 시작이었다.

도경수가 돌아와 게이트에서 있었던 일을 따지고 들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게이트로 들어간 하세신 길드원이 거의 죽어 도경수의 전력이 상당히 줄어든 것이었다.

그러니 최민지와 김상국은 그가 돌아오기 전에 하세신 길드의 힘을 최대한 줄이고, 헌터 협회를 둘이서 장악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국가 헌터원에서도 이때를 노려 헌터 협회의 힘을 줄이기 위해 하세신 길드의 헌터들을 공격했으니, 그들은 양측의 헌터들에게 공격을 받았고, 숨을 곳이 없었다.

“우린 모든 곳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그래서 너희도 나를 잡으러 온줄 알고, 먼저 공격을 한 것이다.”

말하는 사내는 S등급 헌터로 게이트에서 탈출한 헌터였다.

그랬기에 최한별을 바로 알아봤다.

헌터를 기절시키고, 다른 방에 모였다.

“저놈을 어떻게 하지?”

윤상희가 물었다.

“골치 아프니, 그냥 풀어주죠.”

한수진이 말했다.

“맞아, 어차피 밖으로 나가면 죽을 거야. 우리가 죽일 필요는 없잖아.”

수호가 수진이의 말에 동의했다.

둘은 최근 의견이 잘 맞아 떨어졌다.

“아니야.”

태준이 입을 열었다.

“일단 이자는 우리가 데려간다.”

“뭐? 어쩌려고?”

“우리가 하세신 길드를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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