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
113. 암살자 도경수(3).
도경수가 자신의 투명검을 보며 비웃었다.
“최민지나 김득구 정도는 데려와야지. 너 같은 놈이 나를 죽일 수 있을까? 아니 내 옷자락이나 스칠지 모르겠군.”
그때 태준의 뒤쪽으로 팀원들이 모습을 보였다.
“아! 쪽수로 밀어붙이겠다?”
“이들은 네가 도망가는 걸 방지하려고 온 거야.”
“도망? 참 어이없는 소릴 하는군. 그리고 헌터 협회나 국가 헌터원에서도 나를 막을 수 없는데, 고작 저것들로 나를 막을 생각을 하다니...”
태준의 팀원들까지 합류했지만, 도경수는 여전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태준이 이곳까지 도경수를 데려온 헌터를 보며 물었다.
“신정필, 너는 어떻게 할 거지?”
“나는 나태준 당신이 우리 길드장에게 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좋아, 그럼 한쪽으로 물러서지.”
신정필이 한쪽으로 물러섰다.
S급 헌터 신정필.
하세신 길드의 지부장급 헌터로 길드가 신화 길드와 드래곤 길드에 공격당했을 때, 끝까지 저항한 인물이다.
커다란 그린 드래곤을 한 마리를 소환할 수 있으며, 하세신 길드의 초창기 맴버였다.
신정필은 도경수를 단단히 믿고 있었다.
세계 랭크 3위의 실력으로 보나 마나 압도적으로 나태준을 깔아뭉갤 것이다.
“이 투명검이 보이긴 하냐? 아마 안 보일 거야. 이 검을 구하려고 꽤 힘들었지.”
“왜? 게이트에서 부하를 죽이기라도 했어?”
“뭐?”
도경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곧 죽을 놈이 말이 너무 많군.”
그가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네가 연희를 공격한 건가?”
“연희?”
다가오던 도경수가 걸음을 멈추더니 피식 웃었다.
“지금 연희 때문에 이러는 거야? 자세한건 최민지하고 김상국에게 물어봐야지. 나는 그저 그들의 의견에 동조했을 뿐이야.”
“김상국도?”
“김상국도라니? 몰랐어? 다 그놈이 계획한 거야. 연희가 보스를 상대할 때, 기회를 노려 죽이자고 의견을 냈고, 우린 이행했을 뿐이지.”
역시 김상국도 이 일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계획을 세웠다는 건 몰랐었다.
“연희가 너희에게 무슨 짓을 했다고? 대체 이유가 뭐지?”
“이유야 너무 많지 모든 헌터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니, 우리에겐 그 존재 자체가 부담이었지. 자세한 건 저승에 가서 연희에게 물어.”
도경수는 이야기를 길게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저 빨리 나태준을 쓰러트리고, 길드원들을 데리고 이곳에서 나갈 생각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검을 쥐고 달려든다.
“연희의 등을 찌른 검에 너도 죽을 테니 영광인줄 알아!”
태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달려드는 도경수의 손과 팔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검이 보이지 않는다고, 막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카앙!
투명검을 칼로 막았다.
‘어? 막았어?’
도경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 순간 태준이 갈고리를 도경수의 허리를 향해 휘둘렀다.
팟! 파파팟!
하지만 도경수는 순식간에 뒤로 세 바퀴나 회전하며 거리를 벌렸다.
그의 몸놀림은 암살자답게 정말 빨랐다.
“호! 투명검을 막다니, 제법이야. 하지만 이건 어떻게 막을까?”
패앵!
도경수가 손을 당기자, 보이지 않는 실이 태준의 몸을 덮쳤다.
그가 태준에게 다가간 진짜 이유는 이것이었다.
은잠사.
무협지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암기.
도검이 불침할 정도로 질기고 강해서 암살자들이 자주 쓰는 무기였다.
도경수는 무협지에 나오는 은잠사 대신 S급 괴수인 칸의 반투명한 힘줄을 가공해 만든 레전더리급 실을 사용했다.
대부분 암살자는 은잠사를 미리 주변에 설치해 고수를 유인해 죽이는 스킬을 썼지만, 도경수는 움직이면서도 은밀히 은잠사를 설치할 수 있었다.
이것이 SS급 암살자 클래스 헌터의 주특기였다.
탱! 티잉!
하지만 태준은 백정의 칼과 갈고리로 몸을 옥죄어오는 실을 단숨에 잘라버렸다.
“허! 그걸 막았어?”
“그런 조잡한 기술로 나를 잡으려 하다니 실망인데. 김미영이 내게 당했다는 걸 잊었어?”
도경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나태준의 대한 정보는 전에 김상국에게 받았다.
A급 헌터로 크게 위협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그에게 동창인 서윤아와 임영호, 이태성이 차례로 죽었지만, 그건 모두 그놈들이 약해서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김미영이 죽은 것 역시 게이트에서 힘이 빠진 그녀를 땅속에 몰래 숨어서 습격해 이겼다고 들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상대하고 보니, 그게 모두 놈의 실력이 뛰어나서 벌어진 일이었다.
게다가 S급 게이트에서 무사히 나왔으니, 최소 S급 헌터가 됐을 것이다.
“네놈을 우습게 본 걸, 사과하지. 이제부터 제대로 상대해 주겠어.”
도경수의 신형이 흐려지며 눈에서 사라졌다.
쉐에엑!
투명검이 옆에서 찔러졌다.
보이지 않는 검이었기에 단 한 순간이라도 손과 팔의 위치를 놓친다면, 당할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격도 태준은 막았다.
캉! 카카캉!
“어떠냐! 받아낼 수 있겠냐!”
도경수의 공격에 태준이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투명한 검이 연이어 빠르게 날아왔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목이 뚫리거나 머리가 잘릴 것이다.
“끝났네.”
한쪽에 서서 둘의 대결을 바라보던 신정필이 피식 웃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지?”
옆에 있던 이수호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두 사람은 같은 소환 술사로 나이는 신정필이 10살은 많았지만, 이곳에 피신해 있으면서 최민지의 드래곤을 어떻게 상대할지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은 친해진 사이였다.
“보면 몰라? 나태준이 계속 수비만 하고 있잖아. 내가 검사는 아니지만, 이건 너무 일방적이잖아.”
이수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투명한 검을 들고 저 정도라면, 저 검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네.”
“뭐?”
“그렇지 않아? 지금도 저렇게 쉴새 없이 공격하고 있지만, 우리 대장은 옷깃 하나 베이지 않았어.”
신정필이 다시 두 사람을 대결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진 도경수의 움직임 위주로 봤지만, 나태준의 움직임으로 보자 조금은 달라 보였다.
‘정말 아무런 타격이 없네.’
게다가 나태준의 표정도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이 여유로웠다.
도경수 길드장의 실력이 겨우 이 정도 일리가 없었다.
그는 세계 헌터 순위 3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어떻게 내 검을 피할 수 있는 거지?’
한편 도경수 역시 싸우면 싸울수록 뭔가 이상했다.
투명검의 위력이야, 검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것만 가지고도 전설급 아이템이었다.
자신은 스카우터로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검의 형태가 보였지만, 태준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신의 검을 피해 없이 잘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진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여러 가지 비기가 있었으니까.
‘이젠 끝이다!’
태준이 방비하고 있지 않았기에 도경수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그런데.
태앵!
이번에도 백정의 칼이 투명검을 막아냈다.
‘제길, 어떻게 막은 거야?’
도경수의 신형이 흐려졌다.
이번엔 뒤에서.
캉! 카카캉!
다음엔 옆에서.
찌르고 휘두른 투명검을 태준이 계속 막아 낼 때였다.
갑자기 도경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지막 검을 찌르는 순간, 태준의 귀가 반응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 소리로 내 위치와 투명검의 공격방향을 알아내는 거였어.’
뒤로 물러선 도경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고수라도 눈앞에 검이 보이지 않으면 당황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태준은 너무나 침착하게 소리를 듣고 모든 공격을 차단했다.
‘그렇다면 기척을 죽이지.’
기척을 숨기는 거야, 암살자들의 특기.
도경수가 은신술 스킬을 써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이번엔 전과 다르게 소리를 내지 않았다.
“죽어!”
쉐에엑!
갑자기 도경수가 눈앞에서 투명검을 빠르게 찔렀다.
바람이 갈라지고, 검날이 태준의 목을 향했다.
그러나 태준은 이미 그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
캉!
투명검을 막았다.
“크큭, 걸렸구나!”
도경수가 모습을 드러내며 비릿한 웃음을 흘리자, 뒤에서 또 다른 암살자의 검이 수직으로 휘둘렸다.
휘익! 푹!
“커헉!”
고통스러운 신음이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태준의 신음이 아니었다.
태준의 뒤쪽에 웬 복면인이 검을 내려치는 자세로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복면인의 옆구리에는 태준이 휘두른 갈고리가 박혀 있었다.
“어, 어떻게...”
쿵!
뒤에서 공격한 복면인이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 그대로 꼬꾸라졌다.
도경수는 뒤로 물러서면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분명 내 그림자는 기척을 완전히 숨겼을 텐데. 어떻게 알아챈 거지?”
조금 전 도경수는 검을 찌르며 일부러 소리를 냈다.
뒤에서 공격하는 은밀한 암살자의 아주 작은 기척이라도 들리지 않게 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태준은 이것마저 완벽히 알고 있었다.
도경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술법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비기였다.
암살자가 되고, 늘 자신의 심복 하나를 데리고 다녔다. 물론 보이지 않는 은신술을 썼기에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았고, 대결하거나 누군가를 죽일 때, 자신이 앞에서 움직이면 뒤에서 은밀하게 공격하는 수법으로 이미 수많은 헌터를 죽였다.
“더는 보여줄게 없나 보지? 이제 내 차례인가?”
태준이 백정의 칼을 들고 달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더니, 칼을 휘둘렀다.
도경수도 지지 않고 투명검을 휘둘렀다.
캉! 촤악!
“큭!”
짧은 외마디 신음.
도경수의 어깨에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빠, 빠르다!’
태준의 칼은 너무 빨랐다.
게다가 칼날이 짧은 만큼 그 빠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투명검만을 믿다가는 자신이 당할 것 같았다.
“제길, 받아라!”
파파파팟!
도경수의 손에서 표창이 날아갔다.
태준은 받아치지 않고, 뒤로 물러서며 표창을 피했다.
쾅! 쾅! 쾅!
태준의 주변으로 표창이 터지며 검은 독가스가 피어올랐다.
아주 조금이라도 들이마신다면, 폐까지 순식간에 썩는 베히모스(S)의 독이었다.
도경수 자신이 이 독으로 헌터 협회의 귀족들을 전부 몰살했기에 그 위력을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크큭, 숨을 참고 있어도 소용없다! 피부도 곧 썩어들어갈 것이다.”
도경수를 안내했던 신정필은 길드장의 수법에 인상을 찡그렸다.
'세계 헌터 3위의 실력이 모두 저런 것이라니...'
은밀하게 숨겨 놓은 암살자나, 보이지 않는 실, 보이지 않는 투명검. 게다가 베히모스의 독까지.
그것이 비겁하다기보다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나태준을 끝낼 줄 알았더니, 뜻밖에 길드장의 실력이 너무 평범했다.
‘하긴 아이템도 실력인가.’
그래도 나태준을 쓰러트렸으니, 그렇게 위로하려던 참이었다.
“아직 안 끝났어.”
“뭐?”
이수호의 말에 신정필이 검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헉! 베히모스의 독도 소용없다고?”
태준이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자 모두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도경수였다.
“설마, 독공까지 익혔나?”
“암살 클래스라는 거 생각보다 별거 없네.”
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도경수는 자신을 비웃는 태준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자신이 알기론 베히모스의 독은 해독제가 없었다.
그랬기에 자신도 멀리서만 사용했고, 표창에서 뿜어진 독도 위로 치솟게 한 것이다.
“제길, 네놈은 꼭 죽인다.”
마지막 수단을 펼쳤다.
도경수의 주변으로 짙은 안개가 뿜어졌다.
괴수의 시야를 방해하는 연막의 일종으로 모든 게이트에서 유용하게 썼던 기술이었다.
핑! 핑!
태준을 향해 암기가 날아갔다.
안개 속에서 날아온 암기.
이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암기도 태준을 상하게 할 순 없었다.
팅! 티팅!
암기를 막고 태준이 빠르게 앞으로 달리며 칼을 휘둘렀다.
“할야(割也)!”
“으윽!”
안개 속에서 도경수의 신음이 들렸다.
촤악!
“크악!”
또다시 비명이 들리자, 짙은 안개가 걷혔다.
그리고 도경수가 다리와 팔에 상처를 입은 채로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허! 대장이 해냈군.”
“생각보다 대결이 너무 싱거웠어.”
태준의 팀원들은 이 결과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신정필은 지금 이 상황이 믿을 수 없었다.
세계 3위의 하세신 길드장이 이렇게 허무하게 질 수는 없었다.
태준이 천천히 도경수에게 다가갔다.
“넌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 거야. 암살자가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을 하다니.”
“크! 그것인가.”
도경수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짜증과 함께 후회가 밀려왔다.
자신이 왜 태준과 정면 대결을 펼쳤을까?
자신이 걸어온 암살 계열 헌터의 길은 이것이 아니었다.
암살은 그저 비열한 술수로 뒤치기나 하는 그런 기술이 아니었다.
특히 게이트에서 암살자는 괴수의 뛰어난 오감을 속여야 했고, 자신의 감각을 곤두세우며, 주변 상황까지 모두 고려해 기척을 숨기고 괴수를 제압하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괴수를 제압하듯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태준과 싸웠다면, 이런 형편없는 결과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너른 평지였고, 바닥은 단단한 바위에 주변은 조용했고, 몸을 숨길 장소가 전혀 없었다.
도경수가 몸을 돌려 건물을 쳐다보았다.
하다못해 저 건물로 들어가 싸웠다면, 이런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힘줄을 끊었으니, 도망치지 못해.”
태준의 말대로였다.
백정 스킬로 다리의 힘줄과 근육을 잘라버렸기에 그는 한쪽 다리를 쓰지 못했고, 검을 든 오른팔의 힘줄까지 잘랐기에 검도 들지 못했다.
대결을 지켜본 한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태준은 괴수의 고기와 피를 마심으로 괴수의 특성을 일부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S급 헌터가 되자, 그 특성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대결 전에 태준이 먹은 고기는 흡혈 박쥐형 괴수인 데스모더스(A), 초음파로 먹이의 위치와 주변 사물을 분간해 낼 수 있는 특성이 있었다.
그랬기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검을 막을 수 있었고, 뒤에서 몰래 접근하는 제3의 암살자와 안개 속에 도경수까지 모두 알아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지금 태준의 상태는 도경수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태로 싸움을 벌였으니, 이길 수가 없었다.
“그럼 그만 끝낼까.”
태준이 백정의 칼을 들고 다가오자, 도경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 잠깐. 우리 거래를 하자.”
“거래라니?”
“내가 김상국과 최민지의 약점을 알고 있어.”
“그런 거 필요 없는데.”
태준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우, 우리 동창이잖아. 내가 이렇게 빌게.”
“아닌데.”
“내 아이템을 모두 주지.”
도경수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기 시작했다.
모두 레전더리 급으로 값비싼 것뿐이었다.
“이것 말고도 숨겨 놓은 것도 상당히 많아.”
하지만 태준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도 아닌데.”
“뭐가 아니란 말이야? 내가 이렇게 애원하잖아!”
태준이 도경수 앞에 섰다.
“아니, 넌 연희에게 잘못을 빌었어야 해.”
“뭐?”
서걱!
백정의 칼이 번쩍였다.
***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들이 있었다.
“헉! 나태준이 도경수를 죽였어!”
최규환과 국가 헌터원의 헌터들이었다.
“규환아, 이거 일이 어떻게 되는 거냐?”
국가 헌터원의 또 다른 SS급 헌터 노병원이 물었다.
“글쎄, 태준이가 도경수의 자리를 물려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뭐?”
심각한 문제였다.
태준이 도경수의 하세신 길드원들을 빼돌린 것을 며칠 전에 알아챘다. 그 숫자가 전체의 삼 분의 일 정도였고, 그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하세신 길드원들은 헌터 협회에서도 노리는 자들이었기에 태준은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도경수를 죽이고 그 세력을 흡수해 도살자 길드와 블리자드 길드의 힘을 합친다면, 헌터 협회에 소속된 길드 중에서 3번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이철용에게 연락해! 나태준을 만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