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119. 지옥의 SS급 게이트(2).
왜 게이트가 발생한 걸까?
왜? 우주의 수많은 별 중의 지구에 저 검은 구덩이가 이글거리는 것일까?
왜 괴수들은 인간을 죽이고, 잡아먹는가.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 보지만, 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신이 지구를, 아니 인류를 시험하고자 함인가?
헌터들은 지금 인류 종말에 앞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쾅! 쾅!
“궁수대는 괴수의 머리를 노려!”
피슝! 투타탕!
궁수대의 화살과 총알이 S급 괴수 울트라 피스토마의 머리를 향해 쏟아졌다.
이 괴수는 웬만한 상처는 곧바로 재생되기 때문에 머리를 완전히 날려버리거나 심장을 도려내야 쓰러트릴 수 있었다.
퍼엉!
수진이의 궁수 스킬인 용의 격노가 발동되면서 S급 괴수의 머리통이 일격에 날아갔다.
“돌격대! 모두 돌진한다!”
에이션트 마그투스(S) 무리가 건물을 부수며 달려오자, 윤상희와 정기용이 돌격대 헌터들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퍼걱!
맨 앞서서 달려온 놈이 윤상희의 다리에 맞아 휘청이며 쓰러졌다.
그러자 윤상희가 놈의 목을 파괴의 날로 토막 내버렸다.
그녀는 지금 흉포한 에이션트 마그투스의 각반과 난폭한 디울리스의 팔찌를 착용한 상태로 모두 발동 중이었다.
“주군의 명령이다. 목을 내놔라!”
패애앵!
푸욱!
조자룡이 던진 애각창이 에이션트 마그투스의 머리를 뚫었다.
괴수가 쓰러지자, 조자룡 샤먼이 달려가 창을 뽑고 다시 괴수들을 향해 달렸다.
그가 창을 휘두르자, 거대한 샤먼의 형상도 창을 휘둘렀고, 창에 스치니 괴수들은 굉음을 질렀다.
그 뒤를 헌터들이 몰려가 괴수를 난도질했다.
“이야! 이제 S급 괴수는 식은 죽 먹기네!”
시청 건물 위에 있던 창수가 팀원들의 실력에 고개를 흔들었다.
첫 번째 S급 게이트인 용산 게이트에서 S급 괴수 한 마리에 수십,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지금은 팀원 한 사람이 여러 마리의 S급 괴수를 막아내고 있었으니, 팀원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이다.
거기에 고레벨 헌터들까지 많이 합류했으니, 뒤쪽에 배치된 군인들이 순간 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때였다.
“저, 저건 뭐지?”
“땅으로 추락하는 것 같은데?”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괴수 한 마리가 게이트에서 떨어졌다.
다들 처음 본 괴수 종류라 곧장 상태창을 열었다.
[데블로스(SS) - 2족 보행, 두 개의 팔이 있고, 한 쌍의 퇴화한 날개가 있다.
날개가 있지만 하늘을 날지는 못했다.
하지만 엄청난 점프력과 날갯짓으로 한 번에 수십 미터를 뛰어오를 수 있었고, 날개를 덮어 모든 종류의 마법을 막을 수 있다.
놈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선 몸통을 공격해야 한다.
입에서 거센 폭풍 화염을 쏘아내며, 강력한 두 팔과 두 다리로 무엇이든 뚫어버린다.]
데블로스는 S급 용산 게이트의 보스로 나왔던 놈이었다.
이놈을 잡기 위해 연희와 SS급, S급 헌터들이 큰 희생을 치르며 이틀간이나 전투를 벌였었다.
방어진지의 지휘관인 창수가 명령했다.
“저놈을 집중적으로 쏴라!”
“발사하라!”
휘이이잉!
투타타타타타타!
창수의 스파이더 로봇에 장착된 지옥의 묵시록이 불을 뿜었다.
창수는 이곳의 지휘관으로 커다란 거미형 로봇인 스파이더에 탑승해 있었고, 스파이더에는 지옥의 묵시록이라는 마력 발칸포가 2정이나 탑재되어 있었다.
땅으로 내려오는 데블로스를 향해 집중 사격이 펼쳐졌다.
하지만 데블로스는 멀쩡한 모습으로 땅으로 내려왔다.
쾅! 콰직!
놈이 땅에 내려서면서 S급 괴수인 마그투스의 몸통을 박살 내버렸다.
놈은 에이션트 마그투스(S)보다 1.5배나 컸고, 그 힘은 에이션트 마그투스의 몸뚱어리를 일격에 뚫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끼이이이이아!”
놈이 입을 벌리자, 입에서 붉은 화염이 소용돌이치며 뿜어졌다.
“위험해!”
“피해라!”
광범위한 화염이 도로를 따라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앞에 있던 에이션트 마그쿠스를 녹이기 시작했다.
화염은 점점 거세져 시청 앞 광장을 향해 밀려왔다.
순식간에 바리케이드 대신 세워놓은 탱크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그 불꽃은 곧 헌터들을 향해 날아왔다.
“얼음 장벽!”
최한별이 손을 들고 외치자, 커다랗고 두꺼운 얼음벽이 솟아올랐다.
멀리서 보고 있던 데블로스는 건방진 인간이 만든 장벽을 향해 더욱 불을 뿜어냈다.
그러자 엄청난 열기에 장벽이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아무도 다치게 할 수 없다.”
최한별이 낮게 읊조리며 더욱 마나를 주입했다.
지금은 겨울, 그녀의 계절이었다.
겨울에 그녀의 얼음 마법은 더욱 빛을 낸다.
녹아내린 장벽 뒤에 또다시 얼음층이 생기며 가까스로 거센 화염을 막아내고 있었다.
“수호야! 도와줘!”
“네, 지금 갑니다!”
한별의 외침에 이수호의 레드 드래곤이 하늘에서 블랙 드라칸의 날개를 찢어발기고, 곧장 땅으로 날아왔다.
“쿠아아아아!”
레드 드래곤 벨록스의 포효에 데블로스가 고개를 들었다.
괴수는 괴수를 알아보는가.
데블로스도 굉음을 지르며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거센 화염 폭풍이 내려오는 벨록스를 향해 뿜어졌고, 벨룩스의 화염 브레스 역시 땅을 향해 쏘아졌다.
화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오!
대기가 찢기고 주변의 공기가 모두 산화하며, 엄청난 열기가 충돌했다.
쾅! 콰콰콰콰쾅!
두 괴수의 화염은 서로 섞이지 않고 충돌해 더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크윽! 귀를 막아라!”
이미 광장 앞쪽에 군인들은 고막이 터져나갔고, 등급이 낮은 헌터들 역시 귀가 찢어지는 고통에 비틀거렸다.
“병사들을 뒤로 물려라!”
이것도 최한별의 얼음 장벽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지, 장벽까지 없었다면, 화염이 아닌 폭발음 때문에 대부분 군인은 귀먹어리가 됐을 것이다.
“큭! 어마어마하군.”
“이거 아무래도 태준씨가 와야겠는데.”
윤상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저 엄청난 화염 속에서 SS급 괴수에게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 사정을 알렸으니 곧 올 겁니다.”
창수가 이미 무전을 보냈다.
태준은 지금 을지로에서 또 다른 SS급 괴수인 브라키페르마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미 부산 S등급 게이트에서 이 거대한 괴수를 한번 죽여봤기에 그 약점을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혼자 달려간 것이다.
“게르르르!”
“응?”
말볼이 갑자기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몸 위로 거대한 붉은 형상이 피어올랐다.
“저놈 잔뜩 흥분했는데?”
“또 그 샤먼이 튀어나왔어.”
화룡 헬라카스의 샤먼이 거대한 불꽃에 반응해 스스로 튀어나왔다.
SS급 괴수 데블로스, 레드 드래곤 벨록스, 화룡 헬라카스 모두 각 차원에서 화염으로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은 괴물들이었다.
모두 화염에 특화된 괴수로 불이라면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는 괴수들이었기에 서로 영향을 받는 것이었다.
“어? 말볼을 잡아!”
최한별이 소리쳤으나, 이미 늦었다.
헬라카스 샤먼에 접신한 말볼이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수호가 말했다.
“얼음벽이 있으니, 돌아오겠지.”
“아니야. 이젠 한계야.”
“뭐?”
그 두꺼운 얼음벽이 두 괴수의 화염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콰앙!
말볼이 얼음을 깨고는 곧장 두 괴수를 향해 달려갔다.
“우리가 저놈을 처리하자!”
푸른 형상의 조자룡 샤먼이 다가와 대뜸 괴수를 향해 검을 겨눴다.
“SS급 게이트에 들어가면 저런 놈들이 하나둘이 아닐 텐데 그때마다 대장을 기다릴 거야?”
그는 지금 정기용이자, 조자룡이었다.
그의 말에 최한별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좋아! 해보자, 다들 불러모아.”
태준의 팀원들이 광장 앞에 모였다.
이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저놈을 유인할게”
“알았어. 그리고 불꽃은 내가 어떻게든 막아 볼 테니까. 신호하면 놈을 공격해!”
“알았어!”
“가자!”
레드 드래곤 벨록스가 반대편으로 몸을 날리며 불을 뿜자, 데블로스 역시 몸을 돌렸다.
두 괴수가 싸우자, 시청 쪽은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가자!”
최한별이 손을 뻗어 바닥에 얼음을 깔았다. 아니라면 너무 뜨거워 걷지도 못했을 것이다.
“끼이이이아!”
파앗!
갑자기 굉음과 함께 커다란 데블로스가 위로 뛰어올랐다.
엄청난 점프력에 날갯짓까지 더하자.
덮석!
레드 드래곤 벨록스의 다리를 붙잡았다.
“쿠아아아!”
벨록스와 데블로스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콰아아앙!
두 괴물이 떨어지자, 서울역 고가가 무너지고, 엄청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먼저 정신을 차린 데블로스가 벨록스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쩌엉!
벨록스는 머리가 돌아가면서 뒤쪽으로 다섯 바퀴나 구르며 서울역 앞에 멈췄다.
큰 충격을 받은 듯 벨록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데블로스가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엔 발로 쓰러져 있는 벨록스의 배를 뚫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다다다닷!
“께겍게!”
쿠앙!
헬라카스의 형상이 데블로스의 다리를 부딪쳤다.
데블로스는 큰 충격에 한쪽 다리가 흔들리며, 중심을 잃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고가 기둥을 잡으며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곤 자신을 공격한 말볼과 헬라카스 형상을 쳐다보았다.
말볼은 작았지만, 헬라카스의 형상은 그보다 수십 배는 컸기에 큰 괴수처럼 느껴졌다.
“끼이이이아!”
화르르르르!
데블로스의 입에서 화염이 쏟아졌다.
하지만 발볼은 뒤로 물러설 뿐 화염에 휩싸이지 않았다.
세상을 불로 멸망시킬뻔한 화룡 벨라카스가 불에 당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시각 뒤에서 접근하던 태준 팀원들은 갑자기 화염이 밀려오자, 당황했다.
“걱정 마! 이건 내가 막는다!”
다시 최한별의 얼음 장벽이 솟아오르며 화염을 막았다.
“내가 올라갈게.”
한수진이 화염이 미치지 않는 빌딩에 올라서더니 화살을 겨눴다.
“용의 격노!”
패애애앵!
콰앙!
화살이 날아가 데블로스의 등에 맞았다.
그 충격에 데블로스의 몸이 앞으로 휘청했다.
“폭풍의 비!”
김서라의 화살이 하늘 위로 쏘아졌다.
그리고.
파파파팟팟!
쾅! 쾅! 쾅! 쾅!
데블로스와 그 주변에 바람의 화살 비가 연이어 쏟아졌다.
청공의 활이 쏘아지고, 놈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놈은 날개를 접어 화살 공격을 모두 막아버렸다.
날개는 마법 공격뿐만 아니라, 물리 공격도 막아냈다.
“지금이다! 모두 달려가!”
최한별과 팀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데블로스가 몸을 가린 날개를 펼치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건방진 인간들이 보였다.
놈이 입을 벌렸다.
자신의 화염으로 모두 녹여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쿵! 콰직!
“끼야야야!”
이수호의 붉은 드래곤이 데블로스를 뒤에서 덮쳤다.
발톱으로 놈의 양 날개를 잡았고, 목을 물었다.
그러자 데블로스가 고통에 찬 굉음을 질렀다.
“아이스 블라스트!”
최한별의 손에서 뻗어 나간 냉기가 땅을 얼리고, 순식간에 데블로스의 다리까지 얼렸다.
놈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죽어!”
시뻘건 광전사의 눈을 한 윤상희가 몸을 날려 파괴의 날을 놈의 무릎을 향해 찍었다.
쩌어억!
놈의 살이 갈라지고, 시커먼 피가 튀었다.
“타고 올라가!”
순식간에 얼음 계단이 만들어지고, 정기용이 계단을 달려 데블로스의 배를 향해 자신의 애각창을 찔러 넣었다.
푸욱!
“끼아아악!”
창이 회전하면서 괴수의 배에 구멍이 뚫렸다.
푹! 푹!
수진이의 화살과 김서라의 화살이 동시에 가슴에 박혔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괴수의 몸에 강력한 화살을 적중시켰다.
그리고 소리소문없이 다가간 이수경의 검, 아론다이트가 괴수의 발목을 향해 휘둘렸다.
서걱!
놈의 그 두꺼운 발목이 절반이나 잘렸다.
그리고 뒤쪽에서 말볼이 달려와 반대쪽 다리의 오금을 박았다.
퍼억!
큰 충격에 놈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끄아아아아!”
쿵!
이번엔 위에서 짓누른 벨록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지금이다! 공격!”
푹! 푹!
최한별의 얼음창이 쓰러진 데블로스의 배에 박혔고, 조자룡 역시 쉴 새 없이 창을 찔렀다.
그리고 벨록스는 끝까지 데블로스의 목을 물고 놓지 않았다.
“죽어! 이 새끼야!”
쩌억!
윤상희의 도끼가 데블로스의 머리통에 박혔다.
하지만 놈은 쉽게 죽지 않았다.
결국, 십여 차례나 더 찍고 팀원들이 공격했다.
그제야 검은 뇌수를 흘리며 쓰러졌다.
윤상희가 거친 숨을 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헉헉! 놈을 잡았다.”
“우리가 SS급 괴수를 잡았단 말이야?”
최한별이 손과 팔을 부르르 떨었다.
얼음 창을 한곳에 열다섯 개나 쑤셔 박았기에 팔에 경련이 온 것이다.
다들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SS급 괴수가 어떤 놈인가?
2년 전이긴 하지만, 이연희와 최고 등급의 헌터들이 이틀이나 걸려 잡은 놈이었다.
지금 태준의 팀원들은 겨우 3시간 만에 이 괴물을 잡았으니, 이들의 실력이나 팀워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괴수가 또 내려온다.”
“어서 방어기지로 이동하자!”
한수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 말볼이 안 보여.”
“이 녀석이 또 어디 갔지?”
또 말볼이 사라졌다.
게다가 지금은 접신 상태였기에 빨리 찾아야 했다.
잘못했다간 말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원히 헬라카스가 접신된 상태로 살아야 했다.
그때였다.
데블로스의 몸이 들썩였다.
“헉! 놈이 살아있다!”
“목을 노려!”
윤상희가 다시 일어나 도끼를 들었고, 이수경은 빠르게 데블로스의 목을 찔렀다.
그런데.
“게르르릉!”
괴수의 몸을 뚫고 웬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놈이 피 묻은 몸을 격렬하게 털자, 전신에 붉은 털이 살아났다.
“마, 말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