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123화 (123/149)

# 123

123. SS등급 게이트 공략(2).

S등급이 헌터의 최고 등급이었던 시대.

그게 불과 2년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모인 헌터들 모두 S등급 이상이었다.

SS등급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헌터 협회와 국가 헌터원의 헌터는 2,000명이 조금 넘었다.

그럼 이곳에 태준팀이 도착했으니, 2,200명에 가까운 헌터들이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헌터 숫자는 1,500명이 조금 모자랐다.

최소 700명 이상이 전사한 것이다.

보스와 싸우기도 전에 삼 분의 일이 사라졌고, 엄청난 숫자의 괴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괴수를 죽이자!”

“공격하라!”

“와아아아!”

괴수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헌터들이 새롭게 도살자 길드원들이 합류하자, 더욱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이곳에 가장 먼저 도착한 헌터는 벌써 한나절을 싸우고 있었으니,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태준 일행이 조금만 늦게 왔다면, 더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뛰어!”

말볼이 SS등급 괴수 데블로스의 커다란 주먹을 피해 몸을 위로 솟구쳤다.

괴수의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말볼은 반대편으로 미끄러졌다.

그런데 태준이 없다?

말볼을 타고 있던 태준이 사라진 것이다.

괴수가 고개를 돌리자, 한 인간이 자신의 팔을 밟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데블로스는 건방진 인간을 향해 반대편 손을 뻗었다.

쩌억!

아주 납작하게 만들 생각으로 손바닥을 강하게 내려쳤다.

손바닥을 펼쳤다.

그런데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다!”

인간은 어느새 괴수의 어깨에 올라가 있었다.

촤앙! 촤앙!

헌터들의 눈에는 그저 칼을 두어 번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칼은 십여 번이나 휘둘렸고, 괴수의 목을 난도질했다.

“쿠아아아!”

거대한 놈이 몸을 잡았다.

하지만 쏟아지는 피는 그치지 않았다.

괴수가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숨통이 끊어졌으니 살지 못하리라.

태준이 아래로 뛰어내리자, 말볼이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태준은 다시 말볼을 타고 괴수를 향해 달렸다.

“도살자 길드는 좌측에 놈들을 맡는다!”

태준이 앞장서고, 그 뒤를 이어 헌터들이 달려들었다.

말볼을 탄 태준은 괴수 사이를 물고기처럼 미끄러지며 칼을 휘둘렀다.

놈들을 하나씩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리를 베고, 날개를 찢고, 배를 가르며 스치듯 지나간다.

뒤를 따르는 헌터들이 상대하기 쉽게 괴수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그러다 괴수에게 막힐 때면 그가 몸을 날렸다.

엄청난 힘으로 괴수를 쓰러트리고, 그 위에 올라가 칼을 박았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괴수는 비명을 지른다.

“대장을 따라라!”

“괴수를 죽여라!”

“죽어!”

상처 입은 괴수를 향해 도살자 길드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괴수를 도살했다.

도살자 길드원들은 점점 태준을 닮아가고 있었다.

괴수를 상대로 전투가 아닌 헌터 본연의 사냥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크아앙!”

태준을 향해 십여 마리의 S급 괴수 스트라흐가 길을 막았다. 놈들은 화룡이라 불리는 불을 뿜는 괴수였다.

태준은 곧바로 화신이라 불리는 데블로스(SS)의 피를 마시고, 고기를 씹어 먹었다.

스트라흐 무리가 일제히 입을 벌리고 불을 뿜었다.

화아아아! 화르르르르!

거센 불길이 태준과 말볼을 덮쳤다.

“말볼, 뚫어라!”

자신은 데블로스(SS)의 고기를 먹고 화염 내성이 최대치였다.

그랬기에 S급 괴수의 불길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마볼은...

태준은 믿고 있었다.

말볼은 화룡 헬라카스의 샤먼이 깃든 괴수. 이 정도 불길은 참아낼 것이다.

“크아아앙!”

불길이 쏟아지자, 말볼의 주변으로 헬라카스의 붉은 형상이 펼쳐지며, 불길을 아예 막아버렸다.

말볼이 진화하자, 헬라카스의 형상 역시 더욱 커졌다.

그리고 말볼이 괴수를 향해 달려갔다.

거침없이 괴수 주변을 달리며 몸을 날리자, S급 괴수들이 튕겨 나갔다. 괴수들은 헬라카스가 접신한 말볼의 몸통 공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얼음창!”

파파파팍!

쓰러진 스트라흐 무리를 향해 십여 개나 되는 얼음창이 날아가 박혔다.

최한별의 공격이었다.

얼음창에 찔린 괴수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위를 헌터들이 달려들어 마무리했다.

태준과 도살자 길드가 한 몸처럼 괴수들을 쓸고 다니자, 다른 공략팀의 헌터들도 힘을 냈고, 오래지 않아 괴수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

헌터들이 주변을 정리했다.

태준의 눈이 바빠졌다.

다른 소환수들은 다 보였는데, 최민지의 머리 셋 달린 골드 드래곤 바잘겟트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최종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 아직 소환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이철용과 국가 헌터원 헌터들이 태준에게 다가왔다.

“휴, 너희가 오지 않았다면, 피해가 컸을 거야.”

“약속을 지키지 않았군.”

“약속이라니? 아, 그건 저들이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어.”

이철용의 시선 끝에는 헌터 협회 헌터들이 있었다.

“게이트가 발생하자마자, 최민지의 드래곤들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우리 척후병이 발견했지. 그리고 김상국과 신화 길드 역시 게이트로 들어갔고, 우린 맨 마지막에 따라 들어간 거야.”

이철용의 말에 태준은 피식 웃었다.

국가 헌터원이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고 해도 앞선 공략팀들이 들어가고 바로 따라 들어갈 순 없었을 것이다.

그들 역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헌터들의 피해가 크군.”

“휴, 우린 200명이나 잃었고, 헌터 협회는 500명이나 당했어.”

“쿠아아아!”

“크아아아!”

“뭐지?”

갑자기 굉음이 거대한 동굴을 울렸다.

두 마리 드래곤이 레드 드래곤 벨록스를 향해 성난 울음을 질렀다.

화이트 드래곤 기가테스와 블루 드래곤 볼테우스였다.

하지만 벨록스는 하품을 하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는 자신보다 작은 두 드래곤을 아예 무시하고 있음이다.

화이트 드래곤 기가테스는 첫 만남에 벨록스에게 형편없이 당했기에 앙금이 남아 있어 사납게 으르렁거렸지만, 이수호가 SS등급 헌터가 되면서 벨록스의 크기가 더 커졌기에 감히 달려들지 못했다.

벨록스와 크기를 비교하자 기가테스는 어린 드래곤처럼 보일 정도였다.

블루 드래곤 볼테우스 역시 입만 벌렸지 달려들 기미가 없었다.

“옆으로 붙어.”

기세 싸움에서 지기 실었던가?

신화 길드의 이지은이 거대한 불의 거인 수르트를 기가테스 옆으로 옮겼고, 거대한 이무기 드라코네스를 볼테우스 옆으로 옮겼다.

거대한 것들이 네 마리가 되자, 두 드래곤도 기세가 점점 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정필이 자신의 그린 드래곤 마르시아스를 벨록스 옆으로 옮겼다.

그리고 국가 헌터원의 SS급 헌터인 강민경이 자신의 소환수인 발록을 마르사이스 옆으로 옮기자,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그러자 이번엔 헌터 협회에서 커다란 언데드 드래곤을 옆으로 붙였다. 그러자 국가 헌터원에선 지옥의 수문장 켈베로스 세 마리를 옆으로 붙였다.

그 모습에 태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위기가 끝나자마자 기세 싸움이나 하다니...

“언제 들어갈 거지?”

최민지였다.

그녀가 김상국과 함께 태준과 이철용에게 다가왔다.

이철용이 대답했다.

“여기서 기다리다간 괴수가 더 튀어나올 거야. 보스가 있는 곳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바로 진입하지.”

두 사람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내가 선두에 서지.”

최민지가 나섰다.

그러자 김상국과 이철용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보스를 먼저 상대하겠다는 저의가 너무 눈에 보였다.

“난 좋아.”

세 사람의 시선이 태준을 향했다.

“선두가 가장 위험할 텐데, 민지가 맡겠다고 하니까. 고마운걸.”

태준의 말에 다른 두 사람도 양보했다.

최민지의 드래곤 길드와 다른 중소 길드가 먼저 출발했고, 다음엔 국가 헌터원, 신화 길드가 보스를 향해 출발했다.

가장 마지막에 태준의 도살자 길드가 남았다.

최한별이 물었다.

“괜찮겠어?”

“뭐가?”

“저들이 보스를 잡고 신급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잖아.”

“상관없어. 난 연희만 찾으면 되니까. 그리고 상대가 SSS급 괴수야, 쉽게 잡힐 리가 있겠어.”

“하지만...”

최한별은 남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태준이 이곳 SS급 게이트에 들어온 목적은 하나였다.

연희를 찾는 것!

그녀만 찾으면 그 다음엔 힘을 합쳐 게이트를 벗어나면 끝이었다.

연희 역시 헌터였기에 보스가 있는 곳에 있거나 곧 따라 올 것이기에, 태준은 맨 뒤에서 주변을 살피며 가고 싶었다.

태준은 연희가 살아 있다고 믿고 있었다.

“자, 출발.”

출발하자마자, 스킬을 발동시켰다.

[관찰(lv18) 스킬을 발동했습니다.]

[해체(lv25) 스킬을 발동했습니다.]

[헌터 등급이 올랐습니다.]

[SS등급!!]

‘뭐? 등급이 올라?!’

보스급 괴수를 앞에 두고 좋은 증조였다.

혼전 속에 괴수를 수없이 잡았지만, 등급이 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경험치가 조금 부족했었나 보다.

팀원들 모두 SS등급으로 올랐고, 다른 도살자 길드원들도 SS등급으로 오른 헌터가 제법 많았기에 약간 조바심이 났었다.

하지만 나도 이제 SS등급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지?’

내 발걸음이 경쾌하다.

내 몸의 변화가 느껴진다.

근육이 꿈틀거리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넘친다.

그리고 사방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귀가 밝아지고 선명해지며, 먼 곳의 소리까지 들린다.

이는 괴수의 청각이다.

뭐지? 내가 괴물이 된 건가?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방금은 괴수 고기를 먹지 않았음에도 일어난 변화였기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상태창!’

[나태준]

- SS등급

- 체력 : 1792

- 마나량 : 113(148)

- 클래스 : 괴수 백정, 도살자(屠殺者).

- 특성 : 관찰(lv18), 도살(lv15). 해체(lv25), 감식(lv17).

- 특기 : 비대각(批大卻). 도대관(導大窾). 난도(亂刀)(lv15)

- 각성 : 할야(割也), 절야(折也), 흡혈(吸血), 섭취(攝取), 재생(再生), 포효(咆哮).

- 도살자 업적 : 괴수 학살자(S), 독 수련자(S). 괴수의 영혼을 거두는 자(S).

- 패시브 스킬 : 지경긍경지(技經肯綮之), 동화(同化).

- 흡혈(吸血) 실행 : 피의 탐욕(lv9) 발동 중.

- 섭취(攝取) 실행 : 고기 치유(lv11) 발동 중.

- SS급 특수 스킬 : 유인유여(游刃有余), 동도심미(動刀甚微), 도살자의 시선(視線), 도륙(屠戮).

상태창을 열자, 첫 줄에 선명하게 찍힌 SS등급이 보였다.

자신의 체력이 1,800에 가까워졌고, 도살자 업적에 새로운 것이 올라와 있었다.

- 괴수의 영혼을 거두는 자(S) -

특이한 업적이었다.

그리고 패시브 스킬에 동화(同化)란 기술이 생겼다.

동화(同化)는 괴수의 피와 고기를 먹으면 괴수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괴수의 특별한 능력까지 쓸 수 있는 스킬로 여태껏 괴수를 흉내 냈다면, 이것은 진짜 괴수가 되는 것과 같은 스킬이었다.

또한, SS급 특수 스킬이 네 가지나 생겼다.

[유인유여(游刃有余) - 칼 놀림이 경지에 달하여 자유롭게 이동하며 전혀 막힘이 없다. 어떤 피부든 칼에 닿기만 하면 결에 따라 벨 수 있다.]

[동도심미(動刀甚微) - 칼의 움직임이 매우 세미하여 원하는 곳을 긋는다. 상대는 살점이 떨어져 나갔음에도 한동안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도살자의 시선(視線) - 눈을 마주치는 순간 처참하게 자신의 몸이 찢기는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도륙(屠戮) - 무엇이든 자르고, 벤다. 앞을 막아내는 것이 죽을 때까지 격노(激怒)한 칼질이 이어진다. 난도(亂刀) 스킬과 병행하면 위력이 커진다.]

모두 당장 쓸만한 스킬로 그 위력이 궁금했다.

아마도 SSS급 괴수인 카라차크라를 상대할 때 처음으로 쓸 것 같았다.

“정지!”

최민지가 일행을 정지시켰다.

“무슨 일이야?”

헌터들이 앞으로 달려갔다.

동굴 끝에 거대한 절벽이 있었다.

위로는 뻥 뚫려 있어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아래쪽은 얼마나 깊은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래로 떨어지면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저기야. 위치상 저 동굴 속에 SSS급 보스가 있어.”

반대편 동굴도 상당히 넓었기에 소환수들과 헌터들 모두가 한꺼번에 밀고 올라갈 정도의 공간은 충분했다.

이철용이 물었다.

“어떻게 건너가지?”

“일단 밧줄을 걸면 되지, 아니면 드래곤을 타고 건너도 되고.”

그냥 뛰기엔 그 거리가 너무 넓었다.

“응? 저쪽 동굴에 사람이 있는데?”

“뭐?”

눈이 좋은 헌터가 소리치자, 일제히 건너편 동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곧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누구지?

“누가 벌써 저쪽으로 건너간 거야?”

백색의 마녀 최민지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분명 선두를 선다고 했는데, 다른 공략팀에서 미리 보낸 것 같았다.

그때였다.

다다다닥!

파앗!

반대편 동굴에서 한 인형이 달려오더니 이쪽으로 뛰었다.

“헉!”

“미친!”

그 넓이가 상당했기에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넓이였다.

그런데 곧 인형의 몸 주변으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날개 달린 여신의 형상이 뿜어졌다.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인형은 우리가 있는 반대편으로 유유히 날아왔다.

그 모습이 꼭 날개 달린 천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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