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133. 내가 도살자다(4).
태준이 빠르게 움직여 또 한 명의 헌터를 쓰러트렸다.
이철용이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SSS등급 헌터인 자신의 공격뿐이었다.
강대한 중력장으로 태준을 압사시킬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태준이 움직일 때 사용할 순 없었다.
놈은 지치지도 않는다.
저렇게 움직여서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노병원이 검을 쉴새 없이 휘두르며 태준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기회다!’
노병원의 장기인 검기가 쏟아지자, 태준 역시 피하면서 접근하다 보니, 움직임이 더뎌졌다.
지금은 아니었다.
더 기다려야 한다.
더 완벽한 순간이 올 때까지.
“죽어! 이 새끼야!”
지옥의 야차 같은 태준이 다가오자, 노병원은 지금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아무리 검기를 쏘아도 너무나 손쉽게 검기를 피해내는 태준은 마치 유령 같았다.
아니 생각해 보면 자신의 검기가 어디로 날아갈지 꿰뚫어 보는 건가?
자신의 몸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너도 결국 다른 놈들과 같군.”
“뭐?”
학교 다닐 때,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노병원을 기억했다.
너무 착해 남의 부탁을 거절허지 못하던 아이였는데, 그 역시 변했다.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태준의 말에 노병원은 검기를 수직으로 날렸다.
하지만 태준은 옆으로 반걸음 움직여 공격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차가워 보이는 백정의 칼이 목에 닿았다.
‘이제 끝인가...’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을 체념했다.
그러나 그 순간.
쿠우우웅!
거대한 중력장이 태준과 노병원 위로 내려 찍혔다.
“뭐지?”
엄청난 무게가 온몸을 짓눌렀다.
노병원은 놀란 표정으로 눈앞에 나태준을 바라보았다.
“어헉!”
순식간에 허리가 꺾였고, 목이 꺾였다.
노병원은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엄청난 압력을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위로 수십 톤의 중력장이 계속 떨어졌다.
“죽어라!”
쿠웅! 쿠아아아앙!
이철용이 연거푸 중력장을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쏟아부었다.
“어디 이것도 막아봐라!”
10여 미터의 땅이 움푹 파이고,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엄청난 무게의 중력장이 짓눌렀다.
게다가 그 효과가 중첩되어 머리통이 깨지고, 온몸의 뼈와 근육이 모두 터지며 피떡이 됐을 것이다.
“헉! 병원이까지?”
동창 강민경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었어. 이미 태준이에게 당하기 직전이었잖아.”
“하지만 어떻게 병원까지...저렇게 만들 수가 있어?”
이철용은 두 사람을 동시에 압사시켰다.
그것도 눈 깜짝하지 않게.
노병원은 이철용을 따라 헌터 협회까지 나왔고, 그와 지난 18년을 함께 지내온 동창이었다.
이철용이 헌터들에게 명령했다.
“이제 정말 끝났겠지? 다들 확인해봐.”
정령 술사와 몇몇 헌터가 구덩이 앞으로 이동했다.
구덩이 안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살점과 피, 피떡이 된 내장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뼈까지 아스러졌으니 살진 못했겠지.”
이철용은 안심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태준의 체력을 모르는 것이었다.
촤악!
구덩이 속에서 한 인형이 솟구치면서 달려오자, 정령 술사가 바람의 정령을 보냈다.
하지만 태준의 칼은 바람의 정령까지 베어 버리고 기어이 정령 술사까지 둘로 갈라버렸다.
“커...커헉!”
헌터들이 죽은 시체와 나태준을 보며 뒤로 물러섰다.
“저, 저놈은 악마야!”
수십 톤이나 되는 엄청난 힘의 중력장도 태준을 압사시키지 못했다.
“고맙군. 덕분에 내 헌터 등급이 올랐어.”
이철용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태준이 SSS등급이 된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비기를 놈이 회피했다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피한 거지?”
“피하긴, 그냥 견뎠을 뿐이야.”
“뭐? 거짓말!”
나태준이 피식 웃었다.
그러자 이철용이 뒤로 물러서며 양손을 뻗었다.
엄청난 기합의 중력장이 태준에게 몰려갔다.
이 중력장에 맞았으니, 태준은 뒤로 날아가 정상이었다.
그런데.
버틴다!
주변의 돌멩이가 날아가고 땅이 파이며 엄청난 힘으로 짓눌렀음에도 태준은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힘이 자신의 중력장을 넘어섬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어느새 태준이 눈앞에 있었다.
“다들 뭐하는 거야? 이놈을 죽여!”
다른 헌터들은 태준의 눈빛에 감히 달려들지 못하고, 이철용처럼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소환수들은 모두 말볼의 공격에 강제 귀환했고, 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도 내 반지를 갖고 싶어?”
태준이 손을 뻗어 반지를 보여주자, 이철용이 중력장을 펼치면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백정의 칼이 번쩍였다.
촤아아아악!
중력장이 갈라지면서 이철용의 양팔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으...으아아아!”
이철용이 비명을 질렀다.
중력장을 칼로 그어버릴 수 있으면서도 태준은 그냥 맨몸으로 받아낸 것이다.
양팔에서 쉴새 없이 피가 뿜어졌고, 이철용은 지금 자신의 잘린 팔을 찾고 있었다.
“더 해볼 건가?”
태준이 아직 남아 있는 헌터들을 보며 칼을 겨눴다.
누가 더 하고 싶겠는가.
남은 헌터가 몇 명 없었다.
그리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철용마저 양팔을 잃었는데 누가 싸우고 싶겠는가.
“그, 그만하겠습니다.”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헌터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 보니 최규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태준...!”
이철용이 자신의 잘린 팔을 보며 나태준을 노려봤다.
손이 없으니 자신의 잘린 팔을 들지도 못했다.
태준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말볼.”
말볼이 다가왔다.
그리고 태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알았다. 그만 가자.”
태준이 말볼에 올라타자, 양팔을 잃은 이철용이 물었다.
“지금, 우릴 살려주는 건가?”
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글쎄, 살 수 있으면 살아봐!”
태준이 말볼을 따로 빠르게 사라졌다.
“크윽! 내 팔을 주워.”
헌터들이 팔을 주었다.
“어서 박하림을 따라가야 한다.”
여기선 잘린 두 팔을 붙이지 못했다.
헌터였기에 몇 시간 안에 팔을 붙이면 다시 사용할 수 도 있을 터.
그때였다.
쿠쿠쿠쿠쿠쿠쿠쿵!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이, 이건?”
“설마?”
헌터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그리고 괴수들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쿠아아아!”
“끼아아아!”
엄청난 괴수들이 눈앞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제길, 끝났군.”
순식간에 괴수들이 이철용과 헌터들을 덮쳤고, 그들은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사지가 찍기고 괴수의 발에 밟혀 사람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졌다.
***
“이쪽이야!”
도살자 길드원들이 BK - 11구역에 도착했다.
동굴 밖으로 나오자, 멸망한 도시가 보였다.
“저기봐! 도시가 무너져!”
도시 한쪽의 건물이 무너지고, 갑자기 대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괴수였다.
엄청난 숫자의 괴수들이 도시를 박살내고 있었다.
“어서 움직여!”
윤상희가 헌터들을 이끌고 도시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연희!”
하늘 위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연희 거기서!”
최민지였다.
그녀가 기가테스에 타고 있었고, 헥토르가 볼테우스의 등에 타고 있었다.
“어쩌지? 따라 잡히겠어.”
저 멀리 괴수가 밀려오고 있는데 최민지까지 코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여긴 내가 막을 테니까. 먼저들 가요.”
이연희가 몸을 돌렸다.
“하지만, 저것들을 어떻게 상대하려고?”
“걱정하지 말아요. 지지 않을 테니까!”
이연희가 자신의 샤먼을 불렀다.
날개 달린 여신의 형상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최민지의 드래곤들이 곧장 이연희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저도 남겠어요.”
최한별이었다.
그녀가 헥토를 바라보았다.
“저놈은 내가 맡지.”
윤상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저 괴수들이 몰려온다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좋아 두 사람에게 부탁하지, 그리고 안전지대로 이동하고 바로 벨록스를 보낼 테니까 그걸 타고와!”
“알았어요.”
윤상희는 리더였다.
지금 이곳에 있는 도살자 길드원들을 살려야 했다.
이곳 게이트에서 함께 열심히 싸워준 그들의 목숨은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었다.
“가자!”
윤상희가 앞에서 무리를 이끌었고, 정기용이 가장 뒤에서 괴수들을 막았다.
하늘에서 날아오는 SS급 괴수는 이수호와 한수진이 레드 드래곤 벨록스를 타고 막고 있었다.
쿠아아아앙!
황금 드래곤 바잘겟트가 도시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최민지와 헥토르가 드래곤의 등에서 내려왔다.
거대한 드래곤이 셋에 헥토르까지 있기에 만만치 않은 적들이었다.
“어서 이곳을 피해야 해! 아니면 괴수들에게 갇혀.”
이연희가 말했다.
“호호호! 글쎄, 난 내 드래곤들이 있으니까 언제든 달아날 수 있어. 하지만 그 전에 네년은 꼭 죽여야겠어.”
“왜지?”
“몰라 물어? 네년이 없어야 내가 일인자가 되지.”
연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하지만, 이제 우리 둘 다 일인자가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지?”
“일인자는 태준이야. 이제 우린 태준이를 이길 수 없어.”
최민지의 표정이 갑자기 어이없는 표정으로 변했다.
“풋! 푸하하하하!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네. SSS급 괴수를 죽였다고 태준이를 너무 높게 보는군. 솔직히 말해 내가 갔어도 SSS급 괴수를 죽일 수 있었을 거야.”
연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아무리 해도 SSS등급 괴수인 카라차크라를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공략팀 전부가 그 SSS급 괴수와 싸웠고 삼 분의 이나 전멸했지만 괴수를 완전히 죽이지도 못했다.
그런데 태준은 그런 카라차크라를 혼자 죽이고 게이트를 클리어했다.
이것만 봐도 이제 태준이가 최강이란 것은 분명했다.
“잔소리 말고 덤빌 테면 어서 덤벼라!”
최한별이 양손에 얼음뿔을 들고 소리쳤다.
괴수들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데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건방진 년, 나태준의 따까리가 낄 자리가 아니야! 헥토르!”
양손에 칼날을 든 헥토르가 최한별에게 달려갔다.
이연희가 움직이려 했지만, 그녀의 드래곤들이 이미 날아오고 있었다.
“바잘겟트! 너는 이리와!”
머리 셋 달린 바잘겟트는 최민지 뒤로 이동했고, 기가테스와 볼테우스가 동시에 입을 벌렸다.
“쿠아아아아아!”
얼음 브레스와 전격 브레스가 이연희를 향해 뿜어졌다.
콰콰콰콰쾅! 파지지지직!
얼음덩이가 도시의 건물에 박혔고, 전격 브레스가 작렬하면서 일대가 건물이 폭발했다.
하지만 이연희는 나비처럼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활대가 앞으로 튕겨 나가듯이 앞으로 솟구치며 채찍을 휘둘렀다.
촤리리리릭!
염화의 채찍이 화이트 드래곤 기가테스의 다리를 휘감았다.
“염화의 불꽃!”
화르르르르!
엄청난 열기의 화기가 채찍을 따라 기가테스를 향해 몰려갔다.
후아아아!
백색의 마녀 최민지가 인상을 찡그렸다.
화이트 드래곤이 화염에 휩싸이자, 자신도 그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기가테스! 공격해!”
기가테스가 입을 벌려 연희에게 얼음덩어리를 쏘았다.
얼음 덩어리는 여신의 형상에 맞고 떨어졌다. 하지만 충격은 있었다.
화이트 드래곤 기가테스는 화기와 상극이었다.
불은 얼음을 녹이고, 얼음은 불을 꺼트린다.
어느 쪽이 더 강렬하고 강한지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하지만 공평한 대결은 아닐 것이다.
드래곤의 날갯짓을 힘으로 버티고 있는 연희를 향해 볼테우스가 날아왔다.
“쿠아아아아아!”
파지지지지직!“
전격 브레스가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그 순간 그녀가 하늘로 치솟으며 채찍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녀의 여신 샤먼이 채찍을 잡아당겼고, 기가테스가 아래로 떨어졌다.
“끄아아아악!”
기가테스의 비명이 들렸다.
볼테우스의 전격 브레스에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최민지가 급하게 브레스를 멈췄지만, 이미 늦었다.
기가테스가 바닥을 구르며 온몸에서 백색의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곧 기가테스는 거친 숨을 뿜어내며 강제 귀환 당했다.
“그 드래곤의 실력은 언제 보여줄 거지?”
연희가 공중을 날면서 뒤에 있는 바잘겟트를 쳐다봤다.
연희는 이미 바잘겟트의 위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카라차크라와 싸우는 모습을 15번이나 지켜봤기에 힘과 스피드 그리고 세 머리의 브레스 간격과 각각의 위력을 파악하고 있었다.
“곧 죽을 것이 요구 사항이 많군.”
최민지가 표독한 웃음을 지었다.
“바잘겟트! 저년을 죽여!”
세 머리에서 브레스가 이연희를 향해 쏘아졌다.
엄청난 위력의 브레스가 교차해서 뿜어지자, 이연희는 피하기 바빴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블루 드래곤 볼테우스가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머리 위에서 돌고 있었기에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직접 상대하고 있는 바잘겟트의 브레스 위력은 그 하나하나가 다 무시무시했다.
SSS급 괴수인 카라차크라였으니 그 브레스를 막아낼 수 있었지, 인간 헌터가 막아낼 수준이 아니었다.
“잘도 피하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기가테스는 실수로 강제 귀환했지만, 최민지는 승리를 자신했다.
콰앙!
얼음뿔이 산산이 흩어졌다.
“제길! 얼음 장벽!”
최한별 앞으로 얼음벽이 솟아오르자, 헥토르가 주먹을 날렸다.
파파팟! 콰앙!
얼음벽이 깨졌다.
그의 양 주먹 앞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빛을 뿜고 있었다.
이 칼은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헥토르의 기운이 감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옛날에 유행하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질럿의 광선검과 같았다.
헥토르는 두 개의 빛나는 칼날로 최한별의 얼음을 사정없이 잘랐다.
“더 보여줄 게 없다면, 여기서 끝났군.”
헥토르가 다가오자, 최한별이 땅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이스 블라스트!”
땅 위로 얼음 뿔과 냉기가 솟아올랐다.
그 순간 헥토르는 몸을 위로 날려 모두 피해버렸다.
“받아라! 얼음뿔!”
공중으로 피한 헥토르를 향해 얼음뿔이 날아갔다.
쾅! 콰직!
하지만 번번이 그의 광선검 같은 칼날에 박살 났다.
“젠장!”
최한별이 인상을 찡그렸다.
헥토르가 웃었다.
“하하! 같은 SS급이라도 차원이 다른 법이야. 난 첫 번째 S급 게이트 때에 이미 SS급 헌터가 됐고, 넌 이제 SS급이 되었지. 그러니 이기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
헥토르는 여유가 있었다.
반면에 최한별은 계속 밀리고 있자,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얼굴이 반반하니 투항하면 목숨은 살려주지.”
헥토르의 입에서 투항이란 말이 나오자, 최한별이 얼음 화살을 날리며 말했다.
“웃기지 마!”
퍽! 퍼걱!
얼음 화살은 힘없이 부서졌다.
하지만 진짜 공격은 지금부터였다.
“프로즌 웨이브!”
얼음이 물결치며 헥토르에게 밀려갔다.
그러자.
“폭풍 칼날!”
헥토르의 팔이 빨라지면서, 순식간에 십여 번이나 찔러지고 베어졌다.
그러자 물결치던 얼음들이 산산이 조각나 바닥을 뒹굴었다.
“후후, 저쪽보다 우리가 먼저 끝나겠어.”
도신 위를 날아다니는 이연희 상황도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최민지의 드래곤들은 계속 공격했고, 연희는 계속 피하기 바빴다.
“그래, 최민지보다 네놈이 먼저 죽겠지.”
헥토르는 피식 웃음을 날렸다.
“마지막 유언이라 생각하지.”
“받아라!”
최한별이 다시 한번 서리 기운을 손바닥에 모아 앞으로 쏘았다. 얼음 화살이 연이어 날아갔다.
하지만 헥토르가 칼을 엑스자 모양으로 휘두르며 다가오자, 얼음 기운이 공중에서 녹아내렸다.
한별의 공격은 실패하고, 헥토르가 점점 앞으로 다가갔다.
최한별이 최후의 공격으로 얼어붙은 손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그전에 헥토르의 칼에 베이면 먼저 죽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푹!
“컥!”
갑자기 헥토르의 배 앞으로 피 묻은 투명한 검이 솟아 나왔다.
그 순간 헥토르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네...네놈이 어떻게?”
“크크큭! 감히 나를 배신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