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139화 (139/149)

# 139

139. 드러나는 실체(3).

눈이 붉어지고, 괴수의 피가 몸에 흐른다.

인벤토리에서 지네형 괴수 울트라 뮤틸란스(SS)의 다리를 꺼냈다. 가공하지 않아도 창처럼 끝이 날카롭고, 튼튼하기가 레전더리 무기와 동급이었다.

“놈들이 달아나려 해!”

연희가 소리쳤다.

티베리안인들이 우주선을 향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발키리 여신의 창이 우주선을 향했다.

“염화의 화염!”

강렬하고 커다란 화염이 우주선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찌잉!

“허! 내 화염이?”

우주선 선체에 무형의 보호막이 처져 있어, 염화의 화염이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말볼, 돌아와.”

하지만 말볼은 지금 우주선 아래에서 닥치는 대로 티베리안인들을 공격하고 그들을 따라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태준이 돌아오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제길!”

말볼은 처음부터 마치 원수를 만난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얼음 화살!”

최한별의 소환한 수십 개의 얼음 화살이 커다란 우주선을 향해 날아갔지만, 모두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벨록스! 우주선을 태워버려!”

이수호의 레드 드래곤 벨록스가 붉은 브레스를 뿜어냈다.

화아아아아!

거센 드래곤의 화염이 우주선 앞쪽을 덮쳤다.

그러나 타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브레스에 닿은 보호막이 안쪽으로 움푹 파지긴 했지만, 우주선 본체에 타격을 주진 못했다.

“으으! 벨록스도 소용없어!”

팀원들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정기용이 우주선 아래로 향하려 했지만, 역시나 강력한 무형의 보호막이 정기용의 조자룡 샤먼을 막아버렸다. 강제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큰일이야. 우주선이 움직인다!”

거대한 우주선은 출입구를 모두 닫고, 게이트를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준 오빠, 어떻게 좀 해봐!”

수진이가 연거푸 용의 격노를 쏘아 보냈지만, 보호막에 막히자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태준은 여유가 있었다.

“내가 하지.”

태준은 이미 공략법을 알고 있었다.

긴 창같은 SS급 지네 괴수의 다리를 들었다.

그리곤 우주선을 향해 겨눴다.

패앵!

쿠앙!

“헐! 뭐지?”

“뭐야?”

창처럼 날아간 괴수의 다리가 방어막을 뚫고, 우주선의 선체까지 뚫고 하늘로 날아갔다. 태준의 엄청난 괴력에 팀원들이 다들 고개를 돌렸다.

“놈들의 보호막은 우리 무기는 큰 효과가 없어. 대신 괴수의 부산물로 만든 무기를 써.”

태준이 말을 하면서 또다시 창처럼 생긴 괴수의 다리를 던졌다.

쿠아앙!

또다시 우주선에 구멍이 뚫리며 거대한 우주선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번엔 타격이 큰 것 같았다.

쿠앙! 콰앙!

태준이 연이어 괴수 다리를 던지자, 우주선에 연기가 피어오르며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크아아앙!”

콰지직!

우주선 위쪽으로 말볼이 보였다.

사자 같은 말볼이 우주선을 뚫고 나온 것이다.

말볼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태준이 창을 던지지 않아도 왠지 말볼이 다 처리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괴수 부산물로 된 무기가 없는데?”

다들 레전더리 아이템이 잔뜩 있었지만, 티베리안인들에겐 효과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마법사인 한별은 보호막 때문에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놈들이 다시 나온다!”

다시 우주선의 하부 문이 열리며 수십 명의 티베리안인들이 광선을 쏘면서 밖으로 나왔다.

“조심해! 얼음 장벽!”

이중 삼중으로 된 얼음 장벽이 팀원들을 보호했다.

하지만 광선 몇 방에 금방 녹아 버렸다.

저들 개개인의 능력은 크지 않았으나, 무기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그러나 태준은 이미 우주선 아래에 도착해 있었다.

그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우주선의 보호막을 지나서 티베리안인들에게 백정의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허! 끝났군.”

태준이 무섭게 공격하는 모습을 보자, 티베리안인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태준의 발길질에 티베리안인이 수십 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고, 칼을 긋자, 한 번에 서너 명의 몸이 갈라졌다.

태준 혼자도 충분해 보였지만, 연희가 돕기 위해 보호막을 뚫으려 했다.

처음 몇 번은 뚫지 못하다가 갑자기 보호막이 사라졌다.

“보호막이 사라졌어!”

“용의 격노!”

쾅! 쾅!

화살이 날아가 티베리안에 적중되자, 그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쿠아아아아!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잔뜩 화가 난 벨록스의 브레스가 우주선 선체를 뚫고, 내부를 녹이고 있었다.

“얼음 화살!”

파파파팍!“

“쿠악!”

티베리안인 다섯이 십여 개의 얼음 화살에 맞고 쓰러졌다.

보호막이 없는 그들에게는 최한별의 얼음마법이 위력적이었다.

콰앙!

“크왕!”

우주선 안에서 말볼이 튀어나왔다.

그전에 티베리안인들이 몸을 떨며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일방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아직 살아남은 티베리안 삼십여 명은 두려움에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이 새끼들! 모두 무릎 꿇어!”

“어? 최강해가 보이지 않아!”

“그러게 어딨지?”

벨록스의 브레스가 우주선 절반을 녹여버렸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최강해가 보이지 않았다.

우주선이 터지며 커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전투가 끝나가자 윤상희가 기태를 데리고 왔다.

“삼촌, 게이트가 또다시 열렸어요.”

“최강해가 도망친 것 같아.”

놈은 우주선 안에서 게이트를 열고 이미 도주한 후였다.

“어떻게 하지? 저 게이트로 들어가야 하나?”

이수호의 말에 태준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일단 지구로 돌아가서 우리 무기부터 다시 정비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길드원들에게 괴수 부산물로 만든 무기를 따로 준비시키라고 해야겠어.”

이제 곧 S등급 게이트가 열린다.

그때 길드원들이 티베리안인들과 마주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무장을 추가로 해야 했다.

“오케이, 알았어.”

“그런데 이놈들은 어떻게 하지?”

정기용의 물음에 티베리안 포로들을 어떻게 할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일단 모두 데려가서 길드 감옥에 가두자.”

“알았어.”

태준이 우주선 앞쪽에 거대한 게이트를 보며 말했다.

“기태야, 저 게이트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있겠니?”

기태가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어 무언가를 하더니, 말했다.

“어, 저건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가 아닌데! 파장이 완전히 다른데!”

“그럼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게이트인가?”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한번 들어가 볼까?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게.”

“하지 마. 그러다 못 돌아올 수도 있어.”

최한별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일단 돌아가서 정비하고 다시 놈을 쫓자.”

태준 일행은 그 길로 지구로 돌아갔다.

***

- 티베리안인 그들은 누구인가? 지구 공략 초읽기!

- 헌터 협회, 국가 헌터원 공동 연합 대응 체재 확립.

- 티베리안 행성은 어떤 곳인가? 과연 제2의 지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 티베리안 식민지 법, 국회 통과!

- 헌터 협회와 국가 헌터원 통합! 국가 헌터 협회 설립.

각종 언론에서 차례로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이는 여러 가지 세력이 힘을 쓴 결과였다.

괴수와 게이트는 더는 대한민국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A등급 게이트만 떠도 엄청난 위협이었지만, 대한민국엔 SS급과 S급 헌터가 많았고, SSS급 헌터까지 있었기에 S급 게이트가 생성돼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제 게이트는 괴수가 나오는 지옥의 구덩이가 아니라, 새로운 자원과 희망이 넘치는 차원으로 가는 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인류 앞에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티베리안인.

초고도의 과학 문명으로 무장하고, 게이트를 열어 자신들을 대신 인간 헌터를 이용해 카라차크라와 괴수를 죽인 자들.

누가 무엇을 위해 배포했는지 몰라도 이미 전 국민이 티베리안인의 음모와 잔혹성을 알고 있었고, 그들이 지구를 삼키기 위해서 공격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헌터 협회와 국가 헌터원은 공동으로 적들에 대응하기로 했다.

그리고 티베리안 행성 식민지 법이 제정되었다.

괴수가 득실거리는 티베리안 차원의 티베리안 행성을 제2의 지구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그곳의 자원이나 땅을 누구도 소요할 수 없고, 게이트가 발생해 공략하는 것 이외에 누구도 국가의 허락 없이 티베리안 행성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식민지 법까지 제정되었다.

그리고 얼마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국가 헌터원과 헌터 협회가 하나로 통합하면서 “국가 헌터 협회”가 탄생했다.

국가 헌터 협회의 초대 회장은 신화 길드의 김상국, 부회장은 최규환이 맡았다.

그들은 대령령 직속의 최고 국가 기관으로 모든 헌터들과 길드를 관리하겠다고 선포했다.

물론 그 이면에서 태준의 도살자 길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주된 목적이었다.

도살자 길드는 현재 기존의 길드원들 이외에 SS등급 게이트에서 살아남은 최민지의 드래곤 길드의 헌터들이 합쳐졌고, 귀족들의 세력과 기존의 많은 헌터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이미 신화 실드나 국가 헌터원의 세력을 넘은지 오래였다.

그랬기에 국가 헌터원과 신귀족, 헌터 협회가 세력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내 게이트 반지를 달라는 거야?”

약간 화가 난듯한 연희의 표정에 최규환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냥 연구 목적으로 잠시 빌리자는 말이야.”

김상국이 옆에서 말을 이었다.

“우린 그 게이트 반지로 어떻게 게이트를 열 수 있는지, 저쪽 차원으로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지, 그것을 함께 연구하자는 거야. 절대 게이트 반지를 달라는 건 아니야.”

“맞아. 이것 봐, 대통령께서 직접 내린 명령이야.”

최규환의 손에는 대통령의 친필이 담긴 명령서가 있었다.

하지만 이연희는 이미 국가를 초월한 헌터였다.

그녀는 이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연희가 피식 웃었다.

“비밀이라 이런 말 안 하려고 했지만, 너희는 지금 헛수고만 하는 거야.”

“뭐? 그게 무슨 말이지?”

“이 게이트 반지는 나만 사용할 수 있어.”

“너만 쓰다니?”

최규환과 김상국 둘 다 무슨 말인지 몰라 연희를 쳐다보았다.

“쉽게 말해주지, 신급 아이템은 모두 각인 효과가 있어.”

“각인 효과?”

옆에 있던 태준이 대신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라차크라의 반지 역시 각인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끼면 아무런 정보가 보이지 않아. 한마디로 각인된 아이템은 본인이 아니면 쓸모없는 물건이 되는 거지.”

“그, 그게 확실해?”

태준의 설명에도 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준이 연희를 바라보았다.

“확인시켜줘, 어차피 그것을 가지고 달아나다간 목이 잘릴 거니까, 다른 짓은 못할 거야.”

태준이 서슬 퍼런 포정의 칼을 들었다.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보는 것만을 베일 것 같은 느낌에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연희가 의심이 많은 김상국에게 게이트 반지를 내밀었다.

김상국은 조심스럽게 반지를 살펴봤다.

하지만 정말 아무런 정보도 뜨지 않았다.

심지어 직접 껴보기까지 했지만, 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김상국이 허탈한 표정을 짓자, 최규환이 손을 내밀었다.

“줘봐, 나도 살펴보게.”

하지만 최규환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아무런 정보가 보이지 않네.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살펴보고 연구해야 하는 거야.”

최규환은 바로 반지를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태준이 칼을 최규환 앞에 있는 대리석 바닥에 꽂아버렸다.

“그만 돌려주는 게 어때? 내 칼이 지금 무언가를 베고 싶다고 말하네.”

최규환이 놀란 눈을 하며 반지를 연희에게 돌려주었다.

“헤헤, 그냥 해본 말이야. 흥분하지 마.”

연희가 반지를 받아 손가락에 끼었다.

김상국이 물었다.

“그럼 연희 너는 그 반지로 최강해처럼 게이트를 열 수 있는 거야?”

“그건 아직이야. 노력은 하고 있는데,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

연희는 시치미를 뗐다.

그녀가 보여준 반지는 창수가 게이트 반지와 모양만 똑같이 만든 모형 반지였기에 정보가 보일 수 없었다. 진짜는 기태가 계속 가지고 있었다.

“흠. 일단 돌아가지.”

김상국의 말에 최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 헌터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방문한 자리였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사실 연희나 태준이 말처럼 각인되면 다른 사람은 쓰지 못하는 레전더리급 아이템도 있었기에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태준이 김상국에게 다가갔다.

“연희와 나는 너를 용서한 것이 아니야.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

“그...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연희를 뒤에서 공격하자는 계획을 최민지와 도경수에게 제안한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말이야.”

김상국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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