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
142. 새로운 세상에서의 전쟁(2).
거대한 드래곤의 그림자가 인간 진영을 덮쳤다.
“드, 드래곤이다!”
“북을 쳐라!”
“전투를 준비하라!”
너른 평야에는 20만에 달하는 인간들이 집결해 있었다.
그리고 엘프들도 인간과 함께 한쪽에 수천이나 집결해 있었다. 그들 역시 외계인과 싸우기 위해 온 것이다.
벨록스는 엘프들이 몰려 있는 곳에 내려앉았다.
통역사로 데려온 하이엘프들이 엘프들을 진정시켰고, 인간의 말을 하는 엘프가 지구의 헌터들과 함께 카론 제국의 황제와 각 왕국의 대표와 만나게 되었다.
“그러니까 저 사악한 악마들의 보호막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인간 황제의 말에 놀라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다고 합니다.”
그들 역시 외계인들의 보호막에 어느 정도 대해선 알고 있었다.
두 번이나 통역을 거쳐야 했기에 양측의 대화는 느렸다.
하지만 제국의 황제와 이곳 인간들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그들 역시 페닐라온 왕국의 기사단과 마법사들이 어떻게 당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페닐라온은 기사단보다 마법사들이 강력한 마법 왕국으로 제국의 마법사보다 더 강력한 마법사를 여러 명 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뛰어난 마법사들조차 침략자들의 분홍색 반투명한 보호막을 뚫지 못했고,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했고, 왕국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은 대륙 전역을 위협하고 있었다.
“좋다. 그대들도 우리와 함께 싸우는 것을 허락하겠소.”
긴 회의가 끝나고, 지구의 인간과 이곳의 인간 대표들은 공동으로 적을 공격하기로 했다.
그리고 태준이 이끄는 몬스터 군단도 인간과 합류해 티베리안 함대가 있는 곳을 향해 진격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은 티베리안 함대에 연희는 어쩐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새로운 무기는 여신의 창처럼 괴수의 발톱으로 만든 것이었다.
“놈들의 보호막만 무력화시키면 나머진 저들이 알아서 할 거야.”
태준은 이곳의 인간들과 몬스터를 믿고 있었다.
그들의 기술은 헌터들의 원류와도 같았다. 헌터들이 이곳 차원의 힘을 빌려쓰고 있었으니, 그들 역시 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때는 대륙의 땅과 차지하기 위해 인간과 몬스터가 서로 싸웠지만, 지금은 한마음이 되어 악마라 불리는 것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힘을 합쳤기에 희망은 있었다.
“연희야, 최강해를 찾으면 혼자 싸우지 말고, 꼭 연락해.”
“내가 할 말이야. 네가 먼저 찾으면 혼자 싸우지 말고 나를 불러!”
연희와 태준은 갈라졌다.
연희는 도살자 길드원들과 함께 인간과 몬스터 연합군과 함께 진격하고 있었고, 태준은 팀원들과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
우르르르! 쾅! 쾅!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도 이곳 차원의 운명을 짓는 큰 전투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신정필이 그린 드래곤 마르시아스의 목을 두들겼다.
“괜찮아, 마르시아스. 저놈도 우리 편이야.”
바로 앞에 가는 레드 드래곤 벨록스의 크기는 마르시아스의 두 배나 되었고, 워낙 사나웠기에 소환자인 이수호조차 상당히 긴장하고 애를 먹고 있었다.
그린 드래곤 마르시아스의 등에는 신정필과 궁수 김서라, 이수경이 타고 있었고, 벨록스에는 이수호와 한수진, 정기용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앞에서 날고 있는 카올렌의 등에는 태준과 말볼, 윤상희, 최한별, SS급 샤먼 김유라가 타고 있었다.
김유라는 궁사는 아니었지만, 레전더리 샤먼이 고주몽이었다.
고대의 궁사이자, 전설의 신궁으로 궁수 계열 헌터를 대신해 카올렌의 등에 탄 것이었다.
최한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혼자 내려가도 괜찮겠어?”
“괜찮다니까. 난 저들의 보호막을 통과할 수 있어. 그리고 말볼도 있잖아.”
괴수 고기를 먹은 태준과 말볼은 저들의 우주선으로 바로 뛰어들 생각이었다.
태준의 목적은 수십 개의 우주선 중에서 최강해 성주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고, 다른 멤버들은 활과 괴수의 이빨이 박힌 화살로 우주선을 직접 공격할 생각이었다.
“저기다!”
거대한 우주선들이 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 인간과 몬스터 군단이 파도처럼 밀려가고 있었다.
우주선의 보호막을 깨지 못하면, 전투에 참여한 이곳 차원의 생명체는 대부분 여기서 죽을 것이다.
“말볼! 가자!”
태준을 태운 말볼이 붉은 털을 휘날리며 아래로 뛰어들었다.
높이가 상당했지만, 말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태준과 말볼은 우주선의 보호막을 지나 선체에 착지했다.
“먼저 놈들의 약점이 어디인지 알아보자.”
말볼이 선체를 찢고 몸을 내밀었다.
티베리아인들이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볼 달려!”
분홍색 광선이 빗발치지만, 말볼은 개의치 않고 달렸다.
간혹 몸에 맞기도 했지만, 그들의 무기는 말볼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비켜라! 도살!”
태준의 백정의 칼이 휘둘리자, 티베리안인들은 무처럼 잘렸다.
포정의 칼은 무엇이든 닿는 것은 자른다.
그것은 외계인의 우주선이나 그들의 옷이나 실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용의 격노!”
“폭풍 화살!”
“고구려 주몽의 힘이여!”
드래곤에 타고 있던 궁수들의 화살이 일제히 우주선에 적중했다.
쿠앙! 쿠아아아앙!
그냥 작은 구멍만 뚫리는 것이 아니었다.
SS급 헌터의 힘이 담긴 화살이 우주선에 작렬하자, 커다란 구멍과 함께 큰 폭발이 일어났다.
“수진아! 계속 쏴!”
SS급 괴수의 이빨이나 발톱이 박힌, 대 티베리안 화살은 강력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주선에서 하늘을 나는 티베리안인들이 벌처럼 쏟아져 나왔다.
“큭! 놈들이 온다. 산개해!”
세 마리 드래곤이 흩어졌다.
“벨록스! 놈을 태워버려!”
“쿠아아아아!”
벨록스의 거대한 화염이 등에 날개를 단 티베리안인들에게 쏘아졌다.
콰콰콰콰쾅!
십여 명이 한꺼번에 공중에서 폭사했다.
보호막 안에서라면 몰라도 밖에서는 드래곤의 화염은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조심해!”
피슝! 피슝!
쾅! 쾅!
티베리안인들이 광선총에 맞은 벨록스가 흔들렸다.
놈들의 광선총은 거대한 드래곤에게도 고통을 줄 만큼 강력했다.
그때 블랙 드래곤 카올렌의 뒤쪽으로 십여 마리의 티베리안인들이 붙었다.
그들은 빠르고 숫자가 많았다.
“얼음 화살!”
수백 개의 날카로운 얼음이 순식간에 공중에 펼쳐지며, 뒤를 쫓아오던 티베리안들에게 날아갔다.
쿠앙! 쾅! 쾅!
최한별의 마법에 뒤에서 추격하던 티베리안인들이 모두 격추됐다.
그녀는 자신의 얼음 마법이 더 강해진 것에 스스로 놀랐다.
“조심해 놈들이 더 나온다!”
위기를 느낀 다른 우주선에서까지 날개 달린 티베리안인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순식간에 우주선 앞쪽 하늘은 그들과 그들이 쏜 분홍색 광선으로 물들었다.
“윽! 상승해!”
세 마리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고, 궁수 헌터들이 연신 향해 화살을 쏘았지만, 좀처럼 우주선으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적들이 너무 많은데. 이래선 보호막을 어떻게 무력화시키지?”
태준과 팀원들의 임무는 우주선의 보호막을 발생하는 장소를 찾아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끼이이이아아!”
갑자기 등 뒤에서 와이번을 탄 기사들과 그리폰을 탄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과 몬스터 군단이 도착한 것이다.
수천의 와이번과 그리폰이 우주선 위로 접근했다.
“용기사들이여! 드래곤을 도와 적들을 섬멸하라!”
“엘프의 긍지를 보여라!”
“공격하라!”
갑자기 등장한 공중 지원군에 최한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저들이 말한 지원군이네.”
“우리도 가자!”
윤상희의 말에 카올렌이 적 우주선을 향해 날아갔고, 다른 드래곤들도 공격을 다시 시작했다.
“기마대 전진!”
“공격하라!”
그 시각 지상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인간 기마대와 오크들이 먼저 지상을 새카맣게 뒤덮고 달려들었다.
티베리안 지상군은 장갑차처럼 생긴 소형 우주선에 올라타 방어막을 형성하며 기사단과 오크들을 향해 돌진했다.
“오러를 펼쳐라!”
기사단의 기사들이 오러 블레이드를 펼쳤다.
몇몇 실력이 좋은 기사들은 지구의 헌터들처럼 검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촤앙! 팡! 팡!
하지만 놈들의 보호막에 맞자, 굴절되어 날아가거나 흡수됐다.
“제길, 화살을 쏴라!”
후두두두두둑!
외계인들에게 비처럼 화살이 쏟아졌지만 소용없었다.
티베리안인들은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서기 시작했다.
“흩어져!”
기마대가 티베리안 소형 우주선을 피해 좌우로 갈라졌다.
그들의 우주선에 닿으면 방어막 때문에 튕겨 나갔는데, 그 모습이 탱크에게 돌격하는 보병과도 같았다.
좌우로 갈라지면서 기사들의 오러 블레이드가 놈들의 우주선을 향해 그어졌지만, 본체에 타격을 입히진 못했다.
“젠장, 역시 안 되는 건가!”
오크들 역시 육중한 도끼와 큰 철퇴를 휘둘렀지만, 장갑차 같은 소형 우주선엔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수십 대의 소형 우주선들이 인간 기마대와 오크 무리 사이에 멈춰 서더니, 위에 있던 티베리안인들이 분홍색 광선총을 겨눴다.
“지금이다!”
이연희가 앞으로 내달리자, 무리에 숨어있던 인간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이연희 앞으로 거대한 여신의 형상이 뿜어지고, 그녀의 창이 소형 우주선에 박혔다.
콰앙!
“쿠아아악!”
“으아아!”
티베리안인들의 우주선이 일격에 박살 났다.
“오오오! 여신이다! 전쟁의 여신이 우리를 돕고 있다!”
연희의 모습이 꼭 여신 같았다.
그리고, 다른 헌터들도 우주선을 공격했다.
쾅! 쾅!
괴수의 뼈와 부산물로 만든 화살과 검, 창, 방패 등 그들의 무기와 장비는 소형 우주선의 보호막을 무력화시키며 안에 타고 있던 티베리안인들을 쓰러트렸다.
“보호막이 사라졌다. 총공격하라!”
특히 보호막이 사라진 소형 장갑차는 기사들과 오크들의 밥이었다.
기사들이 사정없이 달려들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고, 오크의 도끼는 쉴새 없이 내려 찍혔다.
***
승리를 낙관했던 티베리안 지휘부는 갑작스러운 적들의 등장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일이냐?”
“지구의 헌터들입니다. 그들이 나타났습니다.”
“뭐? 그들이 어떻게?”
최강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럼 그놈들도 함께 쓰러트리면 되지 않느냐?”
“그게 놈들의 무기가 괴수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앞선 부대의 보호막이 뚫리고 있습니다.”
“뭐?”
모니터를 바라보는 최강해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 되겠다. 모두 모선 주위로 모이라고 해라. 지구 헌터들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모선의 방어막은 소형 우주선보다 훨씬 강했다.
괴수의 부산물에 뚫리기는 하지만, 지구의 헌터들도 보호막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했으니, 직접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자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사령관, 13호와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뭐?”
좌측에 있던 거대한 우주선이 아래로 추락했다.
안에 있던 티베리안인들은 화염과 함께 그대로 몰살당했다.
“윽! 이놈들이!”
화면에 세 마리 드래곤에 타고 있는 궁수들이 우주선을 하나씩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하느냐? 저들을 죽여라!”
“그것이 하늘에 적들이 너무 많습니다.”
“부관, 타이탄을 타고 나가 저들을 상대해라!
“네!”
3척의 우주선을 연달아 격추하며, 신나게 공격하고 있던 세 드래곤을 향해 커다란 리자드맨 형 로봇 십여 마리가 날아왔다.
모두 하늘을 날 수 있었으며, 한 손에는 검이나 도끼, 창 같은 무기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었는데, 무기나 방패에 분홍색 빛이 반짝이는 것이 우주선의 보호막과 같은 막이 처져있어, 드래곤들이 무기에 직접 맞는다면 매우 위협적일 것이다.
“저 이상한 것들이 곧장 우리를 향해 오는데.”
놈들의 공격에 달려들던 용기사들과 그리폰에 타고 있던 엘프들은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벨록스, 브레스를 발사해!”
벨록스와 카올렌, 마르시아스가 십여 마리의 타이탄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냈다.
그러자 방패를 든 몇몇 타이탄이 앞으로 나서며 브레스를 모두 막아버렸다.
“용의 격노!”
패애애앵!
드래곤의 머리 형상을 한 화살이 날아가 한 타이탄의 방패에 적중하나, 방패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괴수의 이빨로 만든 화살촉은 역시나 쓸모가 컸다.
하지만 그 자리를 다른 타이탄이 메꾸며 방패를 들자, 브레스는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적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
“흩어지자!”
세 드래곤이 흩어지고, 그 뒤를 타이탄이 추격했다.
놈들은 매우 날렵했기에 궁수들이 쏜 화살을 피하기도했고, 방패에 화살이 적중해 사라지면, 뒤로 물러섰다가 모선에서 또다시 방패를 공급받아 드래곤들에게 달려들었다.
하늘에서 팀원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사이에 태준은 우주선의 구조를 파악했다.
그리고 무전기를 누르며 말했다.
치치칙!
“정면으로 봤을 때 우주선 상단 우측에 보면 도마뱀 그림과 이상한 문자가 그려져 있는 부분이 보일 거야.”
- 그래, 우리도 보여!
“그곳을 공격하면 우주선의 보호막이 사라질 거야. 모두 격추할 생각하지 말고, 보호막만 일단 무력화시켜.”
- 알았어! 헉! 한 놈이 좌측에 있어 피해!
밖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리자, 태준의 마음이 급해졌다.
그의 칼이 한 티베리안인의 목에 닿았다.
“난 참을성이 부족해. 지금 당장 최강해의 모선의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넌 죽을 거야.”
티베리안 함장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위치를 말하면 날 살려줄 것인가?”
“물론, 인간 헌터의 이름으로 약속하지. 난 절대 널 죽이지 않아.”
“주, 중앙 후미에 보면 하단에 주황색 빛깔이 많은 우주선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지휘선이다.”
“고맙군.”
태준은 칼을 내렸다.
그러자 티베리안 함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넌 너무 많은 인간을 죽였어.”
“뭐? 나, 날 죽일 것이냐?”
“아니,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그때였다.
“게르르르!”
“하지만 말볼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군.”
말볼이 입을 열고 티베리안 함장을 덮쳤다.
“찾았다! 최강해!”
이 모든 사단의 원흉이자, 지구인의 원수.
괴수들의 원수, 그리고 이곳 인간들의 원수까지.
태준이 말볼을 타고 우주선의 하부를 찢고 밖으로 나가 뒤쪽에 있는 최강해의 우주선을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