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살자-144화 (144/149)

# 144

144. 새로운 세상에서의 전쟁(4).

티베리안 함대의 지휘선에선 지구 최강의 사내와 티베리안 차원 최강의 사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 사이에 티베리안의 우주선들은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하나둘 지상을 향해 함포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정기용이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인데, 놈들이 지상을 노리고 있어!”

“벨록스! 놈들을 공격해!”

벨록스가 거센 화염을 뿜어내며 적 함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접근이 너무 힘들었다.

“젠장, 날파리 같은 것들이 너무 많아!”

한수진이 연거푸 화살을 쏘면서 소리쳤다.

적 우주선을 직접 공격해야 하지만 함대를 보호하는 티베리안인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수천 명의 티베리안인이 결사 항전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이번 작전에 티베리안인의 운명을 걸고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윽! 더는 접근할 수가 없어요.”

이수호가 급하게 벨록스의 머리를 돌렸다.

무식하게 돌진하려고 하다가 벨록스가 저들의 광선총을 너무 많이 맞았다. 그리고 피를 많이 흘렸다.

“하지만 저걸 처리하지 못하면, 지상의 사람들은 모두 죽어!”

한수진이 소리를 쳐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함대 우주선들의 보호막은 대부분 무력화시켰지만, 더는 우주선 본체는 멀쩡했고,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했다.

자신들을 호위하던 용기사들과 그리폰을 탄 엘프들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지상에 있던 티베리안들까지 날 수 있는 장치를 달고 공중으로 날아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치치직!

- 모두 태준을 도와야 해!

무전으로 이연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지휘 함선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적들의 저항이 너무 거세 접근하지 못했다.

- 태준이 지금 최강해의 우주선에 혼자 있어.

태준의 팀원들이 이연희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티베리안 함대 근처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라면 이곳 차원이 저들의 손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쿠아아아아!”

“크아아아아!”

“퀘에에에엑!”

갑자기 세 마리 드래곤이 동시에 포효를 질렀다.

그런데 평소에 듣던 울음과 뭔가 달랐다.

고통에 찬 울음이었고, 비정함까지 느껴졌다.

“얘네들 갑자기 왜 이래?”

카올렌의 등에 타고 있던 윤상희가 이상한 느낌에 드래곤들을 번갈아 보았다.

“저기 수호도 모르는 거 같은데.”

최한별이 벨록스 위에서 당황한 이수호를 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지금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지상의 인간들과 몬스터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다음에 있을 엄청난 위험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예상했어도 달아날 곳은 없었다.

곧 지상은 불바다가 되고, 산과 계곡이 사라지고, 강이 마르고, 생명과 문명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였다.

“끼아아아!”

“꾸아아아!”

구름 위에서 수만, 수십만 마리의 새들과 거대 독수리, 와이번, 그리폰과 하피, 이름 모를 몬스터까지 시커멓게 내려왔다.

그리고 이 세계에 남은 드래곤 30여 마리가 웅장한 자체를 뽐내면서 사방에서 날아왔다.

“저건 뭐지?”

“너희가 부른 거야?”

벨록스와 카올렌을 번갈아 보는 이수호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신정필 역시 자신의 드래곤 마르시아스의 등을 쓰다듬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위기의 순간 세 드래곤이 진심을 담아 이 세계에 경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생명체들이 화답하면 달려온 것이다.

“지금이야! 모두 공격해!”

“좋아, 가자! 벨록스!”

세 마리 드래곤이 다시 힘을 내 티베리안 함대를 향해 날아갔다.

드래곤들이 브레스를 쏘고 위에서는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수십, 수백만 마리의 새떼가 티베리안인들을 덮쳤다.

“으악!”

“저리가!”

티베리안인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 세계의 생명체들에게 공격을 받고,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백이 죽고.

틈이 벌어졌다.

“쿠아아아아!”

벨록스의 브레스가 우주선에 적중했다.

그 뜨거운 열기가 우주선 선체를 녹이고 내부로 파고 들어가 모든 것을 파괴했다.

우주선은 버티지 못하고 추락했다.

그리고 이 세계의 드래곤들 역시 다가오자마자 우주선을 적으로 인식하고 총공격했고, 티베리안 우주선들은 버티지 못했다.

그래도 뒤에 있던 몇몇 우주선은 보호막 때문에 드래곤의 브레스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었다.

“수호야! 우린 놈들의 보호막을 노리자!”

“알았어!”

벨록스와 카올렌이 후미에 있는 우주선을 향해 날아갔다.

팀원들은 아직 보호막을 해체하지 못한 우주선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

쿠앙!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연이어 들렸다.

우주선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그 파장에 지휘선 역시 흔들렸다.

“윽! 사령관님, 3함대가 당했습니다!”

태준과 싸우고 있는 최강해는 부관에게 소리쳤다.

“무슨 말이냐? 하늘은 이미 정리된 것이 아니냐?”

“그게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세계의 드래곤들과 온갖 생명체들이 저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뭣이?”

쿠아아앙!

태준과 싸우고 있는 그 순간에도 우주선의 폭발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이래선 이곳 차원을 점령하긴커녕 함대가 전멸할 것 같았다.

“제길, 전 함대에 후퇴 명령을 내려라! 함대를 뒤로 물린다!”

“그, 그게 어디로 후퇴합니까?”

하늘엔 온통 적들로 가득했다.

“내가 게이트를...”

최강해가 게이트를 발생하려 했지만, 태준의 공격이 갑자기 거세져 몸을 뺄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싸웠던 최강해도 위기 상황에 조금씩 흔들렸다.

우주선이 들어갈 정도로 큰 게이트를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지만, 태준이 그 틈을 줄 리 없었다.

휙휙휙! 촤악!

“흣!”

최강해의 머리카락이 잘렸다.

칼날이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갔다면, 목이 잘렸을 것이다.

태준의 공격은 적당함이란 없었다.

오로지 목이나 급소만을 노리는 악랄하고, 효율적인 공격에 최강해는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잠시만 한눈을 팔면 목이 잘릴 것이다.

“최강해!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으냐! 도대관(導大窾)!”

앞으로 쏘아진 십여 개의 칼날!

최강해는 몸을 날려 피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지휘선이 크게 흔들렸다.

“우주선이 공격받았습니다.”

“윽! 이런 하등한 생명체에게 질 순 없다. 이놈을 막아라!”

최강해는 게이트를 생성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고 했다.

우주선을 조종하고 있던 티베리안인들이 태준을 향해 공격했다.

하지만.

“유인유여(游刃有余)!”

휘리릭! 샤악! 서걱!

“으악!”

“커억!”

티베라인의 비명이 들렸다.

태준이 티베리안인 사이를 물고기처럼 스쳐 지나가자,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은 태준의 상대가 아니었다.

“최강해! 네 상대는 나야!”

태준이 집요하게 최강해를 따라 붙으며 물고 늘어졌다.

함대가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그러니 최강해가 제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

게다가.

콰앙!

“최강해!”

연희가 우주선 바닥을 뚫고 위로 올라왔다.

그녀가 거침없이 창날을 겨누며 달려왔다.

챙! 채채챙!

태준과 연희의 협공.

칼과 창이 최강해를 압박했다.

아무리 최강해라도 두 지구 최강의 헌터를 상대할 순 없었다.

그가 점점 뒤로 밀렸다.

콰앙!

“크아아악!”

우주선 후미에 큭 폭발이 일어났다.

밖에서 거대한 이 세계의 골드 드래곤이 공격하고 있었다.

“사령관님, 우주선이 추락합니다.”

최강해가 인상을 찡그렸다.

함대는 몰락하고 눈앞에 두 헌터들을 이길 수도 없었다.

그는 완전히 벼랑 끝까지 몰렸다.

“젠장, 나와라! 피르보르!”

우주선 바닥이 푸른 빛으로 반짝였다.

커다란 오망성이 생성되더니.

“쿠아아아아!”

거대한 거인이 소환됐다.

덕분에 우주선 천장이 무너지고, 추락하던 우주선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저놈들을 죽여라!”

“크아아아! 죽어라!”

부우우웅!

콰아아앙!

우주선 밖으로 상체가 나와 있는 거대한 거신족의 검이 우주선 한쪽을 박살 냈다.

태준과 연희는 거인의 검을 피했고, 최강해는 겨우 두 사람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추락한다!”

산만한 거인까지 우주선에 타고 있었으니, 우주선이 너무 빨리 떨어졌다.

“연희야, 날아올라!”

연희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태준은 우주선 밖으로 몸을 던졌다.

태준은 땅을 향해 추락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SSS급 헌터였으니까.

“도대관(導大窾)!”

파파파팍!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도대관 스킬을 펼쳤다.

그러자 앞으로 쏘아지는 강력한 힘에 속도가 줄면서 태준이 몸을 몇 바퀴 회전하곤 땅에 착지했다.

그때 멀지 않은 바닷가에 우주선이 추락했다.

쿠아아아앙! 콰앙!

거센 화염과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태준아 괜찮아?”

연희가 내려왔다.

“그래, 어서 최강해를 잡아야 해!”

태준과 연희는 추락한 우주선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끄아아아! 인간들! 죽인다!”

거신족 피르보르가 우주선 잔해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가 무사하다는 것은 소환자인 최강해 역시 무사하다는 소리였다.

“내가 최강해를 찾을게. 거인을 맡아!”

“알았어!”

연희의 샤먼이 공중을 날아 거인을 향했고, 태준은 최강해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닷가 한쪽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최강해를 발견했다.

“최강해, 거기서!”

최강해는 태준을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디를 가는 거냐! 여기서 결판을 내야지.”

“결판?”

최강해가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주선들은 추락하고, 함대는 거의 궤멸 상태였다.

“내 함대가... 티베리안인들의 원대한 꿈이... 네놈들이 다 망쳤구나!”

최강해가 손을 들자, 놈의 뒤쪽으로 게이트가 생성됐다.

“뭐하려는 거지? 설마 무서워서 달아나려는 것인가?”

최강해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나태준, 네놈의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미처 몰랐다. 나 역시 네놈을 죽이려면 며칠이 걸릴지 예상할 수 없구나”

최강해는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태준이 백정의 칼을 들고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그가 뒤쪽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놈 혼자면 모를까, 저기 오는 이연희까지 상대하기엔 너무 버겁군.”

최강해가 게이트를 만들자, 연희는 거인을 뒤로하고 곧바로 이리 날아오고 있었다.

최강해가 게이트 쪽으로 물러섰다.

“이 전쟁은 너희가 이겼지만, 최후의 승자는 나다!”

그가 이상한 말을 하자, 태준이 칼을 겨눴다.

“오늘 너는 여기서 죽을 거야!”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너희는 영원히 이곳 세상에서 갇힐 것이다!”

“웃기지 마! 끝까지 쫓아가서 네놈의 멱을 따주지.”

최강해가 마지막 말을 하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태준은 이곳 세상에 갇힐 거라는 그 말 뜻을 전혀 몰랐다.

최강해가 사라지자, 연희를 쫓아오던 거인의 움직임이 멈췄다.

거인은 마치 자신이 이곳에 왜 와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연희가 게이트 앞으로 날아왔다.

“놈을 따라 들어가야 해!”

“잠깐만 팀원들도 함께 들어가야지.”

연희가 게이트로 몸을 날리려다 멈춰섰다.

“아, 미안. 내가 너무 급했어.”

“괜찮아.”

태준이 무전기로 연락했다.

“모두 게이트가 보이는 바닷가로 모여! 최강해가 게이트를 만들어 달아났어.”

무전기로 연락하자, 곧 팀원들과 길드원들이 모여들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들은 없었다.

“이곳은 괜찮겠지?”

최한별이 자신이 내려온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미 떠 있는 우주선은 몇 개 없었고, 그나마 이곳 드래곤들의 브레스에 맞아 거센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기 차원은 괜찮을 거야. 이제 최강해 놈을 쫓아야 해.”

팀원들이 모두 모이자, 태준이 앞장섰다.

그런데.

“어? 들어가 지지 않아!”

“뭐?”

연희도 손을 내밀고 몸을 밀어봤지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허! 이게 무슨 일이지?”

팀원들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설마, 여기 차원에 갇힌 거야?”

“이, 이런 일이...”

윤상희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기태와 주혁이가 기다릴 텐데...”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구에 가족이 남아 있었다.

“큰일인데.”

이쪽으로 연결된 게이트로 들어왔기에 나가는 것도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그들은 다시 티베리안차원으로 연결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괴수나 인간 헌터가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전에 돌아갈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최강해가 게이트를 이런 식으로 조작할 줄을 몰랐어.”

“이렇게 되면 아무도 나가지 못하잖아.”

연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원정은 연희가 강력히 원한 것이었다.

최강해를 잡아서 게이트 반지를 박살 내, 더는 지구로 괴수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200명이나 되는 헌터들이 꼼짝없이 이곳 차원에 갇혔으니, 어찌할 줄 몰랐다.

“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태준이 말했다.

그리곤 인벤토리에서 카라차크라(SSS)의 신경 고기를 한 조각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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