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7화 (7/148)

김미영, 상아제약의 둘째딸. 나쁘지 않은 스펙인데 왜 이병천의 미래그룹은 그녀를 거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지금 봐도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허겁지겁 결혼을 했으리라.결혼을 했으리라.김미영, 상아제약의 둘째딸. 나쁘지 않은 스펙인데 왜 이병천의 미래그룹은 그녀를 거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지금 봐도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허겁지겁 결혼을 했으리라.결혼을 했으리라.< --  그녀를 다시 만나다.  -- >리치칼튼호텔 커피숍에서 그녀를 만났다. 단아한 모습과 청순미까지 겸비한 그녀의 모습은 다시 봐도 가슴이 설레는 것은, 내 심장이 너무 저열하게 싸구려이기 때문이다.“김이열이라고 합니다.”“김미영이에요.”나와 그녀는 잠시 일어서서 서로에게 소개를 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코치 스카프를 했고 초콜릿 색상의 구찌 토트백을 가지고 나왔다. 아, 나는 그 때 그녀가 왜 첫 만남에서 그렇게 빛났는지 알아버렸다. 튀지 않는 명품으로 코디를 했으니 그녀의 외모가 더 빛이 났던 것이다. 나도 뭐 명품을 사긴 해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주로 선물이 들어오면 착용하고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 아주 가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가 아니면 청바지에 자켓 하나 걸치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뭐 하시겠어요?”“커피 하겠어요.”회1/8 쪽등록일 : 12.01.17 21:59조회 : 26031/26072추천 : 184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다크마야: 몇편전에 핸드폰이 없던시절이라고 하더만 웬 문자? (2012.08.03 23:03): ㅇㅅㅇ..그러려니해 (2012.06.05 09:40)카냑23: 아 오글거린다 말투 (2012.04.23 21:41)라그나르: 20년 전이면 1990년대 아닌가요? 글 보면 배경이 2000년대 초반인거 같네요 (2012.04.14 21:40)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5 13:13): 잘 봤습니다. (2012.03.11 15:07)기쁨: 처녀도 아니고 ㅋ 과거떄문에 찝찝하고 ㅋ 연예인도 꼬이는 마당에 ㅋ 인연끊는게 현명한 선택ㅋ 일텐데 ㅋ (2012.03.06 12:22)안녕안해요: 프롤로그 시절이 2010년대가 아니라 거기서 + 20년 아닐까요. 그래서 이렇게 되고... (2012.03.04 19:34)뉴타잎: 그 날아간 20년전이 2001년이죠. 지금 무대는 2001년임. 시작한 시대가 지금이 아니라 2021년쯤이었던.. (2012.02.29 03:48)감투: 20년전에 왠 해리포터에 문자? (2012.02.17 03:09)

나는 그녀의 말대로 커피를 시켰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키자 그녀가 웃었다.“에스프레소는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한약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나의 말에 그녀가 웃었다. 이 여자의 웃음은 매력적이다. 그녀의 정체를 아는 나도 이런데 그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지.그녀는 자신을 가꿀 줄 아는 여자였고 적당히 허영도 있고 단아함도 있었다. 속물이긴 하지만 과하지 않기에 욕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전공이 뭐였어요?”“아, 영문학요.”물론 알고 있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나는 가끔 인문대를 갈 일이 있으면 영문과와 불문과 사무실을 거쳐지나가곤 했다. 확실히 예쁜 여자애들이 많은 과가 영문학과다. 써먹기도 좋고 말하기도 나쁘지 않고. 나는 그녀의 소녀적 감상이 생각나서 그녀에게 물었다.“소설을 쓰지 그래요. 영어로 된 소설요. 잘 어울 릴 것 같아요.”“소설요?”“이를테면 해리포터와 같은 소설은 상상력이 엄청나잖아요. 필력이 조금 떨어져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요.”2/8 쪽

1997년에 처음 출간되어 2007년에 완간되기까지 67개 언어로 번역된 해리포터는 4억 5천만부가 팔렸다. 뭐 특별히 노벨 문학상을 탈 정도의 필력은 아니었다. 조앤 K. 롤링은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그다지 필력에서 호평을 받는 것도 아니다. 나의 말을 들은 그녀가 웃었다.“우리 나라사람은 영어로 된 소설을 잘 못써요.”“왜죠?”“너무 고급단어만 알고 있어서요. 소설이 그런 단어들로만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화가 나서 첫 페이지만 읽다가 집어던질 거예요.”“아, 그렇군요.”그녀는 발레, 오페라, 미술 등 다방면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한마디로 정원의 아름다운 꽃이었다. 누구나 보면 잘 정리된 정원에서 유독 돋보이는 그런 아름다운 꽃. 그녀는 즐겁게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표정 어디에도 이병천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는 그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는 달랐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만나는 건데. 오히려 헷갈리기만 했다. 그녀에게서는 익숙함과 편함이 있고 그런 그녀를 두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녀와 틀어지기 전까지의 결혼 생활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었다.저녁을 먹고 나는 헤어지는 그녀에게 말했다.3/8 쪽

“사랑하는 분 있으시죠?”내 말에 그녀가 움찔거린다.“아름다운 분이니까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그녀는 나의 말에 나직하게 ‘아~’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나름 생각을 정리하고 나온 듯 보였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정리한다고 정리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먼저 그분하고 완전하게 끝내세요.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과거에 매달려 현실을 잊어먹으면 곤란하죠.”“누, 누구신가요?”그녀는 나의 말에 당황했는지 말끝이 떨려왔다.“마법사의 눈으로 보면 사랑에 빠진 여자의 눈동자는 다르거든요.”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녀의 암갈색 눈이 내 말에 사정없이 흔들렸다.“너무 대단한 사람을 만나면 당신은 불행해져요. 아니면 그 사랑을 끝까지 지키던가요. 이렇게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 분도 마음이 아프겠죠. 그렇지 않으면 가장 아픈 4/8 쪽

사람은 당신입니다. 그러니.....”“그러니......”“운명적 사랑이라는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한 사람을 만나세요.”나는 그녀의 불행이 그녀의 소녀적 순수함과 집요함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모든 미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치명적 결함인 그것들을 나는 바라보며 그녀의 행복을 마음속으로 바랐다.그녀를 집 근처까지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웃으며 맞이해주신다. 누나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친정에서 몸조리하고 있었다. “동생, 여자 쪽에서 네가 맘에 꼭 든데.”‘이건 뭥미?’떼어내려고 한 나의 말이 그녀의 자존심에 불을 질렀을까? 이럴 리가 없는데.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그녀는 도도한 여자였다. 나와 게임이라도 하려고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거와의 인연을 끊기 위해 만났더니 그것이 올무로 변하는 순간이었다.그렇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자가 내가 좋다고 달려들면, 뭐 그래도 도망가야겠지5/8 쪽

만,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녀는 이영애의 단아함을, 김태희의 도도함을 닮았다. 연예인이 아니니 조금 처지지만 그렇게 많이 그녀들에게 처지지도 않는다. 20년 전에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이 여자라면 목숨이라도 걸 수 있어,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반했으니 그녀의 미모나 분위기만큼은 정말 거짓이 아니다.샤워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그녀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이거는 낚시밥인데,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답장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덕분에.]예전이라면 이렇게 싸가지 없는 문자질을 할 리는 없겠지만 나는 그녀를 알고 있으니까.회사에 가니 어제와 동일한 일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 그렇지. 회사에서 뭔가 서프라이징 한 것을 준다면 그것은 회사를 나가라는 소리다. 회사는 놀이터가 아니기에 놀랄만한 일이 터지면 곤란하다.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하는데 서프라이징한 일이 터졌다. 회사로비에 그녀가 있었다. 나는 약간 당황했다.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며 나도 마지못해 다가갔6/8 쪽

다.“안녕하세요.”“아, 어제 보고 나서 다시 보니 할 말이 없네요”“제가 너무 당돌하게 행동하고 있죠.”“소크라테스세요?”나의 말에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 모습도 예뻤다.“주제 파악을 잘 한다는 말인가요?”“아니, 전 그렇게 원색적인 말은 할 줄 모릅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탁월한 통찰과 인식을 하고 있으며, 또한 상대로 하여금 고뇌하게 만드니까요.”“......네?”그녀답지 않은 표정이 순간 나왔다.“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이라는 대화술을 만들었죠. 그는 끝없이 질문을 던져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유하게 하니까요. 그래서 마침내 그 사람은 진리에 도달하게 되지만, 그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럽죠. 생각하는 게 철학자들에게는 재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저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저는 고민스럽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거죠.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제 회사를 방문해준 이유가 뭘까? 나에게 이것은 7/8 쪽

의미가 뭘까 등등 자꾸 고민을 하게 만드시니 말이죠.”“확실히 저열한 말은 아니군요. 제가 착각했어요. 죄송해요. 말없이 찾아와서요.”“저녁이나 같이 할까요? 물론 돈은 미영 씨가 내시고 계산은 제가.....썰렁하군요. 맛있는 집으로 모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얻어먹지 않으면 안가겠습니다.” “오늘 뿐만 아니라 한 달 내내 사드릴 수도 있어요.”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해졌다. 이러면 정말 안 되는 거였다. 그녀는 나를 가지고 내가 알지 못하는 실험을 하려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여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편이었다. 알량하게 배운 놈은 예쁜 여자의 적당한 허례와 가식, 그리고 진심이 담긴 따뜻한 눈빛을 만나면 바로 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산책 겸 같이 길을 걸으면서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는데 나를 노려보는 눈빛을 느끼고 돌아보니 미주 씨가 서있었다.하아, 어쩌란 말이냐. 나는 묵묵히 그녀와 함께 길을 걸었다.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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