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8화 (8/148)

가지고 내가 알지 못하는 실험을 하려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여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편이었다. 알량하게 배운 놈은 예쁜 여자의 적당한 허례와 가식, 그리고 진심이 담긴 따뜻한 눈빛을 만나면 바로 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산책 겸 같이 길을 걸으면서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는데 나를 노려보는 눈빛가지고 내가 알지 못하는 실험을 하려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여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편이었다. 알량하게 배운 놈은 예쁜 여자의 적당한 허례와 가식, 그리고 진심이 담긴 따뜻한 눈빛을 만나면 바로 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산책 겸 같이 길을 걸으면서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는데 나를 노려보는 눈빛< --  그녀를 다시 만나다.  -- >그녀는 오늘 유쾌하게 보였다. 뭐 나야 이런 겉모습에 현혹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좋아보였다. 그녀는 나로 하여금 히말라야로 가게 만든 여자다. 이렇게 선한 웃음을 지으면 안 되는 것인데.밥을 먹은 후에 우리는 커피숍으로 왔다. 그녀를 사람들이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익숙한 듯 덤덤했다. 아름다운 여자로 태어나게 되면 사람들의 눈길에 무덤덤해지는 법을 가장 먼저 배우게 된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탐내고 숭배하므로.“왜 제가 회사에 찾아 왔는지 아세요?”“그거까지는 모릅니다.”“아, 마법사도 모르는 게 있는군요.”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속으로 웃었다.‘이런, 젠장이다. 그 말을 믿을 줄이야.’소녀스럽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웃자고 한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를 보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가슴을 송곳으로 쑤시듯 찌른다. 이렇게 어벙한 회1/12 쪽등록일 : 12.01.18 01:34조회 : 26113/26155추천 : 200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 ㅇㅅㅇ사람보기가다다른가벼 난아무생각안하며읽으니재밋어서 (2012.06.05 09:53)카냑23: 맑은산소님 저도 시간아깝네 (2012.04.23 21:48)맑은산소: 오쒯..... 더이상 못보겠다 조아라 순위권이여서 참고 봤는데 이렇게 못 쓸줄이야...개연성 제로,흥미 제로,몰입도 제로 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5 13:21): 잘 봤습니다. (2012.03.11 15:12)모욕감: 잘보고가요 (2012.02.06 17:41)]조용조용[: 저 퍽치기가 나중에 누군가의 사주는 아니겠지~ (2012.01.20 04:15)Τγυζτ: 느낌 괜찮네요. 잘봤습니다. (2012.01.18 14:19)사아란: 루이 좋아하는 독자입니다. 이글도 무지 기대 ~~ (2012.01.18 13:59)다크사이드: 대박 진짜 루이보다도 오히려 이글이 더 잔잔한게 재미있네요. 대박 예감 ㅎㅅㅎ (2012.01.18 13:01)

여자가 최고의 명문대 영문과를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나 사랑하는 사람 어떻게 하면 잊을 수 있을까요?”“왜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그는 지금 너무 불안해하고 있어요. 그 사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무슨 말이.....죠?”“그는 홍길동이에요.”“홍길동? 그 호부호형을 못한다는 그 사람?”“네.”이제야 과거의 얽힌 실타래가 한 겹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그녀와 그가 헤어졌구나, 하니 이들의 사랑도 참 딱하긴 한데 내가 이들에게 동정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그 사람은 욕심이 많군요. 사랑도 얻고 야망도 성취하고 싶어 하고. 짜릿하지만 비극적이네요. 나는 한 3조 정도 받으면 고려해 볼 사랑입니다.”“그렇게나 많이요?”“많이 받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싫다는 거죠.”누가 나에게 3조를 주겠는가. 하늘이 뒤집어져도 그럴 일은 없다.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 마시고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2/12 쪽

나는 이 여자를 그 남자보다 내가 먼저 만났으면 우리가 행복할 수 있었을까 잠시 생각해보니 대답은 그렇다, 였다. 그녀는 그다지 악의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객관적으로 보면 선한 구석이 더 많은 편인데 집착이 유난히 강한 것이 흠이었다. 사람이란 여유 있게 사물을 바라봐야 진실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다 하면 그것만 봐서 주위를 전혀 보지 못하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 그리고 그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부류의 여자가 의외로 많다. 이렇게 말하면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과거 나도 이 여자의 외모에 혹해서 결혼을 서둘렀었으니.아침에 일어나니 그녀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어제 재미있었어요. 잘 들어가셨어요?]픽하고 나는 웃었다. 나는 어제처럼 [덕분에.]하고 문자를 보냈다.회사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왜인가 했더니 미주 씨에게서 풍겨오는 어둠의 아우라가 엄청났다. 어쩐지 회사오기 싫더라니. 나는 할 수 없이 외근을 자청했다. 부서를 나서자 그녀가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서늘하고 싸늘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꼬리를 내리고 회사를 나왔다.‘젠장, 수원까지 또 어떻게 가.’3/12 쪽

수원의 삼영전자에 가서 제품에 대한 견해를 듣고 오라는 것이었다. 본사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은 아니고 삼영 반도체가 우리 회사의 제품과 호환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아마도 호환성이 좋으면 거래처를 바꿀 모양인지 어떤지는 나도 모른다. 회사 입사 1년차가 알기에는 그것은 너무 깊은 내용이었다.“그러나 저러나 엄청 깨지겠군.”나는 말없이 택시를 타고 ‘수원, 삼영전자 반도체로 가주세요.’했다. 택시기사는 오랜만에 장거리 손님을 만나서인지 신나게 달렸다. 가면서도 이게 정말 기획실의 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뭐 단순한 의견청취니. 결론이 나면 정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겠지.원래는 이과계열의 장상국 씨가 가야하는 일을 내가 졸라 가는 길이다. 그러니 깨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는 전화로 장상국 씨와 통화를 하고는 주의할 점을 들었었다. 그런데 삼영전자에서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을 못 알아듣자 담당자가 간단히 설명을 하고는 테스트한 내용을 봉투를 봉해 건네주었던 것이다.‘살았다.’샐러리맨의 비애까지는 아니었지만 순간 긴장이 확 풀렸다. 장상국 씨에게 주고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뭐 어차피 개괄 설명이야 나도 알아들었으니. 데이트4/12 쪽

도 한번 못해본 여자를 피해 도망나온 비참한 현실이 괴로웠다.그녀는 내가 뭐라 할 수 없다. 그녀도 나에게 직접 말한 것도 아니고, 단지 그녀의 심정이 그렇다는데. 왜 그러냐고 따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뭐 그녀가 일방적으로 나에게 감정을 품었고 내가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또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 ‘미영이와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사람 꼴이 우습게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나는 회사에 돌아와 장상국 씨의 어깨를 툭 쳤다.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사원휴게실로 따라 나왔다.“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어?”“내가 못 알아들으니까 그냥 자료를 주던데.”“호, 잘 보였나 보네. 걔네들 자료 잘 안주는데.”“그래?”“그렇지. 아마도....”“내 대신 일 좀 해줘. 밥 살게.”“그러지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런데 미주 씨랑 무슨 일이 있어?”‘헐? 생긴 것은 곰처럼 생겨놓고 눈치 하나는 여우 뺨치네.’5/12 쪽

“글쎄? 그냥 분위기가 무거워서 내가 간다고 한 거지. 요즘 외근 나가는 데 버릇 들었나봐.”“하긴. 서현주 씨를 만나고 그랬으면 그럴만하지. 다음에 혹시 만나게 되면 사인 좀 부탁해.”“알았어. 어려운 일은 아니지. 혹시 사인 못 하는 병 걸렸다고 하면 어쩔 수가 없고.”“그럴 리가 있나.”나는 돌아와 책상에 앉아 태연하게 업무를 보았다. 어쩌겠는가, 잘리기 싫으면 일은 해야지.내가 하도 설설 기는 모습을 보여서인지 그녀의 화가 많이 풀린 듯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럼 그렇지, 우리는 별 사이도 아닌데 했다.이상한 일을 당하니 쓸데없이 헛생각이 자꾸 든다. 이참에 소설이나 써볼까 하는?일단 아는 사람을 모두 동원하면 한 1000권은 팔리지 않을까 싶었다.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출판할 당시 초판으로 찍은 것이 불과 500부에 지나지 않았으니. 이것도 그녀가 해리포터를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지 7년 만에 책으로 나온 것이었다. 4억 5천만부나 팔린 책의 출발치고는 너무나 초라하지 않은가. 한 몇 달간은 그녀를 이겨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다. 이 위대한, 판매부수에서 위대한, 소설책이 무려 12번의 거절6/12 쪽

을 당하고 블롬즈버리 출판사가 500권을 출판한 후에야 비로소 미국의 스콜라스틱 줄판사가 판권을 10만 5천 달러에 확보하게 된다. 이 책을 발굴한 아서 레빈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초판을 5만권 발행한 다음 대히트를 치게 된다. 즉 되는 놈만 되는 거다. 줘도 못 먹는 놈들이 12명이나 있었고 블롬즈버리는 책까지 발행해 놓고 빼앗겼다. 그러고 보면 행운이 다가와도 그것을 분별하는 능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속담은 맞는 것 같았다.나는 새롭게 만나는 김미영을 통해 그동안 내가 놓쳐왔었던 것들을 점검했다. 분노와 질투로 눈이 멀었던 그 어리석은 일을 두 번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보다 더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비범함은 평범함에서 온다. 이 말은 평범한 일상도 그것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비범하게 된다는 것이다.[오빠?]“누구세요?”나는 대뜸 걸려온 전화에 오빠라고 할 여자는 단언하건데 없었다. 나는 누나밖에 없으니.[너무했다. 밥 사준다면서. 미인이 부탁하면.]7/12 쪽

“그건 아메리카노였죠. 밥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로 갔다. 사무실에서 개인 전화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다.[커피는 됐고요, 밥이나 사주세요.]“시간이 되나보죠?”[히히히, 시간이야 만들면 되는 거죠. 히잉. 너무해. 밥 살 거죠?]“언제요?”“지금요.”“나, 회사인데.....요”“나 그 회사 로비에 있어요.”“헐~”나는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지는 가 정신이 멍해졌다. 어제는 김미영이 찾아오고 오늘은 서현주가 찾아왔다. 나는 서둘러 1층 로비에 가보니 ‘오, 마이 갓!’. 마스크도 안 쓰고 태연하게 서현주가 서성이고 있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맞지? 맞을 거야’하고 있었다.나는 뛰어가 그녀를 비상구 계단의 한 쪽 구석으로 데리고 왔다.“아니 이러고 오면 어떻게 해요. 모자라도 쓰고 와야죠.”8/12 쪽

“메이크업을 안 하고 왔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잘 몰라보던데요.”“정말 오, 마이 갓이네요.”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와놓고 무슨 메이크업을 안 했다고 하는 건지. 하여튼 여자들이란.“마침 잘 왔어요. 사인 한 장 해주세요.”“오~ 드디어 내 팬이 되기로 했군요.”“꿈 깨세요. 우리 부서에 현주 씨 광팬이 한 마리 서식하고 있어서, 그분 드릴겁니다.”“쳇, 삐질 거다.”“그럼 잘 가세요. 기자들에게 걸리지 말고요.”“아이, 왜 그래요?”이거 뭐 과거로 회귀하면서 내가 용가리 통뼈를 삶아 먹었나? 아, 먹긴 먹었구나. 드래곤 하트를. 배고파서 먹긴 먹었는데 그게 여성들에게 어필할 리가.....당연히 없지. 내가 뭐 개미도 아닌데 이성을 현혹시키는 페르몬을 마구 방출하는 것도 아닐 테고.결국 서현주에게 끌려 나갔다. 나는 요즘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었다. 얼굴이야 좀 생기긴 했지만 뭐 음침하게 생겼다나, 그래서 관심이 도무지 안 생긴다고 여자들이 말하곤 했었다.9/12 쪽

‘아, 내일 시말서 써야 하는군.’그 생각을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샐러리맨의 비애를 느끼며 서현주를 근처 커피숍에 던져두고 다시 회사로 왔다. 시말서는 연봉협상 때 치명적이다. 애인도 아니고 안면 한 번 튼 연예인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 우리 회사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한번 서류로 작성되면 기록 삭제가 안 된다. 돌아와 조퇴를 신청했다. 퇴근시간 1시간을 남겨놓고 이 무슨 짓이란 말인가. 그러나 조퇴가 아니면 나갈 방법이 없었다. 미리 1시간 전에 상사의 비호 하에 퇴근하는 것 따위는 우리 회사에는, 결단코 없다.연예인만 아니라면 사람들에게 맞고 있어도 간섭을 안 했을 텐데. 내 아들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현주를 보고는 별다른 생각이 안 든다. 단지 그 무한히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를 보면 미소가 나오긴 했다.커피숍으로 들어가니 이미 그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한창 해주고 있었다.‘돌아가시겠군.’나는 얼굴을 가리고 다가가 사람들을 밀치고 그녀를 그곳에서 꺼냈다.10/12 쪽

“그런데 여긴 왠 일이에요?”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이 근처에서 촬영하고 있어요.”“뭐요?”“내 신은 5시간 후라서 대기를 타다가 심심해서요. 그런데 마침 오빠가 준 명함이 생각난 거야. 오빠네 회사건물이 이곳에서 좀 유명하니까.”“망했다.”“크크크.”이젠 이 아가씨가 남의 불행까지 즐거워하네. 뭐 내가 목숨을 걸고 회사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니 이정도 쯤이야 받아들일 수는 있다. 워낙 유명한 연예인이니. 이참에 나도 사인이나 한 장 받아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내가 이현주 씨 덕분에 조금 밝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물이 점점 빠지고 있었다. 이 말은 진중한 나의 47살의 연륜의 무게도 같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8살로 몇 달을 살다보니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이다.밥을 다 먹어갈 즈음 현주의 매니저가 그녀를 찾으러 왔다. 그녀는 매니저를 보자마11/12 쪽

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사실 촬영하다가 도망왔어요. 그래도 내 차례는 좀 남았었는데. 지금은 그냥 갈게요. 다음에 봐요.”나는 신발을 신고 뛰어가는 그녀를 보며 배가 무척이나 고팠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1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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